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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 빅클럽 (18)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30화 빅클럽 (18)
일전에 인구와 세나는 구단이 주최한 광고 영상 촬영에 임한 바 있었다.
이는 세나도 원했기에 인구로선 딱히 거부할 도리가 없었다.
사실 거부할 생각도 없었다.
현재, 인구는 헤벌쭉한 모습의 코치, 리키 제임스를 보며 생각했다.
‘기념 삼아 남겨두기에도 딱 좋았고 말이야.’
또 일찍이 세나를 본 학부모들부터 지인들은 말하곤 했다.
[아역 배우인가?]
[어머 어머! 연기자 해도 되겠다. 인형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것 좀 봐~]
[얘 이름이 뭐에요?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tv 광고에 나오지 않았어요?]
[커서 뭐가 되려고 이렇게 예쁘고 귀엽게 태어났대에? 웅?]
단순히 예쁘다를 넘어, 배우해도 되겠다! 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던 만큼 인구는 이 기회에 경험 삼아 응했던 거다.
그렇듯 해당 영상은 뉴캐슬 유스 홍보 영상이었다.
세나가 필드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홀로 개인 기술을 구사하는 모습.
이어 화면이 전환되어 5만여 명에 달하는 툰이 응원하는 필드 아래서 뛰는 자신의 모습으로.
마지막엔 세나와 자신이 씨익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이런 멘트를 남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오세요!]
끝에서 세나와 자신은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보이며 기합을 내질렀다.
[으어엇!]
[우어엇!]
해당 광고 영상이 업로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이 지역 대회가 개막했고, 거기서 세나는 특출난 퍼포먼스를 뽐내며 팀을 우승시켰다.
‘말 그대로 혼자서 매시 놀이를 했지.’
인구의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양 리키 제임스는 세상 즐거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광고도 광고지만 그때 보여준 퍼포먼스에 감동한 고객, 아니 학부모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특히 한때 뉴캐슬에 몸담은 바 있던 선수들이 줄기차게 문의를 해왔죠!”
그 결과물이 폴 개스쿠인, 엔디 콜, 엘런 스미스의 아들이었다.
“외에도 현재 현역에서 뛰고 있는 크리스티안 아추도 문의를 해왔고요. 또 저기 저 라이벌 구단인 선덜랜드 유소년팀에 뛰고 있는 곳에서도...!”
리키 제임스는 신이 나 주절거렸다.
인구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주억대다 말고 이내 피식하니 웃음을 흘렸다.
‘마이크 애슬리 이놈.’
뉴캐슬 구단주는 평소 유소년 아카데미 투자에 인색한 양반이었다.
그래도 사업가 아니랄까 봐 약간의 홍보 영상물로 이렇게 펌핑을 시키다니.
‘이 점은 대단하네, 대단해.’
인구로서도 뉴캐슬 유소년 아카데미의 수준이 높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따로 좋은 곳 찾아갈 필요가 없어지니까.’
물론 시설 낙후는 여전히 거슬렀지만 말이다.
‘이 부분은 추후에 문의해봐야지.’
어쨌거나 이 모든 건 세나 덕이라 할 수 있었다.
히죽!
인구의 입꼬리는 그새 빙구처럼 끌어 올라갔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또 아빠를 닮아 축구를 무척이나 잘하는 세나가 아니었다면 저런 인재들이 찾아올 리가 없었을 테니...,
“...세나야?”
문득 인구는 세나의 표정이 아까부터 굳어있자 의아하고도 걱정스레 반문했다.
그 시선은 여전히 아이들이 뛰어노는 필드에 고정되어 있었다.
“웅, 아빠.”
제 물음에 세나는 슬며시 이쪽을 올려다보며 답했다.
세나는 그제야 예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스윽!
그러다 곧, 자그마한 손끝은 필드를 가리켰고, 살짝 열린 입 밖으론 속된 티 없이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쟤들, 마음에 안 드는데 실력으로 무릎 꿇려도 대?”
“...응?”
“구냥. 내 발아래 두고 시퍼.”
“...?”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뉴캐슬은 사기가 극에 달했다.
