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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 늑대가 되기로 했다 (21)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03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21)
득점에 성공한 인구는 짧게 포효를 내지른 후 곧장 코너 플래그로 달려갔다.
쏴아아아 아아아아-
무릎 슬라이딩을 뽐내는 그 순간에도 홈팬들은 방방 날뛰며 엄청난 환호성을 터뜨렸다.
한 면에선 팬들이 단체로 인구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인쿠우우! 인쿠우우우! 인쿠우우우! 인쿠우우우! 인쿠우우우우! 인! 인! 쿠! 쿠우우!
마치 광신도들처럼.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의 시선은 오직 한 사람에 향해 있었다.
인쿠는 기어이 외쳤다.
“따아아알!”
“아빠아아아!”
팬스 가까이, 양갈 머리에 자신의 유니폼을 입은 세나는 두 팔 벌려 해맑게 호응해주었다.
그 옆엔 u-6세 코치, 리키 제임스가 함께였다.
일 때문에 가은이 대신 세나의 보호자를 자처한 리키 제임스가 오늘 경기에 함께 동행해준 것이다.
그런 그 역시 세나와 마찬가지로 두 팔을 앞으로 뻗어가며 한눈에 반한 얼굴로 외쳤다.
“효오오옹니이이이임!”
어느덧 형이 된 인구였다.
물론 인구는 오직 세나만을 보며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흘러내린 머리칼을 다시 한 손으로 멋들어지게 쓸어올리고선 세상 멋진 톤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아빠야.”
직후 인구는 앞으로 무너져내렸다.
뒤이어 달려온 동료들이 그를 뒤에서부터 거칠게 끌어 안아버린 것이다.
“이야아!”“또 골이야! 또 골이라구!”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먹힌다니까!”
뉴캐슬과 달리 울버햄튼 진영은 초상 분위기였다.
당장 어처구니없는 실점을 허용한 골키퍼 루이 파트라시우는 주장인 코너 코티를 질책했다.
“방금 알까기 막을 수 있던 거 아니야? 좀 더 강하게 압박했어야지!”
“페널티 박스 안이었잖아. 자칫 거칠게 몰아붙이다 파울이라도 불면 어떡해? 그리고 낸들 그 각도에서 그런 슈팅을 때릴 줄 알았나...”
코티는 어깨를 으쓱이며 불만을 토해냈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녀석은 왼발로 공의 바운드를 죽이자마자 돌연 왼발 아웃사이드 면으로 공을 바깥을 쓸어내듯 강하게 때려버렸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이었잖아.’
미처 다리를 오므릴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슈팅 전환 속도가 빨랐던 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코티는 그새 불만을 뒤로 하고 돌아서 다소 맥이 빠진 것 같은 동료들을 향해 손뼉을 치며 외쳤다.
“아직 한 골이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어!”
이른 실점에 흔들리긴 했지만 한 골 차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스코어라 보았다.
주장으로서 코티는 실망을 금세 발로 꾸욱 밟고 올라서 동료들의 기운을 북돋을 필요가 있었고 말이다.
* * *
코너 코티의 리더십이 통했을까?
울버햄튼은 고작 7분 뒤 기회를 맞았다.
뻐어엉-!
공격 상황에서 후뱅 네베스가 우측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 지점에서 중거리 슈팅을 구사했다.
투읏-!
[두브라파카의 펀치잉!]
기겁한 뉴캐슬의 골키퍼, 두브라파카는 좌측 포스트를 향해 몸을 날려 펀칭으로 공을 가까스로 튕겨냈다.
하지만 울버햄튼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하필 펀칭으로 공을 걷어낸 순간 박스 안엔 뉴캐슬의 수비수가 단 세 명에 불과했으니까.
[반면 울버햄튼엔 다섯 명의 공격진이 포진...!]
해설진이 채 말을 끝맺기도 전, 우측 페널티 스퍼트로 튕겨 나간 공을 향해 아다마 트라우레가 뛰어가 오른발 강슛을 때렸다.
타앙-!
홈팬 툰부터 원정길에 오른 팬들은 움찔 몸을 떨었다.
오옷...!
허억!
그들의 벌어진 입에선 짧은 신음이 터졌다.
이번에도 두브라파카가 머리 위로 날아온 공을 펀칭으로 쳐낸 것이다.
[두 번 연속 선방에 성공하는 두브라파카아아아-!]
2차례 연속 선방을 기록한 두브라파카였으나, 그 눈밑은 순간 불편하게 꿈틀거렸다.
이번에도 걷어낸 공이 페널티 스퍼트 중앙 바깥에 있던 라울 히매네스의 가슴에 걸려버렸으니까.
