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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7. 빅클럽 (5)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17화 빅클럽 (5)
[인쿠! 맨체스터 시티행 거절!]
해당 기사가 퍼지자 툰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예스! 인쿠우우! 역시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구나아아!
- 좋은 선택인 듯. 지금 맨시티 가면 벤치 행일 가능성이 커. 그러니 좀 더 경험 쌓고 가도 늦지 않아!(우리 잔류 좀 시켜주고)
- 와. 인쿠. 간댕이 진짜 크네. 맨시티행을 거절할 줄이야.
반면 해외 여러팬들은 의문을 표하였다.
- 아니. 맨시티를 왜 거절하는 거야?
-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를 차버린 인쿠.
- 설마. 호샙이가 탈모라서 전염될까봐...?
그건 한국도 다르지 않았다.
박지송, 이형표, 손흥빈에 이어 또 한 명의 빅클럽 코리안리거의 탄생을 기다렸던 한국 팬들로선 아쉬움이 묻어난 것이다.
- <인생은구만리> : 경쟁이 두려웠던 건가요, 인구 형? ㅠㅠ
ㄴ <시티즌10년차> : 경쟁이 두려웠다고 하기엔 지금 맨시티는 정통 스트라이커가 없음.
- <이창룡> : 매번 득점 찬스 놓치는 제주스, 스털링에 나이 먹은 아구에로 상대로 충분히 경쟁해볼 법했는데 아쉽네...
- <소니소니> : 인구야! 당장 인터뷰 열어서 죄송하다고 사죄해! 어디 이런 기회가 흔하냐! 어?
- <바람아불어라> : 맨시티에서 뛰는 한국인 최초 선수 보나 싶었더니만. 쩝;;
* * *
시간은 좀 더 흘러 9월 5일.
리그 4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이 열렸다.
인구는 내일 경기에 앞서 라파엘 배니테즈와 함께 참석.
단연 기자들은 맛난 먹이를 발견한 것처럼 두 눈을 빛냈다.
‘기다렸다고.’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군.’
‘대체 왜 맨시티행을 거부한 거야?’
이런 궁금증을 일단은 속에 삼켜두고서 기자들은 라파엘을 향해 질문을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인쿠 선수?”
한참을 기다린 끝에 한 기자가 손을 들어 인구를 호명했다.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인구는 라파엘의 옆자리에 앉아 두 눈을 끔뻑였다.
BBC 소속 기자 카일은 그런 그를 향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을 건넸다.
“며칠 전 맨체스터 시티가 7000만 파운드(한화 1102억) 규모의 이적료에, 연봉도 현재보다 두 배 인상된 금액을 제시한 거로 아는데요. 그런 맨시티를 거절한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질문을 건넨 기자 카일은 인구의 답변을 기대했다.
‘이 미친개 녀석. 어디 한 번 또 아무나 물어보라고.’
기자들에게 있어 인구에 대한 인식은 썩 좋지 않았다.
지난 챔피언십 개막전에서부터 기자들을 향해 월월 짖어댄 양반이 바로 인구가 아니던가.
또 한편으론 매일 같이 화젯거리를 제공하는 만큼 진수성찬이라면 진수성찬이었다.
‘늘 적이라면 일단 족치고 보는 녀석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향해서도 그랬고, 자신을 향해 호평했던 웨스트햄 감독 모에스를 향해서도 그랬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지!’
감독뿐만 아니라 선수들까지 까대며 스스로 수많은 적을 생산해낸 것이다.
그렇듯 처음부터 인구를 좋지 않게 여겨온 카일은 그가 또 한 명의 거대한 적을 만들어내기를 바랐다.
호샙 과르디올라를 깎아내리며 팬들의 원성을 샀으면 했고 말이다.
‘동시에 좋은 기삿거리도 내고 말이야. 후훗.’
하지만 인구는 카일이 원하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특유의 사나운 눈길로 카일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개인적으로 호샙 과르디올라 감독님을 아주 존경합니다.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그 밑에서 지도를 받고 싶을 만큼요.”
“...예헤?”
생각지 못한 진지한 발언에 카일은 그만 목소리가 샜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허나, 저는 지금 뉴캐슬 유나이티드 소속의 스트라이커입니다. 시즌은 막 시작했고, 저는 동료들과 함께 원하는 목표에 오르고자 힘차게 달리고 있죠. 딱 잘라 말해, 도중에 멈추기가 싫습니다.”
“멈추기가 싫다고요?”
