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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04화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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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 늑대가 되기로 했다 (22)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04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22)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해설진은 어느 때 보다 크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그건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 자리한 5만 명에 달하는 툰들도 마찬가지였다.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인! 인! 인! 인! 인!

쿠! 쿠! 쿠! 쿠! 쿠우!

울버햄튼의 동점 골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구의 달아나는 골이 나왔다.

그것도 원더 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하게 감아 찬 슈팅이었다.

[리플레이 장면을 한 번 볼까요? 와...! 환상적입니다!]

[골키퍼 루이 파트리시우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강하게, 그리고 또 정교하게 감아 찬 슈팅이에요!]

[양발잡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오른발과 왼발의 수준이 같을 수가 있는 겁니까?]

“예스으으!”

테크니컬 에어리어서 잠자코 지켜보던 라파엘은 불끈 쥔 주먹으로 어퍼컷 세레머니를 펼치며 환호했다.

반면 반대편에 위치한 울버햄튼 감독, 누노 산투의 안색은 대번에 창백해졌다.

“FUCKAAAA!”

또다시 인구에게 실점을 허용했다는데 골키퍼 루이 파트리시우는 애꿎은 포스트를 스터드로 찍듯이 때렸다.

태애앵!

울버햄튼 대부분의 선수들은 허망한 얼굴로 어정쩡하게 서 있었고 말이다.

추가 골에 성공한 인구는 이번에도 세나가 있는 코너플래그를 향해 말처럼 다닥다닥 뛰어갔다.

그 뒤를 동료들이 여지없이 따랐다.

“세나야아아아~! 흐헣!”

“우우웅! 아빠아!”

이미 안아달라며 두 팔 벌리고 있는 세나에, 인구는 세상 빙구같은 미소로 말했다.

“우리 딸! 기념으로 사진 촬영이나 할까?”

원정길에 오른 울브스(서포터즈)나 상대 팀에 대한 예의는 아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인구 사전, 원래 적은 동등하게 대우하랬으니.

‘자비는 결단코 있어선 안 되고!’

고로 이 또한 상대의 멘탈을 흔들어버리는 과정이라 할 수 있었다.

순진한 세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아?”

“고럼, 고럼!”

“쪼아!”

세나가 흔쾌히 응하자 인구는 옆에서 똑같이 안아달라며 두 팔을 뻗고 있던 리키 제임스를 향해 한 손을 내밀었다.

“휴대폰 좀 줘봐요.”

“아, 예. 횽님!”

제임스는 한껏 반한 얼굴로 품속에서 급히 휴대폰을 꺼내 인구에게 건넸다.

인구는 땀에 젖은 만큼 차마 딸아이는 만질 수 없었다.

대신 적당히 거리를 두고서 사진 각도를 잡았다.

이어 그는 카메라 안에 딸과 자신, 의도치 않은 제임스와 몇몇 얼굴을 들이댄 팬들이 담기자 외쳤다.

“자, 자아 찍습니다아! 김~ 치이이이!”

세나는 양 검지로 입꼬리 끝을 벌리며 화답했다.

“치즈으으~!”

순간 인구는 그런 딸이 귀여워 미칠 뻔했지만 겨우 버티며 버튼을 눌렀다.

찰칵!

부녀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자 영국 해설진은 아빠 미소를 띠며 중얼거렸다.

[인쿠의 딸이군요!]

[부녀의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뉴캐슬 내부 관계자 중에 제 지인이 있는데..., 듣기론 엄청난 딸바보라더군요. 딸아이도 인쿠의 축구 재능을 물려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       *

올 시즌부터 한국 팬들은 뉴캐슬의 경기를 TV 및 인터넷을 통해서도 실시간 라이브 시청이 가능했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한국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 <인생은구만리> : 와..., 인쿠 실화냐?

- <나의이창용> : 손흥빈도 EPL 첫 시즌엔 죽쒔는데 인쿠는 뭐냐? 얜 적응의 끝판왕임?

- <산소탱크> : 내 생각에 인쿠는 EPL에서도 챔피언십과 같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레벨인 것 같다.

- <차붐이 최곱니다> : 손차박 대전에 마까지 포함시켜야겠네 이제 ㅋㅋㅋㅋㅋㅋ

- <인쿠마> : 모두 인쿠마를 경배하라아아아! >.

