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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 늑대가 되기로 했다 (19)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01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19)
울버햄튼 원더러스는 2018-2019시즌 누노 산투 체제에서 순위 9위라는 호성적을 달성해냈다.
이번 2019-2020시즌도 대다수 언론은 7위 또는 8위로 예상 순위를 예측했다.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여름 이적시장은 성공적입니다.]
[벤피카의 에이스라 할 수 있는 라울 히매네스를 약 3500만 파운드(한화 559억)에 영입했으니 말입니다.]
[그뿐인가요? 주앙 무팅뇨를 뒤잇는 미드필더, 후뱅 네베스를 빅클럽에게서 지키는 데도 성공했죠.]
거실에 자리한 tv 화면에선 뉴캐슬 어폰타인에 단골로 출연 중인 패널, 앨런 시어러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탓, 탓.
인구는 귀만 활짝 연 채 테이블 앞, 앉은뱅이 자세로 앉아 태블릿 pc를 손끝으로 건드렸다.
‘후뱅 네베스.’
라는 이름을 적자 구단에서 보내온 선수 세부 프로필 및 스탯이 업로드되었다.
‘1997년생이네.’
포지션은 미드필더로 2년 전, fc 포르투에서 울버햄튼으로 이적한 선수였다.
‘플레이 스타일은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라.’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는 간단히 말해 플레이메이커 성향을 띠면서도 낮은 위치에서 뛰는 포지션을 일컫는 말이었다.
‘팀 전체적으로 연출 및 조율에 힘쓰는 유형이지.’
그리고 울버햄튼은 이 후뱅 네베스와 함께 주앙 무팅뇨라는 베테랑 미드필더가 가세한 중원 라인이 어느 팀보다 단단했다.
‘무팅뇨는 패싱력뿐만 아니라 활동량까지 좋아.’
나이를 먹긴 했으나 여전히 epl에서 먹힐 만한 역량을 지닌 것이다.
‘거기에 두 미드필더 다 중거리까지 장착, 이라.’
인구의 두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조금은 힘겨운 싸움이 될지도...’
인구는 원래 이처럼 경기 며칠을 앞두고 상대 선수를 분석하곤 했다.
구단에서 제공받은 정보 및 직접 검색을 통해 그들 개개인의 플레이를 분석하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그리는 것이다.
‘어찌 파훼해야 할지 말이지.’
인구는 볼가를 손끝으로 긁적거렸다.
‘라울 히매네스라는 이 친구도 살짝 거슬리네.’
멕시코 출신에 190cm에 달하는 장신 스트라이커였다.
큰 키에 걸맞게 공중볼 장악력이 월등히 뛰어났다.
‘큰 키에도 불구하고..., 스피드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고.’
인구는 문득 픽하니 웃어버렸다.
“은근, 설레.”
fa컵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강팀을 마주한 바 있지만..., 뭔가 이번 경기는 받아들이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리그 수준이 달라진 만큼 긴장할 법도 했지만,
슥, 슥!
인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긴장이랑은 전혀 달라. 챔피언십 소속으로 fa컵 경기를 소화할 땐 뭐랄까. 잠깐 발을 담그는 느낌이 다라고 해야 할까?”
허나 EPL로 승격한 지금은..., 잠깐 담그는 게 아닌 아예 눌러앉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월세 집에서 살다가 전셋집 구한 느낌이야.”
인구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래서인지 어깨 뽕이 전보다 더 솟은 느낌이고.”
자연스레 손가락은 태블릿 PC를 툭! 툭! 터치했다.
자신과 관련한 기사를 검색하자 챔피언십에서 활약할 당시와는 다른 새로운 단어가 눈에 띄었다.
[프리미어리거 인쿠!]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4호! 그 이름 마 인구우!]
[손흥빈을 뒤이어 프리미어리거가 된 인구...!]
그래!
바로 이거였다.
챔피언십 우승 직후부터 감동보다 더한 어깨 뽕을 솟게 만든 그 단어...!
대부분 선수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프리미어리거’ 라는 수식어가 드디어 인구 본인에게 붙은 것이다.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하면서, 확연히 달라진 게 하나 또 있었다.
힐끗.