투읏!
히매네스는 가슴 트래핑으로 공을 단번에 본인 소유로 만들었다.
다다다다-!
뉴캐슬의 디안드루 예들린이 측면에서 그를 막고자 안간힘을 써 달려나간 것도 그때였다.
허나 히매네스의 슈팅이 더 빨랐다.
가슴을 맞고 떨어진 공이 땅으로 바운드되기 직전, 오른발 발리킥을 구사한 것이다.
뻐엉!
촤라악-!
[고오오오올! 이적생 라울 히매네스으으으으으!]
[경기를 다시 원점을 되돌려놓는 군요오오!]
[울버햄튼! 이래서 스트라이커가 필요했어요! 위기 상황에서 단 한 방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말입니다아아아!]
이른 동점 골에 원정길에 오른 울브스(울버햄튼 서포터즈)들에게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주장인 코너 코티는 불끈 쥔 주먹을 휘두르며 즐거워하다 말고 외쳤다.
“한 골! 한 골 더 가자!”
골을 넣은 만큼 사기가 오르는 거야 당연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이를 지켜보던 누노 산투 감독 역시 그새 달아오른 얼굴로 외쳐댔다.
“디오구우! 라우우울! 아다마! 후뱅이랑 주앙이 공을 잡으면 일단 앞으로 뛰어들어!”
누노로선 방금전 득점으로 뉴캐슬의 취약점을 발견했다.
바로 중거리 슈팅에 수비수들과 골키퍼 두브라파카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
그러니 공격수를 박스 안으로 투입시켜 지금처럼 세컨 볼을 노릴 계획이었다.
* * *
전반전 32분,
툭, 탓-!
[후뱅 네베스! 헛다리짚기로 오를레앙 추아매니를 제치며...!]
쏴아아아 아앗-!
[오오! 뉴캐슬의 소피안 암라바트! 기습적인 슬라이딩 태클로 후뱅 네베스에게서 공을 강탈하는 데 성공합니...!]
툭-!
[아~! 주앙 무팅뇨가 암라바트를 어깨 푸싱으로 밀어붙이며 재차 공을 빼앗는데 군요!]
무팅뇨의 스틸 성공과 동시에 이번엔 측면에 있던 뉴캐슬의 윙어 소피안 부팔까지 달려들었다.
[중원 싸움이 상당히 치열합니다!]
타앙-!
무팅뇨는 부팔이 접근해 프런트 태클을 가하는 것보다 먼저 반대편으로 공을 차 사이드로의 전환을 꾀했다.
한편 인구는 울버햄튼 수비 라인 선상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짧게 숨을 토해냈다.
눈동자는 홱홱 굴러갔다.
‘확실히 리그 수준이 높긴 하네.’
챔피언십에서 뛸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땐 팬들이 우리보고 바이에른 뮌헨이라 칭찬하고 했었는데.’
그 이유를 인구는 온몸으로 체감하곤 했었다.
애스턴 빌라 같은 소위 최상위권 팀들을 제외하고서, 챔피언십 소속 팀들의 수준은 극명한 차이를 보였으니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뉴캐슬의 단단해지는 조직력에 상대는 제대로 된 공격 플레이조차 펼치지 못했고 말이다.
‘그렇게 일찍이 조기 우승을 확정지었고 말이야.’
그러나 오늘 프리미어리그 승격 후 첫 상대인 울버햄튼 원더러스는 달랐다.
‘중원에서부터 우리 상대로 피지컬로 밀어붙인다.’
경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쭈욱-!
객관적인 실력 차도 극명까지는 아니나 어느 정도 차이가 났다.
실시간 경합 상황이나 패스 타이밍에 따른 판단 부분에서.
‘암라바트(23세)랑 추아매니(19세)는 아직 어려.’
두 선수 다 그 나잇대에선 분명 수준급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어렸다.
경험적인 부분도 적은 데다, 하필 상대는 산전수전 다 겪은 주앙 무팅뇨(33세).
그리고 나이는 어리나 일찍이 2015년,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성인 데뷔전을 치른 후뱅 네베스(22세).
‘거기에 둘 다 육각형 미드필더이기까지.’
epl에서도 수준급 플레이어로 주목받는 자원들이니 어찌 보면 중원에서 밀리는 거야 당연했다.
그러나, 씰룩!
인구의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뿐, 확실히 극명까진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인구는 보았다.
화르륵, 화르르륵-!
경기를 뛰면 뛸수록, 울버햄튼과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동료들의 두 눈에서 열망과 승리욕이라는 불씨가 점점 번지는 것을.