그도 그럴 게 인구가 벌써 멀티골을 기록한 것을 넘어 경기 내내 위협적인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던 거다.

후반전 3분이 흐르는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마인구! 마인구 선수우!]

화면 속에선 한국 해설진이 흥분에 겨워 그 이름을 외쳤다.

툭, 타앗-!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인구는 상대를 등진 채 동료의 패스를 받자마자 빠르게 울버햄튼 진영으로 돌아섰다.

그 순간 몇 걸음 뒤에 있던 울버햄튼의 미드필더 후뱅 네베스가 이를 악물며 달려들었다.

투웃-!

[오! 마인구!]

해설진이 재차 감탄을 터뜨렸다.

인구가 네베스가 내지른 왼발을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공의 위치를 옮겨 피해낸 것이다.

이어 인스텝으로 공을 툭 전진시켜 순식간에 폭발적인 침투를 보였다.

스윽-!

[오오옷! 눈 깜짝할 사이 후뱅 네베스의 우측 배후를 파고드는 우리 인구 선수~!]

네베스와의 간격은 그새 3걸음 이상 벌어졌다.

인구가 삽시간에 페널티 우측 아크 아래 도달하자 울버햄튼의 센터백과 풀백이 정면, 그리고 측면에서 함께 압박해 들었다.

툭!

두 선수가 한 걸음 차까지 붙어와서야 인구는 우측 사이드로 대각 패스를 시도.

[소피안 부파알-!]

그새 올라온 뉴캐슬의 부팔이 인구의 패스를 받고 언더래핑을 시도하자 인구에게 붙었던 수비수 둘은 즉시 떨어져 나갔다.

[아아 휠리 볼리와 자니 카스트로가 마인구 선수에게서 돌아서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오려는 부팔을 압박해 듭니...!]

해설진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툭!

부팔이 언더래핑으로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오려다 말고 돌연 인구에게 백패스를 구사했으니까.

스윽 툿-!

인구는 굴러온 공을 사선으로 돌아서듯 왼발을 가볍게 뒤로 빼 인사이드로 받아냈다.

이는 곧장 다이렉트 슈팅을 가져가기 위한 동작이었다.

위험을 감지한 울버햄튼의 또 다른 센터백, 코너 코티는 즉시 인구를 향해 달려들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툭-!

인구는 슈팅을 때리려는 척, 돌연 방향을 틀어 코티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툭 차 통과시켰다.

“...!”

당황한 코티는 즉시 다리를 오므렸지만 늦었다.

스윽-!

투웅!

오므리는 그 틈에 인구가 그 옆을 불시에 파고들기까지 했으니까.

[오오옷! 마인구우우!]

해설진은 울버햄튼의 박스 안으로 기습 쇄도한 인구에 놀라 외쳤다.

또 다른 센터백 로망 사이스가 이를 악물며 좌측면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구사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트읏-!

내지른 발끝은 기어이 인구의 발목을 미끄러지며 찍어눌렀다.

철푸덕!

인구는 속절없이 넘어졌다.

원정팬 울브스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삐이이이이이이-!

[페널티키익! 주심! 페널티킥이을 선언합니다아!!]

[울버햄튼 원더러스으으! 뉴캐슬의 맹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네요!]

[특히 마인구 선수의 질주를 그 누구도 저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울이 아닌 이상은요!]

집 거실 소파에 앉아 TV 속 해당 경기를 시청하고 있던 인구의 절친, 홍석구는 절로 감탄을 터뜨렸다.

“와.”

석구는 최근 K리그 1부 구단으로 이적해 나름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비록 몸은 떨어졌다 할지라도 틈틈이 영국에 있는 인구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말이다.

오늘도 경기 전 석구는 화면 속, 왜가리 녀석과 통화를 했었다.

[epl 데뷔전인데 너무 긴장하지는 말고.]

[내가 긴장할 것 같냐.]

[너라면..., 안 하겠지. 아무튼, 응원할게. 내 몫까지 열심히 뛰도록 해.]

[그래. 경기 끝나고 연락할게. 무알콜 맥주에 컵라면 준비해놔. 몇 잔 들이키게. 오케이?]

[오케이!]

짤막한 대화였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가끔씩 경기가 끝나고 나면 랜선으로나마 무알콜 잔을 화면을 통해 부딪치곤 했기에.

그러다 문득 석구는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음을 깨달았다.

