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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95화 (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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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5. 늑대가 되기로 했다 (13)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95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13)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아래.

“후우! 후우!”

인구는 짧게 짧게 숨을 토해내며 러닝에 임하고 있었다.

아직 휴가를 떠난 선수들이 복귀하진 않았지만 인구만은 훈련장에 틈틈이 출근해 신체를 단련하고 있던 거다.

한국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세나가 여기에 있는데 가서 뭐해.’

훈련장 한쪽에선 세나의 삼촌들이 된 선수들이 훈련에 한창이었다.

“여기! 여기로!”

살로몬 런던은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뒷걸음질 치다 말고 퍼뜩 앞으로 뛰어들었다.

타앙-!

그 순간 라이트백 디안드루 예들린이 우측 하프에서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다.

“우어어!”

레프트 윙어 크리스티안 아추는 낙하 지점을 예측하고 달려든 런던보다 먼저 앞선 지점에서 하이킥으로 공을 걷어냈다.

“아으!”

런던은 제 머리에 닿기도 전에 컷트 당한 공에 아쉬운 탄식과 함께 이내 불만을 토로했다.

“좀 더 높게 줬어야지! 머리 높이로 차면 수비수들이 다 걷어내잖아!”

예들린은 어깨를 으쓱여가며 맞받아쳤다.

“네가 좀 더 앞으로 오지 그랬냐? 그럼 크리스티안보다 먼저 헤더로 공을 맞출 수 있는 거잖아?”

아추는 그런 두 사람을 향해 검지를 좌우로 까딱이며 껴들었다.

“잠깐만, 이건 너희들이 못한 게 아니야. 내가 잘 한 건지. 그러니 서로 질타하지 말고 날 칭찬해줬으면 하는데?”

그러다 언제 서로 불평불만을 쏟아냈냐는 듯 그들은 손뼉을 치며 다시 의기투합하였다.

“자, 자자! 다시 한번 해보자 얘들아!”

“오오옷!”

“가보자아아!”

세 사람이 이처럼 열정적인 이유는 간단했다.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목전에 두었지 않나.

무엇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뉴캐슬의 행보는 180도 달랐다.

세 사람은 동시에 두 눈을 번뜩였다.

‘지난 번처럼 주축 자원을 방출하지 않았어...!’ [살로몬 런던]

‘오히려 선수 영입에 더 매진하고 있지...!’ [디안드루 예들린]

‘마이크 애슬리가 미친 것 같아!’ [크리스티안 아추]

그렇다는 건, 이제 앞으로 더 경쟁이 치열해질 거란 소리였다.

그러니 지금처럼 열띤 훈련만이 답이었다.

더욱 두터워진 스쿼드 댑스 안에서도 선발로 뛰려면!

“짜식들.”

터치라인 바깥을 기준 삼아 러닝에 임하던 인구는 피식하니 웃음을 흘렸다.

이제는 자신이 직접 코칭하지 않아도 저들은 알아서 단합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었다.

‘확실히 실력이 늘긴 했어.’

디안드루 예들린만 하더라도 원래는 경기당 크로스 성공 빈도가 1개 또는 2개일 만큼 낮은 녀석이었다.

‘대신 공을 몰고 언더래핑으로 파고드는 걸 좋아라 하지.’

여기에 전 시즌보다 훨씬 나아진 크로스까지 장착하면서 예들린의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지독한 왼발 편향인 크리스티안 아추는 오른발을 어느 정도 사용하게 되었고 말이야.’

그뿐만 아니라 뉴캐슬에 흔치 않은 드리블러로서 좌측 라인을 흔들 수 있는 유형의 윙어였다.

‘살로몬 저놈은 올리비애 지루를 롤모델로 삼아서인지 확실히 플레이스타일이 닮아가네.’

올리비애 지루는 아스널에서 첼시로 이적한 프랑스 국적의 스트라이커였다.

장신의 정통 타겟형 스트라이커로 제공권과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공격수.

그리고 인구는 진즉에 런던에게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넌 키도 크고, 애초에 제공권 능력도 출중하니까, 올리비애 지루처럼 플레이해야 오래 살아남을 것 같아.]

단순 제시안일 뿐이었다. 하지만 런던은 그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곤 벌써 반 시즌 넘게 지루처럼 플레이하는 데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 덕에..., 진짜로 지루같아졌어.’

완벽할 수는 없지만, 경기 중 몇 차례 런던은 지루처럼 포스트 플레이에 임하고 또 지루를 연상케 하는 헤더 경합을 뽐냈다.

