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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23화 (17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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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빅클럽 (11)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23화 빅클럽 (11)

번쩍-!

인구는 새벽 6시경에 눈을 떴다.

그는 곧장 몸을 일으키기보다는 제자리에서 크게 기지개를 켰다.

그런 뒤 상체를 반쯤 일으켜서는 가벼운 스트레칭에 임하며 천천히 잠을 떨쳐냈다.

“후우-!”

짧게 숨을 토해낸 뒤엔 침대에서 내려와 몸을 일으켰다.

짝, 짝!

두 손으로 두 뺨을 때리자 정신은 한층 더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오케이. 컨디션은 좋은 거 같고.’

오늘은 인구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날이었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당일이었으니까.

인구 기준, 지금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빅클럽은 아니었다.

‘빅6는 아니나 충분히 위협적이다.’

개개인 선수 면면만 놓고 보았을 땐 epl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도 사실이었고 말이다.

또 대외적으론 순위 6위에 올라 있는 팀이었다.

‘그것도 우리 승점 2점 차로.’

딱 한 경기 삐끗하는 순간 양 팀의 순위는 뒤바뀐다.

그럼에도 꾸준히 언론을 통해 ‘맨빅아’ 맨유는 빅클럽이 아니다를 주장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였다.

‘첫 번째로 개개인 실력은 좋지만 너무 따로 놀아.’

축구는 11명이 함께 뛰는 스포츠였다.

하지만 인구가 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어느 순간부터 개인 플레이를 일삼는 이들이 많아졌다.

‘무리하게 공을 몰고 가다가 빼앗기기 일쑤인 경우가 많더구먼.’

두 번째 이유로는 필드 안이나 필드 밖이나, 확실한 리더가 없어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브루노 패르난데스가 꽤 열정적이긴 하더만.’

혼자서 열정적이면 뭐하는가.

주변이 들어먹지를 않는데.

이렇듯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오래전부터 빠지면서, 인구는 맨유를 별로 달갑지 않게 여기기 시작했다.

사실 인구는 어릴 적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열렬한 서포터즈였다.

‘웨힌 루니, 로날두, 박지송 삼각편대는 진짜 오졌는데.’

그 뒤를 받쳐주는 이들만 인상부터 갱스터 같은 네마나 비디치, 리오 퍼디난드 등이 있었다.

그 외에도 2000년대 초 중반, 나아가 후반까지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누구보다 강인했으며 근성이란 게 있는 팀이었다.

‘개개인이 열정적이었어. 개개인이 슈퍼스타였음에도 항상 팀을 위해 움직였고.’

물론 크리스티아누 로날두는 제외지만.

인구는 그전 루니와 로날두 이전 팀의 중심이었던 뤼트 반니스텔루이 시절을 가장 사랑했다.

‘크으~ 그땐 진짜 낭만이었다고.’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입꼬리가 슬며시 끌어 올라갔다.

그 시절과 비교하자면 지금 맨유는...,

‘엉망진창이야.’

선수들의 수준도 그 시절에 비해선 낮아졌다고 확신했다.

또 마인드부터가 나약하기 짝이 없는 데다, 어린아이 같은 애들이 많아졌다.

한때 조제 모리뉴와 폴 보그바를 두고 저울질하던 구단이 기어이 선수를 택했을 땐 완전히 맨유에게서 돌아섰고 말이다.

일종의  흑화한 서포터즈라면 서포터즈였다.

‘아주 악하게 마음을 변심한 변절자라고도 할 수 있겠네.’

그래서 유독 맨유를 상대할 땐 더욱 입을 털어댄 것 같았다.

어쨌거나 전날 입을 털대로 턴 만큼 질 수야 없었다.

‘지는 순간 개 같은 레드 데빌스에게 오지게 농락당할 테니까.’

그렇듯 그는 이른 새벽부터 트레이닝복으로 환복 후 거리로 나와 가벼운 조깅에 임했다.

*       *       *

4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 집에 온 인구는 뜨거운 물줄기에 몸을 맡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에 발을 디뎠다.

스윽-!

거실 주방으로 걸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역시나 앞치마를 두르는 일이었다.

“일회용 장갑도 끼고!‘

슥, 슥-!

출근하기 전에 세나와 함께 먹을 아침밥을 만들 참이었다.

전날 세나는 가은이네가 아닌 아빠인 자신의 집에서 잠을 청했다.

