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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8. 늑대가 되기로 했다 (16)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98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16)
내지른 발끝에, 무릎 높이로 낙하한 공이 정확히 걸렸다.
도르트문트의 골키퍼 로만 뷔허키는 한 걸음 뛰쳐나왔다가 말고 좌측으로 펄떡이며 몸을 던졌다.
인구의 발등을 맞고 굴절된 공이 우측 포스트 구석으로 크게 방향을 꺾었으니까.
하지만 내지른 손끝과 공의 거리는 약 손바닥 두 뺨 차...!
철렁~!
[고오오오올-! 인쿠 마아아아!]
해설진이 외쳤고 툰들이 단체로 기립해 환호성을 내질렀다.
전반전 28분 만에 터진 동점 골에 동료들은 앞뒤에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인쿠우우우우!”
“횽! 방금 애디손 카바니인 줄 알았어!”
“애디손 카비니가 뭐야? 인쿠지는 인쿠지!”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다이빙을 방불 케하는 슈팅 후 미끄러지듯 주저앉은 그대로 감탄을 터뜨렸다.
“와.”
스스로의 득점에 감탄한 게 아니었다.
스윽.
동료의 열띤 축하에 몸뚱이가 앞뒤 좌우로 흔들리는 와중에도 그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
좌측 에어리어 하프에서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알폰스 데이비스가 연신 예스! 예스! 라 외치며 기뻐하고 있는 것을.
인구의 입꼬리는 슬며시 끌어 올라갔다.
“이 새끼 이거?”
방금 전 하프라인과 사이드 라인이 맞닿는 지점에서부터 공을 몰고 출발한 알폰스는 진정 스포츠카 같았다.
‘존나 빠르잖아?’
인구는 알폰스의 속도에 가까스로 침투 타이밍을 맞춰 달렸었다.
주변 동료들에게도 특유의 손동작으로 지시하며 카운터 어택을 가동했고 말이다.
‘그 덕에 알폰스, 저녀석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줄긴 했다만.’
그게 아니었어도, 저 속도라면 충분히 혼자서 단독 돌파가 가능해 보였다.
‘음바패 보는 줄 알았다, 이놈의 새끼야.’
경기 초반엔 고전을 면치 못한 알폰스였다.
그가 라인을 높이 점하면서 그 좌측 사이드 배후로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쉼 없이 달려들었으니까.
‘마치 불나방처럼.’
하지만 인구는 실점 이후 내려앉으려는 알폰스를 막아 세웠다.
궁금했으니까.
‘네 장기가 말이야.’
또 앞서 알폰스에게 말한 것처럼 프리시즌 기간에 패하는 건 전혀 두렵지 않았다.
‘프리시즌은 말 그대로 연습 경기잖아.’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끌어올리며, 또 유망주를 기용하여 새로운 미래를 발굴해 내는...!
라파엘 감독부터가 그런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또 한 가지.
‘네 잘못이 아니야.’
알폰스의 배후가 거듭 뚫린 건 팀적으로 정비가 되지 않은 원인이 컸다.
그래서 전반전 20분이 넘어가는 동안 인구는 도르트문트의 플레이를 쭉 분석했고, 나름의 보완책을 실시간으로 선수단에 입혔다.
‘간단한 문제였어.’
일부 센터백과 미드필더를 아예 내려 앉혀서 플레이시키면 될 일이었다.
‘알폰스는 거의 윙어처럼 뛰니까. 비교적 발이 느린 자말이 애초에 수비 위치에서 상황에 따라 그 자리를 커버플레이 하게끔 하면 됐어.’
도르트문트의 매서운 역습에 자말 라셀스가 뚫릴 것을 대비하여 미드필더까지 중앙 아래로 내려 앉혀 2차 커버에 임하고 말이다.
이런 지시를 인구는 경기 중에 수신호로 전달했다.
‘라파엘 감독님도 동의했다.’
더 나아가 그는 수비수 및 미드필더를 불러 세부 플랜까지 조정해주었다.
무엇보다...,
‘진짜 궁금했거든.’
일전에 에이전트 미노 라이훌라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축구는 결국 11 vs 11의 싸움. 혼자서 팀을 이끌어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는 스포츠지요. 그러니 앞서 언급한 선수들을 뉴캐슬에 이적시키고자 한 겁니다.]
