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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25화 (17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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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5. 빅클럽 (13)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25화 빅클럽 (13)

이른 시간 동점 골이 터지면서 홈팀, 뉴캐슬 서포터즈들은 열정적인 환호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기세는 얼마 가지 못했다.

전반전 31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커스 래시퍼드가 왼쪽 사이드에서부터 공을 잡았다.

투웅-!

뉴캐슬의 레프트백 디안드루 예들린은 즉시 차단하고자 지근에 있다 말고 온몸을 던지듯 거침없이 발을 뻗었다.

투읏-!

순간, 래시퍼드는 오른발 드래그백으로 공을 뒤로 뺀 뒤 왼쪽으로 흘렸다.

“fuck...!”

그 탓에 예들린의 내지른 앞발은 애먼 필드만 찍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예들린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린 틈을 타 래시퍼드는 그 배후를 어려움 없이 파고들었으니.

투웅-!

[오오옷! 공을 길게 차고 나가는 마커스 래시퍼드으으!]

[빠릅니다! 빨라요오오오!]

순식간에 한 개 사이드를 궤멸시킨 래시퍼드가 빠르게 공을 차고 올라가자 여지없이 원정팬들은 환호했다.

“막아아!”

“막아아아아!”

“파울로라도 끊어어어!”

뉴캐슬 홈팬들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쳤다.

팬들의 바람에 따라 뉴캐슬의 미드필더 소피안 암라바트가 즉시 중앙에서부터 불나방처럼 래시퍼드를 향해 뛰어들었지만,

타앙-!

채 간격을 좁히기도 전에 래시퍼드가 문전으로 러닝 크로스를 구사했다.

해설진은 몸을 들썩이며 외쳤다.

[문전으로 낮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고오오옹~!]

뉴캐슬의 골키퍼를 비롯한 박스 안에 있던 수비수들의 스탠스가 날아오는 공을 향해 집중되는 순간이었다.

꽈악-!

페널티 스퍼트 라인에 서 있던 뉴캐슬의 센터백 아미르 라흐마뉘는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언제든 공을 멀찍이 걷어 내버리고자.

‘나한테 온다!’

딱 봐도 각도 상 자신에게 향하는 볼이었다.

허나, 이는 판단 미스였다.

스윽-!

그들 뒤쪽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브루노 패르난데스가 불시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라흐마뉘의 앞길을 막아선 것이다.

“뭣...?!”

놀라 외치기도 전, 브루노 패르난데스의 무릎 높이로 들어 오른 오른발 바깥 발에 마침 낙하한 공은 정확히 걸렸다.

투읏-!

바깥발을 맞은 공은 골키퍼 두브라파카가 손을 뻗을 새도 없이 반대편 포스트로 크게 굴절되어 들어갔다.

촤라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브루노 패르난데스으으으으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다시금 한 점차로 뉴캐슬에게서 달아나는 군요오오오!]

*       *       *

스코어 2 : 1 상황임에도 뉴캐슬 서포터즈는 열띤 응원가를 펼쳤다.

하지만 중간중간 불안한 장면이 더러 연출되면서 툰들은 움찔 움찔 몸을 떨었다.

그도 그럴 게 오늘 따라 마커스 래시퍼드와 브루노 패르난데스의 플레이가 눈에 띄게 살아났던 거다.

“저 밤톨머리 새끼는 아까보다는 얌전해지긴 했는데...”

한 팬은 걱정스레 투덜거렸다.

밤툴머리는 다름 아닌 매이슨 그린우드였다.

이른 시간 득점을 기록하며 인구를 향해 역주행 세레머니를 펼치면서 툰들의 온갖 욕을 먹어버린.

그런 매이슨 그린우드는 어째선지 득점 이후로 움직임이 눈에 띄게 굼떠졌다.

물론 그가 아니어도 당장 맨유엔 무시무시한 자원들이 넘쳐났다.

한편 4대째 툰인 해리 제임스는 팀이 지고 있자 불안해하는 이제 7살 된 아들을 향해 차분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렴. 우린 쉽게 지지 않을 테니까!”

“정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아들을 내려다본 제임스는 아들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헝클어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고말고! 언제 우리가 쉽게 지는 거 봤니?”