인구는 고개를 돌렸다.
널따란 거실 한편.
세나가 쪼그리고 앉아 대형 퍼즐을 맞추고 있는 게 보였다.
반대편에선 훈련 후 놀러온 삼촌, 살로몬 런던이 큼직한 손으로 신중히 또 다른 퍼즐을 맞추는 중이었고 말이다.
‘대결이라도 하나 봐?’
가만 보니 두 사람은 서로의 퍼즐을 힐끗거리며 경쟁이 붙은 것처럼 보였다.
인구의 입꼬리는 그새 헤벌쭉하게 끌어 올라갔다.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세나...!’
그런 세나는 자신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여벌을 가져다 놓긴 했지만..., 거의 일주일 내내 저 옷만 입구 있네?’
문득, 지난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축구 교실에서 만난 또래 아이들 앞에서, 세나는 팔짱을 낀 채 아주 당당히 말했다.
[우리 아빠는 프리미어리거야!]
[프리미어리거?]
[응!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스트라이커지!]
[와! 대단해!]
[우리 아빠는 7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그럼 우리 아빠가 이긴 거네?]
[이겨?]
[웅. 우리 아빠는 1부잖아.]
[그, 그러킨 해!]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린 끝에 세나는 세상 환한 미소로 외쳤다.
[그로면~ 우리 아빠가 형이야!]
단 한 번도 아빠 자랑을 하지 않던 세나가, 어느 순간부터 아빠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아빠부심까지 부렸고 말이다!
‘그것도 EPL로 승격을 확정 지은 이후부터...!’
인구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세상은 성적 만능주의가 맞다는 것을.
이번 울버햄튼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사명감도 생겼다.
아이들 앞에서, 세나가 턱을 추켜세우며 말하지 않았던가.
[두고 바! 울버햄튼은 우리 아빠가 깨갱하게 만들고니까!]
* * *
뉴캐슬과의 리그 개막전을 앞두고 울브스(울버햄튼 서포터즈)들은 단연 자신들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 뉴캐슬이 압도적인 승점 차로 1부로 진출했다곤 해도..., 그래봤자 갓 승격한 팀이지. 리그 수준부터가 달라서 초반엔 꽤 애먹지 않을까 싶다.
- 뉴캐슬을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개막전 상대를 잘못 만났을 뿐이죠. 우리 울버햄튼은 EPL 중상위권 구단이거든요. 아아, 상위권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 이제 울버햄튼 상대는 맨시티, 리버풀 같은 팀이지. lolololol~
이는 두 시즌 간, 울버햄튼이 연속해서 호성적을 달성한 영향이 컸다.
2017-2018시즌엔 순위 10위를.
바로 직전 시즌엔 9위를 기록했잖은가.
거기다 진기록도 세웠다.
[울버햄튼! 지난 시즌 가장 많은 자이언트 킬링에 성공한 팀으로 선정...!]
언더독으로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첼시 같은 강팀을 연달아 잡아내는 이변을 가장 많이 연출해낸 것이다.
자부심은 예전부터 엄청났다. 20개 구단이 참가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구단이 바로 울버햄튼이었으니까.
물론 방심해선 안 된다는 입장도 있었다.
- 항상 갓 승격한 세 팀 중에 한 팀은 도깨비팀이더라. 그러니 개막전부터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을지 모르니 만반의 준비를 다 해야 해!
ㄴ 맞아. 2017시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가 도깨비팀이었지. 이번은 뉴캐슬일 지도?
- 뉴캐슬은 선수 보강 알차게 했어. 아유세 페레즈가 이적했지만 소피안 부팔이라는 녀석으로 메웠다고. 무엇보다..., 인쿠를 만만히 봐선 안 돼!
경기 전이었지만 확실히 울브스들에게서 가장 많이 언급된 선수는 인구였다.
- 인쿠 그놈 물건이던데.
- 솔직히 인쿠만 조심하면 되지 않을까?
- 챔피언십이라고 해도 한 시즌 70골은..., 결정력 하나는 타고 났단 소리지.
- 인쿠는 맨 투 맨으로 막을 필요가 있어 보여!
