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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99화 (9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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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9. 늑대가 되기로 했다 (17)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99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17)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프리시즌은 무난하게 이루어졌다.

도르트문트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뒤, 이후 치러진 프라이부르크, 세비야를 상대로도 1승 1무를 기록한 것이다.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갓 승격한 뉴캐슬의 패배를 예상했던 만큼 툰 뿐만 아니라 이젠 상당수 전문가들도 말하고 있었다.

“뉴캐슬의 여름 이적시장은..., 지금까지만 본다면 성공적입니다.”

EPL 축구 전문가, 레온 슐츠는 백발의 노신사로 오늘 개리 리네커가 주관하는 매치 오브 더 데이에 출연해 이와 같이 말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뉴캐슬 윤이티드는 약 8천 만 파운드(한화 1,290억) 상당의 거금을 들여 여러 명의 선수를 영입했죠.”

그때, 푹신한 패널 의자에 앉은 개리 리네커가 입가에 미끈한 미소를 띠며 거들었다.

“총..., 5명을 영입했죠. 뉴캐슬 유나이티드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을 지불하고서 말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그들의 뒤쪽 대형 스크린 화면엔 뉴캐슬의 새로운 이적생들의 간단한 프로필이 떠올랐다.

나이부터 이적료, 연봉, 포지션, 선호 플레이 등.

레온 슐츠는 스크린 화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적이 확정될 당시만 하더라도 팬들은 의문을 표했습니다. 또 물었죠. 이 선수들이 대체 누구냐?”

간단한 이유였다.

오를레랑 추아매니부터 아미르 라흐마뉘, 알폰스 데이비스 등.

유럽 5대 리그 밖에서 막 주가를 올리고 있던 유망한 자원들일 뿐이었으니까.

최근에 영입한 소피안 부팔, 소피안 암라바트 또한 마찬가지.

레온 슐츠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살포시 눈살을 좁혔다.

“아아. 소피안 부팔은 일찍이 EPL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사우샘프턴에서 2시즌 동안 로테이션 멤버로서요.”

“알아보니 소피안 부팔은 과거 아프리카 대륙에서 주관하는 마르크비비앙 푀 상을 수상했을 만큼 재능 하나는 타고났더군요.‘

리네커의 부연 설명에 레온 슐츠는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팔을 비롯해 그들은 이번 프리시즌 기간에..., 짧은 시간 출전했으나 팬들의 우려를 말끔히 지워버렸죠.”

스크린 화면엔 새로운 이적생들의 짧은 활약상이 재생되었다.

오를레앙 추아매니는 전진 패스 및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를 위협.

알폰스 데이비스는 좌측면에서 속도만으로 두, 세 명의 선수를 제쳐버렸다.

센터백 아미르 라흐마뉘는 가히 고공의 제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이 날아오는 족족 뛰어드는 공격수보다 먼저 위치를 점해 헤더로 걷어냈으니까.

그 뒤에 영입된 소피안 부팔은 아유세 페레즈를 떠올리게 하는 빠른 발과 테크닉으로 저돌적인 돌파를 여럿 보였다.

같은 모로코 출신의 신성, 소피안 암라바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포백 앞을 보호해 사전 상대의 패스 줄기를 거듭 잘라냈다.

이어서 스크린 속 화면은 새로운 이적생이 아닌,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채 포효하고 있는 한 선수로 전환되었다.

바로 득점에 성공한 마 인구.

레온 슐츠는 기다렸다는 듯이 찬사를 건넸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뉴캐슬의 이적시장은 지금 당장만 놓고 보면 성공적, 그 자체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인쿠 마죠.”

개리 리네커는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웃음 띤 미소 그대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습니까?’”

“그럼요. 인쿠는 챔피언십 리그에서만 70골을 때려 박은 괴물 스트라이커입니다. 그의 장점은 득점에만 국한되지 않죠.”

슐츠는 마치 우상을 언급하는 것마냥 설렘을 머금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필드 전 지역에서 뛸 수 있을 만큼 모든 스탯이 고르게도 아닌, 높게 분포된 케이스라고.

