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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 늑대가 되기로 했다 (27)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09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27)
“괜찮으, 십니까?”
옆좌석에 타고 있던 수석코치 웸블이 조심스레 물었다.
생각보다 인구의 도발이 강했던 거다.
특히 웸블은 모에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을 기억도 하기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매일이 지옥같은 날이었다고 했었지.’
하지만 모에스는 살짝 굳은 표정을 짓다 말고 이내 피식 하니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역시 인쿠답군요.”
짝, 짝!
박수마저 쳐주었다. 웸블이 보기엔 그 손동작이 영 어색했지만 애써 마주보고 웃었다.
모에스는 입가에 주름 진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웸블. 저는 인구를 잘 압니다. 이 친구는 때때로 경기 전날부터 상대의 심리를 건드리곤 하죠.”
“상대의 심리를 말입니까?”
“예. 지난 챔피언십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그랬고,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이 한 예라 할 수 있겠네요.”
“아아.”
웸블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때 인구가 울레 군나르 솔사르를 상대로 경기 전부터 온갖 도발을 가했던 건 지금까지 화자 되고 있었다.
‘맨션이랑 언론플레이 등으로...,’
웸블이 긍정하자 모에스는 차창밖에 시선을 슬쩍 두며 말을 이었다.
“그 덕에 큰 화제성을 불러일으켰죠. 인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팬들도, 그날 이후 인쿠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었고 말입니다. 결국 솔사르는 인쿠의 심리에 말려 졸전을 치렀고요.”
모에스는 딱 잘라 말했다.
“그 친구는 축구 선수로서의 실력도 갖췄지만 지능적이기까지 합니다. 또 당돌하죠.”
“...,아 하. 그렇습니까?”
웸블은 모에스가 진정 인구라는 축구 선수에 반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 이상 저리 노골적으로 까대는 데 아빠 미소를 짓는 게 말이 안되지 않나.
실제로 모에스는 인구의 발언이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인쿠는 승부욕이 굉장히 강한 친구다.’
수없이 선수 영상을 분석해왔다.
그건 경기 외적으로도 다르지 않았다.
인구라는 선수를 원하고 또 원하는 만큼 모에스는 그의 성격까지 낱낱이 파악하기에 이르렀던 거다.
모에스가 아는 인구는 맹수였다.
맹수는 사냥을 할 때 항상 약한 목덜미부터 물어뜯는 법이었다.
저 도발은 목덜미를 물어뜯는 과정 중 하나고 말이다.
“후훗. 이런 인쿠의 심리 싸움에 많은 감독, 선수들이 말려들었었죠.”
일순 모에스는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듯 보더니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하지만 전 아닙니다.”
인구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상, 그가 암만 떠들어대도 그저 귀여울 따름이었다.
오히려 저런 혀 드리블에 화제성마저 불러일으키는 인구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 실력까지 갖췄으니까.’
실력도 좋은 데다, 상대 팀엔 악동으로 불리긴 하나 툰들에겐 강인하고 리더십 넘치는 에이스 그 자체였다.
그렇듯 모에스는 하루라도 빨리 인구와 함께 하기를 간절히 원했다.
‘내 전술에 누구보다 특화된 선수야.’
바로 그때였다.
채 인터뷰에 임하던 인구가 또다시 모에스를 언급했다.
[제가 뭐 전술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맨유 시절부터 꾸준히 지적받는 게 그거 아닙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모에스 말이에요. 신중해도 너무 신중해서 역습 상황에서도 쉬이 전진시키지를 않잖아요. 맨유 시절에도 그렇게 신중하게 굴다가 줘엇댔지. 레드 데빌스는 모에스를 쫄보라 놀려댔고.]
화면 속 인구는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더니 덧붙였다.
[뭐라더라? 몇몇 언론에선 모에스를 향해 덜 떨어진 전술가라고까지 비판하던데. 예전에 한국에서도 온갖 비난이 끊이지 않았었거든요.]
“...”
아빠 미소를 띠고 있던 모에스의 입꼬리 끝이 살짝이지만 떨렸다.
표정은 조금씩 굳어져가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끊임없이 입을 털어댔다.
