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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 빅클럽 (7)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19화 빅클럽 (7)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리그 9라운드 본머스를 상대로 1 : 0 신승을 거뒀다.
이어진 리그 10라운드, 11라운드에선 1승 1무를 달성하며 11경기 동안 8승 1무 2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만들어냈다.
며칠 뒤 12라운드.
토트넘 홋스퍼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토트넘의 홈구장에서 치러지는 경기인 만큼 스퍼스들은 경기 전부터 응원가를 열창했다.
또 그들은 어느 때보다 이 경기의 승리를 염원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지난 컵 대회에서 뉴캐슬에게 어처구니없는 패배를 당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설진은 설명을 덧댔다.
[지난 시즌!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마우리시오 포채티노의 토트넘을 상대로 이변을 연출한 바가 있습니다만!]
[글쎄요. 오늘 경기에서도 토트넘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최근 뉴캐슬의 기세가 무시무시한 만큼 언론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승부 예측은 크게 갈렸다.
그럼에도 가장 많은 예측은 무승부였으며 토트넘의 근소 우위를 점치는 이들도 있었다.
더욱이 지난 fa컵 대회에서 토트넘은 뉴캐슬 상대로 100% 전력을 꺼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토트넘은 1.5군 또는 1.7군을 방불케 하는 선발 라인업으로 뉴캐슬을 상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감독 조제 모리뉴는 앞서 기자회견장에서 언급한 대로 베스트 일레븐을 가동했군요!]
토트넘은 4-2-3-1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는 해리 캐인!]
2선은 손흥빈, 델레 할리, 루카스 모라.
[중앙 미드필더엔 무사 시스코와 헤리 윙크스가!]
포백은 라이온 세세뇽, 얀 배르통헌, 토비 알대르베이럴트, 세르지 오리헤.
[골키퍼 장갑은 휴고 요리스가 착용했습니다!]
단순 순위만 놓고 보자면 토트넘보다 우위에 있는 뉴캐슬이었다.
토트넘으로선 순위 6위를 기록 중인 만큼 뉴캐슬전에서의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말이다.
* * *
뉴캐슬의 선전에 언론이며 여론은 말하고 있었다.
[토트넘은 손쉽게 뉴캐슬을 상대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방심하는 순간 뉴캐슬에게 허를 찔릴 것.]
토트넘 지역 매체마저 거듭 경고해왔을 정도다.
조제 모리뉴 또한 경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리 언급한 바 있었다.
[올 시즌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습니다. 지난 시즌 FA컵에서 맞붙었을 때와 비교해서도 한 단계, 아니 몇 단계 더 성장한 팀이 되었죠. 절대 만만히 봐선 안 됩니다.]
툰들 또한 지난 컵대회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승리한 전적이 있는 만큼 기대감에 들떴다.
하지만 후반전 44분.
하프라인과 우측 사이드라인이 맞닿는 지점까지 내려갔던 해리 캐인이 슬쩍 고개를 들어 냅다 오른발을 강하게 휘둘렀다.
타아아앙-!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발밑에 있던 공은 빠르게 솟구쳤다.
오오옷 오오오오옷 오오오오오옷-!
약 6만 명에 달하는 스퍼스들의 고조의 가락은 점점 더 높아졌다.
긴 포물선을 그리며 필드를 가로지른 공을 향해 어김없이 손흥빈이 폭발적인 스프린트를 뽐내며 달려가고 있었으니까.
큰 키에도 불구하고 발이 빠른 뉴캐슬의 아미르 라흐마뉘와 센터백 자말 라셀스가 급히 뒷걸음질 쳤지만 늦었다.
스윽-!
“미친...!”
라흐마뉘는 뒷걸음질 쳤다가 말고 급히 아군 골문 방향으로 돌아섰으나 기겁하고야 말았다.
자신의 왼 어깨 사이 공간으로 불시에 손흥빈이 튀어나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돌아서 스탠스를 다잡는 그 잠깐의 순간에!
‘빠르다...!’
마치 연습 경기에서 인구를 상대하는 것처럼 손흥빈의 순간 스퍼트는 엄청났다.
