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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2. 빅클럽 (20)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32화 빅클럽 (20)
“후욱, 후욱, 후욱-!”
토트넘전이 끝난 다음 날.
인구는 실외 훈련장에서 개인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가벼운 러닝을 시작으로 스텝레더 및 콘을 활용한 밸런스 훈련.
반응 능력 및 연속 동작 수행 훈련 등.
또 시간이 흘러선 스프린트 측정에 임했다.
“후웃!”
짧게 숨을 토해내고서 전력 질주하자 옆에서 속도 측정계를 들고 있던 예들린이 외쳤다.
“33.7km/h!”
훈련이 없는 날인 만큼 동료들이 직접 곁에서 지원해준 것이다.
허나 인구는 살포시 미간을 구깃거렸다.
“염병. 속도가 조금은 늘긴 했는데 썩 마음에 들지는 않네.”
반면 예들린은 감탄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니야? 무지 빠른데?”
190cm에 달하는 큰 체격을 지닌 만큼 33.7km/h는 빠른 속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어도 축구선수 축에서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 할 수 있었고 말이다.
그러나 인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속력이 없잖아, 지속력이.”
“그건, 그렇긴 해.”
예들린은 작게 고개를 주억대며 인정했다.
확실히 순간 스퍼트의 속도는 빨랐으나 이후 눈에 띄게 스피드가 떨어지는 경향이 다분했으니.
“결국은 드리블 능력으로 커버해야 하는 부분인 거고.”
팀닥터의 말처럼 한 번 맛이 간 스피드는 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살리긴 어려운 모양이었다.
거기다 올해 인구의 나이 서른이었다.
‘한국 선수들한테는 특히 좋지 않은 나잇대긴 하지.’
일전에 스카우트, 로보트 파이기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대개 에이징 커브가 오는 시기는 평균적으로 30세라곤 하지만..., 이를 거스르는 선수도 많아. 서른 한살, 서른 두살까지도 극강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친구들이 꽤 있지. 매시, 호날두는 예외의 존재들이고.]
한데 동양인 선수들은 특히나 에이징 커브가 뚜렷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그리고 에이전트 사이에선 이런 말이 돈다네. 서른 살이 된 동양인 선수들은 영입하는게 아니라고. 아아, 차별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사례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그래.]
에이징 커브는 나이에 따른 기량 감퇴를 말함이었다.
[독일 보훔에서 뛰고 있는 이창용도 그랬고.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기상용도 마찬가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최전성기를 보냈던 카가와 쉰지 또한 한순간 기량이 팍 떨어졌다네. 내가 아는 그 선수와 동일한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인구는 이에 부정하지 않았다.
그 역시 tv를 통해서나마 똑똑히 보았으니까.
‘확실히 동양인들은 서른이 넘어서부터 에이징 커브가 크게 오긴 하더라.’
한국의 대표적인 스트라이커였던 박주용도 그랬다.
아스널에서 주전 경쟁 실패 이후 셀타 비고, 왓포드로 떠났으나 졸전에 졸전만 치르다 계약 해지에 이르렀으니.
그때 나이 역시 서른이었고 말이다.
‘이용표도..., 서른 즈음에 토트넘 내 경쟁에서 밀려 이적을 택했었지. 이후 커리어 내리막이었고.’
그래서일까?
솔직히 에이징 커브에 대한 두려움이 약간은 있었다.
또 억울했다.
‘이제 막 프리미어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쩝.’
확실히 축구선수에게 있어 나이는 중요했다.
‘재계약 할 때도 서른 넘어서부턴 암만 잘해도 어지간해선 장기계약을 맺지를 않으려 하니.’
이는 언제 기량이 팍 감퇴할지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추가 훈련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인구, 그로선 이 EPL이라는 최고 무대에서 더욱 오랫동안 날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이제 시작이잖아.’
공백기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축구선수를 멀리했는데, 지금은 그 반대였다.
문득 간간이 구장을 방문해 열띤 응원을 펼치는 딸이 떠올랐다.
[아빠아! 파이티이이잉!]
[아빠아아! 이겨어어어어어!]
[아빠! 골 넣고 이쪽으로 와아아! 아라찌이?]
펜스 가까이 위치한 곳에서 딸은 경기 내내 오직 자신을 위해 환호를 내질렀다.
목이 쉬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만큼.
그러면서도 필드를 뛰는 아빠의 모습에 세나가 세상 행복에 겨워하자 인구는 축구에 더욱이 애정이 갔다.
‘직업 만족도가 실시간으로 상승하는 느낌이랄까.’
또 딸은 바랐다.
[아빠두 챔피언스 리그에서 뛰는 고야?]
[챔피언스 리그?]
[웅! 뛰는 거 보고시퍼. 거기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파리 생제르맹, 유벤투스 같은 팀이랑 붙는 거 보고시퍼!]
[후훗. 걔들이랑 붙으면 아빠가 이길 거 같아~? 질 거 같아?]
그 물음에 딸은 고운 아미를 모은 채 우움, 거리며 고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이렇게 외쳤다.
[아빠가 이겨어! 왜냐묜 세나 아빠니까!]
딸의 바람처럼, 인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라는 팀을 챔피언스 리그로 이끌어가고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다행히 토트넘 전에서의 승리로 잠시긴 하지만 순위 4위로 올라섰다.’
토트넘과의 승점이 1점 차였던 만큼 33라운드까지 치러진 현재.
