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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26화 (17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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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6. 빅클럽 (14)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26화 빅클럽 (14)

1993년생인 해리 맥과이어는 194cm에 달하는 장신 센터백이었다.

몸무게 또한 100kg에 달하며 어지간한 선수들과의 피지컬 싸움에서 그는 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의 어릴 적 꿈은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빅클럽의 주전으로 뛰는 것.

그리고 올 시즌에야말로 그는 오랜 꿈을 이뤘다고 확신했다.

‘레벨이 달라!’

지금 후반전 접어들어 뉴캐슬을 상대하는 와중에도 맥과이어는 들이마시는 공기부터가 다름을 실감하고 있었다.

‘레스터 시티에서 뛸 때는 경기 내내 혼자서 짊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 시즌 맨유로 이적하고부턴 자신의 역할만 다하면 그만이었다.

혹 실수해도 로크 쇼, 빅토르 린댈로프 같은 수준 높은 수비자원들이 커버 플레이에 힘 써주었다.

‘최후방엔 다뷔드 데 헤아까지...!’

이런 선수들과 함께 뛴다는 것에 단연 자신감이 차올랐다.

자신감은 경기력으로 나타났고 말이다.

그때였다.

타앙-!

[알폰스 데이비스! 좌측 사이드에서 페널티 아크로 크로스를 올립니다아!]

긴 포물선을 그린 공이 필드를 가로질러 이쪽으로 날아왔다.

“우오옷!”

다다다다-!

뉴캐슬의 스트라이커 살로몬 런던은 요상한 괴성을 지르며 뛰어들었다.

하지만 해리 맥과이어는 두렵지 않았다.

그저 낙하지점을 예측하고 천천히 다가가, 폴짝! 가볍게 뛰었을 뿐.

툭-!

오오옷!

짝짝 짝!

가볍게 뛴 것만으로 원정팬들은 짧게 박수를 쳐주었다.

런던이 함께 솟구쳤음에도 불구하고 머리 한 뼘 더 높이 솟은 자신의 헤더에 낙하한 공이 딱 떨어져 굴절된 것이다.

이후로도 맥과이어는 수비 지역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뽐냈다.

퍼억-!

낙하하는 공을 노리는 런던의 뒤로 빠르게 붙어 어깨 푸싱을 의도적으로 가하여 상체를 흩트렸다

“어흑!”

런던은 그만 점프하려다 말고 앞으로 휘청였고, 그 틈에 맥과이어는 상대 패스를 가슴 트래핑으로 막아냈다.

뻐엉-!

직후 롱볼을 때렸고 말이다.

[아아! 해리 맥과이어! 살로몬 런던을 원천봉쇄하고 있군요!]

[굉장합니다! 런던 또한 피지컬 싸움에서 그리 밀리지 않는 자원인데요!]

“크흣!”

맥과이어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경기 전엔 그리 설레발을 떨어대더니.’

경기 전만 하더라도 언론이며 여론은 난리였다.

곧! 유나이티드 더비가 열린다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유나이티드 더비라니? 어처구니가 없군!’

지금 스코어나 경기력만 놓고 본다면..., 속된 말로, 같잖았다.

후반전 7분이 흘러가는 현재 스코어는 1 : 3 이 아니던가?

‘경기력으론 그 이상 스코어가 나도 이상 할 게 없어.’

한편으로는 의문이긴 했다.

‘저놈...!’

맥과이어의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러갔다.

우측 하프로 빠진 채 어슬렁거리고 있는 마인구에게.

‘여태 내 쪽으로 공을 몰고 온 적이 없다.’

어째선지 1대1 경합 자체를 시도한 적이 없었다.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내 피지컬로 지르밟아주려 했더니만.’

그렇게 울레 군나르 솔사르에게 확실한 주전 도장을 찍고 싶었다.

한데 놈은 자신이 아닌 빅토르 린댈로프, 또는 다소 피지컬적으로 약한 풀백들을 공략하는 중.

툭-!

바로 그때, 제 발 앞에 다시금 롱볼이 뚝 하니 떨어졌다.

뉴캐슬 선수들이 걷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 앞에 공이 도달하는 것을 보니..., 체급 차가 나도 너무나 나는 것 같았다.

‘말 그대로 회피성 걷어내기인거잖아.’

동료를 보고서 패스를 하는 게 아닌, 일단 걷어내기에 급급한 것이다.

툭, 투욱-!