“예. 뉴캐슬에서의 여정을 지속하고 싶단 소리입니다. 이곳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고 싶으니까요. 동료들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늘 열렬히 우리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툰들과 함께.”
오오...!
와...
일부 기자들에게서 옅게나마 감탄이 쏘아졌다.
인구가 여지껏 인터뷰장에서 보여준 적 없는 동료애와 팀을 위하는 감정을 버젓이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인구에게 데인 적 있던 기자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개망나니가 웬일이래?’
‘요즘 욕을 너무 많이 먹어서 몸을 사리나?’
‘방금 멘트, 인쿠 답지 않게 차분하고 진지했어!’
툰들에겐 영웅이지만 타 팀 팬들에겐 악동 그 자체인 인구였다.
허나 인구 그는 오늘만큼은 진심으로 임하고 있었다.
‘이적 이슈가 있었던 만큼 책임도 져야지.’
자랑은 아니나 인구, 그는 현재 뉴캐슬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핵심이 시즌 도중 타 구단과의 이적 루머가 떴다?
이는 선수단에 어떡해서든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불과 며칠 전 런던과 예들린, 아추만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게 얼굴에 빤히 드러나지 않았던가.
이는 경기력에도 필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었다.
‘혼란함이든 뭐든 간에.’
그러니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흔들리는 동료들의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
‘나, 어디 안 가고 적어도 한 시즌 이상은 뉴캐슬에서 최선을 다할 거라고.’
그렇듯 인구는 좀 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뉴캐슬은 가장 먼저 저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본 구단입니다. 적어도 최소한의 보답은 한 뒤에 팀을 떠나야 한다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고요. 또...,”
말끝을 늘어뜨린 인구는 이내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저는 아무것도 쥐지 않고 팀을 떠나진 않을 겁니다. 그건 제 성미랑은 맞지 않거든요.”
“그 말은 설마...?”
처음 질문을 건넸던 카일이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인구가 두 눈썹을 사납게 세우며 입을 열었다.
“우승컵이요. 전 적어도 뉴캐슬에서 리그든, 컵대회든. 우승 컵 하나는 쥐고 떠나고 싶습니다.”
파파팟, 파파파팟! 파파팟!
거의 동시에 카메라 스트로보가 사방에서 터졌다.
* * *
9월 6일.
리그 4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로이 호치슨 감독이 이끄는 크리스탈 팰리스는 올 시즌 순위 8위를 기록 중이었다.
홈 경기인 만큼 팬들은 뉴캐슬 전에서 승리를 간절히 바라왔고 말이다.
“방심하지 말고 90분 내내, 아니 경기 종료 때까지 집중하자!”
크리스탈 팰리스의 주장 루카 밀리보에비치는 경기 전 필드에 원으로 둘러싼 선수들을 향해 외쳤다.
주장의 연설에 서로의 어깨를 쥔 손에는 힘이 강하게 들어갔다.
“오직 이글스(크리스탈 팰리스 서포터즈)를 위해!”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첼시를 상대로 패했다 할지라도 팰리스 선수들은 더는 그들을 만만한 상대로 인식하지 않았다.
특히 인구는 팰리스 수비수들에게 있어서도 가장 위협적인 존재.
밀리보에비치는 포지션에 위치한 뒤에도 동료들을 일일이 돌아보며 외쳤다.
“연습한 대로만 해!”
4-2-3-1 플랜을 가동한 로이 호치슨의 크리스탈 팰리스는 오늘 경기에서 선 수비 전략을 꺼내 들었다.
[오오..., 팰리스! 뉴캐슬을 상대로 내려앉는 플랜을 들고 나왔네요!]
[예상을 벗어난 전술인데요?]
해설진이 말한 것처럼 경기 시작부터 중앙 미드필더부터가 포백 라인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유야 간단했다.
뉴캐슬의 최전방엔 뭐든 뚫어버릴 만한 날카로운 창이 있었으니까.
지금도 그랬다.
툭-!
[인쿠에게 연결된 공!]
여지없이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인구는 페널티 아크 바깥에서 공을 받자마자 아웃사이드로 짧게 차 냈다.
‘슈팅 각을...!’
멀지 않은 거리에서 이를 본 팰리스의 밀리보에비치는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좁혀어어!”
그 순간 내려앉았던 미드필더 체이크 쿠야테가 득달같이 뛰쳐나와 발을 뻗었다.
뻐엉-!
인구의 휘두른 오른발등을 맞고 공이 대포처럼 쏘아진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휙-!
“헉!”