그것도 세나 스스로가 원해서!

”후흣, 흐헣.“

절로 빙구 미소가 터져나왔다.

어째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세나가 자신과 함께 하고자 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니까.

“아빠아아~”

“우웅. 우리 세나 일어났어?”

막 도마 위에 직접 담근 김치를 올려 식칼로 썰어내려는 순간 세나가 거실로 아장아장 걸어 나왔다.

딸기 모양 잠옷 차림새의 세나는 졸린 지 흐리멍덩한 얼굴로 두 눈을 비비더니 자연스레 식탁 의자 위로 올라와 앉았다.

“오늘 아침은 모야?”

인구는 아침부터 세나의 청아한 목소리를 들으니 귀가 힐링하는 느낌이었다.

’눈도 힐링하네.‘

세나를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였으니까.

인구는 콧잔등을 찡긋하며 답했다.

“오늘 아침 메뉴는 유기농 기법으로 사육한 닭이 낳은 알로 만든 계란 프라이에, 아빠가 요번에 직접 담근 김치를 활용한 김치돼지고기 볶음이야. 아아, 걱정하지 마. 아침이니까 맵지 않게, 적당히 달달하고도 맛있게 만들 거니까.”

인구는 일회용 장갑 낀 검지를 들어 보이며 씨익 웃었다.

“물론 골고루 먹어야 해. 시금치랑 멸치볶음이랑도 알았지? 국은 시원한 콩나물 구욱-!”

“와~ 맛있게쒀! 아빠 말 들으니 나 배고파져써.”

음식 소개를 들은 세나가 정말 배고픈지 자신의 자그마한 배를 쓰다듬었다.

흐리멍덩했던 눈은 세상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흐헣.”

인구는 자신의 요리를 누구보다 좋아 해주는 세나에 또 한 번 빙구 미소를 짓다 말고 두 눈썹을 홱하니 세웠다.

꽈악-!

왼손에 쥔 김치 포기와 오른손에 쥔 식칼엔 적당히 힘이 들어갔다.

“그럼..., 우리 세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맛난 요리를 선보이겠습니다아!”

그 외침에 화답하듯 세나는 자그마한 주먹을 가슴께에 들어 보이며 해맑게 소리쳤다.

“아빠 파이티잉!”

*       *       *

식사 후 두 사람의 일과는 간단했다.

인구는 트레이닝복으로 재차 환복 후 스포츠 백팩에 이것저것 물품들을 챙겨 넣었다.

‘신가드는 꽤 튼튼한 걸로.’

전날 맨유를 그리 농락한 만큼 부상 방지는 필수였다.

어떤 미친놈이 정의에 불타 자신의 정강이를 냅다 걷어찰지 몰랐으니.

세나는 샤워 후 곰돌이 그림이 그려진 새하얀 니트에 패딩을 입었다.

유아 학교의 방학 기간이 끝난 만큼 어느덧 거실에 발을 들인 세나는 자그마한 가방을 메고 있었다.

“짠~ 다 해쪄, 아빠!”

“아이쿠~ 우리 세나. 준비 다해써요?”

“웅!”

“우리 귀여운 공주님! 그럼 나가볼까?”

“조아!”

인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세나의 손을 맞잡고서 집 밖으로 나섰다.

마음 같아선 세나를 직접 유아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싶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바로 출근해야 해.’

출근한 뒤 개인적으로 훈련장에서 몸을 한 번 더 담금질할 필요가 있었다.

이후 가볍게 텐션을 끌어올릴 겸 오전 훈련을 뛰고 오후에 경기를 치른다.

이는 인구만의 루틴이라 할 수 있었다.

‘데이비드 배컴만 해도 경기 전엔 모든 물건들이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있어야 했지. 홀수가 아닌 짝수여야 했고.’

농구선수 제이슨 태리는 시합에서 패한 날 무조건 새 신발로 갈아신어야 했다.

‘그래야 심리적으로도 더 안정감이 있다고...’

운동선수들의 독특한 징크스라면 징크스였다.

그때였다.

“나두 아빠 경기 보고 시푼데...”

손을 맞잡고 선 세나가 조금은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인구 또한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아빠가 맨유를 처참히 밟아주는 걸 우리 세나가 직접 봐야하는데..., 크흡.’

그렇다고 학교를 빠질 수는 없는 법이 아니던가.