리그 21라운드, 22라운드, 23라운드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순위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해낸 것이다.
다음 경기에선 무승부에 이어 25라운드에서 후반기 첫 패배를 당하며 다시금 5위로 내려앉긴 했지만 말이다.
시간은 더욱 흘러 리그 30라운드.
풀럼 fc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풀럼 서포터즈는 후반전 들어선 직후부터 침묵하고 있었다.
“가자, 그냥 집에 가자.”
일부는 하나같이 울적한 얼굴로 일찍이 짐을 정리하며 관중석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유야 간단했다.
이른 시간부터 살로몬 런던의 선취골과 오를레앙 추아매니의 두 번째 골이 터졌으니까.
전반전 종료 직전엔 소피안 부팔의 단독 드리블 질주 후 직접 골마저 허용해버렸고 말이다.
그리고 후반전 접어든 현재에 이르러선...,
타아앙-!
[오오옷! 인쿠우우우! 골키퍼 펀칭을 맞고 튕겨 나온 공을 페널티 아크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말고 다이렉트 슈팅으로...!]
촤라아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골입니다아아아아아~!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강력한 발리킥에 풀럼의 골키퍼로선 몸을 움찔 떠는 게 최선이었네요오오오!]
팀에 네 번째 골을 성사한 인구는 불끈 쥔 오른 주먹을 쳐들며 짧게 포효했다.
“예에에에에에~!”
인구의 득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전 34분이라는 시간이 막 흘러가는 시점.
타아아아앙-!
뉴캐슬의 센터백, 아미르 라흐마뉘가 아군 디펜시브 우측 지역에서 먼 곳을 응시하더니 냅다 로빙 패스를 차올렸다.
투우우웅-!
좌측 페널티 아크 아래서 설렁설렁 뛰어가던 인구가 돌연 순간 스퍼트를 낸 것도 바로 그때였다.
“막아!”
“좁혀어어!”
지근에 있던 풀럼 수비수들은 침투하는 인구를 마크하기 위해 위, 아래에서부터 빠르게 압박해 들었다.
허나 그보단 인구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투읏-!
페널티 에어리어에 눈 깜짝할 사이 도달하자마자 뚝 떨어지는 공을 가슴 트래핑으로 오른발 밑에 연결되게끔 흘린 거다.
채 우측면에서부터 안간힘을 써 달려든 풀럼 수비수가 왼발을 학다리처럼 내지르기도 전엔,
타아앙-!
한 템포 빠른 슈팅으로 골키퍼가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구석진 골망을 노리고 찼다.
촤라아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 멀티 골! 멀티 골을 작렬시킵니다아아아! 스코어 5 : 0! 뉴캐슬 유나이티드! 풀럼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리는 군요오오오!]
쏴아아 아아아-
멀티 골에 성공한 인구는 곧장 코너 플래그로 달려가 무릎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중계 카메라를 향해선 가슴 높이로 손가락 두 개를 들어 하트 세레머니를 뽐냈고 말이다.
해당 경기를 시청하고 있을 세나를 위해.
‘보고 있지? 우리 따알?’
* * *
풀럼전 승리 이후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31라운드에서 무승부, 그리고 32라운드에선 다시 값진 승리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리그 32라운드까지 치러진 현 순위는 이랬다.
1위 <리버풀> 32경기 24승 5무 3패 (승점 77점)
2위 <맨체스터 시티> 32경기 23승 6무 3패 (승점 75점)
3위 <첼시> 32경기 22승 6무 4패 (승점 72점)
4위 <토트넘 홋스퍼> 32경기 21승 6무 5패 (승점 69점)
5위 <뉴캐슬 유나이티드> 32경기 21승 5무 6패 (승점 68점)
6위 <아스널> 32경기 20승 6무 6패 (승점 66점)
7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2경기 18승 6무 8패 (승점 6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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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경기 6라운드를 앞뒀음에도 불구하고 우승팀을 비롯한 챔피언스 리그 본선 티켓 경쟁은 여전히 접전 그 자체였다.
한국 팬들에게서도 이는 화젯거리였다.
