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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24화 (17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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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4. 빅클럽 (12)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24화 빅클럽 (12)

지난 시즌과 다른 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도 이제 더는 뉴캐슬은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언론과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는 건 뉴캐슬이 유독 빅6를 상대로는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전반전 10분이 흘러가는 시점, 해설진 또한 이를 언급했다.

[중하위권, 또는 중상위권 구단을 상대로 압도적인 성적을 곧잘 거두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입니다만.]

[웃긴 건 전 경기에서 4 : 0 완승을 비롯해 경기력 부분에서 압도적이어도 다음 경기 상대가 빅6면..., 득점은 커녕 경기력부터 문제를 야기한다는 겁니다. 더욱이 상대에게 행운이 따르는 장면도 더러 나오죠.]

[어느 전문가는 이 또한 실력이라고는 합니다만!]

[어찌 됐든 오늘 경기에서도 많은 툰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

해설진이 중계를 이어가는 와중에 하프라인 바깥에서부터 폴 보그바가 우측 사이드로 로빙 패스를 차올렸다.

[오오! 길게 뻗어 나가는 보오올-!]

어김없이 지근에 있던 뉴캐슬의 풀백, 알폰스 데이비스가 헤더 경합에 임했다.

툿!

허나 그보다 먼저 마커스 래시퍼드의 휘두른 헤더에 공이 우측 하프로 굴절되었다.

오오옷-!

원정길에 오른 레드 데빌스들이 목청을 높여 엉덩이를 들썩거린 순간이었다.

때마침 맨유의 브루누 패르난데스가 발 앞에 떨어진 공을 보곤 문전을 향해 오른발 다이렉트 크로스를 때렸으니까.

포스트를 끼고 있던 뉴캐슬의 골키퍼 두브라파카는 즉시 뒷걸음질 치다가 말고 온 힘을 다해 몸을 던졌다.

투읏-!

높게 내지른 손끝엔 아슬아슬하게 공이 걸리며 정면으로 굴절되었다.

‘됐...!’

허리를 활대처럼 휘어가며 몸을 던졌던 두브라파카는 그만 중심이 무너지며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안도했다.

그러나 그 표정은 1초도 되지 않아 구겨졌다.

쏴아악-!

투읏!

촤라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매이슨 그린우드으으으으으으~!]

[공이 굴절되리라 예상했던 걸까요? 뉴캐슬의 센터백 아미르 라흐마뉘, 자말 라셀스 사이 틈으로 기습적으로 파고든 그린우드가 슬라이딩 태클을 방불케 하는 온몸 슈팅으로 선취 골을 가져갑니다아아아아아!]

“예에에에에!”

득점에 성공한 매이슨 그린우드는 짧게 포효를 내질렀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동료들이 앞뒤에서 달려와 그를 끌어안았으나 기어이 그들을 떨쳐내며 어느 한 지점으로 향해 내달린 것이다.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뀌가...?”

인구는 설마 싶었건만,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향해 세상 즐거운 얼굴로 달려오는 그린우드를 보며 황당한 웃음을 머금었다.

이윽고 녀석은 세 걸음 거리에서 쭈욱 미끄러지며 무릎 슬라이딩을 뽐냈다.

쏴아아아아아 아아아!

“호우우우우~!”

무릎 슬라이딩과 동시에 두 팔 벌려 호우 세레머니까지 펼친 녀석은 정확히 인구를 직시하며 씨익, 웃어 보였다.

예에에에에에에에 에에에에에에!

원정석에선 득점보다 더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팬스에 가까이 있던 극성 레드 데빌스들은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만끽했다.

“예에에~ 그렇지! 그래! 바로 그거야아아!”

“내 사라앙 매이스으은!”

“인쿠 이 줫같은 놈아아! 어때? 어디 한 번 당해보니까 어때! 어엉?!”

그들이 이처럼 즐거워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컵대회에서 인구가 먼저 역주행 세레머니를 비롯해 솔사를 향해 지금처럼 조롱성 세레머니를 펼친 바 있으니까.

물론 홈팬들은 발끈했다.

“이 개새끼!”

“fuckaaa~!”

“어린노무 쉐키가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오!”

“이리와! 이리와아! 대가리를 깨버릴라니까!”

레드 데빌스가 그랬던 것처럼 매이슨 그린우드를 향해 일부 툰들은 쓰레기를 집어 던졌다.

