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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 빅클럽 (15)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27화 빅클럽 (15)
오옷...!
뉴캐슬 서포터즈의 엉덩이가 단체로 들썩거렸다.
동그랗게 벌린 입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가 말고 그대로 멈췄다.
그들의 초조하고도 긴장된, 그러면서도 기대 어린 동공엔 선명하게 비쳤다.
투웃, 투웃, 투우웃-!
[인쿠! 인쿠우! 달립니다!]
[해리 맥과이어의 백패스 미스를 연결받자마자 망설일 것 없이 다이렉트로 질주하는 인쿠우우!]
“마, 막아아아!”
언제 아이처럼 즐거워했냐는 듯, 맨유 감독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팔짝팔짝 뛰며 소리를 빽 질러댔다.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맥과이어의 파트너 센터백, 빅토르 린댈로프가 올라가 있다가 말고 빠르게 인구를 향해 접근했지만,
퍼억-!
“쿠허억!”
휘청~!
움찔!
솔사르는 마치 데자뷔처럼 어깨 푸싱 한 방에 밀려나는 린댈로프에 잘게 몸을 떨었다.
좌우 사이드에서도 맨유의 로크 쇼와 아룬 완 비사카가 디펜시브로 복귀 중이었으나 솔사르의 구겨진 표정은 펴질 기미가 없었다.
‘제기랄...!’
오히려 한 개 사이드를 보고는 더욱이 이맛살이 구겨졌다.
아룬 완 비사카보다 뒤쪽에서부터 오버래핑을 구사한 뉴캐슬의 알폰스 데이비스가 그새 비사카를 추월해버렸으니까.
타앙-!
막 페널티 아크 아래까지 도달한 인구가 왼발 아웃사이드 땅볼 패스를 구사한 것도 그때였다.
타앗!
발 빠른 알폰스는 사이드에서 하프를 가로질러 좌측 페널티 에어리어 깊숙이 침투해 이를 받아냈다.
골키퍼 데 헤아를 비롯, 급히 내려온 수비수들의 시선이 공이 있는 방향으로 일제히 쏠렸다.
뒤늦게 헥헥 대며 내려앉은 해리 맥과이어는 인구의 뒤로 급히 위치했다.
‘이놈...!’
필시 크로스 플레이로 득점을 노릴 게 뻔했으니 인구와 1대1 경합 싸움에서 피지컬로 누르고자 함이었다.
그래야지만 자신의 실책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으리라...,
타앙-!
머리를 채 굴리기도 전에 알폰스가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이익!”
거의 동시에 알폰스보다 늦게 디펜시브에 도달한 비사카가 몸을 던지듯 앞발을 내질렀으나, 실패했다.
슈욱-!
공이 그대로 비사카의 발끝보다 한 뼘 차 이상 벗어나 지나친 것이다.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 공간으로 날아간 서슬 퍼런 크로스에 공은 순식간에 페널티 스퍼트까지 도달했다.
꽈악-!
이 순간 페널티 스퍼트 끝자락에 위치해 있던 해리 맥과이어는 두 다리에 온 힘을 주었다.
바로 앞에 있는 인구를 떨쳐내고 최대한 빨리 공을 걷어낼 목적으로.
그렇게,
치익-!
필드를 디딘 왼발을 비틀어 막 인구의 우측 상체를 비집고 파고들려는 참이었다.
스윽, 퍼억-!
돌연, 인구가 상체를 앞으로 길게 뺐다가 말고 뒤로 힘차게 등짝을 밀어붙였다.
휘청!
예상치 못한 푸싱에 맥과이어는 그대로 한 걸음 이상 휘청이며 밀려나 버렸다.
입 밖으론 그만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왔다.
“어헝?”
직후 인구는 무릎 높이로 날아온 공을 향해 오른발 바깥 발을들어 올려 휘둘렀다.
페널티 스퍼트를 가로질러가던 공은 정확히, 그가 긁어내듯 휘두른 오른발 스터드에 걸렸다.
툭, 촤라악-!
공이 파 포스트 구석으로 감기며 들어간 순간 홈 팬들에게선 어마어마한 함성이 쏟아졌다.
이야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실로 그라운드가 울릴 만한 함성에 해설진은 흥분에 겨워 외쳤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스코어 3 : 3! 기어이 동점 골! 팀에 동점 골마저 선물하는군요오오오오!]