- <인생은구만리> : 와. 보통 이 시점 오면 우승팀 한 팀 정도는 확실히 나오던데;;;
ㄴ <서쪽하늘에달> : 단순 승점 차에 남은 경기만 놓고 보면 맹칠(맨유)이도 남은 경기에서 전승하면 1위 리버풀 제치고 우승할 수 있음 ㅋㅋㅋㅋㅋㅋ
ㄴ <지송팍팍> : 그건 불가능한 시나리오 아님? 맹칠이가 어케 6연승함? 그리고 맹칠이가 우승하려면 리버풀이나 맨시티는 전패해야 하는데? 첼시는 또 어떻고? 토트넘은?
ㄴ < 서쪽하늘에달> : 그래서 단순 승점 차랑 경기만 놓고 보면, 이랬잖아. 이 진지충아.
- <점심은뭘까> : 내 생각엔 리버풀이랑 맨시티 중에 한 팀이 우승할 것 같고. 챔스는..., 기적적으로 뉴캐슬이 토트넘 끌어내리고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ㄴ <핵이빨수아레스> : 우리 맨유가 챔스 진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까요...?
ㄴ <갓바니> : 솔사르 경질되고 한 4000억으로 일부 선수 리빌딩하면 가능할 듯. 힘내세요! >
ㄴ <핵이빨수아레스> : 개새끼가...;;;; 그거 못한다는 소리잖아. 돌려 말하지마 새끼야. 더 비참해지니까.
나아가 상당수 팬들은 뉴캐슬이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확보하기를 바랐다.
- <야옹이들은사랑> : 제발! 챔스 진출해줘, 뉴캐슬아! 박지송, 손흥빈에 이어 챔스 진출 한국인 또 보고 싶다아아!
- <인쿠오빠> : 진짜 인쿠 챔스에서 활약하면 몸값 지금보다 훨씬 치솟을걸요;;;
- <인생은조기축구다> : 토트넘(손흥빈), 뉴캐슬(마인구). 딱 이렇게만 챔스 진출하면 됨. 이렇게만 되도 새벽에 볼거리 많아진다구.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의 마지노선 순위가 4위였던 만큼 현 뉴캐슬과 토트넘의 승점 차는 고작해야 1점 차였으니.
물론 팬들은 이왕이면 손흥빈이 있는 토트넘이 아닌 첼시가 곤두박질치기를 더욱 희망하였고 말이다.
무엇보다 현재 뉴캐슬의 핵심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인구의 폼이 절정이었다.
리그에서만 32경기 34골을 폭격하며 일찍이 득점왕 타이틀을 획득해버렸으니까.
언론은 난리였다.
[인쿠! 조기 득점왕 달성!]
[검은 머리 동양인 인쿠! epl을 폭격하다...!]
[온몸이 무기인 인쿠! 매 경기를 치를때마다 몸값 천정부지로 치솟아...!]
[득점 랭킹 2위 해리 캐인보다 12골이나 더 많은 인쿠...!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수치!]
리그에서만 34골은 EPL이 창단된 이래 엘런 시어러와 엔디 콜만이 기록한 수치였다.
거기다 인구의 리그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인구가 남은 6라운드 동안 더 많은 득점을 달성하며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 점치고 있었니 말이다.
그러나 유럽 전문가들은 팀적으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챔피언스 리그 본선 진출권 획득엔 실패할 것...]
[최종 순위 예측. 1위 리버풀, 2위 맨체스터 시티, 3위 첼시, 4위 토트넘! 뉴캐슬과 아스널은 유로파리그 진출권 획득 예상...!]
뉴캐슬을 싫어하는 맨체스터 지역 언론은 챔피언스 리그 본선 티켓은 둘째치고 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조차 어렵다 보도했다.
이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남은 일정이 다른 경쟁 팀들에 비해 매우 혹독한 게 원인이라면 원인이었다.
그도 그럴 게...,
리그 33라운드 상대 토트넘 홋스퍼.
리그 34라운드 레스터 시티.
리그 35라운드 첼시.
리그 36라운드 리버풀.
리그 37라운드 브라이튼.
리그 38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남은 6경기 중 4경기가 빅4와의 대전이었다.
< 130. 빅클럽 (18)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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