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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7. 늑대가 되기로 했다 (25)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07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25)
삐이이, 삐이이이, 삐이이이이이-!
코치 리키 제임스가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
인구는 폴짝 뛰며 기뻐했다.
“예에에에! 우리 세나 최고다아아!”
최종 스코어는 9 : 1.
세나 혼자 6골 3도움이라는 실로 놀라운 공격포인트를 작성해냈다.
‘별로 지친 기색도 없잖아!’
오히려 세나는 골라인 근처에 있던 공을 발끝으로 툭 툭 건드리며 아쉬운 듯 양 눈썹을 모았다.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중얼거렸다.
“더 뛰고 시푼데...”
“헿!”
인구의 입에서 절로 빙구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다 말고 뒤늦게 한 아이가 훌쩍훌쩍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금방 입을 꾹 다물었다.
‘참자, 참아.’
자신의 적을 상대로는 자비가 없는 그였지만, 이제 5살, 6살 된 꼬마 아이가 저리 우는데 어찌 기뻐할 수 있단 말인가.
‘자라나는 새싹을 짓밟을 수야 없지! 암, 그렇고말고!’
분명 벤자민 헨리라는 저 갈색 머리칼의 꼬마 아이도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드리블이나 움직임 자체가 본능적이다랄까?’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저 어깨가 축 처진 채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아이는 본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녀석이 전진 드리블을 구사하려고 하면 여지없이 세나가 불나방처럼 튀어가 공을 가로챘으니까.
‘마치 말디뉘처럼...!’
공격 시엔 매시처럼 드리블로 모두를 제쳤고 말이다.
씰룩!
조금 전 세나의 플레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입꼬리는 다시 헤벌쭉하게 올라갔다.
‘보고 또 봐도 놀라워.’
상대의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세나는 그게 모 어때서? 라는 표정과 함께 아주 무참히 상대를 유린했다.
‘수비 실력도 아주 수준급이야.’
어째 적재적소에 발만 뻗어 공만 걷어낼 수 있단 말인가?
그때였다.
“이, 이걸로 당신이 이겼다고 생각하진 마십시오!”
막 터치라인을 벗어나 필드로 걸음을 옮기려는 데, 옆에 있던 벤자민 헨리의 아빠라는 작자가 이를 바득 갈며 껴들었다.
“뭐?”
인구는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그러자 매튜 헨리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재차 입을 열었다.
“고작 한 번 이겼을 뿐이잖습니까? 오늘은 우리 아들 컨디션이 나빠도 너무 나빴을 뿐이오. 그러니 다음에, 다음에 또 방문할 테니 그땐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드리죠!”
매튜 헨리는 진정 이 순간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
‘말도 안 된다! 말도 안 돼!’
두 눈으로 보고도 쉬이 납득 할 수가 없었다.
늘 축구를 하며 행복에 겨워했던 아들이었다.
그런데,
‘내 아들이 이렇게 질 리가 없어!’
늘 상대를 해맑게 짓밟아온 아들이 역으로 울고 있었다.
마주한 인구는 뿌듯해하고 있었고 말이다!
‘개자식...!’
특히 축구선수만 보면 시기심이 강하게 일어나는 매튜로선 쓰라린 패배감이 밀려들자 더욱이 화가 치밀었다.
속으론 끝없이 부정했다.
‘원정이라서 그래!’
‘오늘 우리 벤자민의 컨디션은 최악이다!’
‘아침에 뭘 잘 못 먹은 게 분명해!’
‘다음에, 다음에 왔을 때는 반드시....!’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살짝 표정을 찡그렸다가 말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새끼...’
주먹까지 꽉 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게...,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 양반인 것 같았다.
또 오늘 경기에서 그 자부심이 짓밟히자 이리 억울해하며 부정하는 것 같았고 말이다.
‘패배한 게 처음인 가 봐?’
더 나아가 이제 와 지금 이놈은 세나를 깎아내렸다.
“여자아이가 축구라니? 푸흣. 그저 취미로만 두는 게 좋을 겁니다. 여자 축구는 별로 인기도 없잖습니까?”
비릿한 미소를 띤 매튜 헨리는 그 말을 끝으로 홱! 돌아섰다.
“가자, 벤자민! 여기 더 있다간 아토피 걸리겠다! 곰팡이 내가 원...!”
인구는 태어나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빠충을 대면했다는데 황당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 인구는 그를 쉽게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당하면 늘 배로 갚아줘야 만족하는 성격이었으니까.
“어이, 잠깐만.”
“...?”
씨익.
그는 입꼬리를 얄궂게 끌어올리며 특유의 거만한 표정도 지어 보였다.
턱을 슬쩍 위로 들어 올리곤 ‘난 승리자야’ 라는 눈빛을 지으며.