반면 인구는 허리에 양손을 얹은 채 그런 매이슨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말고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새끼 봐라?’

맨유 진영 테크니컬 에어리어.

유독 한 남자가 환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울레 군나르 솔사르가.

꿀 떨어지는 눈으로는 매이슨 그린우드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잘했다! 잘했다! 잘했다~! 우리 귀여운 매이스은!’

이에 힘입어 어린 매이슨은 한 번 더 제자리에서 두 팔을 모았다가 홱 펼쳐 외쳤다.

“호웃...!”

“지랄하지 말고 꺼져.”

그전에 인구가 살얼음이 묻어나는 얼굴로 단칼에 차단했지만 말이다.

평소의 매이슨 그린우드였다면 귓등으로 흘려들었을 말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뭔 놈의 눈이...,’

마주한 인구 특유의 사나운 눈도 사납기 그지없었지만..., 이 순간 왜인지 등골이 서늘할 만큼 세상 매서웠으니까.

‘마치 한 번만 더 농락하면 진짜로 쳐맞을 거 같아...!’

그 생각처럼 인구는 심히 고심하고 있었다.

‘그냥 확 마 때리고 퇴장당할까?’

가능하면 오랫동안 아프게 인중을 때릴까 싶었다.

*       *       *

전반전 2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다행히 인구는 겨우 분노를 참으며 다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경기는 뉴캐슬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퍼억-!

[스콧 맥토미니! 소피안 암라바트와의 중원 싸움에서 승리하며 공을 빼는 데 성공합니다!]

툿-!

[맥토미니가 폴 보그바에게!]

타앙-!

[보그바! 어김없이 좌측 사이드로 로빙 패스를 차올리는 군요오오!]

길게 뿌려진 공은 정확히 좌측 사이드를 힘차게 내달리던 마커스 래시퍼드의 가슴을 맞고 발아래로 떨어졌다.

투웃-!

뉴캐슬의 사이드백 디안드루 예들린이 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시간 지연을 벌였지만,

툿, 타앗-!

이를 허락지 않겠다는 듯 래시퍼드는 오른쪽으로 공을 굴리는 척, 순식간에 순간 스퍼트로 왼쪽으로 치고 나가 예들린을 떨쳐냈다.

‘빠, 빨라...!’

예들린은 크게 당황했다.

래시퍼드의 순속이 상상 이상으로 빨라 눈 깜짝할 사이 거리가 두 걸음 차 이상 벌어져 버렸으니.

타앙-!

이어 사이드 끝자락에 도달한 래시퍼드는 러닝 크로스를 구사했다.

맨유의 장신 센터백 해리 맥과이어가 뉴캐슬 수비수 사이 틈으로 뛰어들어 다이빙 헤더를 노린 것도 그때였다.

타앙-!

스윽-!

[아! 크로스바 위를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가는 헤더 슈우웃!]

[아깝군요! 아까워요오!]

[맨유의 파상공세에 뉴캐슬 유나이티드! 경기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득점엔 실패했으나 맨유 선수들 모두 표정이 밝았다.

한 골로 앞서나가고 있는 만큼 자리한 레드 데빌스 또한 더욱 힘차게 응원가를 열창해주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이를 지켜보던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세상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흐흐흐흣.”

살짝 벌어진 잇새로는 아까부터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도 그럴 게 조금 전 매이슨 그린우드의 조롱성 세레머니 후 인구의 험상궂은 표정이 도저히 잊히지 않았던 거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가 딱 이럴 때 쓰는 말이려나.’

경기력 부분에서도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확실히 지난 컵대회 때와는 달리 현 맨유는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으니까.

특히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인구의 양 발목을 붙드는 전술을 꺼내 들었다.

‘미드필더인 스콧 맥토미니가 일차적으로 맨 투 맨 압박을...!’

껌딱지처럼 붙어 제대로 된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 수비수들이 양쪽에서 그의 양발 슈팅에 대비한다.

애초에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즐겨 쓰는 만큼 항상 아군 디펜시브 지역에 수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도 봐라.

툭, 툭, 투욱-!

인구가 공을 몰고 가다 말고 정면에 두 명의 선수가 지역 방어에 임하자 이내 돌아서 백패스를 구사했다.

퍼억-!

그 직전 스콧 맥토미니는 강하게 부딪쳐 인구의 스탠스를 어김없이 흔들었다.

“흐흣.”