‘아니 지속력까지...!’
손을 뻗어 막아 세울까도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미 그 생각을 하는 동안 손흥빈과의 거리가 3걸음 이상 벌어져 버렸으니까.
투읏-!
참다못한 뉴캐슬의 골키퍼 두브라파카가 골라인을 이탈해 뛰쳐나왔다.
온몸을 날려 슈팅 각도라도 좁혀놓을 계획으로.
허나 그마저 실패했다.
툭-!
해리 캐인이 쏘아 올린 공이 마치 자석처럼 막 페널티 에어리어를 넘어선 손흥빈의 오른발 끝에 뚝 떨어졌으니까.
“으익?!”
두브라파카는 뛰쳐나왔다가 말고 중력을 거부하듯 좌측으로 힘껏 온몸을 비틀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안간힘을 써 내질러보아도 반대편 포스트 중앙으로 꽂히는 공에는 닿을 수 없었다.
촤라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쏘니이이이이이이이이!]
[완벽한 하모니입니다! 해리 캐인의 엄청난 크로스에 이어 소니의 결정적인 한 바앙!]
[EPL 최강 듀오의 합작골에 무너지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으으!]
와아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토트넘의 핵심 손흥빈의 득점에 스퍼스들은 단체로 기립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에 반해 원정석.
당초 2천석이 할당된 원정석이었지만 그곳은 이미 군데군데 마치 탈모라도 일어난 것마냥 텅텅 비다시피 했다.
손흥빈의 추가 골에 기어이 남은 일부 팬들마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고 말이다.
“에잇! 내가 이런 경기력 보려고 직관하러 온 줄 아나!”
“FUCK! FUCK! FUCK!”
“직관만 하러 오면 져! 제기랄!”
팬들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불만을 터뜨리며 그만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이유야 간단했다.
단순 1점 차 패배도 아닌, 방금 실점으로 스코어 4 : 1.
또다시 빅팀 중 한 팀을 상대로 대패를 당하고 말았으니까.
* * *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흘렀다.
스쿼드 댑스가 얇은 뉴캐슬인 만큼, 애초 라파엘 배니테즈는 EFL컵 대회에서 힘을 완전히 뺐다.
오직 리그에 집중하기 위해.
그렇듯 EFL컵에선 비주전들만 내세웠고 어김없이 조기 탈락을 하였다.
팬들로선 아쉬움이 따랐으나 확실히 리그에 집중하면서 뉴캐슬의 전반기 성적은 훌륭했다.
[자그마치 19경기 11숭 2무 6패..., 뉴캐슬에게 있어선 정말 훌륭한 성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반기만에 승점 35점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강등과는 완전히 멀어졌다고 봐도 무방하죠. 우리의 최초 목적을 조기에 달성했단 말입니다.]
뉴캐슬의 라커룸 내 자리한 벽면 스크린 화면 속.
엘런 시어러가 축구 관련 방송에 패널로 출현해 다른 패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요 몇 달 내내 엘런 시어러의 표정은 해맑았다.
리그 19라운드 경기를 치른 직후인지라 라커의자에 자리한 주장인 자말 라셀스의 입꼬리는 슬며시 끌어 올라갔다.
“우리 레전드. 요즘 뉴캐슬 칭찬이 잦네?”
“그야 당연하지. 옛 전성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으니까.”
골키퍼 두브라파카가 물기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털어내며 화답했다.
그 외에도 라커룸엔 경기 후 만족스러운 표정의 선수들이 엘런 시어러의 멘트에 귀 기울였다.
[올 시즌 함께 승격한 애스턴 빌라, 브렌트포드를 보시죠. 브렌트포드는 리그 19라운드 동안 겨우 4승만을 거두며 리그 15위에 쳐져 있습니다. 애스턴 빌라는요?]
화면 속 엘런 시어러는 쓴 것을 먹은 것 같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들은 브렌트포드보다 한 단계 높은 순위인 13위를 기록 중입니다. 겨우 5승만을 거두었죠. 엄청난 이적료를 쏟아부었음에도 말입니다. 반면에 우리 뉴캐슬 유나이티드는요? 네?]