그리고 오히려 후반기 들어선 득점보단 어시스트 및 서드 어시스트의 비율이 늘어났다고 말이다.

“때때로 저는 그가 수비수인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의구심이 들 정도로 내려앉더군요.”

그 이유야 뻔했다.

이번엔 개리 리네커가 예리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유추했다.

“한 골을 넣으면 금세 실점을 하기 때문 아닙니까?”

“맞습니다. 바로 그거에요. 지난 시즌 뉴캐슬은 선취 골, 결승 골을 지킬 만한 수비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또 미드필더에서의 빌드업 능력도..., 챔피언십 내에서 하위권 수준이었죠.”

그러나 슐츠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 프리시즌에서 보여준 인쿠는..., 달랐습니다. 굳이 내려앉을 필요가 없었죠.”

그 이유 역시 간단했다.

새로운 이적생들이 합류하면서, 뉴캐슬은 부족한 수비력을 보완했고 빌드업마저 장착해버렸으니까.

개리 리네커는 황당한 웃음을 머금었다.

“동감합니다. 마치 미노 라이훌라가 처방전을 내린 것 같다랄까요? 기침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기침 감기약을 내린 것처럼 말입니다.”

이미 여론 및 언론은 미노 라이훌라와 뉴캐슬의 관계에 대해 수차례 언급하는 중이었다.

한 시즌, 그것도 여름 이적시장서만 5명의 라이훌라의 고객이 한 팀으로 이적하지 않았던가.

그것도 뉴캐슬의 아픈 포지션만을 보강하는 식으로!

“과거 울버햄튼과 조르제 맨데스와의 서사처럼 말이죠.”

리네커는 돌연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슐츠. 아직 시즌은 치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고작 친선전 몇 경기를 소화했을 뿐인 만큼..., 지금의 평가는 너무 이른 거 아닐까요?”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리네커는 덧붙였다.

“프리시즌 기간에 확실한 강팀을 상대로 뉴캐슬이 잘해주었음은 분명합니다. 도르트문트, 프라이부르크, 세비야를 상대로 1승 2무라는 건..., 대단한 성적이죠. 하지만...,”

말끝을 늘어뜨린 그는 미간을 좁혔다.

“프리시즌은 말 그대로 전술 테스트 및 선수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일환. 더 나아가 그들은 원정길에 오른 상태였습니다.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단 소리죠.”

인구에 관해서도 덧붙였다.

“그가 골 냄새를 잘 맡는 스트라이커라는 건 알겠습니다. 수비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과, 확실히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도요.”

말을 하다 말고 리네커는 어깨를 으쓱이며 반문했다.

“허나 그 역시 아직 판단하기엔 이른 거 아닙니까? 챔피언십 리그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할지라도..., 1부 리그에선 이제 막 보여줘야 할 시점에 도래했을 뿐이니까.”

이는 챔피언십에서 승승장구하다 EPL로 건너와 망한 케이스가 한 둘이 아닌 원인이 컸다.

잉글랜드 2부 리그에서 리오넬 매시, 로날두라 불리던 이들도 EPL에선 소위 죽을 쒀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그러나 슐츠는 표정 변화조차 없었다.

오히려 어딘가 심취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감히 말하건대..., 저는 인쿠 마가 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       *       *

뉴캐슬이 8천만 파운드(1,290억)라는 거금을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화젯거리는 되지 못했다.

함께 승격한 팀들이 더 많은 금액을 지출했을 뿐만 아니라 연일 타 팀들의 빅뉴스가 터졌으니까.

[애스턴 빌라! 센터백 타이론 밍스 또 영입! 이적료 2000만 파운드(한화 322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랙시스 산체스, 로맬루 루카쿠 내보내고 신성, 다니엘 재임스 영입! 이적료 1500만 파운드(한화 241억)!

[세바스티앙 할레! 웨스트햄으로 이적! 이적료 4000만 파운드(한화 645억)!]

