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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5. 빅클럽 (3)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15화 빅클럽 (3)
맨체스터 시티의 공식 오퍼에 팬들은 난리였다.
- 세르히우 아구에로의 대체자로 인쿠 낙점?
- 이 기사 실화냐? 어?
- 안돼! EPL 승격 일등공신을 이렇게 보내선 안 된다고!
- 아니, 맨시티가 진짜로 오퍼를 넣을 줄이야;;
- 장담하는데 인쿠 나가면 뉴캐슬 와르르 무너진다!
- 인쿠가 이적에 동의할까요?
ㄴ 구단은 일단 무조건 동의할 듯. 개같은 애슬 리가 구단주잖아? 그리고 방금 기사 하나 더 떴는데. 인쿠한테 제안한 연봉도 지금 뉴캐슬에 두 배임. 나였으면 고민 없이 갔다!
ㄴ 당신은 툰이 아닙니까? 인쿠는 툰이 아닙니까아아! 고작 돈으로 무너지는 게 툰입니까아아?!
ㄴ 툰인 걸 떠나서 생각을 해봐. 중소기업 에이스로 잘 지내다가 누구나 다 인정하는 대기업에서 콜 왔는데. 그것도 연봉 두 배로. 안 가고 배겨?
맨체스터 시티가 뉴캐슬에 제안한 이적료는 7000만 파운드(한화 1102억).
이는 지난 2011년, 뉴캐슬이 앤디 케롤을 리버풀로 이적시켰을 때 받은 3500만 파운드(한화 532억) 이후 최고였다.
맨체스터 시티로서도 거금을 들이는 영입인 만큼 시티즌(맨시티 서포터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EPL 3경기에서 보여준 인쿠의 플레이는 분명 훌륭했어. 그런데 7000만 파운드라는 가치는 너무 크지 않나?
- 인쿠 나이가 29살이다. 29살짜리한테 7000만 파운드 투자는 조금, 많이 위험부담이 크지.
- 난 이 영입 찬성! 난 인쿠 챔피언십에서부터 활약하는 것 쭉 봤어. 충분히 우리 맨시티에서도 뛸 수 있는 재능이었다고!
-세르히우 아구에로는 에이징 커브가 왔고. 가브리우 제주스, 라임 스털링은 케빈 더 브라이너의 패스를 매 경기마다 몇 번씩 날려 먹지. 그러니 호샙으로선 결정력이 높은 스트라이커를 영입하려는 거고! 그게 인쿠일 줄은 몰랐지만;;
한국에서도 해당 소식은 삽시간에 퍼졌다.
[마인구! 박지송, 손흥빈에 이어 세 번째로 EPL 빅클럽에 입성하나?]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호샙 과르디올라가 한국의 마인구 선수를 원해!]
[세르히우 아구에로의 대체자로 한국 스트라이커! 마인구 낙점! 이적료 7000만 파운드(한화 1102억)! 아시아 역대 최고 수준!]
단연 한국 팬들은 어느 때보다 기쁨에 겨워했다.
- <인생은구만리> 와..., 내 생에 한국인 선수가 또 EPL 빅클럽으로 입성하는 순간을 보게 될 줄이야. ㅋㅋㅋㅋㅋ
ㄴ <초연한 삶> 아직 이적 안했는데?
ㄴ <인생은구만리> 이건 빼박이지. 븅신아. 우리 인구가 콜! 만 외치면 끝나는 건데 뭔.
- <한해가또이렇게간다> 개인적으로 인구라서 걱정이 전혀 안 됩니다! 뉴캐슬에서 보여주는 플레이에 반만 맨시티에서 보여줘도 충분히 주전으로 뛸 수 있어요! <그만큼 뉴캐슬에서의 활약이 비정상적이었다는 소리>;;
- <블루드래곤이창룡> 또 꽥꽥거리는 새끼들 있겠지만 난 손흥빈보다 인구가 더 축구 잘한다고 본다! 맨시티가서도 잘할 거고!
- <축구인생2회차> 시티즌으로서 참 기쁜 소식이네요! 스트라이커 보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구라니! 크으! 감동입니다!
- <예언충> 내가 말했지? 우리 인쿠 빅클럽 간다고오오!
* * *
같은 시각.
“크흐흣!”
뉴캐슬 구단주 마이크 애슬리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참지 않았다.
중역 의자에 앉아 있던 그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다시 한번 휴대폰 속 기사들을 읽어나갔다.
