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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7. 늑대가 되기로 했다 (15)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97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15)
프리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뉴캐슬의 홈구장,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만석을 이뤘다.
해설진은 들뜬 얼굴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EPL로 복귀한 뉴캐슬인 만큼, 프리시즌 기간에 상대하는 팀의 수준도 전년도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뉴캐슬의 프리시즌 상대는 같은 리그 수준의 팀, 또는 그보다 아래인 하위 리그 수준 팀과의 테스트가 다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그 수준과 명성이 확연히 달라졌다.
[첫 프리시즌 상대부터가 독일 분데스리가의 최상위 팀이죠!]
[아아! 맞습니다! 도르트문트! 굉장한 강팀입니다! 분데스리가 1강이라 불리는 바이에른 뮌헨의 유일한 대항마가 아닙니까?]
도르트문트가 뉴캐슬의 친선 제안에 응한 건, 어느 정도의 행운이 작용해서였다.
애초에 도르트문트는 영국행에 올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었으니까.
그전에 예열 차원에서 뉴캐슬과의 추가 경기를 잡았던 거고 말이다.
[먼저 도르트문트의 라인업입니다!]
원정 팀 도르트문트는 4-2-3-1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공격수는 파쿠 알카세르!]
[2선은 토르간 아자르, 마르코 루이스, 재이든 산초!]
[투 볼란테는 악셀 비챌, 율리한 바이글!]
포백은 하파엘 게레이루, 마츠 훔맬스, 마누엘 아킨쥐, 아쉬라프 아키미.
[골키퍼 장갑은 로만 뷔허키가 착용했습니다!]
라인업만 보더라도 뉴캐슬과는 확연한 레벨 차이가 났다.
선발 멤버 대부분이 국가대표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이었으니까. 그것도 포르투갈, 독일, 벨기에 같은 축구 강대국인!
[이어서 홈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라인업입니다!]
뉴캐슬은 오늘 경기에서 4-4-2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투톱으로 인쿠 마! 살로몬 런던!]
좌우 윙어엔 크리스티안 아추, 제이코 머피.
중앙 투 볼란테는 존조 셀비, 오를레앙 추아매니.
[포백은 알폰스 데이비스, 자말 라셀스, 아미르 라흐마뉘, 디안드루 예들린.]
골키퍼 장갑은 마르틴 두브라파카가 착용했다.
새로운 이적생 세 명이 모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툰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이적생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은근한 기대를 보이고 있었다.
* * *
도르트문트의 레프트백, 하파엘 게레이루는 피식하니 비웃음을 흘렸다.
그의 국적은 포르투갈 이었지만 어느 정도의 영어는 알고 있었다.
그렇듯 그 귓가론 경기 시작 전부터 열띤 툰들의 응원가가 쏙쏙 박혀들었다.
[뉴캐슬 어폰타인에 축구 클럽은 오직 하나! 뉴캐슬 유나이티드지!
우리는 잉글랜드 최고의 클럽 중 하나라네!
우리는 늘 승리를 원해~!
우리는 강하지!
우린 적들에게 자비가 없지!]
프리시즌임에도 불구하고 툰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상기되어 있었다.
반면에 하파엘 게레이루는 이 경기 자체를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었다.
본 경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전이었으니까.
‘진짜, 그럴 생각이었는데.’
힐끗 본 뉴캐슬 선수조차 마치 결승전을 앞둔 사람마냥 세상 진지하기 그지없는 얼굴들이다.
히죽.
그새 하파엘의 입꼬리는 악랄하게 끌어 올라갔다.
‘이런 건 밟아줘야 제맛이지.’
* * *
하파엘 게레이루는 도르트문트의 핵심 레프트백이자 포르투갈에서도 부동 그 자체였다.
그리고 오늘 뉴캐슬과의 경기에서도 그는 자신의 장기를 어김없이 발휘했다.
투욱-!
[오오! 게레이루!]
해설진이 외쳤다.
좌측 사이드.
공을 받은 게레이루가 간결한 아웃사이드 터치만으로 막 오른발을 내지른 뉴캐슬의 윙어, 머피의 태클을 피했으니까.
투웅-!
그걸로 끝이었다.
“엇...!?”
머피는 자신의 좌측면으로 눈 깜짝할 사이 파고든 게레이루의 옷깃이라도 붙잡고자 손을 뻗었지만 늦었다.
[단번에 돌파하는 게레이루우!]
채 몇 초가 되지 않아 좌측 끝짜락까지 쇄도한 게레이루는 왼발 정교한 러닝 크로스를 구사했다.
타앙-!
뉴캐슬의 페널티 아크 중앙, 자말 라셀스의 뒤쪽으로 파쿠 알카세르가 파고든 것도 바로 그때였다.
처억-!
파쿠는 라셀스의 배후를 반 걸음 지나친 뒤에는 왼발을 힘껏 뻗었다.
때마침 그 발 아래 지점으로 게레이루의 낮은 크로스가 뚝 떨어져왔으니까.
오옷...!
아, 아앗...!