대신, 인구는 스리슬쩍 세나에게 자그마한 물건을 내밀었다.

스윽-

“웅? 이거 모야?”

세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떠 바라보자 인구는 입가에 푸근한 미소를 띠며 답했다.

“아빠 휴대폰이야.”

“와~ 휴대폰...!”

“아빠 경기 라이브로 시청하라고 주는 거야. 시간 날 때. 알았지? 이미 학교 선생님한테는 말해놨으니까.”

“와~ 아빠 최고오!”

“흐헣.”

휴대폰을 신기한 듯 건네받고는 엄지를 쳐드는 세나에 인구는 아침에만 세 차례 빙구 미소로 화답했다.

그렇게 한 3분 정도 기다리자 집 앞으로 학교 버스가 도착했다.

*       *       *

세나를 학원 버스에 태워 보내고 집안으로 다시 들어왔을 때였다.

저벅, 저벅, 저벅, 우뚝-

인구의 걸음이 식탁 테이블 위에서 멈췄다.

“응?”

왜인지 테이블 위에 접시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위는 또 알루미늄 호일로 덮여 있었고 말이다.

남는 시간에 잠깐 소파에 앉아 구단에서 제공한 상대 정보들을 읽느라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아까 세나가 옷 갈아입고 식탁 의자 위에 앉아 뭔가 하는 거 같긴 했는데...’

인구는 긴 고민 없이 접시를 덮고 있는 알루미늄 호일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드러난 정체에 인구의 입은 그만 작게 벌어졌다.

두 동공은 잘게 떨렸다.

‘이, 이건...!’

자그마한 접시엔 수제 젤리 키트로 만든 삐뚤삐뚤한 모양의 글귀가 짤막하게 쓰여있었다.

[아빠! 이기구 와! ♥ 꽉 차안 하트! >.

“...!”

딸이 최고다.

*       *       *

리그 20라운드.

약 5만 2천 석에 달하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일찍이 만석을 이뤘다.

뉴캐슬 서포터즈는 경기 전부터 열띤 응원가를 펼치며 승리를 염원하고 있었다.

‘유일한 투운~ 우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라네!

런던엔 여러 개의 팀이 있지!

중부 지방도 마찬가지~

맨체스터에도 두 개가!

글래스고에도 두 개가!

하지만 뉴캐슬어폰타인엔 오직 뉴캐슬 뿐이지!

우린 최고라네에~!’

이에 맞서 원정길에 오른 레드 데빌스 또한 힘찬 응원가를 부르며 대항했다.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해설진은 그라운드 위로 양 팀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선발 라인업을 소개했다.

[먼저 홈팀 뉴캐슬 유나이티드입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4-4-2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투톱으론 마인구, 살로몬 런던.

좌우 윙어엔 크리스티안 아추, 소피안 부팔.

중앙 투 볼란테엔 오를레앙 추아매니, 소피안 암라바트.

[포백은 알폰스 데이비스, 자말 라셀스, 아미르 라흐마뉘, 디안드루 예들린이!]

[골키퍼 장갑은 마르틴 두브라파카가 착용했군요!]

[뉴캐슬! 오늘 경기에서 베스트 일레븐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합니다!]

[최근 화끈한 공격 본능을 뽐내고 있는 라인업이죠오!]

이에 맞서는 원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4-3-1-2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투톱으로 매이슨 그리운드, 마커스 래시퍼드가!]

중앙 플레이메이커엔 현 맨유의 래시퍼드와 함께 유이한 근성이라 할 수 있는 브루노 패르난데스가 위치했다.

[중앙 미드필더엔 폴 보그바, 스콧 맥토미니, 그리고 프래드!]

포백은 로크 쇼, 해리 맥과이어, 빅토르 린댈로프, 아룬 완 비사카로 이루어졌다.

[골키퍼 장갑은 부동의 수문장! 다뷔드 데 헤아가 착용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또한 최고의 전력으로 오늘 뉴캐슬을 상대하는군요!]

[양 팀 모두에게 있어 중요한 일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설진은 다소 고양된 목소리로 덧붙였다.

[오늘 경기의 승패에 따라 뉴캐슬(현 5위)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현 6위)의 순위 또한 뒤바뀔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양 팀이 각자의 진영에 자리했고,

삐이이이-!

주심의 휘슬과 함께 인구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 123. 빅클럽 (11)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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