그리고 빅클럽은 이적료의 수준부터가 달랐다.

[첼시! 레알 마드리드 소속 미드필더 마태오 코바치치 영입! 이적료 3800만 파운드(한화 612억)!]

[맨체스터 시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로드리 애르난데스 영입! 이적료는 6000만 파운드(한화 967억)!]

[아스널! 역대 구단 최고액인 6200만 파운드(한화 1000억)에 특급 윙어, 니쿨라 페페 데려와...!]

그렇게 시간은 더욱 흘러..., 8월.

EPL 개막전을 앞두고 각 언론매체는 예상 득점왕 순위를 발표했다.

평균적으론 이랬다.

1위. 모하매드 살라 (리버풀)

2위. 해리 캐인 (토트넘)

3위 세르히우 아구에로 (맨체스터 시티)

4위. 사디오 마네 (리버풀)

5위 피에르 오바매양 (아스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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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 마 인구 (뉴캐슬 유나이티드)

전문가 레온 슐츠의 언급과 달리 인구의 순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대부분 매체에서 인구를 8위 또는 9위로 유추한 것이다.

물론 툰들은 이마저도 기뻐했다.

- 와. 갓 승격한 인쿠가 예상 득점왕 순위 8위, 9위라니?

- 손흥빈이랑 인구가 예상 득점왕 10위 안에 있는 건 진짜..., 한국인이자 툰으로서 진짜 자랑스럽습니다! 크흣...!

- 인쿠가 타고난 골잡이이긴 하지. 내 생각엔 해리 캐인 아니면 살라가 득점왕 먹을 거 같긴 하다만 인쿠도 다크호스 역할은 톡톡히 할 듯.

한 팬은 의문을 표했다.

- 아니. 저기요? 우리 인쿠. 지난 챔피언십 리그에서 한 시즌에만 70골 때려 박았잖아요. 인쿠 정도면 충분히 epl에서도 득점왕 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70골에 절반 정도의 득점만 기록해도 epl에서 득점왕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허나 상당수 툰들은 실현이 가능성이 낫다는 의견을 보였다.

- EPL은 챔피언십 리그와는 수준 자체가 아예 다릅니다.

- EPL 소속 구단 애들 평균 몸값부터가 챔피언십과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인간계 최강이라 불리던 라다맬 팔카오 보세요.  신계라던 리오넬 매시, 로날두 시대에서 한 시즌에 36골, 34골 때려 박은 괴물도 EPL에서 개똥을 싸버림.

ㄴ 로날두도 스페인에선 40골 50골 때려 박는데 EPL에선 32골이 최대!

ㄴ 그만큼 EPL은 수준 자체도 높고, 팀 적으로도 여타 리그와 비교해 상향 평준화된 곳이죠. 그래서 많은 득점을 내기가 참 어려워요.

ㄴ 하물며 챔피언십 득점왕은..., mwahaha!

개막전을 열흘 앞두고선 예상 리그 순위가 발표되었다.

1위. 리버풀 FC

2위. 맨체스터 시티

3위. 첼시 FC

4위. 토트넘 홋스퍼

5위 아스널 FC

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7위 레스터 시티

8위 울버햄튼 원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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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위. 노리치 시티

19위. 뉴캐슬 유나이티드

20위. 왓포드 FC

대개 승격 팀들이 예상 순위 최하위권을 차지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애스턴 빌라와 브렌트포드는 여타 승격팀 중에서도 거금을 지출한 만큼 언론 및 여론의 기대가 컸다.

반면 뉴캐슬은 자체 최고 이적료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등권 순위로 배정...,

한 언론은 이와 관련해 이렇게 평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알찬 선수 보강을 이루어냈지만..., 더 많은 보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마이크 애슬리가 몇 년을 걸쳐 핵심 선수들을 팔아치운 게 원인이라면 원인이었다.

그리고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첫 개막전 상대는 늑대 구단, 울버햄튼이었다.

< 099. 늑대가 되기로 했다 (17)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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