원정길에 오른 소수의 도르트문트 서포터즈가 기대에 찬 탄성을 터뜨린 반면, 툰들은 머리를 감싸며 초조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뉴캐슬의 새로운 이적생 아미르 라흐마뉘가 두 사람 틈으로 끼어들어 긴 학다리를 뻗었다.
츠윽-!
[오! 라흐마뉘의 오른발끝을 맞고 바깥으로 굴절된 고옹...!]
한 걸음 앞서 걷어낸 공에 파쿠 알카세르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오옷-!
초조한 표정을 짓던 툰들은 잠시나마 안도했다.
하지만 금세 그 표정은 침울해졌다.
하필 우측 바깥으로 굴절된 공이 막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침투한 재이든 산초의 오른발에 걸렸으니까.
타앙!
철렁~
[고오오오오오오올! 신성 재이든 산초오오오! 오오옷 도르트문트으으으!]
[전반전 4분 만에 이른 선취 골을 만들어냅니다아아!]
* * *
전반전 15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알폰스 데이비스는 이른 실점을 허용했다는데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거기다,
‘확실히 템포가 빨라...!’
상대 팀의 레벨은 캐나다에서 붙어온 이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나름 억울한 부분도 있었다.
‘팀에 합류한지 이제 4일 밖에 안 됐는데...’
동료들과 제대로 발을 맞춰보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일까.
다다닥-!
투웅-!
알폰스가 공을 받고자 좌측 사이드에서 뛰쳐나간 그 순간,
툭-!
존조 셀비가 도르트문트의 미드필더 악셀 비챌에게 공을 강탈당했다.
타앙_!
비챌은 여지없이 알폰스가 뛰어나간 바람에 텅텅 빈 사이드 공간으로 땅볼 패스를 찔렀다.
“이런...!”
알폰스는 이를 아득 악물었다.
그새 제 뒤쪽으로 재이든 산초가 동료의 패스를 받아 느긋한 걸음으로 공을 툭툭 쳐 언더래핑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다.
뒤늦게 자말 라셀스가 상대 공격 지연 차 압박해 들었고 말이다.
투웃-!
자말이 발을 동동 구르다 한 걸음 차까지 접근했을 때 산초는 오른 발 인사이드로 공을 굴리는 척, 아웃사이드로 혼란을 줬다.
그리고 자말은 그걸로 끝났다.
한 번의 페인팅으로 비틀댄 찰나, 산초가 이를 놓치지 않고 무게가 빠진 공간으로 파고들었으니까.
타앙-!
슈팅 찬스가 나오자 아낌없이 중거리 슈팅을 구사했고 말이다.
고작 1분 뒤에도 공격의 주도권은 도르트문트가 쥐었다.
툭, 탓-!
[오오! 재이든 산초! 산초가! 중앙 깊숙이 올라온 마르코 루이스에게...!]
타앙-!
[루이스! 좌측 사이드로 멀찍이 공을 보냅니다!]
타앙-!
[오오옷! 게레이루! 다시 한 번 문전으로 크로스으으...!]
타앙-!
[악셀 비채에엘! 기습적인 다이빙 헤더로 뉴캐슬의 간담을 서늘케 만듭니다!]
[아쉽게도 슈팅은 크로스바 위로 벗어났어요!]
알폰스 데이비스의 스트레스는 점차 가중되었다.
‘내려 앉아서 수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나?’
경기 전 라파엘 배니테즈 감독은 제게 지침했다.
캐나다 리그에서 그래왔듯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달라고.
하지만 지금 전개를 보았을 때 라인을 높게 점거하면 할수록 도르트문트에게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제공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거기다 일단 동료와 손발을 맞춘 적도 얼마 되지 않아 계속해서 호흡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 * *
센터백인 아미르 라흐마뉘도 자말 라셀스와 약간의 불균형이 일었다.
오를레앙 추아매니 또한 존조 셀비와 원 투 패스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호흡이 맞지 않아 역으로 상대가 그들의 패스 코스로 뛰어들어 공을 강탈하기 일쑤.
전반전 20분이 흘렀을 때, 도르트문트의 레프트백, 하파엘 게레이루는 황당한 웃음을 머금었다.
“이것들 손발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데?”
그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센터백 마누엘 아킨쥐가 퉤~ 하고 침을 뱉으며 거들었다.
“우리가 너무 몰아치니까 더 그런 거지.”
그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여유가 깃들었다.
공격에 공격을 퍼부으니 만큼 뉴캐슬의 최전방 공격진은 거의 걷다시피 하는 중이었으니까.
“인쿠.”
게레이루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서 도르트문트의 센터백 사이에 껴있는 녀석을 보았다.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덩치 큰 동양인.
솔직히 게레이루는 저 녀석 만큼은 바짝 견제하던 중이었다.
‘리그에서만 70골을 때려박은 괴물이잖아.’
암만 리그 수준이 낮다 할지라도 득점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심 기대도 되었고 말이다.
하지만 전반전 20분이 흐른 지금. 게레이루는 이내 피식하니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맥이 빠지네, 맥이 빠져.’
