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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 빅클럽 (10)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22화 빅클럽 (1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하루 전.
라파엘 배니테즈는 인구를 기자회견장에 동행하고자 했다.
그렇듯 지금 인구는 자신의 집무실에 마련된 소파 앞에 앉아 대기 중이었다.
후루루룹, 후후루룹-!
컵라면을 먹으며.
“움, 움. 역시 한국인은 컵라면 힘이야.”
국물까지 꿀꺽 삼킨 인구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맞은편에서 이를 보던 라파엘 배니테즈 또한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후루룹, 후루루룹-!
면발에 이어 국물까지 맛본 라파엘은 속으로 감탄했다.
‘시원하다는 의미가 뭔지 알겠군! 라면은 정말 대단한 음식이야...!’
라파엘이 컵라면을 알게 된 건 정확히 7개월 전부터였다.
인구를 통해 처음 접했던 것이지만 생각보다 입맛에 맞아 집무실 구석에 상자째로 구매했을 정도였다.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고서 라파엘은 말했다.
“마이크 애슬리 구단주가, 조금은 우려를 표하더군.”
“우려요?”
인구가 의아한 눈길로 이쪽을 쳐다봤다.
라파엘은 덧붙였다.
“그래. 자넨 인터뷰에 임할 때마다 항상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나.”
“아아.”
인구가 긍정의 뜻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집무실 한편에 마련된 TV 화면 속,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인터뷰에 임하고 있었다.
[일부 팬들은 아직까지 지난 컵대회에서 감독님이 인쿠의 도발에 말려들지 않았냐는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만.]
해당 기자의 질문에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세상 착한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하하하. 그럴 리가 있나요. 저는 선수의 단순 도발에 넘어갈 만큼 어리숙하지가 않습니다.]
[인쿠를 영입하고자 했던 그 마음은 변치 않으신가요?]
[지금은 인쿠가 아니어도 우리 팀엔 뛰어난 공격수가 많습니다.]
라파엘 감독의 말처럼 인구는 인터뷰뿐만 아니라 개인 맨션을 이용해서라도 트래시 토크를 일삼곤 했다.
특히 저 화면 속 솔사를 향해선 더욱이.
그래서인지 기자들은 벌써부터 솔사르에게 이런 질문을 건네곤 했다.
[오늘 인터뷰에서도 인쿠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조롱을 일삼지 않을까 우려됩니다만. 이에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이십니까?]
[대처하고 말고가 있습니까? 그저 우린 경기력으로 증명하면 되는 거지요.]
화면 속 솔사르는 철옹성 같은 모습이었다.
어떤 모진 폭풍에도 끄떡없는 착한 미소를 유지한 채.
한편 인구는 기자들과의 관계도 썩 좋지 않았다.
인구는 그새 비운 컵라면 빈 통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수틀리면 닭처럼 그냥 쪼아댔으니까.’
하지만 인구는 원래 상대가 도발을 하면 배로 갚아주는 성정이었다.
맨유는..., 맨유 자체가 도발이고 말이다.
‘그게 이 냉정한 사회의 도리 아니겠어?’
어쨌거나 라파엘이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했다.
“그러니까, 이번 인터뷰 중에는 조금 자제하라는 소리야. 굳이 논란거리를 만들어서는 좋을 게 없으니.”
물론 라파엘은 마이크 애슬리의 마음을 전달한 것뿐이었다.
구단주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 인터뷰장에 인구를 대동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니.
그럼에도 대동함에는 사실 속마음만큼은 구단주와는 반대였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인구의 경기 전 도발은 상대에게 있어 위력적이었으니까.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열렬한 신봉자이자 극렬 레드 데빌스(맨유 서포터즈)인 이선 알폰스 기자는 마주한 검은 머리칼의 남자를 보았다.
‘생긴 것도 험상궂게 생겨서는...!’
눈빛부터가 시비조인 검은 머리 남자, 인구는 지금 라파엘 배니테즈의 인터뷰 내용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알폰스는 그런 인구와의 질의응답 시간만을 기다렸다.