자신감이 오를 대로 오른 맥과이어는 이번엔 공을 길게 차지 않고 직접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때 맨유의 수문장, 다뷔드 데 헤아는 돌발 행동을 하는 맥과이어에 찡그린 얼굴로 투덜거렸다.

“저 새끼 왜 갑자기 올라가?”

“잘했다.”

맥과이어는 듣지 못했으나 인구는 인터셉트 후 고의적으로 맥과이어에게 패스를 연결한 오를레앙 추아매니를 칭찬했다.

그런 그가 우측 하프에서 느릿하게 올라가는 맥과이어를 향해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접근한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       *       *

‘겁먹은 거 봐라! 크흐흣!’

맥과이어는 오른발 인스텝으로 공을 툭, 툭 차고 나가면서 우월감을 맛보았다.

스코어 격차를 비롯해 경기력 때문인지 뉴캐슬 선수들이 쉬이 압박해 들지 못한 거다.

‘날 압박하면 그만큼 수비 숫자가 줄어드는 걸 테니까.’

마커스 래시퍼드, 매이슨 그린우드, 브루노 패르난데스는 지금 뉴캐슬 선수 개개인이 마크할 레벨이 아니었다.

‘전반전 내내 1대1에서 후달리더니만!’

그렇듯 자신이 공을 몰고 올라가니 저들은 더욱이 라인을 내려 앉혔다.

최대한 맨유의 다른 공격진을 견제하며.

말 그대로 반 코트 상황이 연출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프라인에 채 접근하기 전이었다.

투읏-!

의도하지 않았으나 맥과이어의 볼 터치가 다소 길어졌다.

그 틈을, 눈 깜짝할 새 바로 뒤쪽까지 접근한 인구가 놓치지 않았다.

스윽, 투욱-!

휘청!

순간 맥과이어는 공을 툭 차려고 오른발을 내질렀다가 말고 앞으로 휘청였다.

두 눈은 빠질 것처럼 커졌다.

“너, 너?!”

불시에 눈앞에 인구가 나타나더니 공과 함께 그대로 자신을 지나쳐버렸으니까.

“뭣...?!”

겨우 손바닥 두 뼘 정도 볼 터치가 길어졌을 뿐이었다. 허나 맥과이어는 크게 당황하며 급히 몸을 돌렸다.

인구가 공을 스틸한 직후 곧장 전진 드리블을 시도했으니까.

투욱, 투웅-! 투우웅-!

“어어억!?”

맥과이어는 입을 쩌억 벌렸다.

자신의 뒤로 분명 최후방 센터백인 빅토르 린댈로프가 버티고 서 있었건만...,

‘당연히 막아 줄 거라고...!’

퍼억-!

“꾸어억!”

인구가 무시무시한 차고 달리기로 질주하는 와중에 달려드는 린댈로프를 어깨 푸싱만으로 대차게 떨궈내버렸다.

‘빠, 빨라...!’

순간 스퍼트는 또 어찌나 빠른지 인구는 그새 맥과이어와 10걸음 이상 거리를 벌렸다.

멀리서 맨유의 수문장 다뷔드 데 헤아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무어라 불평을 토해내고 있었다.

“볼 몰고 올라가지 말라니까, 쒸발...!”

그러면서 뛰쳐나올 듯 말듯하며 발을 동동 굴린다.

맥과이어는 그와 멀찍이 떨어져 있던지라 그가 무어라 말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허나 한 가지는 확실히 보았다.

타앙-!

페널티 에어리어에 빠르게 도달한 인구의 오른발 슈팅 페인트에 데 헤아가 그만 다이빙하려다 말고 비틀대며 주저앉는 것을.

이어 인구는 왼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가볍게 구석진 골망을 노려 추격 골을 만들어냈다.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후반전 8분 만에 추격 골을 뽑아냅니다아아아! 스코어 2 : 3!]

[뉴캐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한 점 차로 바짝 추격하네요오오!]

득점에 성공한 인구는 세레머니를 뽐내지 않았다.

대신 골망에 걸린 공을 가슴 품에 쏙 안아 들고는 빠르게 하프라인까지 달려가 공을 내려놓았다.

[오오! 인쿠! 추격 골에 이어 동점골을 위해 세레머니를 생략합니다!]

곧 그는 동료들을 향해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보이며 외쳤다.

“한 골만 더어!”

*       *       *

하프타임 간 라파엘 배니테즈는 새로운 지침을 하달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단 한 선수만 공략하라는 방침.

해당 선수는 다름 아닌 해리 맥과이어였다.

