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31화 (1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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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 빅클럽 (19)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31화 빅클럽 (19)

4월 15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컵 대회는 일찍이 저물었다.

다른 빅클럽과 비교해 스쿼드 댑스가 얇았던 만큼 컵대회를 오히려 주전 자원의 체력 아끼기 용으로 활용한 거다.

인구는 그러한 라파엘 배니테즈의 판단에 불만을 품지 않았다.

그 덕에 현 뉴캐슬이 리그에선 여전히 호성적을 달성해냈으니까.

그리고 지금.

[양 팀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합니다아아!]

뉴캐슬은 원정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 발을 들였다.

인구는 그라운드로 발을 내디디며 옆을 힐끗거렸다.

‘손흥빈.’

처음 이 녀석을 마주했을 땐 무슨 연예인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국에선 누구보다 인기있는 스타 플레이어니까.’

tv 속에서만 볼 수 있던 박지송 이후의 월드클래스가 아니던가?

허나, 지금 당장은 이렇다 할 느낌이랄 게 없었다.

더욱이 현재 순위는 토트넘이 4위.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5위.

챔피언스 리그 본선 진출 티켓을 위해선 반드시 토트넘을 잡아야만 했다.

즉, 그저 밟아야 할 적 중 하나일 뿐이라는 소리.

무엇보다..., 세나가 이 친구를 좋아한다.

[아빠아~ 아빠가 잘해? 소니가 잘해에?]

[당연히 아빠지!]

[우움...]

[우리 사랑스럽고 귀여운 딸? 그 반응은 모야?]

난생 처음 세나가 아빠의 말에 호응 대신 고운 아미를 좁히며 짧은 신음을 토해냈다.

그래서일까?

“또 보네, 형?”

한 살 어린 흥빈이 방긋 웃으며 손을 내밀자 인구는 특유의 성난 눈썹을 세우며 그 손을 맞잡았다.

씰룩-

입꼬리는 억지로 끌어 올라갔다.

속으론 다짐했다.

‘밟아버리자.’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까지만 하더라도 빅6 팀을 상대로 전패를 당했던 뉴캐슬 유나이티드였다.

그렇듯 전문가 및 대부분 여론은 빅6를 만나는 토트넘을 향해 항상 언더독이라 칭했었다.

이는 오늘 경기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순위부터가 토트넘이 우위였고, 앞선 전적 면에서도 토트넘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했으니까.

전반전 32분.

조제 모리뉴의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에 팽팽한 접전이 이어가던 와중 뉴캐슬이 기습 공격을 강행했다.

타아앙-!

[오를레앙 추아매니의 전진 패스으으으!]

하프라인에서 공을 받은 추아메니가 우측 페널티 아크 바깥 하프 지점에 있던 소피안 부팔에게 스트레이트 패스를 시도.

투읏-!

순간 바깥 측면에서 토트넘의 사이드백, 라이온 세세뇽이 빠르게 달라붙었다.

허나 부팔이 한 템포 빨랐다. 공과 함께 빠르게 돌아서자마자 오른발 인스탭으로 공을 밑에서 툭 차올렸으니까.

“우오오오옷!”

우측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 선상에 있던 살로몬 런던이 등진 채 헤더로 날아온 공을 아크 중앙으로 흘린 것도 그때였다.

[크리스티안 아추에게 연결된 고오옹...!]

아크 중앙에 위치한 아추에게 공이 굴절되자 삽시간에 토트넘 내 4명의 수비수가 앞뒤 좌우로 포개었다.

공간을 최대한 좁혀 슈팅 및 패스 코스를 일시에 차단하고자.

이는 모리뉴의 수비 전술 중 하나였다.

“fuck!”

그러나 전방에서 한 걸음 차까지 간격을 좁혔던 토비 알데르배이럴트의 입에선 그만 짧은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홰엑-!

고개는 우측으로 긴박하게 돌아갔다.

그도 그럴 게 아추가 공이 굴절됨과 동시에 잡을 새도 없이 툭! 반대편으로 칩패스마냥 띄워버렸으니까.

주춤-!

직후 알데르배이럴트의 동공은 크게 흔들렸다.

4명의 수비수가 한 선수에 쏠려 있던 틈을 타, 인구가 여지없이 좌측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노 마크 찬스로 접근한 거다.

그런 그는 제 앞에 떨어지는 공을 노리고 달리는 그대로 오른 다리를 활시위처럼 당겼다.