그 중 라이훌라는 알폰스 데이비스를 향해 이런 평가를 했다.
[발이 굉장히 빠른 데다, 크로스 능력이 출중합니다. 낮은 크로스, 러닝 크로스, 컷백 크로스...,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친구죠. 즉, 인쿠. 당신은 더는 내려앉을 필요가 없습니다.]
챔피언십에서 인구가 자주 내려앉아 플레이를 펼친 이유는..., 공격수에게 양질의 패스 및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상대의 공격만 막기에 급급했을 만큼 빌드업적으로 부족함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인구는 단 한 번의 크로스만으로 확실히 체감했다.
크로스 타이밍, 세기부터가 여태 받아온 것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정교하잖나!
‘저놈 저거 물건이네.’
저벅, 저벅, 저벅!
어느덧 인구는 껴안는 동료들을 일일이 떨쳐내 한껏 상기된 표정의 알폰스를 향해 걸어갔다.
“너 인마.”
“네, 네?”
한 걸음 앞에서 멈춰선 인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알폰스를 향해 대뜸 와락 끌어안았다.
“존나 잘했다!”
얼떨떨한 알폰스를 향해 인구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덧붙였다.
“오늘 경기 끝나고 우리 집에 놀러 올래? 딸이 좋아할 것 같은데.”
* * *
경기 초반.
뉴캐슬은 새로운 이적생과 기존 선수들 간에 호흡이 맞지 않아 패스 미스가 잦긴 했었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 그러한 실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신 툰들은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이번 이적..., 성공적인데?”
“대박이야!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이렇게 잘해주고 있다니...!”
“와. 라흐마뉘. 저 녀석 뭐야? 뭐 이렇게 잘 막는 거야?”
한 팬의 말처럼 뉴캐슬의 새로운 이적생 아미르 라흐마뉘는 후반전 들어 도르트문트의 역습을 곧잘 차단해냈다.
지금 또한 그는 번뜩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투웅-!
[마츠 훔맬스의 길게 찌른 고오옹!]
도르트문트의 디펜시브 라인에서부터 날아든 공에 뉴캐슬 선수들이 급히 뒷걸음질쳤다.
반대로 도르트문트의 공격수, 토르간 아자르, 마르코 루이스, 재이든 산초, 파쿠 알카세르는 엄청난 속도로 그새 뉴캐슬의 배후를 뚫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mierda!(똥같은!)
제일 먼저 뉴캐슬의 센터백 라인을 뚫어낸 파쿠 알카세르가 자국 욕을 터뜨리며 속도를 죽였다.
그도 그럴 게,
투욱-!
눈 깜짝할 사이 달려든 라흐마늬가 헤더로 날아온 공을 걷어낸 것이다.
단순 걷어낸 정도가 아니었다.
“빼엑! 빼에에엑!”
도르트문트 테크니컬 에어리어 서 있던 감독이 버럭 소리쳤다.
그 말에 따라 올라갔던 도르트문트 공격수들이 이를 악물며 다시 수비 지역으로 내달렸다.
라흐마늬가 헤더로 걷어낸 공이 하프라인에서 등지고 있던 추아매니의 발아래 뚝 떨어졌으니까.
타앙-!
추아매니는 터닝 동작과 함께 문전으로 롱볼을 때렸고 말이다.
후반전 22분.
툭-!
[자말 라셀스가 라흐마뉘에게!]
우측 하프에 위치한 라흐마뉘는 공을 받자마자 천천히 공을 툭툭 전진시켜 올라가더니...,
뻐엉-!
기습적인 로빙패스를 차올렸다.
퍼억-!
도르트문트 진영, 인구가 센터백 마누엘 아킨쥐를 어깨 푸싱으로 밀어내고 라인 브레이킹에 성공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툭-!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한 공은 정확히 인구가 달리는 그대로 가슴 트래핑으로 바운드를 죽여 오른발 앞에 떨궜다.
“막아아!”
도르트문트의 골키퍼, 로만 뷔허키는 골라인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다.
그 외침이 아니어도 이미 베테랑 수비수, 마츠 훔맬스는 좌측면에서 공을 향해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필드를 쓸어낸 발끝이 공에 도달할 순간엔..., 그만 훔맬스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스윽!
인구가 달리는 그대로 오른발 스터드로 공의 윗면을 안으로 감싸듯 쓸어버린 거다.