[호샙 과르디올라 ‘우리는 이미 1년 전부터 인쿠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었어. 그의 영입은 충동적인 게 아니야.’]
[시티즌, 인쿠 영입에 갑론을박!]
[뉴캐슬 서포터즈 ‘인쿠를 반드시 붙잡아!’]
이번 맨체스터 시티의 영입 제안으로 언론은 시끌벅적했다.
물론 마이크 애슬리는 이 영입 제안에 곧바로 응할 수는 없었다.
일전에 미노 라이훌라와의 계약 조건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그가 이렇게 행복에 겨워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봐, 댄. 이만한 제안을 과연 라이훌라가 걷어찰까? 으흥?”
슬쩍 고개만 들어 앞을 보았다.
접객용 소파에 뉴캐슬 단장, 댄 라셀스가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애써 웃음 지으며 답했다.
“확실히 매력적인 제안입니다. 감히 거절하기 어려울 만큼이요.”
“그래, 매력적이지! 그것도 아주!”
마이크 애슬리는 흥에 겨워 목청을 높였다.
자그마치 7000만 파운드(한화 1102억)의 제안이었다.
“뉴캐슬 역사상 역대 최고 이적료라고!”
애슬리는 중역의자 등받이에 삐꺽! 소리나게 등을 대며 피슬피슬 웃었다.
그리고 제안해온 팀은 다른 곳도 아닌, EPL에서 최강 팀이라 불리는 맨체스터 시티.
야망이 있는 선수라면 단연 맨시티의 제안을 거절할 리가 없었다.
‘거기다 주전급 대우잖나!’
막대한 이적료만 봐도 주전급으로 영입하려는 게 명확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맨체스터 시티가 제안한 선수 연봉은 지금 뉴캐슬에서 지급받는 320만 파운드(한화 50억)의 두 배.
애슬리는 테이블 위에 놓인 이적 서류에 눈길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640만 파운드(한화 100억)라...!”
그 외 맨시티가 제시한 옵션까지 한다면 좀 더 웃돈다.
여기에 에이전트 수수료도 잭팟이라 할 수 있었다.
즉, 미노 라이훌라와 인구, 두 사람 입장에선 이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거라는 게 애슬리의 생각이었다.
‘아니. 유혹이랄 것도 없지. 이건 굴러온 기회라고!’
애슬리는 곧 있을 라이훌라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이 이적에 동의하겠습니다. 우리 클라이언트 또한 해당 이적에 응하기로 했고요.]
“크핫!”
라이훌라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오는 상상만으로 애슬리의 벌어진 잇새로 웃음이 자꾸 터져 나왔다.
적어도 축구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두 번 다시는 없을 기회라는 것을 잘 알 것 아닌가?
‘암! 다시는 없을 기회지!’
인구의 나이 29살이었다.
내년이면 서른에, 축구 선수로서의 수명이라고 해봤자 평균적으로 봤을 때 앞으로 길어봤자 4년, 5년.
‘그 안에 에이징 커브도 올 테고.’
시즌 중에 부상이라는 변수도 있었다.
마이크 애슬리가 판단하기에 인구는 지금 이 순간이 최전성기가 아닌가 싶었고 말이다.
이를 에이전트계의 거물이자 장사꾼인 미노 라이훌라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그렇듯 애슬리는 벌써부터 7000만 파운드(한화 1102억)로 무얼 할지 생각하며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일단은, 잠자코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군.’
* * *
살로몬 런던은 길을 거닐고 있었다.
허나 그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적이라니, 이적이라니...!’
손에 쥔 휴대폰 화면 속은 인구의 기사로 도배되어 있었다.
[인쿠! 진짜 맨체스터 시티로 합류하나?]
[인쿠의 이적에 뉴캐슬 구단은 현재 묵묵부답 중...!]
[인쿠! 이변이 없는 한 맨체스터 시티의 새로운 스트라이커가 될 것!]
분명, 기쁜 일이라면 기쁜 일이었다.
축구선수에게 있어 빅클럽은 모두의 꿈이 아닌가.
‘맨시티면, 확실히 EPL에서도 리버풀, 첼시랑 우승 경쟁하는 팀이니까.’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피, 땀 흘려가며 싸워온 동료가 이렇게 떠나는 만큼 아쉬움도 컸다.
무엇보다,
‘내 스승이잖아...!’
런던은 인구에게 감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한때 뉴캐슬에서의 경쟁을 포기하고 다른 구단으로 떠날 뻔한 자신을 붙잡은 이가 인구가 아니던가.