20분 동안 저 녀석이 한 거라곤 두 차례 백패스를 구사한 게 다였으니까.
* * *
전반전 23분이 흘렀을 때, 알폰스 데이비스는 스스로 판단한 끝에 내려앉았다.
‘더는 위험해!’
자신이 올라감으로서 사이드 뒷공간에 구멍이 발생하는 만큼, 차라리 내려앉아 온전히 수비에 치중할 생각이었던 거다.
그러나 그건 아주 잠깐에 지나지 않았다.
“뭐하냐?”
“...네?”
살로몬 런던이 고공 경합에서 잠깐 상대 수비수와 충돌하여 경기가 지연 됐다.
그때, 인구가 터덜터덜 다가와 물었다.
알폰스는 두 눈을 끔뻑거리며 생각했다.
‘뭐하냐니?’
그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양 인구는 검지 끝으로 상대 진영 사이드를 가리켰다.
“올라가야지.”
“하지만 제가 공격적으로 움직이면 뒤가...!”
“어차피 친선전이잖아.”
“그렇긴 해도...,”
연습도 실전처럼, 이라는 말이 목 끝까지 나올 뻔하다 쏙 들어갔다.
“왜, 욕 먹을까봐 겁나? 상대가 계속 네 뒤를 노리니까?”
“그건...,”
사실이었다.
실점을 해도 하필 자신이 높게 라인을 점할 때마다 도르트문트는 계속 제 배후를 노리고 들잖나.
어린 알폰스는 툰들에게 첫경기부터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친선전이라도 지고 싶지 않았고 말이다.
‘거기다 누가봐도 지금은 내 포지션이 약점이...!’
채 생각을 잇지 못했다.
“걱정하지 마. 대충 몇 번 부딪쳐보니 알 것 같으니까. 거기다 이 형이 필드에서 짱구도 좀 잘 굴리는 편이거든.”
“짱구, 요?”
인구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도 이해했을 거야. 저기 보라고.”
인구가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향해 눈짓했다.
시선을 따라가자 알폰스의 두 눈엔 보였다.
센터백과 미드필더를 불러들인 라파엘 배니테즈가 손짓 발 짓 해가며 새로운 지침을 하달하는 것을.
인구는 덧붙였다.
“원래 프리시즌이 손발 맞추라고 있는 거 아니냐?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마. 누구도 널 비난하지 않아.”
“...그래도,”
“넌 네가 잘하는 것만 하면 돼. 그래서 뉴캐슬에 온 거잖아.”
“...”
이 순간, 왜인지 알폰스는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졌다. 거친 리그에서 누구도 이리 차분하게, 또 여유롭게 조언을 건넨 이는 없었으니까.
고작 한 걸음 차에서 마주한 눈앞의 인구는 세상 커 보였고, 또 듬직해 보였다.
상황 자체가 열악했지만 서도 그 말 몇 마디에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요상한 기분까지 맛보았다.
‘내가 왜...?’
곧 인구는 커다란 손을 뻗어 알폰스의 머리칼을 가볍게 헝클어뜨렸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공격만 하라고.”
반론의 제기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마침 런던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주심은 경기를 재개시켰으니까.
* * *
전반전 26분.
고작 3분이라는 시간이 더 지났을 뿐이었다.
투웅, 투우웅- 투우우웅!
알폰스 데이비스는 경기 시작 약 26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장기라 할 수 있는 폭발적인 오버래핑을 뽐냈다.
공을 몰고 가는 내내 그는 진기한 기분을 맛봤다.
‘이게 뭔...,’
불과 몇 분 전엔 높이 라인을 점하기만 해도 상대가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언제든 자신의 열린 뒷공간으로 튀어나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젠 아니었다.
‘수비 라인이 갖춰졌어...!’
마치 공격만 하라는 것처럼 자신이 빠진 사이드로 자말 라셀스가 커버플레이를 임했다.
존조 셀비가 자말의 빈자리로 내려앉았고 말이다.
반대로 정면, 우측, 그리고 하프 사이로는 인구, 런던, 아추, 머피 등이 50m 경주하듯 적진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공을 소유한 시점부터!
오버래핑 과정에서 상대 압박이 눈에 띄게 줄어든 원인도 동료들이 지금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카운터 어택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마치..., 나한테 맞춘 것마냥 기다렸다는 듯이...!'
3분 전에는 이런 일사천리의 역습 플레이는 꿈도 꾸지 못했었다.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처억-!
막 페널티 아크에 발을 들인 인구가 달리는 도중에 검지 끝으로 도르트문트의 페널티 스퍼트 중앙을 가리켰으니까.
‘저기로!’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손동작이었다.
타아앙-!
알폰스로선 고민할 필요도 없이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 좌측 하프에 도달하자마자 왼발 낮은 크로스를 구사했다.
투웅_!
인구가 점프 발판에 발을 디딘 것마냥 갑자기 활어처럼 튀어 올라 왼발을 무릎 높이로 내지른 것도 그때였다.
타앗-!
철렁!
< 097. 늑대가 되기로 했다 (1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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