지난 시즌 레스터 시티에서 특출난 활약을 뽐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어마어마한 이적료를 달성하며 합류한 센터백.

하지만 라파엘은 확고히 말했다.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약점은 해리 맥과이어야. 피지컬 싸움과 제공권엔 분명 능하나, 볼 터치가 투박하고 민첩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또한 높은 라인을 점거했을 때 스피드 역시 떨어져 수비 복귀 시간이 상당히 느려 뒷공간 노출이 잦지. 우리는, 이러한 단점들을 끌어내야 해.]

이는 인구도 경기 내내 확인한 부분이었다.

특히, 녀석은 볼 터치도 좋지 않으면서 굳이 직접 공을 몰고 전진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게 강팀에 속한 수비수들이 주로 하는 일이긴 하다만.’

소위 빅팀들은 중소규모의 팀이나 약팀들을 상대로 높은 라인을 점거해 공략하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빅팀에 속한 센터백들은 되도록 발이 빨라야 했다.

‘자칫 역습 한 방에 무너질지도 모르니까.’

혹 발이 느리면 파트너가 커버하는 식으로 경기를 운영해왔고 말이다.

오늘도 그랬다.

맥과이어가 발이 느리니 린댈로프가 뒤에서 커버하는 식으로 살로몬 런던과 그 외 뉴캐슬 공격진을 견제했으니.

‘대신 린댈로프는 공중 싸움이 안 되니 이를 해리 맥과이어가 보완해주고.’

그게 아니어도 솔사르의 맨유는 다른 빅팀과 비교해 라인 자체가 다소 낮게 선정되어 있긴 했다.

허나 라파엘과 인구는 똑똑히 보았다.

이런 보완이 있다 할지라도, 맥과이어의 볼 터치와 투박함, 부족한 민첩성은 인구가 공략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그래서 후반전부터 고의적으로 그에게 공이 향하게끔 만들었다.

말 그대로 그에게 보다 많은 소유권을 내주면서 역으로 빈틈을 노리는 거였다.

방금 전 인구의 추격 골도 그런 방식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인구는 맥과이어의 뒤쪽을 어슬렁대며 음험한 웃음을 띠었다.

‘린댈로프를 믿고서 올라온 거는 같다만 자충수였다, 이 새끼야.’

*       *       *

해리 맥과이어는 생각했다.

‘아까는 실수였어.’

의도치 않은 실수였고, 또 상대가 기회를 잘 포착했으며 잘해서였다.

또, 마지막 수비수인 린댈로프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걔가 피지컬 싸움에서 튕겨 나가면서 결국 골키퍼랑 1대1 찬스까지 만들어진 거잖아.’

린댈로프가 진득하니 버티기만 했어도 맨유의 수비수들은 온전히 복귀해 인구를 막을 수 있었을 거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자신이 비록 턴 오버를 허용했어도 그리 잘못한 거 같지는 않았다.

더욱이 후반전 20분이 흐른 현재.

타앙-!

[오옷! 브루노 패르난데스! 기습적인 중거리포오오!]

퍼억-!

[오옷! 육탄방어로 막아내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세컨 볼을...!]

타앙-!

[폴 보그바가 다시 한번 오른발 다이렉트 슈팅으로 노리네요오!]

[아아! 골문을 크게 벗어납니다아아!]

“후훗!”

이른 추격 골에 당황하긴 했지만 그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정신을 추스르며 다시금 뉴캐슬을 매몰차게 압박하는 중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타아앙-!

[뉴캐슬의 골키퍼 두브라파카! 길게 공을 차올립니다!]

“푸흡!”

해리 맥과이어는 뒤에 서서 멀뚱히 지켜보다가 말고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저건 말 그대로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고자 공을 걷어낸 것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에 너네팀은 아무도 없는데 무슨 롱볼을...’

곧 맥과이어는 폴짝 뛰어오르며 헤더를 구사했다.

딱 제 쪽으로 회피성 패스가 또 날아왔으니.

한데, 과정에서 낙하한 공이 너무 높아 고개가 뒤로 젖히며 백 헤더가 되어버렸다.

“어? 시발...?”

그리고 곧장 당황 어린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툿-!

뒤로 흘린 공을 받은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마인구였던 거다.

“어, 언제부터...!”

투욱-!

인구는 전방으로 달리는 그대로 오른발 아웃스탭으로 깔끔하게 공을 받아내곤 씨익 웃었다.

“고맙다, 새끼야.”

< 126. 빅클럽 (14)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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