흠칫한 그는 손등으로 눈가를 문대며 중얼거렸다.

“이 새끼...,”

가만 보니 넘어져 있는 와중에도 인구는 히죽, 히죽 웃고 있었다.

k리그 2에서 뛸 당시에도 볼 수 없던 세상 순수한 미소였다.

석구로선 절친한 친구의 그리운 표정이기도 했다.

오래전 청대 시절에나 보았던, 온전히 축구가 재밌어서 짓는 미소였으니까.

그리고 키커로 나선 인구는 여지없이...,

뻐엉-!

촤락!

[고오오오오오오올! 마인구우우! 놀랍습니다! 놀라워요! EPL 첫 경기에서! 데뷔전 데뷔골도 모자라 해트트릭을 완성하는 마 인구 선수우우우!]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부 전문가들은 뉴캐슬과 마인구 선수에 의구심을 품었었는데요!]

[그 의구심을 오늘 단 한 경기만으로 산산이 조각 내버립니다!]

[스코어 3 : 1! 울버햄튼을 상대로 시간이 갈수록 스코어부터 경기력의 격차까지 벌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으으으!]

*       *       *

울버햄튼 감독, 누노 산투의 구겨진 표정은 이제 찌그러진 캔처럼 펴질 새가 없었다.

후반전 20분이라는 시간 동안 교체 카드를 세 장을 써 변화를 꾀했지만..., 변화는 없었으니까.

‘이게 무슨...’

오히려 뉴캐슬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팀으로서 더욱 정교해졌다.

[디오구 조타아! 빠르게 공을 차고 올라갑니다만...!]

발 빠른 좌측 윙어 조타는 전진 드리블을 시도했지만 얼마 못 가 내려 앉아있던 디안드루 예들린에게 공을 빼앗겼다.

불과 1분 뒤엔 중원 싸움에서까지 밀렸다.

후뱅 네베스가 주앙 무팅뇨에게 짧은 패스를.

무팅뇨가 기습적인 전진 드리블을 구사했지만,

퍼억-!

[암라바트의 강력한 어깨 푸시이잉-!]

어깨 푸싱에 휘청인 끝에 무팅뇨는 그만 공을 놓쳐버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암라바트가 좌측 사이드, 일찍이 올라선 알폰스 데이비스에게 대각 패스를 찔렀고 말이다.

[역습을 이어가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으!]

후반전 들어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이라 할 수 있었다.

전술 변화를 벌써 2차례 꾀했음에도 뉴캐슬의 활활 타오르는 사기를 꺼뜨릴 순 없었다.

무엇보다, 누노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이는 다름 아닌 인구였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만큼 인구는 이제 울버햄튼 수비수들에게 있어 누구보다 경계해야 할 선수였다.

잠깐 시선을 다른 곳에 두기만 해도 인구는 순간 스퍼트로 배후 공간을 뚫어내곤 했으니...!

혹은 말도 안 되는 키패스로 동료에게 득점 찬스를 제공해주었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저벅.

흠칫.

저벅!

흠치잇!

인구가 수비 라인 선상에 한 걸음, 또는 두 걸음 움직이기만 해도 코너 코티를 중심으로 한 울버햄튼 수비 전체가 흠칫거렸다.

이를 알고서, 인구는 히죽, 히죽 아주 사악한 웃음을 띠었다.

“흐흐헣.”

인구에게 된통 당한 코티의 안색은 하얗게 질리다 못해 파래졌을 정도다.

어쩐지 경직된 것마냥 반응은 더욱 느려졌다.

그것만으로 누노 산투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졌,다...!’

*       *       *

경기 종료 후 영국 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울버햄튼 상대로 3 : 1 완승!]

[경기 초반 어려움 있던 뉴캐슬! 이후부터는 울버햄튼 상대로 경기 내내 장악해...!]

[2019-2020시즌 epl 1라운드 결과!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첼시 이어 순위 4위로 오른 승격팀 뉴캐슬!]

언론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울버햄튼이 뉴캐슬의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고 말이다.

그리고 영국의 저명한 매체, bbc는 인구를 향해 엄청난 찬사를 보냈다.

[EPL 데뷔전 해트트릭! 역사 쓴 인쿠 마! 새로운 월드클래스의 탄생을 알리다...!]

< 104. 늑대가 되기로 했다 (22)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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