새싹은 짓밟아선 안 되지만 눈앞의 이 인간은 다 큰 성인이 아닌가.
그리고 먼저 욱해서 도발을 가했다.
고로,
저벅! 저벅!
훌쩍이는 벤자민이 듣지 못하게 코앞까지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아아, 말은 바로 해야지. 내가 이긴 게 아니라. 우리 딸이 당신 아들 상대로 이긴 거니까. 난 아까부터 터치라인 바깥에서 팔짱 끼고 가만히 서 있었잖아? 반면에 당신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왔다 갔다 했고.”
“뭐, 뭐요?”
흠칫한 매튜는 이내 두 눈을 불을 켜고 몸을 돌렸다.
“아아, 아아~! 이것도 바른말은 아니네.”
인구는 콧잔등을 찡긋하더니 씨이이익- 더욱 입이 째지게 웃었다.
하얀 이가 싸악 보이게 말이다.
“아예 우리 딸이 당신 아들 꾸욱, 꾸욱, 꾸욱 밟아버렸지. 허리도 못 펴게. 그러니 집에 가서 파스나 좀 붙여주라고. 허리에 염증 생길라.”
“이, 이 인간이 지금...!”
매튜 헨리는 곧장 반박하지 못했다.
스윽!
인구가 다시 한번 코가 부닥칠 거리까지 밀착해오며 서슬 퍼런 눈으로 으르렁거렸으니까.
“그러니까, 아들 위로나 잘해. 기죽지 않게. 남 자식 활약에 바들바들 떨지 말고 말이야. 자식한테 쪽팔리잖아.”
* * *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두 사람의 신경전은 매튜 헨리가 씩씩대며 아들을 데리고 가서야 끝이 났다.
“우리 세나 와쪄어어?”
인구는 언제 도발을 일삼았냐는 듯 그새 두 무릎을 꿇고 앉아 양팔을 벌렸다.
“우웅!”
어느새 다가온 세나는 인구의 품에 꽈악 안겼다.
“아구구! 귀여운 우리 딸! 축구는 어쩜 이렇게 잘 할까아?”
세나는 해맑게 웃으며 화답해주었다.
“웅! 세나는 축구 잘해! 아빠 닮았으니까!”
아빠를 닮아서 축구를 잘했다는 저 멘트에 인구는 실시간으로 살살 녹아내렸다.
‘어쩜...!’
세나는 전생에 아빠 조련사가 분명했다.
한편으론 궁금증이 동해 물었다.
“우리 세나. 너무 잔인했던 거 아니야? 자비가 없어도 너무 없었던 거 같은데? 자라나는 새싹을 상대로 무지 진심으로 했잖아.”
일전에 보여준 세나는 상대를 압도하긴 했지만 그래도 적정선이란 게 있었다.
‘굳이 뺏을 타이밍에도 공을 뺏지 않은 적이 많은데.’
수비지역으로 급하게 내려가는 일도 없었다.
슈팅 찬스에선 동료에게 파이널 패스를 제공해 기회를 주었고 말이다.
‘마치 팀을 위해 뛰는 축구도사처럼...!’
그것도 한창 수준 낮은 팀을 상대로 가벼운 마음에서 살살 뛰는 월드클래스처럼!
하지만 벤자민 헨리라는 아이를 상대로는 말 그대로 진심 모드로 임한 것 같았다.
‘그냥 벤자민이 공만 잡으면 불도저처럼 달려들어서 빼앗았잖아. 슈팅도 찬스가 나오는 족족 때려버렸고.’
인구는 세나를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여지껏 본 적 없던 강한 상대를 만났기 때문일까?’
확실히 여타 아이들과 달리 벤자민은 머리 한 뼘 더 큰 데다 공을 제대로 다룰 줄 알았다.
그래서 승부욕이 발동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때, 세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떠 반문했다.
“진심으루 하면 안대?”
“아니, 해두 돼. 근데 아까 그 오빠야가 경기 중에 눈물까지 흘렸잖아. 거의 반쯤 포기한 것처럼. 그런데도 우리 세나가 너무 진심으로 상대했고. 조금은, 조금은 배려 차원에서 살살해도 되지 않았을까? 으음. 일종의 스포츠맨십이란 거지.”
승부 근성도 중요하지만, 스포츠맨십이란 것도 가르칠 필요가 있었다.
그렇듯 인구는 세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덧붙였다.
“상대가 일찍이 무력화된 상태라면, 굳이 더 몰아칠 필요는 없다는 소리야. 어차피 이겼으니까. 우리 세나 체력도 아낄 겸.”
물론 인구 그 스스로는 무력화되든 말든 끝까지 농락하는 성정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인구의 입꼬리는 세상 빙구 같이 끌어 올라가 있었다.