솔사르의 입 밖으로 다시 한번 음험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저렇게 부딪치고 부딪치다 보면 흥분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체력도 눈에 띄게 빠질 게 뻔했으니.

그렇게 약 5분여가 더 지나서였다.

툿-!

[아! 간만에 중원 싸움에서 승리하는 뉴캐슬의 소피안 암라바트으!]

암라바트의 프런트 태클이 질주하던 폴 보그바의 발밑에서 깔끔히 공을 빼내는 데 성공했다.

툭!

직후 암라바트는 한 치 망설임 없이 우측면에 있던 추아매니에게 짧은 패스를 연결.

타앙-!

순간 추아매니는 맨유 선수 세 명을 앞에 두고 있다 말고 좌측 문전을 향해 기습적인 롱볼을 때렸다.

“fuck...!”

그러나 금세 그 입에선 짧은 욕지거리가 터졌다.

좌측 포스트 공간 사이를 노리고 찬 공이었건만, 정면에 있던 맨유 수비수들의 시야 방해로 아예 바깥으로 벗어난 거다.

더욱이,

투읏-!

페널티 스퍼트 지점에서 공은 한 번 바운드 되더니 가슴 높이까지 치솟았다.

인구가 반원을 그리듯 돌아 뛰어 공을 향해 달려들었으나, 추아매니로선 도저히 받을 수 없는 패스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매가리 없는 패스잖아...!’

그건 포스트를 끼고 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다뷔드 데 헤아도 다르지 않았다.

일순 그의 눈엔 모든 게 슬로모션처럼 흘렀다.

‘공이 아예 포스트를 크게 벗어났어.’

거기다 바운드 된 공은 가슴 높이로 빠르게 솟구쳤다.

저기서 다이렉트 슈팅은 불가능하다 보았다.

‘슈팅 각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무릎을 웅크리며 언제든 다이빙할 태세를 취했다.

상대는 인구였으니까.

반면 맨유 수비진은 공을 쫓는 인구를 향해 달려들 태세조차 취하지 않았다.

그저 공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돌아서 설렁설렁 내려앉으며 쳐다볼 뿐.

가장 지근에 있던 해리 맥과이어의 두 눈엔 절대 인구가 공에 다다를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거의 두 걸음 거리잖아!’

맥과이어의 시선에서도 슈팅 스탠스를 취할 수 없을 만큼 인구와 공과의 거리는 멀었다.

그렇게, 공이 좌측 포스트 바깥 데드라인에 도달할 시점.

투웅-!

순간 인구는 달리는 그대로 두 발목에 잔뜩 힘을 주더니 필드를 비틀어 박차듯 힘차게 몸을 날렸다.

“...?!”

일순 해리 맥과이어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확장된 동공엔 인구가 공중에 드러눕듯이 떠오른 것처럼 보였다.

상체가 등부터 아래로 떨어지는 대신, 기어이 공중에 떠오른 왼발은 얼굴 높이에서 거침없이 휘둘렀고 말이다.

투윽-!

데드라인을 벗어날 뻔한 공은 정확히 인구의 왼발 인사이드에 걸렸다.

“말도...!”

채 해리 맥과이어가 놀라 반사적으로 페널티 스퍼트에 발을 들이기도 전,

촤라악-!

굴절된 공은 포스트를 끼고 있던 다뷔드 데 헤아의 머리 위를 불시에 지나쳐 골망을 강하게 울렸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 마아아아아아아! 전반전 27분 만에 동점 골을 뽑아냅니다아아아아아!]

[각이 없는 위치에서 환상적인 득점을 선보이네요오오오!]

해설진은 외치다 말고 당황했다.

[어어? 어? 인쿠! 지금 어디로 가나요오?]

득점에 성공한 인구가 벌떡 일어나 돌아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 인구는 하프라인을 지나 아까 전 자신과 마찬가지로 설마 싶은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는 애송이 앞에서 우뚝 멈췄다.

“뭔...!”

매이슨 그린우드는 자신이 한 걸음 차 거리에 멈춰 선 것만으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그 자리 그대로 서서 두 팔을 위로 쳐들어 흔드는 조롱 세레머니를 뽐냈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론 나직하게 경고했다.

“줫만아. 한 번만 더 나한테 도발 세레머니 펼치면 네 코뼈를 뇌 속에 박아버린다?”

< 124. 빅클럽 (12)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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