[2점 차 스코어를 후반전 이른 시간 만에 극복하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으으으으으!]
* * *
같은 시각.
인터넷 또는 모바일로 실시간 라이브 경기를 시청 중에 있던 한국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인생은구만리> : 와 대박! 인구 효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 <초콜릿조아> : 우리는 인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아아아~!
- <블루드래곤> :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고오오오오오오올!
- <독한감기> : 와, 미쳤다. 우리 인구 지금 각성 모드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초사이언> : 인구 형 지금 진지모드다. 내가 예상하는 데 이거 5 : 3으로 뉴캐슬이 역전함!!!
박지송 이후 맨유 팬이 된 레드 데빌스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 <로날두> : 해리 맥과이어 저 멀대같은 놈 당장 안 빼냐? 어?
- <나는바보입니다> : 솔사르는 관중임? 왜 딱 뻔히 보이는 문제투성이가 있는 데 잠자코 있는 건데?
- <여우군단에서조문왔습니다> : 해리 맥과이어가 이 정도로 못할 줄은;;; 데 헤아가 불쌍해 보여요;;;
* * *
후반전 3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경기 초중반만 하더라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분위기는 상당히 밝았다.
하지만 인구에게 추격 골에 이어 동점 골까지 허용하면서 맨유 선수들의 분위기는 급격히 다운됐다.
특히, 해리 맥과이어의 등은 어느 순간부터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아까부터 자꾸만 자신에게 공이 연결되었으니까.
지금도 그랬다.
타아아앙-!
[아아! 뉴캐슬의 눈먼 보오올~!]
투욱-!
아군 센터서클 뒤쪽에 서 있던 맥과이어는 뉴캐슬 수비수가 걷어 올린 공을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냈다.
‘씨발...!’
조금 전이었다면 옳다구나 하고 좋아했을 테지만 이젠 아니었다.
투웅, 투웅-!
기다렸다는 듯이, 아니 자신이 공을 받기 전부터 이미 몇몇 뉴캐슬 선수들은 오직 제게 달려들고 있었으니.
중앙에선 인구가.
좌우 하프에선 디안드루 예들린, 그리고 소피안 부팔 등이.
“뒤로오! 뒤로오오! 해리이이!”
멀찍이서 다뷔드 데 헤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허나 맥과이어에겐 그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센터백이면서 발밑이 투박해 안 그래도 볼 간수 능력이 썩 뛰어나지 않은 그였다.
이를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기에 발 빠른 이들의 압박은 더욱이 맥과이어를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간간이 요상한 승부욕이 발동하곤 했다.
그리고 이 순간 똑똑히 보았다.
‘이 상황만 모면하면 돼...!’
아직 뉴캐슬 진영 전방으로 마커스 래시퍼드를 비롯한 공격진이 버티고 서 있는 게.
그러니 한 명만 빠르게 제치고 문전으로 날카로운 로빙 패스를 올리면 어떨까? 라는 환상적인 그림이 그려진 거다.
이를 곧장 실천에 옮겼다.
맥과이어는 그새 도달한 인구를 앞에 두고 개인 드리블을 구사했다.
툭, 타앗-!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공을 바깥으로 가져가는 척, 인구의 발이 들어오는 순간 잽싸게 오른발 인사이드로 전환해 방향 전환을...!
하지만 인구는 발을 뻗긴커녕 가만히 서서 구경했다.
와중에 맥과이어 혼자 엉성한 춤을 추듯 공을 인사이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터치가 길어지자,
투욱-!
그때서야 인구는 오른발을 쏙 찔러 맥과이어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통과시켰다.
“이 미친놈이...!”
멀찍이서 관전하던 솔사르는 팔짝 뛰며 분노를 토해냈다.
“왜 거기서 되지도 않는 개인기를 부리고...!”
뉴캐슬의 찬스였으나 다행히 맨유는 이를 곧장 파울로 모면했다.
맥과이어에게 알을 먹이고 배후 공간 침투를 강행한 인구를 향해 로크 쇼가 안간힘을 써 달려들어 옷깃을 붙잡아 당긴 거다.
단연,
척-!
[아아! 주심! 로크 쇼에게 옐로 카드 한 장을 꺼내듭니다!]
[로크 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허나 해리 맥과이어의 호러 쇼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 * *
후반전 36분.
뉴캐슬의 소피안 부팔은 다뷔드 데 헤아가 공을 맥과이어에게 연결하자 곧장 달려들었다.