“하지만 빅팀 상대로는 항상...,”

작게 중얼거리는 아들에 제임스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맨유는 빅클럽이 아니란다!”

제임스는 뉴캐슬의 에이스인 인구가 한 명언을 아들에게 주입시켰다.

그러면서도 뜨거운 눈길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러니 쉽게 지진 않을 거야!’

*       *       *

전반전 44분.

전반전 경기 종료 1분여를 앞두고 맨유가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약 골문과의 거리는 24m인데요!]

키커로 나선 이는 브루노 패르난데스였다.

해설진은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올 시즌 맨유 내에서 포그바보다 프리킥 득점 성공률이 높은 선수가 바로 브루노 패르난데스죠!]

원정팬들은 기대에 들뜬 얼굴로 골! 골! 골! 이라 소리쳤고 반대로 홈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브루노는 오직 골망만을 노려보며 정지한 공 앞에서 세 걸음 뒤로 느릿하게 물러섰다.

삐이이이이-!

주심의 프리킥 휘슬 신호가 울린 순간엔 빠르게 달려가 강력한 오른발 인스텝킥을 구사했다.

뻐어엉-!

촤라악-!

대포처럼 쏘아진 공은 우측 수비벽을 넘어서자마자 안으로 크게 휘어져 포스트 상단 구석으로 쏙 빨려 들어갔고 말이다.

이야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조마조마한 얼굴로 지켜보던 원정팬들은 이제 축제의 장에라도 발을 들이기라도 한 양 단체로 기립해 방방 날뛰었다.

군나르 솔사르 또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예에에에에에!”

그는 어느 때보다 행복에 취한 얼굴로 두 팔 벌려 잔망스레 테크니컬 에어리어 주변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속으론 생각했다.

‘어떠냐! 이 빌어먹을 인쿠놈!’

스코어가 2점 차나 벌어졌다면 더는 쉬이 따라붙기 어려울 터였다.

더욱이 그가 보기에도 경기력 면에서조차 맨유가 앞서고 있었다.

맨유를 얕잡아보고 자신을 헐뜯던 인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승부욕은 강하게 끓었다.

그렇듯 그는 더 많은 득점을 원하였다.

그 생각만으로 언제 잔망스레 뛰었냐는 듯 열망을 담은 눈길로 선수들을 향해 외쳤다.

“지금처럼! 딱 지금처럼만 하거라아!”

속으론 부르짖었다.

‘아주 두 번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밟아주지!’

*       *       *

뉴캐슬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실시간 시청하고 있던 몇몇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 대해 저마다 멘트를 이었다.

[스코어 1 : 3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경기력 면에서도 확실히 맨유가 우위를 점하고 있죠. 그런 부분에서..., 이 경기는 엄청난 이변이 없는 한은 맨유의 손쉬운 승리로 끝날 것 같군요.]

패널로 출연한, 한때 맨유의 핵심 수비수였던 리오 퍼디난드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뉴캐슬의 수비수들은 맨유의 날 선 공격진을 제대로 마크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후반전엔 이보다 더 한 스코어 격차가 날지도 모를 일이죠.]

또 리오 퍼디난드는 한 가지 사항을 지적했다.

[올 시즌 뉴캐슬은 늘 그래왔듯이 소위 빅팀들을 상대로는 무력하게 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마다 제대로 된 대처를 못하는 것을 떠나..., 뭐랄까. 일반적인 팀과의 대결과는 달리 한 골을 먼저 먹히면 빠르게 포기하는 자세를 취한다랄까요?]

뉴캐슬의 레전드, 앨런 시어러 또한 패널로 출연했으나 그 발언에 대해 딱히 변명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도 딱 그래 보였으니까.

그저 앨런 시어러는 똥 씹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라파엘 배니테즈 감독은 라커룸 대화를 활용해 선수들의 각성을 이끌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       *

패널의 조언처럼 하프타임 간 라파엘 배니테즈는 선수들을 향해 일갈을 퍼부었다.

“제자리에 서 있지 마라! 항상 주변을 의식하고 상대보다 한 걸음 더 움직여야 해!”

“두 골 차로 뒤지고 있지만 아직 진 건 아니잖나! 그러니 우선 한 골이라도 먼저 따라잡는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뛰도록!”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개개인의 부족함도 지적했다.