‘어디 한 번 오늘은 뭐라 주절대는지 보자고.’
‘맨빅아’ 맨유는 빅클럽이 아니다! 라는 인구의 발언 이후 맨유 서포터즈에게 있어 그는 악적 그 자체였다.
단연 알폰스로서도 면상만 보고서 욕지거리가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빌어먹을 동양인 놈...!’
알폰스로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위해서라도 이 남자를 정신적으로 공략하고 싶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드디어 인구 차례가 왔다.
이선 알폰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들어 질문을 건넸다.
“최근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빅6를 상대로 전패를 당했는데요. 직전 전반기 시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도 패하면서 언론이며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뉴캐슬의 한계점이 딱 중상위권이 아니냐는.”
씨익-
알폰스는 최대한 착한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일각에선 후반기 부족한 스쿼드 댑스와 주전 자원들의 피로도를 고려해 순위 추락까지 걱정하고 있지요.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십니까?”
“뚜껑은 까봐야 알겠죠. 이제 막 후반기에 접어들었잖아요?”
“일부 전문가들은 뉴캐슬이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고도 하던데요?”
“맞지 않은 옷?”
인구의 반문에 알폰스는 옳다구나 하고 도발이 아닌 척 뻔뻔하게 도발을 가했다.
“팀의 명성이나 선수의 명성 및 수준이나. 리그 5위 감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또 몇몇은..., 뉴캐슬은 하위권이 어울린다고도 하였고요. 아마도...,”
말끝을 늘어뜨린 알폰스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
“1부 리그로 승격했다가도 당일 시즌 또다시 2부로 강등당한 전적이 있으니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요. 그것도 두 번 연속 말입니다. 누구는 뉴캐슬엔 강등 DNA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고도 하던데...,”
“푸핫.”
“풉!”
“크, 크흠!”
여기저기서 옅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인구는 해당 질문을 건넨 기자를 넌지시 바라봤다.
‘이 새끼.’
눈에 익은 기자라 싶었는데 가만 보니 맨유와의 경기 때마다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기자였다.
‘레드 데빌스 아니랄까 봐, 웃는 것도 솔사르처럼 가식적이게 웃네?’
입은 웃고 있으나 눈빛은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매서웠다.
‘지금도 주둥이 막 털고 있고 말이야.’
도발엔 도발로 응수해야 제맛이었다.
라파엘은 자제를 부탁했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자제할 순 없었다.
곧 인구는 슬며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먼저 첫 번째로...!”
인구는 황당한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먼저 확실하게 말씀 좀 드리겠습니다. 맨유는 빅클럽이 아니다. 자꾸 빅6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끼워 넣으려고 하는데. 맨유가 빅클럽이던 시절은 알랙스 퍼거슨 경이 감독하던 시절 말고는 없다니까?”
“뭐, 뭐요?”
“아아아, 개인적으로 조제 모리뉴 감독도 존경하니까. 조제 모리뉴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도 빅6라 칭하겠습니다.”
인구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퍼거슨 감독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에서 우승컵만 3개나 들어 올렸잖아요.”
인구는 굳이 손가락 세 개를 하나하나 접어 보였다.
“커뮤니티 실드에, 유로파 리그 우승에, 카라바오 컵까지. 리그에서도 2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이루어냈고요. 그리고 이게..., 향후 맨유의 30년 역사에 있어 최전성기라 할 수 있겠죠.”
“지, 지금 무슨 소리를...?”
알폰스의 얼굴이 대번에 붉어졌다.
인구의 말을 빌자면 앞으로 30년 동안은 우승컵에서 멀어진다는 소리가 아니겠는가?
라파엘 배니테즈는 그만 터져버린 인구의 잔혹한 혀 드리블에 이마를 손으로 탁 짚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계속해서 답변을 이어갔다.