다다다다 다다다-!
순간 맥과이어는 흠칫하더니 다시금 데 헤아에게 백패스를 연결했다.
허나 연결 과정에서 패스 정확도가 떨어져 데 헤아가 다이빙을 해서야 겨우 잡아내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이런 @[email protected]$!”
데 헤아의 입에선 스페인 욕이 터져 나왔다.
맥과이어는 어깨를 으쓱이며 무안한 제스처를 보냈다.
한편 눈 깜짝할 사이 맥과이어와 3걸음 차까지 접근했던 부팔은 피식하니 웃었다.
‘먹힌다, 진짜 먹혀!’
작전명 ‘해리 맥과이어 공략하기’
이는 라파엘과 인구의 실시간 지침이기도 했다.
[맥과이어가 공을 소유하면 무조건 압박해 들어라.]
[혹 공을 급히 걷어내야 한다면 되도록 해리 맥과이어를 향해 걷어내라.]
[공을 걷어낸 시점엔 노 마크 상태에 있던 선수들은 맥과이어를 향해 달려들어라.]
말 그대로 해리 맥과이어의 숨통을 조이는 전략이라면 전략이었다.
처음엔 이게 먹힐까도 싶었지만, 진짜로 먹히자 부팔로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볼터치가 워낙 투박한 데다 민첩성도 크게 떨어지니...’
또 압박 시 대처가 좋지 않은 데다, 한 번 실수할 때마다 큼직한 실수를 저질렀다.
더욱이 심리적으로 이미 크게 털린 녀석이었다.
‘결국 두 골 다 저 녀석 실수로 얻은 거니까.’
그새 부팔의 두 눈은 승부욕으로 불타올랐다.
그건 디안드루 예들린, 살로몬 런던, 아추 등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 모두 초식동물을 보는 맹수의 시선으로 오직 맥과이어의 움직임만 살폈으니까.
* * *
후반전 38분.
맨유 벤치에선 결국 결단이 떨어졌다.
해설진은 대기심 옆에 서는 한 선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교체카드를 꺼내 드네요!]
[센터백, 애릭 바이인데요?]
대체로 센터백은 어지간히 못하지 않는 이상은 풀타임을 소화하는 법이었다.
그러나 오늘 해리 맥과이어는 평점 5점도 받기 힘들 만큼 처참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원성을 샀다.
“fuck!”
맥과이어 또한 팀 동료 애릭 바이가 대기심 옆에 선 것을 보며 짧게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누가 봐도 자신이 교체될 것이 뻔했으니까.
허나, 그는 몰랐다.
인구는 아직 이렇게 맛난 물고기를 이리도 쉽게 풀어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경기가 중단되지 않고 흘러가면서 해리 맥과이어의 출전 시간은 조금 더 늘었다.
그런 와중에, 또다시 맨유 디펜시브 좌측 아래에 있던 맥과이어의 발밑으로 공이 뚝 떨어졌다.
이 또한 뉴캐슬의 눈먼 볼이었다.
투욱-!
첫 터치는 다소 길었다.
오른발 인사이드로 잡는다는 게 그만 1m나 공을 떨어뜨렸으니까.
그 볼터치 미스가 문제였다.
투웅-!
“...!?”
맥과이어와 다섯 걸음 간격을 두고 서 있던 인구가 갑자기 들소처럼 덤벼들었으니.
맥과이어는 이를 악물며 발밑에서 벗어난 공을 향해 긴 학다리를 뻗어 소유하려 들었다.
거리상은 분명 자신이 훨씬 더 가까이 있었...,
투읏-!
[오오오오! 인쿠우우우! 맥과이어의 터치가 길어진 틈을 타 순간 스퍼트로 쇄도해 그 발밑에서 공을 빼내는 데 성공합니다아아아!]
퍼억-!
과정에서 인구는 어깨 푸싱으로 맥과이어의 중심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2차 압박은 엄두도 못 내게끔.
직후 인구는 우측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사선 방향으로 서며 냅다 왼발 인프런트 크로스를 구사.
타앙-!
“우우오오오오옷!”
좌측 페널티 에어리어, 맨유의 풀백과 센터백 사이를 비집고 런던이 골망에 머리부터 집어넣겠다는 기세로 몸을 던진 것도 그때였다.
< 127. 빅클럽 (1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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