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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20화 (1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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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 빅클럽 (8)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20화 빅클럽 (8)

“왜,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이 새끼라니 형한테.”

자말 라셀스와 팀의 몇 없는 연장자들은 미간을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인구는 그들을 향해 한 손을 스윽 들어 보이며 단호히 말했다.

“아아. 형들은 제외. 이 새끼들 대신 이 형들로 정정하자. 내가 이래 봬도 예의범절로 유명한 나라에서 온 놈이니까.”

“...”

자말 라셀스가 입을 벙긋거렸지만 차마 말을 잇지는 못했다.

‘이놈 눈빛이...,’

평소에도 사나운 눈빛이건만 오늘따라 유독 사납게 번뜩이고 있었으니까.

마치 화가 난 것 같았다.

라셀스는 속으로 골똘히 생각했다.

‘누가 뭘 잘못한 거지?’

어정쩡하게 선 디안드루 예들린은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대체 왜...?’

암만 생각해봐도 어째서 인구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예측되지 않았다.

‘오늘 경기에서도 잘했잖아.’

하위권 팀이 상대였다 할지라도 3 : 0 완승을 거뒀다.

경기력적인 부분에서도 만족스러웠고 말이다.

‘내가 제공한 키패스만 3개였는데...,’

한편 인구는 개개인의 면상을 일일이 살펴보며 생각했다.

‘이놈들. 아직도 뭐 때문인지 모르네.’

하나같이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올라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툭!

생각과 동시에 인구는 손에든 플러그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떨어뜨리곤 입을 열었다.

“내가 너희들한테 묻고 싶은 건 간단해. 왜 안주하고 있는데?”“...안주하고 있다니?”

주장인 자말 라셀스가 반문하자 인구는 꺼진 tv를 콕콕 찌르듯 가리켰다.

“여기 tv 속 패널이 말한 것처럼 안주하고 있잖아. 이미 잔류는 확정을 짓다시피 했고, 지금처럼 꾸준히 잘하면 순위 10위권 내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면서. 그리고 너희들은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지. 아니야?”

누구 하나 부정하지 않았다.

디안드루 예들린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 맞아요.’

인구는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면상에 다 써 있잖아. 지금 순위 5위를 기록 중이긴 해도, 시즌 종료까지 이 순위를 지킬 수 있으리라 확신하는 놈들이 아무도 없다고.”

인구는 말했다. 더 나아가 순위 4위권 이상부터 주어지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노릴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다고.

인구는 어깨를 으쓱이며 반문했다.

“어째서? 왜? 이유가 뭐야? 왜 그 자리에서 머물러만 있는데? 누가 어깨로 툭 치면 왜 안 맞서고 그대로 물러날 생각만 하냐고. 병신같이.”

“...”

“...”

장내에 침묵이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인구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계속해서 열변을 토해냈다.

“알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언론이며 여론이 말한 것처럼 자금 뉴캐슬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지. 시즌 종료 후 최종 순위가 설령 14위권이래도 툰들은 박수를 쳐줄 거야. 왜?”

모두에 대한 반문이었다.

자리한 이들은 이제 누구 하나 입을 벙긋하지 않았다.

인구에게서 풍기는 뜨거운 기세를 비롯해 그가 토해내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살갗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니까.

그런 인구는 조금씩 자신과 마찬가지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이들을 향해 차갑게 덧붙였다.

“우린 좆도 아닌 팀이거든. 아니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맞아. 빌어먹을 빅6에 전패해도 찬사를 보내는 팀이 뉴캐슬이야. 앞으로 4연패, 5연패 해도 괜찮다며 응원할 팀이 뉴캐슬이라고. 왜 그런 줄 알아?”

쾅-!

인구는 벽을 꽉 쥔 주먹으로 강하게 때렸다.

“우린 강등만 면하면 되거든! 언론 여론, 구단이 정한 커트라인을 마지노선 삼아 너희들은 세상 안주하고 있고 말이야. 아주 좆같은 마인드로!”

이후로도 열변에 열변이 이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인구는 두 눈으로 보았고 느꼈다.