- 얘한테 공간 주면 안 됨. 중거리 각 살짝만 줘도 그냥 다 뒈져라 하고 때릴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승리는 울버햄튼의 차지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었지만.
* * *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리그 1라운드는 홈구장,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그리고 경기 하루 전 울버햄튼의 감독, 누노 산투는 기자회견장에 발을 들였다.
기자들은 새로운 이적생에 관한 질문부터 던졌다.
“라울 히매네스를 영입하며 공격진 보강에 성공한 울버햄튼입니다. 이 선수가 울버햄튼에 많은 득점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턱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누노 산투는 험상궂은 인상과 달리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라울 히매네스는 피지컬을 비롯해 고공 경합에 있어서도 인상적인 선수니까요. 필시 아다마 트라우레와 좋은 호흡을 보여줄 겁니다.”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다.
“후뱅 네베스는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 등이 노렸던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울버햄트과 재계약을 치른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라 보십니까?”
“딱히 이유랄 건 없습니다. 그저 선수 본인이 울버햄튼에 강한 애정을 지녔을 뿐인 거죠. 울브스들은 그를 사랑하고 말입니다.”
“지난 시즌 울버햄튼은 호성적을 달성했습니다. 거기다 기존 주전 자원을 지키고 선수 보강에 임한 만큼 이번 시즌은 좀 더 높은 순위를 노려볼 만할 것 같은데요?”
“이미 구단 측과 시즌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올시즌은 유로파 리그 진출을 목표로 달려나갈 생각입니다.”
그때, 한 기자가 물었다.
“울버햄튼에게 있어선..., 초반 일정이 나름 좋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일정이요?”
누노 산투는 살포시 이맛살을 좁혔다가 말고 긍정의 뜻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 질문을 건넨 기자는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뉴캐슬을 시작으로 울버햄튼은 노리치 시티, 브렌트포드, 그리고 왓포드 FC를 상대하게 되니까요.”
언급한 팀 모두 갓 승격한 팀 또는 언론이 예측한 강등권에 속한 팀들이었다.
누노는 입가에 주름진 미소를 띠며 답변을 이어갔다.
“예. 맨체스터 시티나 리버풀 같은 강팀을 초반에 상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일정이 좋다고 볼 수 있지요.”
마냥 기자의 발언에 긍정하진 않았다.
이 축구판에서 방심은 절대 금물이니까.
“허나...,”
말끝을 늘어뜨린 누노의 두 눈은 돌연 날카로워졌다.
“EPL은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입니다. 강등권에 속한 팀이 리그 1위 팀을 잡는 이변이 수없이 벌어지는 리그이기도 하지요.”
누노는 덧붙였다.
그러니 어떤 팀을 상대로든 결단코 방심할 수가 없다고 말이다.
“그건 뉴캐슬을 상대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나서였을까?
뉴캐슬의 현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인구와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다.
“인쿠는 챔피언십 리그에서 어마어마한 득점력을 뽐낸 스트라이커인데요. 울버햄튼의 수비수들이 그를 적절히 봉쇄할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해당 질문에도 누노는 신중히 답변했다.
“지난 시즌처럼,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인쿠 뿐만 아니라 상대의 공격을 원천 봉쇄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신중하고도 차분한 답변과 달리 사실 누노의 속내는 조금은 달랐다.
그로선 리버풀 같은 소위 빅 6, 또는 유로파 경쟁팀이라 할 수 있는 에버턴, 웨스트햄을 피한 것만으로도 안도 중이었으니.
‘개막전 상대가 뉴캐슬...’
확실히 손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는 팀이라고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패배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인구라는 존재도 그렇게 위협적이게 느껴지지 않았다.
중원을 지탱하고 있는 후뱅 네베스와 주앙 무팅뇨만 하더라도 수비적으로 아주 뛰어난 자원들이 아니던가?
‘공격적으로도 뛰어나지. 거기에 우리 포백은 EPL에서도 수준급이다.’
직전 시즌, 해리 캐인, 손흥빈, 살라 같은 월드클래스를 상대로도 버틴 울버햄튼의 수비력이었다.
직전 시즌, 리그 순위는 9위였지만 최저 실점 순위는 5위였고 말이다.
< 101. 늑대가 되기로 했다 (19)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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