상체는 비스듬히 좌측으로 기울였으며 이윽고-,

타앙-!

무릎 높이로 떨어진 공의 전면부에 정확히 오른발 인스텝이 맞아떨어졌다.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 환상적인 발리킥으로 뉴캐슬에 선취 골을 선사합니다아아아아아아!]

[토트넘의 골키퍼 휴고 요리스! 방향을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 땅으로 훅 꺼지는 슈팅에 알까기를 허용하고 말았네요!]

해설진은 득점 후 신나게 코너플래그로 달려나가는 인구를 보며 중계를 이어갔다.

[리그 33경기에서 35골을 기록하며 진기록을 세우는 인쿠 마아아아!]

[엔디 콜, 엘런 시어러보다 한 골 앞서며 epl 역사상 가장 많은 리그 득점을 기록한 사나이가 되었습니다아아아!]

해설진은 얼굴을 붉혀가며 덧붙였다.

[뉴캐슬 서포터즈로서는 참으로 기쁜 나날이 아닐 수 없겠네요. 또 뿌듯할 겁니다! 엔디 콜, 엘런 시어러 모두 뉴캐슬에서 활약한 바 있고, 인쿠 역시 현 뉴캐슬에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으니 말이죠오오!]

*       *       *

뉴캐슬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전 44분.

투웅-!

[아! 런던의 회심의 슈팅이 배르통언을 맞고 굴저얼-!]

툭-!

배르통언은 몸통을 맞고 튕겨 나온 공에 다시 한번 폴짝 뛰어 헤더를 구사해 전면으로 연결했다.

그 순간이었다.

툭, 다다 다다다다다다-!

수비 지역까지 내려왔던 손흥빈이 배르통언의 패스를 연결받아 전방으로 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질주하며 좌측에선 라이온 세세뇽이.

우측 하프에선 해리 캐인이.

반대편에선 델레 알리가 카운터 어택에 가세했다.

“으잇!”

막 손흥빈이 하프라인을 넘어서려는 순간엔 뉴캐슬의 알폰스 데이비스가 어깨 푸싱을 가했다.

퍼억-

휘청!

그러나 손흥빈은 잠깐 휘청일 뿐 이내 다시금 공을 몰고 빠르게 질주를 이어갔다.

도리어 어깨 푸싱을 가하면서 알폰스의 속도가 크게 급감됐을 뿐.

곧바로 미드필더 소피안 암라바트가 2차 압박을 가하려 했지만, 늦었다.

투우웅-!

[오옷! 손흥빈의 전진 패스으으으!]

오프 더 볼 상황 속, 스피드에 일가견이 있는 라이온 세세뇽이 빠르게 뉴캐슬의 배후로 침투한 것이다.

그렇듯 손흥빈은 최종 수비수 아미르 라흐마뉘의 지근에 도달한 세세뇽을 향해 망설임 없이 전진 패스를 구사했다.

투욱-!

세세뇽은 흘러온 공을 한 번 길게 차내며 속도에 속도를 붙이는가 싶더니, 투읏-!

라흐마뉘가 자신을 향해 완전히 스탠스를 기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사이드 패스를 찔렀다.

“헉!”

예상치 못한 패스에 라흐마뉘는 뒷걸음질 치는 중에 비틀거렸다.

투웅-!

페널티 우측 아크 아래, 빈공간으론 여지없이 해리 캐인이 도달해 공을 잡아냈고 말이다.

토트넘의 센터백, 자말 라셀스가 올라갔다가 말고 빠르게 내려와 캐인을 막아서려 들었으나 그마저 늦었다.

타아아앙-!

촤라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올! 해리 캐이이이인!]

[오른발 강력한 인사이드 킥으로 좌측 포스트 구석 골망을 과감히 흔들어버립니다아아아!]

[전반전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진 동점 고오오오올! 역시 캐인이군요오오오오오!]

이야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른 동점 골에 우중충한 분위기였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내 홈팬들의 기세가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어느덧 상당수 팬들은 서로 어깨동무하며 응원가를 열창했다.

해설진은 침을 튀겨가며 덧붙였다.

전반전 흐름만 놓고 보면 경기 종료까지 양 팀이 치열한 접전 싸움을 벌일 것 같다고 말이다.

허나, 이는 착각이었다.

*       *       *

후반전 20분.

뉴캐슬의 미드필더, 오를레앙 추아매니가 길게 뿌린 공이 눈 깜짝할 사이 페널티 아크를 넘어섰다.