‘이 새끼들.’
딱 열기 가득한 표정만으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생각처럼 좌측 사이드.
알폰스 데이비스는 아다마 트라우레보다 먼저 발을 뻗어 공을 스틸한 후 질주하며 자신했다.
‘해볼 만해!’
투욱-!
순식간에 상대 센터서클까지 넘어선 알폰스 데이비스는 중앙으로 땅볼 패스를 찔렀다.
투읏-!
[오를래앙 추아매니에게 연결된 패스으!]
[추아매니 빠르게 공을 차고 올라갑니다아! 울버햄튼의 역습!]
[아아! 울버햄튼의 센터백 로망 사이스가 뛰쳐나오는데요!]
전진한 추아매니는 전방에서부터 달려든 울버햄튼의 센터백, 로망 사이스의 내지른 태클을 오른발 인사이드 드리블만으로 피했다.
투읏-!
곧장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툭 쳐 사이스의 배후를 발 빠르게 파고들었고 말이다.
그런 그도 생각했다.
‘먹힌다!’
경기 시작 전만 해도 두려웠던 게 사실이었다.
5대 리그 중에서도 최고라 불리는 EPL이 아니던가.
하지만 경기를 소화하면 할수록 추아매니의 자신감은 차올랐다.
‘밀리긴 하지만..., 충분히 비비고 있잖아!’
오히려 자신의 간결한 트래핑에 배후를 허용하자 울버햄튼 선수들의 얼굴엔 곤혹스러움이 드리웠다.
그리고 사이스의 배후를 뚫어냈을 땐 시야가 확 드리웠다.
“모두 올라가아아!”
투우우웅-
투우웅!
투우우우웅-!
인구의 사자와 같은 포효와 동시에 좌측에서 알폰스가, 우측에서 소피안 부팔이.
중앙 좌우 하프에서 런던과 인구가 전력으로 돌진하는 게 보인 거다.
“막아!”
“로마앙! 내려와서 저쪽 마크를...!”
뉴캐슬의 역습 카운터에 울버햄튼 수비진은 혼비백산이었다.
당장 주장인 코너 코티만 하더라도 급히 뒷걸음질 치며 일일이 선수들의 맨 마킹을 지시했지만,
투읏-!
“이런 씨...!”
지시하는 도중에 그만 우측 공간으로 인구가 침투하는 것을 허용해버렸다.
‘저기다...!’
그 순간 추아매니는 두 사람 사이 공간으로 전진 패스를 찔렀다.
투웅-!
기겁한 코티는 급히 돌아서 인구의 몸 깊숙이 어깨부터 들이밀려 했으나 그마저 불가능했다.
스윽-!
인구가 어깨 푸싱이 가해지는 타이밍에 맞춰 돌연 내디딘 왼발을 우측으로 틀어 반원을 그리듯 돌아서 버린 거다!
‘뭐 이런...!?’
코티로선 충격의 연속이 아닐 수 없었다.
‘저렇게 스피드가 붙은 와중에 급정거하며 돌아서는 게 가능할 리...!’
생각을 채 끝맺기도 전,
철푸덕-!
어깨로 애먼 허공을 가격해버린 코티는 그만 볼품없게 앞으로 넘어져 두 손으로 바닥까지 짚었다.
“이, 이...!”
코티의 얼굴은 실시간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터닝 동작을 취한 인구의 발 아래, 추아매니의 땅볼 패스가 배달된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툿-!
“막아아!”
완전히 무력화된 코티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외쳤다.
자신이 아니면 동료를 활용해서라도 이 순간만은 모면하고자 했던 거다.
그 외침에 따라 반대편에서 런던을 마크하던 센터백, 휠리 볼 리가.
우측 사이드에선 자니 카스트로가.
뒤늦게 수비 지역으로 복귀 중이던 주앙 무팅뇨마저 오직 인구를 향해 3면으로 전력을 다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늦었다.
인구는 오른발 인사이드로 공을 잡아낸 뒤,
타앙!
페널티 에어리어 우측 라인 선상에서 한 템포 빠른 왼발 인프런트킥을 구사했으니까.
포르투갈 국가대표이자 울버햄튼 최고의 수문장이라 불리는 루이 파트라시우는 두 발목에 힘을 주었다.
언제든 펄떡 뛰어오를 수 있게!
촤락-!
“....”
힘을 주고 막 점프하려는 순간, 인사이드로 크게 감긴 공은 파 포스트와 크로스바 사이 상단 모서리로 강하게 빨려 들어갔다.
< 103. 늑대가 되기로 했다 (2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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