[왜 빅클럽들이 모에스를 더는 쳐다도 안 보겠습니까? 빅클럽을 맡을 그릇이 아니란 거죠. 웨힌 루니, 반 패르시를 그렇게 활용 못한 감독도 처음 봤다니까요? 이건 한때 레드 데빌스이기도 한 제 절친한 친구(홍석구)를 대신해 토로하는 말입니다! 후!]
“...이 또라이 새끼가 뭐라 지껄이는...!”
그만 모에스는 기침하듯 욕설을 터뜨렸다.
* * *
인터뷰 이후 라파엘 배니테즈의 집무실.
라파엘 배니테즈는 접객용 소파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를 빤히 보았다.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그는 등받이에 편히 기대어 휴대폰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인쿠.’
혜성처럼 뚝 떨어진 그는 자신의 꺼져가던 야망에 불을 지펴준 인물이었다.
그러다 말고 라파엘은 입을 열었다.
“너무 과하지 않았나 싶다만. 무슨 웬수라도 진 건가?”
조금 전 인터뷰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딱 잘라 말해 눈앞의 남자는 모에스를 겨냥해 끊임없이 까댔다.
인구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변했다.
“웬수는 아니죠. 직접 대면한 적도 없는 데요.”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도발하는 건가?”
그 물음에 인구는 슬쩍 눈동자만 들어 라파엘을 보았다.
딱히 추궁하는 것 보다는 진정 궁금해서 묻는 것 같았다.
사실 인구는 오늘 건 외에도 몇몇 팀을 대상으로 감독 또는 선수를 경기 전부터 공략한 바 있었다.
문득, 인구의 두 눈은 날카롭게 빛났다.
“늑대, 아십니까?”
“늑, 대?”
느닷없는 발언에 라파엘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그새 심취한 얼굴이 되어 두 손에서 휴대폰을 슬며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늑대는 포식자에요. 그리고 주로 사냥 시 어리고 약하거나, 또는 병들은 개체를 우선 타겟으로 삼죠.”
목소리까지 그럴싸하게 가라앉힌 인구에 라파엘은 입을 작게 벙긋거렸다.
분위기부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인구는 곧장 말을 이었다.
“울프팩 전술을 아십니까?”“울프팩은...,”
“늑대들은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으로 사냥 시 진을 짜고 편대를 짜는 등..., 사냥감을 끝끝내 구렁으로 몰아가서 족칩니다. 옛날 칼 되니츠 제독의 전술이 이런 늑대 사냥과 비슷해서 울프팩이라는 전술명이 붙었었죠.”
어느덧 인구는 소파 등받이에서 등을 떼 테이블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그래서 저도 똑같이 공략한 겁니다. 상대는 적이잖아요. 그 적은 인터뷰 중에 우리 보스를 건드렸고.”
“아...!”
라파엘은 뒤늦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확실히 모에스는 자신에게 먼저 선 도발을 가했었다.
선수 운이 매우 좋다는 주제로.
이후 뉴캐슬과 인구의 관계까지 악화시키려 들었고 말이다.
인구는 두 눈을 날카롭게 뜨며 말을 이었다.
“적에게 단 일말의 자비란 있어서도 안 됩니다, 보스. 그리고 내 보스를 건드린 그놈은..., 그 순간부터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놈이고요. 거기다 모에스는 제가 판단한, 웨스트햄에서 제일 약한 개체였죠.”
스윽!
인구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였다.
“또 하나. 적장이잖아요. 생각보다 맨유 시절과는 달리 웨스트햄 선수들은 그를 따르고 있고요. 그래서 건드렸습니다. 그 인간 하나만 건드려도 웨스트햄 전체가 펄쩍 뛰고 일어날 거니까.”
말 그대로 심리 작전이었다.
웨스트햄 선수 중에도 필시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녀석들이 생겼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벼르고 있을 게 분명했고 말이다.
‘그걸 역이용하는 거지.’
이 또한 늑대의 사냥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말고, 인구는 피슬피슬 웃으며 물었다.
“해머스(웨스트햄 서포터즈)들에게 욕이야 먹겠지만, 괜찮아요. 툰들은 언제나 날 응원해주니까. 그리고 제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아십니까?”