“허, 참.”

문득 인구는 황당한 웃음을 머금었다.

“우어어!”

다다닷!

지금도 런던은 지루처럼 뛰어들어가 헤더를 구사했다.

웃긴 건 뛰는 폼까지 지루라는 거다.

철렁!

골이 물결친 뒤에는,

타닷! 타닷! 타다앗-!

“예에에! 내가 지루다아!”

전갈킥 세레머니까지 뽐냈다.

*       *       *

끼이이익-!

훈련이 끝난 뒤 인구는 늘 그래왔듯 자전거를 출퇴근 차량 삼아 집에 도착했다.

도로 한복판에 자리한 주택이지만 주변에 지나다니는 차는 없었다.

‘사람도 없어.’

근처에 편의시설도 존재치 않는 만큼 새가 짹짹거리는 소리만 아주 잘 들리는 조용한 동네.

‘조금, 심심하네.’

주변이 조용해도 평소 인구는 현관문 앞에 발을 들이면 어느 때보다 흥이 나곤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세나가 간만에 휴가를 낸 가은이와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떠났으니까.

‘나만 빼놓고...’

이럴 땐 조금 후회스러웠다. 일전에 인구는 가은이에게 말한 바 있었다.

[너랑 나랑은 그때 이후로 확실히 끝났어. 그러니까, 선은 넘지 말자. 네가 세나 돌보면 내가 빠질게. 단, 네가 없으면 내가 세나를 돌보고. 이런 식으로만 유지를 하자고. 아아, 특별한 경우는 제외. 뭐, 유아 학교 학부모 참여가 필요하다거나 할 때?]

그때부터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함께 외출하는 경우가 없었다.

교대 근무마냥 세나를 각자 보살펴왔을 뿐.

인구로선 또 그게 맞다고 보았다.

물론 이렇게 1박 2일, 2박 3일 세나를 보지 못할 때면 당장이라도 그때 그 말을 무르고 싶었지만.

끼이이익.

그렇게 벌써부터 울적해진 얼굴로 문을 열었다.

역시나, 거실 안은 어둡고도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원래라면 환한 거실 속에서 세나가 해맑게 맞아줬어야 했는데 말이다.

[아빠 와써어?]

라는 애교 섞인 말과 함께.

이어 촵! 순두부같은 볼을 찰떡처럼 제 다리에 붙이곤 했었다.

“흐헣...”

세나 생각이 자꾸 떠오르자 인구는 빙구 같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겨우 1박 2일일 뿐인데, 이리도 그립다니!

이건 심각한 중독 증세가 아닐까 싶었다.

‘아직도 세나가 돌아오려면 6시간이나 넘게 남았어...!’

그동안 자신은 메말라 죽을지도 몰랐다.

그러다 문득..., 세나에게 미안한 감정이 일었다.

‘최대한 부모로서 노력을 한다고는 하는데...,’

결국은 반쪽짜리가 아닐까 싶었다.

일단 가은이와의 관계부터가 진즉에 끝난 터라, 어쩌면 세나가 결핍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란 불안감이 들었다.

‘온전한 가정은 아니니까.’

그래서 인구는 더욱 더 세나에게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쏟아내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

아마도 그건 가은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곤 해도..., ’

부족하지 않을까?

내가 너무 이기적인가?

딸을 위해서라도..., 다시 합친 척 연기라도 해?

라는 여러 가지 생각이 때때로 인구의 마음을 쓰라리게 만들곤 했다.

참으로 낯선 감정이 아닐 수 없었다.

‘내 평생 누구를 걱정하고 위한 적이 없었는데...’

가은이와 사귈 때도 항상 1순위는 자신이던 인구였다.

곧 그는 멋쩍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하, 하하. 이게 딸바보라는 건가.”

그렇게 막 한 걸음 더 거실에 발을 디딜 때였다.

“추~ 카합니다~ 추~ 카합니다아~!”

갑자기, 청아하고도 맑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

인구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깜깜한 방에서부터 노란 촛불이 일렁이는 케이크를 양손에 쥔, 새하얀 천사가 천천히 걸어 나온 것이다.

“아빠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추카합니다아아~”

아이는 해맑은 미소로 노래를 불러주었다.

인구의 눈시울은 금방 붉어졌다.

“너, 너...!”

어느덧 눈앞에, 꼬칼콘 모자를 쓴 자그마한 천사가 배시시 웃고 있잖은가.