‘이 새끼들.’

점점 더 타닥, 타탓 타오르는 장작처럼 그간 시들해져 있던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이에 힘입어 인구의 눈썹이 매섭게 치솟았다.

“솔직히 말하게. 난 지는 게 싫어. 지는 게 죽도록 싫다고. 하위권팀? 중위권팀? 혹은 빅6? 그냥 가림없이 어떤 팀을 상대로든 매 경기 이기고 싶을 뿐이야. 더 나아가 챔피언스 리그, 더 나아가 우승컵까지 들어 올리고 싶어.”

“그래. 씨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빅6에 비해 우린 명성이나 스쿼드 댑스에서나 밀리니까.”

인구의 꽉 쥔 주먹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정 말이 안 된다면 지금 우리가 리그 5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니까. 그러니 딱 잘라 말할게. 이건 순수 실력이야. 순수 실력으로 우린 이 자리까지 올라왔어. 그리고 이 이상 못 올라가는 건...,”

인구는 벌어진 잇새로 뜨거운 공기를 토해내며 말했다.

“너희들 스스로가 더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야. 혹 노력을 해도 안 될 것 같으면 미쳐. 말 그대로 미친놈처럼 뛰라고!”

이 순간 인구는 떠올렸다.

최근 세나가 명언 서적에 흠뻑 취해있다는 것을.

[아빠 세네카가 누군지 아라아?]

[아뉘. 누군데?]

[옛 로마 제정시대의 철학가래! 이 사람이 뭐라고 했게?]

[뭐라고 했는데에?]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지금 인구가 불끈 쥔 오른 주먹을 들어 보이며 외쳤다.

“약간의 광기를 띠지 않은 위대한 천재란 없다!”

인구는 계속해서 세나와의 일화를 떠올렸다.

[아빠 스탠리 쿠니츠가 누군지 아라?]

[아니. 누군데?]

[미국의 유명한 시인이야! 이 사람이 모라고 했는 줄 아라?]

[우리 귀엽고 이쁜 세나. 그 사람이 뭐라고 했오?]

“삶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첫째도 욕망! 둘째도 욕망! 셋째도 욕망이다아아!”

콰앙!

인구가 다시 한번 벽을 꽉 쥔 주먹으로 때렸다.

처음엔 몇 명이 움찔했지만 이젠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직 뜨거운 눈길로 이쪽을 직시할 뿐.

인구는 확신했다.

그들의 두 눈에 이제야 열망이라는 감정이 강하게 일고 있다는 것을.

연대라는 감정이 이 라카룸을 뜨겁게 데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곧 그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러니까. 우리 같이 미쳐보자. 세상 사람들 평가는 뒷전에 두고,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최선, 그 이상을 다해 최대한의 목표를 이뤄보자고.”

속으론 생각했다.

‘세나야. 고마워. 흐헣.’

*       *       *

후반기 스타트.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리그 20라운드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그리고 레드 데빌스(맨유 서포터즈)들은 뉴캐슬전을 며칠 앞두고 어느 때보다 기고만장해 있었다.

- 뉴캐슬은 중하위권이 딱이지.

- 유나이티드 더비라고 그리 소란을 떨어대더니. 직전 경기에서 어찌 됐지? 응? 후훗.

- 사실 컵대회에서도 우리가 주전 자원을 대거 내세웠다면 이겼을걸? 당시 뉴캐슬에 패한 건 우리가 2군을 내세웠기 때문이야.

ㄴ 플러스 방심도 포함!

- 일단 뉴캐슬 잡고 순위부터 끌어올리자.

ㄴ 덤으로 뉴캐슬은 끌어내리고오!

레드 데빌스 상당수는 뉴캐슬전을 어렵지 않게 승리하리라 자신하고 있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직전 경기에서 맨유는 자신들의 홈에서 뉴캐슬을 3 : 1로 잡았으니까.

더욱이 울레 군나르 솔사르 체제의 맨유는 현재 3연승을 이루며 순위 6위까지 바짝 치고 올라왔다.