속은 아까부터 팔짝 팔짝 기뻐서 날뛰었다.
‘난 뭐 상관업써 세나야! 흐헣!’
아빠 입장에선 딸이 압도적으로 잘하면 더없이 좋았다.
허나 세나는 뜻밖의 답변을 했다.
“못생겼자나.”
“...응?”
어느덧 세나는 고운 아미를 좁히며 짧게 투덜거렸다.
“벤자민이라는 그 오빠. 못생겨서 진심으로 해쒀.”
“...”
...세나야?
역시, 세상은 외모지상주의인 건가?
* * *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리그 2라운드를 앞두고 툰들은 기대했다.
- 나, 왠지 우리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 그저 한 팬의 망상일 뿐인 걸까?
ㄴ 놉. 나도 우리가 이길 것 같아!
- 인쿠가 개막전에서 해트트릭 작성하면서 기대가 뿜뿜된 것도 사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팀이 전체적으로 좋아진 것도 팩트!
- 상대가 암만 EPL에서 오래 버텨온 팀이라곤 해도..., 올 시즌 뉴캐슬은 절대 만만히 볼 팀은 아니지!
직전 울버햄튼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만큼, 뉴캐슬 서포터즈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물론 리그 2라운드 상대인 웨스트햄 서포터즈인 해머스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고 말이다.
- 울버햄튼 이겼다고 툰들 아주 기고만장해있던데?
- 그것도 잠깐이지. 사흘 뒤 경기에선 울 거야. 우리한테 연달아 실점을 허용하고서!
- 인쿠라는 스트라이커가 확실히 위협적이긴 한데..., 대클란 라이스가 잘 대처해주겠지!
ㄴ 대클란이면 충분히 90분 내내 인쿠 봉쇄할걸! 소니랑 해리 캐인도 꽁꽁 붙들었잖아!
ㄴ 마자. 아주 진드기처럼!
ㄴ 웨스트햄의 영웅에게 진드기라니? 너 이 새끼 해머스인 척하는 스퍼스(토트넘 서포터)지?
해머스들의 사기가 끌어올라 있는 건 툰들과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그들 역시 직전 1라운드에서 탑독이라 불리던 토트넘을 상대로 1승을 쟁취했으니까.
그것도 대클란 라이스란 잉글랜드의 차세대 재능을 중심으로 한 중원에서부터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말이다.
* * *
웨스트햄 감독, 데이비드 모에스에게 있어선 매 경기가 중요했다.
아마, EPL 감독이라면 누구나가 다 그럴 것이다.
어떤 리그보다도 EPL에 속한 팀들 간의 수준은 그리 큰 차이를 띠지 않으니까.
‘뉴캐슬도 다르지 않다!’
“후욱, 후욱, 후욱-!”
모에스는 짧게 짧게 숨을 토해내며 생각했다.
현재 그는 강변 지역인 키사이드에서 러닝에 임하고 있었다.
감독 역시 체력이 좋아야 90분 내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좋은 전술 전략을 펼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그는 달리면서도 머지않아 있을 뉴캐슬에 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인쿠!’
아직도 많은 이들은 인구의 실력을 의심하고 있었다.
이는 당연했다.
이제 고작 EPL에서 한 경기를 소화한 게 다였으니까.
‘비록 해트트릭을 달성했다지만...,’
확실한 검증이 되려면 최소 10경기 이상, 최대 한 시즌을 넘게 소화해야 그때야 이 자긍심 강한 영국인들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하지만 모에스 만큼은 아니었다.
‘인쿠는 진짜다!’
일찍이 모에스는 인구야말로 뉴캐슬 내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인물로 꼽고 있었다.
‘뉴캐슬이 아닌, 그 어떤 팀에서 뛰고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모에스가 본 인구는 플레이 자체가 괴랄적이었다.
‘공수 플레이를 모두 갖췄을 뿐만 아니라 판단력, 순간 스퍼트도 비정상적으로 빨라!’
어떤 식으로든 웨스트햄을 골망을 흔들 수 있을 만큼...!
바로 그때였다.
“후어엇?”
슬쩍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한 순간, 그만 모에스는 휘청이며 헛바람을 삼켰다.
그도 그럴 게 누가 봐도 나 인쿠요! 라는 남자가 맞은편에서 뛰어오고 있었으니까!
‘이, 인쿠우?!’
두 눈을 다시 부릅뜨고 봐도 인구였다.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한 번 보면 쉬이 잊히지 않을 사나운 눈에 뛰어난 피지컬을 갖춘 남자가 어디 흔한가!
거기다 검정 트레이닝 상의 정중앙엔 삐뚤삐뚤한 영어 글귀가 적혀 있었다.
[세나 아빠 인구임. >.
< 107. 늑대가 되기로 했다 (2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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