슬라이딩 태클처럼 힘껏 발을 뻗었던 쿠야테는 왼쪽 뺨 옆을 서슬퍼레 스쳐 간 공에 기겁했다.
반사적으로 고개는 돌아갔고 두 동공은 크게 흔들렸다.
‘디딤발도 없이 그냥 때려?’
그냥 제자리에서 때릴 수야 있다.
그런데 제자리에서 때린 것 치곤 슈팅 세기와 강도가 비정상적이다 싶을 만큼 매서웠다.
반응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치익-!
다행히 공은 우측 크로스바와 포스트 사이 모서리를 살짝 비켜나갔다.
인구는 제자리에서 짧게 아쉬운 탄식을 터트렸다.
“아으, 아까워라.”
고작 2분 뒤.
타앙-!
뉴캐슬의 레프트백 알폰스 데이비스가 공을 몰고 좌측 사이드라인을 타고 질주했다가 말고,
타앙-!
문전으로 러닝 크로스를 구사했다.
다다다다-!
동시에 인구와 살로몬 런던, 소피안 부팔이 좌우 하프, 중앙에서부터 박스 안으로 파고들었다.
“어딜!”
팰리스의 센터백 재임스 톰킨스가 가장 먼저 아크 아래서 몸통박치기를 가하듯 인구를 정면에서 견제했지만 실패했다.
인구가 자신이 길목을 가로막든 말든 그대로 전차처럼 돌진해온 것이다.
‘무, 무슨...!’
퍼억-!
휘청!
“어억?!”
오히려 어깨 푸싱 한 방에 톰킨스는 그만 옆으로 휘청이며 밀려났다.
쐐에에엑-!
툭!
직후 알폰스 데이비스가 쏘아 올린 공은 정확히 인구가 휘두른 머리 위로 뚝 떨어졌다.
두 걸음 뛰쳐나왔던 팰리스의 골키퍼는 슈팅이 목적이 아니란 것을 인지하자마자 기겁하며 급히 뒷걸음질 쳤다.
[오오! 인쿠! 공을 헤더로 좌측 아래 방향으로 전환 시켜...!]
벌떡 일어난 해설진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툭-!
촤락-!
[고오오오오오오올! 살로몬 런더어언!]
[좌측 에어리어 사이로 파고든 런던의 발아래로 뚝 떨어진 인쿠의 깔끔한 포스트플레이!]
[이를 런던이 오른발만 가볍게 휘둘러 선취 골을 작렬해냅니다아아아!]
“우어어어어어어!”
인구의 어시스트를 제공받은 런던은 포효와 함께 오직 인구를 향해 달려가 와락 끌어안았다.
물론 크리스탈 팰리스가 마냥 뉴캐슬의 공격이 무서워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에 임한 건 아니었다.
팰리스의 공격진 모두가 역습에 특화된 선수들인 이유도 있었으니까.
특히, 좌측 윙어로 출전한 월프레드 자하는 EPL 3대 드리블러이자 빠른 주력을 갖춘 선수.
그런 그는 전반전 20분 만에 예들린을 제치고 언더래핑 후 뉴캐슬의 센터백 자말 라셀스까지 팬텀 드리블로 농락한 뒤,
타앙-!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올! 월프레드 자하아아아!]
[동점골에 성공한 팰리스의 에이스 자하아! 홈팬들을 향해 양손을 흔들며 더 큰 함성을 끌어 내는군요오오!]
[뉴캐슬! 온전히 수비에 집중하다 폭발적인 카운터 어택을 구사한 크리스탈 팰리스에 일격을 허용해버립니다! 굉장합니다! 굉장해요오!]
“예스으! 예스으으으으!”
주장인 밀리보에비치는 기쁨에 겨워 제자리에서 팔짝 팔짝 뛰었다.
나아가 비록 1실점을 먼저 허용하긴 했으나 감독의 전술대로 움직이면 충분히 뉴캐슬을 상대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일었다.
* * *
삐, 삐, 삐이이이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
밀리보에비치는 휘슬 종료와 함께 꺾인 나뭇가지처럼 힘없이 주저앉았다.
“하...”
그 입에선 짧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도 그럴 게 최종 스코어 1 : 4.
결국 크리스탈 팰리스는 뉴캐슬에게 후반전에만 3골을 내리 허용하며 완패당했다.
그것도 1골은 인구의 중거리 슈팅을 수비 지역까지 내려앉았던 자신이 육탄방어로 막았다가 말고 굴절되어 자살골로 연결된 거다.
< 117. 빅클럽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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