슬로모션처럼, 훔맬스의 오른 발은 아슬아슬하게 공을 1mm 차로 스쳐 애먼 필드만 쓸어냈다.
마치 지나가는 기차처럼!
허나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인구가 공을 안으로 쓸어낸 동시에 오른발 인사이드로 툭 쳐 공을 반댓 발로 이동시켰으니까.
그리고,
타앙-!
잡을 새도 없이, 인구는 다이렉트 왼발 인스텝 킥을 때렸다.
“이 미친...!”
훔맬스의 벌어진 입에선 그만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홱!
고개는 발등을 맞고 튀어 오른 공을 따라 도르트문트의 골망을 향해 급히 돌아갔다.
촤라락-!
고개를 돌림과 거의 동시에 골키퍼, 뷔허키의 왼 옆구리를 통과한 공은 골망을 물결쳐버렸지만.
* * *
프리시즌 첫 경기가 종료되고 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첫 프리시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2 : 2 무승부!]
[새로운 이적생들의 준수한 활약...! 툰들 기대감으로 들떠!]
[인쿠! 이적생 알폰스 데이비스, 아미르 라흐마뉘의 도움으로 멀티 골 작렬해...!]
도르트문트와의 경기 전만 하더라도 이적생들에 대한 팬들의 의문은 쉬이 가시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분데스리가 강호,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하자 팬들의 반응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 일단 긍정적인 건..., 도르트문트 같은 강팀 상대로 뉴캐슬이 시시때때로 빌드업 축구를 펼쳤단 거야!
ㄴ 이 부분 나도 공감해! 챔피언십에서도 빌드업이 제대로 구사되지 않아서 인쿠가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 경기는 인쿠가 단 한 번도 내려오지를 않았잖아!
- 알폰스 데이비스. 이 녀석 진짜 기대되더라! 발 느린 폴 다밋만 보다가 이놈 보니까 무슨 혼자서만 중력을 거스르던데? :)!
- 오를레앙 추아매니도 좋았어. 두 사람에 비해 활약이 없었던 건 맞지만 도르트문트 중원 상대로 경합률이 꽤 높았다구. 뉴캐슬 소속으로 첫 경기인데도 불구하고!
물론 챔피언십 리그에서 핵심 선수 그 자체였던 아유세 페레즈의 이탈은 여전히 툰들의 고민거리로 남아 있었다.
- 아유세가 전진 패스 능력은 무지 좋았는데...,
- 도르트문트전만 보면 일단 영입생 모두 좋은 영입인 건 맞는 것 같아. 하지만 우리 팀에 플레이메이커는 필수야!
그런 팬들의 바람이 통했을까?
뉴캐슬은 도르트문트와의 경기가 있고 고작 이틀 뒤.
새로운 이적생을 발표했다.
[사우샘프턴 소속 공격형 미드필더, 소피안 부팔 영입한 뉴캐슬 유나이티드! 이적료 2100만 파운드(한화 336억)]
이적 소식은 부팔만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고작 한 시간 뒤, 부팔과 같은 모로코 출신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영입 소식이 추가로 업로드되었으니까.
[뉴캐슬 유나이티드! 클뤼프 브뤼허 소속, 수비형 미드필더! 소피안 암라바트 영입! 이적료 1700만 파운드(272억)! 계약 기간은 4년!]
뉴캐슬이 이적시장에서만 다섯 명에 달하는 선수를 영입한 건 자그마치 3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것도 다섯 명의 몸값 총액이 8000만 파운드(한화 1280억)에 달했던 적은 전무 그 자체.
뉴캐슬 역사상 역대 최고 이적료만 하더라도 지난 2005-2006시즌, 2250만 파운드를 기록한 마이클 오웬이었을 정도니까.
아직 그 기록은 깨지지 않았고 말이다.
여튼 전혀 다른 이적시장 행보를 보이는 뉴캐슬에, 툰들은 들뜰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들뜸은 아주 잠깐에 지나지 않았다.
며칠 지나지 않아 함께 승격한 애스턴 빌라가 이적시장에서만 8명을 영입하며 총액 1억 3000만(2,081억) 파운드를 지출 기록을 세웠으니까.
플레이오프 끝에 마지막으로 승격을 확정 지은 브렌트포드마저 1억 1천 파운드(1,761억)를 퍼부었고 말이다.
< 098. 늑대가 되기로 했다 (1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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