뒤쪽엔 가은이가 미끈한 미소를 띤 채 다소곳이 서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감동에 겨운 아빠를 앞에 세워두고서,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 천사 세나는 케이크를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마인쿠우우! 프리미어리그 진출 추카해에에! 후우우!”

아니, 세나야. 촛불은 왜 네가 부는 거야?

아빠가 부는 거 아니야?

의문은 뒤로 퍼뜩 제쳐뒀다.

“아빠아아!”

와락-!

케이크를 바닥에 덩그러니 내려둔 세나가 그새 뛰어와 와락 안겼으니까.

자연스레 인구는 무릎을 꿇고서 딸을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이어 세나는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보고 시퍼쒀! 하루가 1년처럼 느껴졋다구...!”

이래서 딸이 좋다고 하는 건가?

*       *       *

미노 라이훌라는 자신의 집무실 사무 책상 앞에 앉아 서류 작성에 한창이었다.

다름 아닌 선수 이적 제안서.

그때였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

자신의 에이전시 소속이자 오랜 친우이기도 한 에이전트, 빌 헴스가 물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담배를 꼬나물고 있었다.

갈색 머리칼을 반듯하게 넘긴 헴스를 힐끗거린 라이훌라는 의아한 듯 물었다.

“뭐가 말인가?”

“왜, 뉴캐슬을 위해 이렇게 선수를 투자하냐는 거네.”

그랬다.

지금 라이훌라는 벌써 두 명의 유망한 고객을 뉴캐슬에 이적시켰다.

그들만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몇몇 선수를 추려내 뉴캐슬로의 이적을 추진 중이었고 말이다.

이에 대해 라이훌라는 잠깐 고민에 찬 표정을 짓더니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광맥이니까.”

“광...,맥?”

“그래, 광맥.”

빌 헴스는 이해 가지 않는 눈길로 반문했다.

“뉴캐슬이 광맥이라는 건가? 그 빌어먹을 짠돌이 구단주가 있는?”

라이훌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뉴캐슬이 아니네. 인쿠가 광맥이라는 거지.”

“고작 선수 하나가 광맥이라니. 세상 오래 살다 보니 자네도 그런 농담을 다 하는군.”

빌 헴스는 황당한 웃음을 머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라이훌라는 참으로 냉철하기 그지없는 에이전트였다.

‘겉으론 클라이언트에게(고객) 온화한 척, 세상 천사인 척 굴지만...,’

실상은 매분 매초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잖은가.

이 고객이 자신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또 어찌해야 선수 가치를 뻥튀기시킬 수 있는지 말이다.

‘그런데 광맥이라니.’

인쿠가 최근 이슈인 선수인 건 그도 알고 있었다.

‘한 시즌에 70골을 기록한 괴물 골잡이인 것도 안다만...’

프리미어리그나 유럽 5대 리그 내에서의 기록이라면 그 또한 광맥은 아니더라도 진정 월드클래스라곤 인정할 터였다.

하지만 인구가 기록한 성적은 챔피언십 한정.

‘아직은, 확실하게 검증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컵 대회에서 프리미어리그 팀을 상대로 선전했대도 적어도 한 시즌 이상은 지켜보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검증의 무대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라이훌라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음 띤 미소 그대로 서류 작성에 임하며 말했다.

“때로는 구단이 아닌, 선수가 선수의 가치를 끌어올리기도 한다네. 그게 바로 인쿠고 말이야.”

라이훌라는 덧붙였다.

“또 뉴캐슬은 이제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했어. 그 팀의 스쿼드 댑스는 얇고도 얇지. 그러니 실력은 있되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내 유망한 고객에게 있어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을 갖춘 구단도 없단 말일세.”

“허허, 그런가.”

빌 헴스는 대충 납득이 되었다.

‘아무쪼록 고객의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소리로군.’

그 목적에 있어 뉴캐슬이 가장 이상적인 구단이고 말이다.

‘마치 조르제 맨데스가 울버햄튼에 제 고객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처럼.’

조르제 맨데스는 미노 라이훌라와 함께 에이전트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슈퍼 에이전트였다.

그리고 맨데스는 이미 일찍이 한 개 구단(울버햄튼)을 활용해 고객들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중이었고 말이다.

‘하긴, 세계 최고라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선수의 주목도가 올라가니까.’

곧 헴스는 소파 등받이에 느슨하게 등을 기대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래서, 이번에 뉴캐슬에 제안할 선수는 누군가?”

그 물음에 라이훌라는 한 치 망설임 없이 답했다.

“레프트백. 캐나다 국적의 알폰스 데이비스.”

< 095. 늑대가 되기로 했다 (13)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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