“아니, 왜...?”
라파엘의 입에서 자동적으로 반문이 튀어나왔다.
인구가 표정으로 ‘물어봐 줘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 대답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인구는 씰룩하니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나직이 말했다.
“전, 늑대니까요.”
“...?”
속으론 생각했다.
‘우리 세나가 그랬거든요. 아빠 늑대라구. 흐헣.’
* * *
경기 당일, 약 6만 2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런던 스타디움.
[웨스트햄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하는 것을 보며 해설진은 말했다.
홈팀 웨스트햄은 4-4-1-1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미카일 안토니우!]
[2선 플레이 메이커엔 필리페 안데르손!]
좌우 사이드 윙어엔 파블로 포로날스, 로보트 스노트그래스가.
[투볼란테엔 마크 로블, 대클란 라이스!]
포백은 아론 크래스웰, 안젤루 오그본나, 파비앙 발부에나, 라이언 프래데릭스.
[골키퍼 장갑은 데이비드 마튄이 착용했습니다!]
[선발 라인업 상당수가 EPL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죠!]
[또 웨스트햄은 올시즌 빅클럽들의 갖은 구애에도 불구하고 팀의 핵심 대클란 라이스를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어서 해설진은 원정팀 라인업을 읊었다.
[원정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라인업입니다!]
뉴캐슬은 직전 울버햄튼과의 경기 때 라인업과 동일했다.
4-4-2 플랜에서 최전방 투톱으로 살로몬 런던과 인구.
좌우 사이드 윙어에 크리스티안 아추, 소피안 부팔.
[투 볼란테는 소피안 암라바트, 오를레앙 추아매니!]
[포백은 알폰스 데이비스, 자말 라셀스, 아미르 라흐마뉘, 디안드루 예들린이!]
골키퍼 장갑은 마르틴 두브라파카가 착용했다.
[직전 울버햄튼과의 경기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던 라인업 그대로이군요!]
[웨스트햄으로선 누구보다도 최전방에 위치한 인쿠를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아, 그렇죠! 인쿠는 양발잡이인데다가 각이 없는 위치에서도 곧잘 슈팅을 시도하니 말입니다!]
홈팬, 해머스(웨스트햄 서포터즈)들은 킥 오프를 앞두고 응원가를 열창했다.
‘난 영원히 비눗방울을 불 거야~
아름다운 비눗방울을 하늘로 날리지~
행운은 항상 숨어 있기 때문에 어디든 찾아 헤매지!
난 영원히 비눗방울을 불 거야!
아름다운 비눗방울을 하늘로 날릴 거야!’
한편 인구의 사전 계획처럼 필드 안에 자리한 웨스트햄 스트라이커, 미카일 안토니우는 이를 벼르고 있었다.
‘인쿠, 이 자식!’
모에스는 안토니우의 은사 그 자체였다.
몇 시즌째 부진에서 허우적대던 자신을 꾸준히 기용하고 믿어준 장본인이 바로 모에스가 아니던가.
그렇듯 경기 전날부터 그런 모에스를 향해 온갖 비난을 퍼부은 인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필리페 안데르손과 포로날스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각자 다르나 그들 또한 모에스를 감독이기 이전에 존경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웨스트햄의 공격진 상당수는 마치 킥오프를 앞둔 인구의 앞쪽에서부터 둘러싸듯이 위치해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렸다.
언제든 소처럼 뛰쳐나갈 기세로 이를 으득 으득 갈며 말이다.
인구는 그런 그들 면면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피며 슬그머니 하얀 이를 드러냈다.
때마침,
삐이이이이이!
주심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다.
투웅-!
인구는 하프라인 가운데서 바로 뒤쪽에 있던 살로몬 런던에게 짧게 선축을 연결했다가 말고 돌연 돌아서,
투웅-!
들소처럼 전방, 좌우 측방에서부터 뛰어든 웨스트햄 공격진 사이를 교묘히 파고들었다.
해설진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외쳤다.
[오오! 킥오프와 동시에 순식간에 웨스트햄의 공격수들을 뚫고 중앙까지 파고든 인쿠우우우!]
< 109. 늑대가 되기로 했다 (2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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