5위인 뉴캐슬과의 승점 차는 고작 2점이었고 말이다.

반면 툰들은 과거 인구로 인해 다가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을 더비전이라 여기며 들떠 하고 있었다.

여지없이 축구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설전을 벌였다.

- 맹구! 맹구! 우리들의 매앵 구우!

ㄴ 2부 리그랑 1부 리그 퐁당퐁당하는 줏대 없는 팀이 맨유를 맹구라 비난할 자격이 있나?

ㄴ 비난 아닌 조롱~

- 직전 경기에서 패배한 놈들이 말이 많네. 뭣같은 뉴캐슬 놈들.

ㄴ 응. 너넨 6위. 우린 5위! :)

- 존재 자체가 아군 팀의 위협이 되는  해리 메과이어 같은 멀대를 영입한 맹구는 올 시즌도 챔피언스 리그 진출은 불가능할 겁니다.

ㄴ 너넨 챔피언스 리그 진출한 기억은 있어?

ㄴ 있지. 2002-2003시즌에 순위 3위로 챔피언스 리그 진출한 적 있어.

ㄴ 장난하나. 이것들이 대체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야;;; 나 태어나기 전인데 그건.

ㄴ 이 새끼 이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새끼였냐? 감히 날 속여?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집무실.

살짝 열린 블라인드 너머로 희뿌연 햇살이 집무실 안으로 스며들었다.

“크흐흣.”

중역 의자에 앉아있던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아까부터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 손에는 태블릿 pc가 쥐어져 있었으며 화면 속엔 곧 있을 맨유와 뉴캐슬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뉴캐슬 상대로 승리 점쳐...!]

[빅6 상대로 완패한 뉴캐슬 유나이티드! 후반기에도 달라질 건 없어...]

[유독 빅6에 약한 뉴캐슬 상대로 맨유! 순위 5위로 올라설 절호의 기회!]

모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당연한 소리였어야 했다!’

뉴캐슬은 올 시즌 승격한 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전 전반기.

언론은 맨유와 뉴캐슬과의 대결을 앞두고 하나같이 접전을 예상했었다.

‘빌어먹을 놈들.’

언제 피슬피슬 웃음을 지었냐며 솔사르가 이맛살을 찡그렸다.

이는 지난 컵대회에서의 참패 영향이 컸다.

허나 후반기에 접어든 현재로선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시금 맨유의 명성이 제자리로 찾아가고 있었으니까.

또 언론은 한 선수를 유독 언급했다.

[전반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상대로 유효슈팅 2개만 기록한 인쿠.]

[울레 군나르 솔사르의 맞춤전술에 이번에도 골 침묵할까...?]

‘인쿠 이놈...!’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인구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분노가 치밀었다.

컵대회에서 처음 마주한 녀석은 자신을 비난했을 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맨빅아’ 라며 조롱해댔으니까.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레드 데빌스들은 뉴캐슬 선수 중 인구를 유독 깎아내리기 바빴다.

지금도 여론 반응을 보니 실시간으로 댓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 인쿠 이놈 한국에선 한반도스키로 불린다는데?

ㄴ 한반도스키? 그게 뭔데.

ㄴ 래반도프스키. 한국산 래반도프스키라고 한반도스키라 부르더라고.

ㄴ 말 그대로 짝퉁이네.

- 줫같은 인쿠! 이번 경기에서도 골 침묵하기를!

솔사르에게 있어서 이건 또 한 차례 찾아온 기회였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레드 데빌스를 기쁘게 하는 것이야말로 울레 군나르 솔사르가 이 팀에서 장수하는 길이었으니.

또 그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었다.

‘더는 방심하지 않는다. 인쿠 이놈...!’

컵대회에서처럼 비주전을 내세울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다가올 뉴캐슬과 인구를 상대하는 것만으로 이를 으득 갈았다.

‘핵심이란 핵심은 모조리 투입해 박살을 내주지!’

지난 전반기보다 더 잔혹하게!

< 120. 빅클럽 (8)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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