엘런 시어러의 입꼬리는 그새 또 히죽 하니 올라갔다.
[12월. 시즌 전반기를 모두 치른 현재.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5위에 올라있습니다! 시즌 8라운드까진 4위였으나, 이후 11경기를 치른 뒤 겨우 한 계단 하락했을 뿐이지요.]
뉴캐슬의 위엔 리버풀(1위), 맨체스터 시티(2위), 첼시(3위), 아스널(4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거기다 4위 아스널과의 승점 차는 겨우 2점입니다. 언제든 순위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소리죠. 더 나아가 우리 뉴캐슬은 후반기 시즌에도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우쭐, 우쭐!
씨익.
엘런 시어러의 찬사에 라커룸 내 자리한 선수들은 기고만장해졌다.
하지만 그들의 기고만장함은 얼마 가지 않았다.
엘런 시어러의 맞은편에 자리한 진행자, 개리 리네커가 찬물을 끼얹었으니.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만.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후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엘런 시어러는 자신있게 답했으나 리네커는 두 눈을 가늘게 좁히며 말을 이었다.
[매체 조사에 따르면,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19라운드 동안 20개 팀 중 가장 적은 로테이션을 가동한 팀입니다. 또 선발진들의 출전 시간이 가장 높은 팀이기도 하고요.]
[그거야...]
[최근 경기력을 본다면, 후반전 들어 유독 지쳐 보이는 몇몇 선수가 눈에 띄기까지 하던데요?]
라파엘 배니테즈의 전술 성향부터가 쓰던 선수만 주야장천 쓰는 성향이 짙은 감독이었다.
여기에 주전과 비주전 간에 수준 차가 명확한 만큼 올 시즌 이러한 성향은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었고 말이다.
[무엇보다...,]
말끝을 늘어뜨린 리네커는 최근 뉴캐슬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뉴캐슬은 빅6를 상대로는 전패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는 꽤 각축전을 벌였습니다만, 나머지 팀들과는 상당한 수준 차로 참패를 당했죠. 이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랬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첼시, 리버풀, 토트넘, 맨시티, 아스널, 맨유를 상대로는 올 시즌 승리를 취하지 못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엘런 시어러는 별로 개의치 않다는 입장이었다.
[우리의 최초 목표는 잔류였습니다. 그러니 만큼..., 지금 성적도 충분히 만족합니다만. 혹 후반기에도 그들에게 전패한다 하더라도 다른 팀을 상대로 선전하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엘런 시어러는 덧붙였다.
물론 이기면 좋겠지만 이미 뉴캐슬은 과분할 정도로 잘해주고 있다고 말이다.
라커룸에 자리한 뉴캐슬 선수들은 크게 동조했다.
“그럼, 그럼!”
“역시 엘런 시어러야!”
“길게 보자는 거잖아? 응?”
“솔직히 10위권 내로만 마무리지어도 완전 잘한 거지!”
디안드루 예들린은 알몸 상태로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후반기에도 지금처럼만 하즈아아!”
띠이익-!
순간 갑자기, TV가 꺼졌다.
“뭐, 뭐야?”
“누가 선 건드렸어?”
해당 라이브 영상을 즐겁게 시청하던 일부 선수들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불만을 터뜨렸다.
런던과 예들린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떤 놈이 TV를 꺼버린...!”
런던은 도끼눈을 뜬 채 말을 하다 말고 그만 입을 벙긋거렸다.
두 눈은 크게 떠졌다.
“인, 쿠...?”
막 샤워를 끝내고 왔는지, 구릿빛에 단단한 상체만 드러낸 인구가 한 손에 TV 플러그를 뽑아든 채 서 있었으니까.
왜인지 세상 사나운 얼굴을 하고서 말이다.
곧 그 입 밖으론 뜻밖의 말이 쏟아졌다.
“이 새끼들이 벌써부터 안주하고 지랄이야.”
< 119. 빅클럽 (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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