물론 말로 붙잡았다기보다는, 함께 훈련을 뛰면서 자석처럼 끌어당겼다는 게 맞다.
‘그 덕에 기량도 크게 올랐으니까.’
인구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힘써주었고, 때때로 훈련 간 좋은 스파링 상대가 되어주었다.
‘특정 상황에서 일일이 좋은 위치까지 선정해주며 내가 이 EPL에서 경쟁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혹 전 경기에서 부족한 면을 보였다면, 다음 날, 다다음날 인구는 코치처럼 자신을 열렬하게 지도해주었다.
그때마다 런던은 다짐했었다.
인구와 함께 이 뉴캐슬을 EPL 상위권으로 끌어올려 보자고!
나아가 진정한 꿈이라 할 수 있는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미래도 그렸다.
그만큼 런던은 인구와 함께 뛰는 게 즐거웠으며 힘이 났다.
‘진짜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자신감도 크게 올랐고 말이야.’
우뚝-
한참을 거닐고 거닌 끝에 런던은 걸음을 멈췄다.
어느덧 도로 너머엔 인구의 집이 보였다.
런던은 그새 초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꿈 이루지 못하겠네.”
인구는 이제 맨체스터 시티로 떠날 것이었으니까.
“거절하기엔 너무 매력적이잖아.”
적어도 뉴캐슬보다는 훨씬 나았다.
자신이었어도 고민 없이 이 이적에 응했을 것이다.
예견된 수순이라면 수순이었다.
‘확실히 인쿠같은 재능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지.’
런던은 뉴캐슬의 선전에 그 생각을 잠깐 잊었었다. 대신 녀석과 함께 뉴캐슬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자 하는 감성에 진득하니 젖어있었을 뿐.
그런 부분에선 분명 아쉬움이 따랐으나,
씨익-!
이내 런던의 입꼬리는 끌어 올라갔다.
동료가 인정받았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이 아쉬움보다 훨씬 컸으니까.
지금 인구의 집에 찾아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순수한 마음에서 축하해주려고!
또 한 가지 더.
그에게 자신의 꿈을 외치고 싶었다.
‘나도 언젠가 너처럼 빅클럽에서 뛸 거라고 말이야!’
어쩌면 이미 인구는 맨체스터주에 집을 구매했을지도 모른다.
대개 이적은 갑작스럽게도 아닌, 일찍이 선수와 구단 간에 비밀리에 진행되고 완료되면 공식 보도가 나오는 식이었으니까.
똑똑!
그렇게 도로를 지나 인구의 집 현관문을 두드렸을 때였다.
달칵!
문이 열렸고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런던은 기쁨에 겨워 그를 꽈악 안으려 들었다.
“이인 쿠우우우! 어억?!”
허나 런던은 두 팔을 활짝 벌린 그대로 입을 쩌억 벌렸다.
현관문 너머로 보이는 거실이 온통 액체 괴물이라 불리는 슬라임으로 무릎 높이까지 가득 차 있었던 거다.
“이, 이게 뭔...!”
런던은 화들짝 놀라 물었다.
가만 보니 바닥엔 방수 천막 같은 게 깔려있었고 현관 앞에도 무릎 높이의 방수 천막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마주한 인구는 얼굴, 몸 곳곳에 슬라임을 묻힌 채 씨익 웃어 보였다.
“어, 왔냐.”
반면 런던은 쉬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너, 너네는 언제...,”
액체 괴물 가운데, 이미 푸른 슬라임에 온몸을 비롯해 머리까지 젖은 두 명의 선수.
크리스티안 아추와 디안드루 예들린이 초연한 얼굴로 둥둥 떠다니고 있었으니까.
그 앞, 허리에 양손을 얹고 선 세나는 꺄하하핫! 세상 천진한 웃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봐라! 이게 나다아! 이게 세나 마왕의 힘이다아아! 너희 인간들은 나를 이길 수 엄써!”
런던은 세나의 대사로 두 친구가 죽었다고 확신했다.
곧 런던은 두 사람을 보다 말고 인구를 향해 물었다.
“... 짐은 안 싸?”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미 인구는 런던에게서 몸 돌려 세상 진지한 눈으로 놀이에 한창이었으니까.
“우어어어어어! 이 세나 마왕! 감히 내 동료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널 가만두지 않겠드아아!”
푸허허헉-!
이윽고 물속에 다이빙하듯 거침없이 몸을 던졌고 말이다.
< 115. 빅클럽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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