“디안드루! 섣불리 발을 뻗어선 안 돼. 동료의 위치를 가늠한 후에 태클을 가하던가 해야 할 거 아니냐! 혹 네가 뚫리더라도 협력 수비가 붙을 수 있게!”

“아미르! 전봇대처럼 서서 하는 수비는 이 epl에서 통하지 않아! 여긴 네가 기존에 뛰었던 리그보다 템포가 훨씬 빠르다! 상대 공격수들은 오직 공을 향해 달려든다고!”

세부 지침도 조정하였다.

먼저 디안드루 예들린이 마커스 래시퍼드를 상대로 배후 공간이 거듭 뚫리니 아예 지역 방어로 전환시킨 것이다.

그 외에도 일부 선수들에게마저 변화를 꾀하고자 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감독과 코치들이 먼저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라커룸 안에는 오직 선수들만이 남게 되었다.

디안드루 예들린을 비롯한 대다수 선수들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또 지는 건가.’

예들린은 쓴 것을 먹은 것 같은 얼굴로 생각했다.

매번 강팀을 상대로는 속절없이 무너져왔지 않나.

‘노력한다고 했는데도 안되는 거면...,’

이건 순전히 개개인의 실력 차가 커서 그런 게 아닐까도 싶었다.

특히 조금 전 마커스 래시퍼드를 상대로는, 딱 잘라 말해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었다.

그가 공을 소유하면 덜컥 겁을 집어먹을 정도가 아니던가.

‘너무 빠르잖아...!’

바로 그때였다.

라커 의자에 퍼지게 앉아 있던 인구가 입을 열었다.

“긴말은 필요하지가 않아.”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인구의 목소리만이 들리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됐다.

인구는 오직 정면만 응시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일전에 내가 말했잖아. 세상 사람들 평가는 뒷전에 두고,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최선, 그 이상을 다해 최대한의 목표를 이뤄보자고. 그리고...,”

말끝을 늘어뜨린 인구는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 그저 계단 하나에 불과해.”

마음 같아선 연설에 또 연설을 토해내고 싶었으나 하프타임 시간이 이를 허락지 않았다.

더욱이 지금은 말 몇 마디만으로도 충분했다.

일찍이 혀 드리블을 통해 빌드업을 쌓았던 만큼 그새 동료들의 두 눈에 불똥이 튀는 게 보였으니까.

“무엇보다, 안 쪽팔리냐? 응? 적어도 툰들은 맨유와의 경기를 유나이티드 더비라 부르짖는데. 이렇게 매가리 없이 패배하는 게?”

인구는 아직 불꽃이 튀지 않은 선수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아까 봤지? 매이슨 그 애송이 놈이 골 넣고 나한테 역주행 세레머니 한 거? 결국은 보복 당한 거잖아. 내가 주둥이를 신랄하게 털어댔으니. 맨유 입장에선 응징한 거라고.”

인구는 조금 더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은 현재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고 있고, 오직 뉴캐슬을 위해 뛰고 있다고.

그런데 맨유 유니폼을 입은 상대가 농락을 했다?

“결국 이건 뉴캐슬을 조롱한 거나 다를 바 없어. 너를 욕한 거고. 너를 비웃은 거라고!”

동료들은 이에 곧잘 반응했다.

“이런 씨발!”

“개같은!”

“줫같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정적인 살로몬 런던은 그새 붉어진 얼굴로 짧게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사실 인구는 개인적으로 자존심이 크게 상했지만 이를 역으로 팀적으로 이용해 승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인구는 이제 으르렁거렸다.

“오늘 경기만큼은 순수한 경쟁 스포츠가 아니야. 자존심 싸움이지. 거기다 난 알다시피 성격이 참 모나서 무조건 이 경기에서 승리한 뒤 배로 맹구놈들을 농락해야겠거든? 그래야 분이 조금이라도 풀릴 거 같다고. 또 툰들이 그걸 원해. 너희들도 그걸 원하잖아? 응? 안 그래?”

마침 조금 전 라파엘은 인구가 경기 내내 분석하고 파훼한 방향대로의 전술 변화를 꾀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인구는 스윽!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마지막 말을 이었다.

“일단 두드릴 수 있는 만큼 두드려보자고.”

< 125. 빅클럽 (13)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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