“내가 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조제 모리뉴 감독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경질된 이후 끝났다고 봅니다. 일부는 아니지만 몇몇 선수들만도 한 번 떠올려봐요.”
“선수들이요?”
“매이슨 그린우드인가. 걔. 어린놈이 벌써부터 훈련장에 여러 번 지각해서 논란이던데? 뉴캐슬 어폰타인 매체에도 자주 언급되더라고요.”
“그, 그거야...”
“리오 퍼디난드나 웨힌 루니, 개리 네빌이 뛰던 시절과 비교해서도..., 맨유는 이전에 비해 너무 순둥해졌지. 지고 있는 중에도 더 열심히 뛰어도 모자라건만 걷기나 하고 말이죠.”
모두 팩트였다.
폴 보그바만 하더라도 팀이 패배 직전에 이르러서도 설렁설렁 걸어 다니며 각종 비판을 접한 바 있으니까.
“거기다 밀리는 중에 상대 팀 선수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울레 군나르 솔사르 감독은..., 리더십이라곤 쥐뿔만큼도 없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팀은 강인한 리더가 늘 존재했는데 말이에요.”
“...”
“어찌 된 게 지금은 솔사르도 웃고, 선수도 웃기만 하네요? 응?”
알폰스 기자는 지지 않으려 들었다.
듣는 내내 이맛살이 찡그려졌었지만 그새 억지 미소를 띠며 재차 도발성 질문을 건넸다.
“직전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참패를 당했던 뉴캐슬입니다. 인쿠, 당신은 유효 슈팅도 겨우 가져갔을 만큼 부진했는...,”
허나 채 질문을 끝맺지 못했다.
인구가 쾅! 소리나게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친 것이다.
모두가 화들짝 놀라 바라보자 인구는 민망한 미소를 띠며 답했다.
“벌레가 있어서.”
벌레는 없었으나 저 알폰스의 질문을 끊어먹었다는 데서 만족하며 재차 혀 드리블을 굴렸다.
“아니, 그리고 질문이 좀 웃기네요.”
“뭐가 웃깁니까? 대체?”
이제 알폰스는 구겨진 표정을 펴지 못했다.
인구는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순위 6위 따리가 순위 5위인 뉴캐슬 한 번 이겼다고 기고만장해있는 게 웃기다고요.”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면 순위는 단번에 뒤집힐 수 있습니다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당연히 그럴 역량이 있고 말이죠!”
어느덧 알폰스는 자신이 극렬 레드 데빌스임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허나 인구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 발언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
“절대 못 이길 겁니다.”
동시에 그의 두 눈엔 열망이 화르륵 피어올랐다.
“뉴캐슬은 빅클럽이 되기 위해 힘차게 나아가는 중이니까.”
나름 폭탄 발언이라면 폭탄 발언이었다.
하지만 자리한 기자 중 이에 공감하는 기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뉴캐슬이 빅클럽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당장 순위가 높다고 너무 우쭐해 있는 거 아닌가?’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가 나가리 된 팀을 그간 내가 얼마나 많이 봐왔는데... 쯧!’
뉴캐슬이 현 순위 5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할지라도 단기적인 성적에 불가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으니까.
역사적으로 반짝 팀은 매 시즌마다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인구는 세상 진지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덧붙였다.
“왜냐고요? 뉴캐슬엔 내가 있거든.”
상남자 즐라탄 이브라히무비치를 떠올리게 할 만한 어록이라 할 수 있었다.
파팟, 파팟, 파파팟-!
단연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카메라 스트로보를 눌렀다.
인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농락하는 것을 잊지 않았으니.
“반면에 맨유는 과거 빅클럽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죠. 또 거긴 경력도 얕은, 솔사르가 감독으로 있잖아요?”
* * *
같은 시각.
차량 뒷좌석에 앉아 태블릿 PC를 통해 해당 인터뷰를 접하고 있던 솔사르는 그만 분노에 겨워 외쳤다.
“이, 이 개쉐키가 진짜[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 122. 빅클럽 (1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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