투웅-!

동시에 인구는 순간 스퍼트로 맨 마킹에 임하던 수비수를 모조리 떨쳐냈다.

다다다다 다다다-!

골키퍼, 휴고 요리스는 1대 1 찬스에 빠르게 뛰쳐나와 어떡해서든 낙하하는 공을 인구보다 먼저 꿰차려 들었다.

허나 딱 한 걸음 거리까지 좁혀졌을 때,

투욱-!

인구는 오른발을 들어 인스텝으로 낙하한 공을 좌측으로 비스듬히 틀었다.

스윽-!

“헛!?”

빠르게 튀어나갔던 휴고 요리스는 그대로 공보다 앞서는 형국이 되었고,

투웃-!

텅 빈 골망을 향해 인구는 어려움 없이 발아래 떨어진 공을 오른발로 가볍게 차 밀어 넣었다.

철러엉~

해설진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 환상적입니다! 아크로바틱하면서도 정교함이 가미된 득점 기술이에요오오!]

[토트넘을 상대로 멀티 골! 리그 33경기에서 36골을 기록하는 인쿠우우우우우우!]

재차 달아나는 득점에 조제 모리뉴는 테크니컬 에어리어 끝자락에 서서 선수들을 향해 손뼉을 치며 힘을 불어넣고자 했다.

“고작 한 골이다! 한 골! 한 골만 넣으면 언제든 상황을 뒤집을 수 있어어!”

그러나 그 말이 있고 고작 3분 뒤, 뉴캐슬의 추가 골이 터졌다.

뻐어엉!

철렁~!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오를레앙 추아매니이이이이이! 아크 바깥에서 때린 강력한 중거리포로 골망을 흔듭니다아아!]

[요리스가 미처 반응할 수도 없을 만큼 좌측 상단 구석으로 강하고도 빠르게 꽂힌 중거리 슈팅인데요!]

[아아! 토트넘의 주장이자 골키퍼, 휴고 요리스에겐 최악의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아아!]

후반전 43분에 접어들어선 자살골마저 터졌다.

타앙!

툭!

촤락!

[고오오오오오오올! 소피안 암라바트으으! 그의 중거리 슈팅이 박스 안에서 버티고 서있던 애릭 다이어의 정강이를 맞고 크게 굴절되어 골망 구석으로 쏙 들어갑니다아아!]

[휴고 요리스로선 이미 방향을 예측하고서 몸을 던진 뒤였는데요! 그로선 주저앉아 반대 골문으로 쏙 들어가는 공을 허무하게 쳐다보는 게 최선이었죠!]

그렇게, 남은 시간이 모두 지나갔고,

삐, 삐, 삐이이이이!

주심은 경기 종료 휘슬을 울렸다.

해설진은 빅6 중 한 팀인 토트넘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뉴캐슬에 찬사를 건넸다.

[인쿠를 필두로 한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 이어 토트넘을 상대로도 확실한 승리를 차지합니다!]

[일부 언론 및 전문가들이 말한 빅팀에 약하다는 뉴캐슬의 평가를 완전히 틀어버리는 승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       *       *

경기 후 믹스트존에 인구는 발을 들였다.

땀에 흠뻑 젖은 채였던 지라 웃통마저 홀라당 깐 그의 등장에 일부 기자들은 감탄했다.

‘몸이 뭔...!’

‘와..., 나도 저런 몸 가지고 싶어...!’

‘남자네, 남자야!’

드러난 상체는 조각상처럼 잘 다듬어져 있었고 풍기는 기세는 맹수 그 자체였다.

그런 인구는 살짝 벌어진 잇새로 숨을 토해내며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가 빅클럽입니다.”

“예, 예?”

난데없는 발언에 질문을 건네고자 했던 한 기자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자리한 다른 기자들 역시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인구는 슬그머니 하얀 이를 드러내며 덧붙였다.

“오늘에서라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요. 일부 전문가들은 늘 우리를 빅클럽에겐 약하다 뭐다 개소리를 지껄여대니까. 그러니까..., 뉴캐슬 유나이티드야말로 빅클럽이라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인구는 손끝으로 자신을 콕콕 가리켜 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이 팀에 몸담고 있으니까. 그러니 우리는 어려움 없이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겁니다.”

이날은 인쿠 어록이 추가된 날이었다.

< 131. 빅클럽 (19)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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