뉴캐슬은 기존 4위였던 토트넘을 내려 앉히고 2점 차로 4위 자리에 올랐다.
바로 위에는 승점 4점 차인 첼시.
2위는 맨체스터 시티(6점 차)
1위는 월드클래스 살라와 마네가 있는 리버풀(7점 차)이었고 말이다.
‘가능하다면 우승도 노려보고 싶었는데.’
이제 남은 경기는 5경기로, 마냥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었다.
허나 인구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상대가 너무 강해.’
일정 중엔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첼시와의 경기가 남아 있었다.
‘걔들 올 시즌 오지게 쎄잖아.’
리버풀만 하더라도 살라, 마네라는 좌우 윙 조합이 역대급 퍼포먼스를 뽐내는 중이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늘 강했고.’
첼시 역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을 제외한 상대들에겐 압도적인 강함을 뽐냈다.
그렇듯 지금으로선 챔피언스 리그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말고, 인구는 슬쩍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보았다.
필드 반대편에선 살로몬 런던이 공을 받기 위해 우다다다다! 뛰어가고 있었다.
“우어어어어~!”
기합을 내지른 직후엔 온 몸을 던지듯 폴짝! 뛰어올랐다.
투웃-!
멀찍이서 센터백 아미르 라흐마뉘의 로빙 패스가 긴 포물선을 그리다 런던의 휘두른 이마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촤락~
골망이 물결치자 런던은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보이며 짧게 포효를 내질렀다.
인구의 동공이 데구르르 굴러갔다.
우측 사이드 끝자락에선 알폰스 데이비스와 오를레앙 추아매니가 아까부터 1대1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피식.
인구의 입꼬리가 슬며시 끌어 올라갔다.
‘짜식들.’
언제부턴가, 저들 역시 훈련이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자리해 개인 훈련에 몰두했다.
‘살로몬 런던을 시작으로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지금은 뭐...,’
거의 정규 훈련을 방불케 할 만큼 인원이 많았다.
실외 훈련장이 아닌 실내 트레이닝 센터에서도 소피안 부팔, 소피안 암라바트 등이 무산소 운동에 열중이었고 말이다.
그리고 인구는 그들이 이처럼 쉬지 않는 이유를 잘 알았다.
다닥, 다닥!
일순 동료들의 훈련하는 모습을 보다 말고 살갗이 살짝이지만 달아올랐다.
인구는 닭살이 돋은 오른 손목을 들어 슬쩍 보고는 생각했다.
‘모두 같은 마음이니까.’
챔피언스 리그 본선 진출 고지까지 앞으로 다섯 경기.
이 다섯 경기만 잘 마무리하면 꿈에 그리던 무대에 발을 디딜 수 있잖은가?
* * *
시간은 흘러 리그 34라운드.
레스터 시티 감독, 브랜던 로저스는 경기 전 라커룸에서 원으로 둘러싼 선수들을 향해 외쳤다.
“남은 경기는 고작해야 5경기다! 우린 이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승리할 필요가 있어!”
원으로 둘러싼 선수들의 두 눈은 어느 때보다 열의로 불타올랐다.
그도 그럴 게 현재 레스터 시티는 순위 8위에 올라있기 때문이었다.
경험 많은 감독, 로저스는 침을 튀겨가며 덧붙였다.
“다음 시즌, 우린 유로파리그 무대를 누빌 거다! 그러기 위해선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따놔야 해!”
레스터 시티는 승점 60점으로 7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동률의 승점 차를 유지 중이었다.
또 6위 아스널과는 6점 차.
꽤 큰 간극이었지만 로저스는 개의치 않았다.
“뉴캐슬전 이후 우린 아스널과의 일전도 앞두고 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고 아스널까지 잡으면 충분히 승점 차를 좁힐 수 있단 소리지!”
브랜던 로저스는 간절했다. 레스터 시티라는 팀으로 지금 성적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나, 이왕이면 더욱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었던 거다.
그건 선수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주장인 웨스 무건은 뜨거운 눈길로 감독, 로저스의 말에 힘을 보탰다.
“그래! 우린 할 수 있어! 이 세상엔 불가능이란 건 없다는 걸 우리가 몸소 증명했잖아?”
부주장이자 팀의 상징적인 골키퍼인 캐스퍼 슈마이켈 또한 거들었다.
“웨스 말이 맞아! 우린, 모두가 불가능하리라 외쳤던 EPL 리그 우승컵도 거머쥔 팀이니까! 유로파 리그 진출권 따위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안 그런가?!”
슈마이켈의 힘찬 물음에 자리한 모두가 한목소리로 답했다.
“예스으!”
“그렇지!”
“맞아!”
“우린 리그 우승팀이야!”
감독, 브랜든 로저스는 이번 라커룸 대화에 나름 만족했다.
장내의 분위기부터가 뜨겁게 타올랐으니.
무엇보다 동기부여 면에서도 충분했다.
팀의 주장이자 대들보인 웨스 무건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 선언을 하지 않았던가.
그렇듯 로저스는 생각했다.
‘무건을 위해서라도, 선수들은 한 발, 아니 두 발 더 뛸 거다!’
* * *
삐, 삐, 삐이이이이이이이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해설진은 흥분에 겨워 외쳤다.
[2019-2020시즌! 리그 34라운드! 레스터시티의 홈구장에서 치러진 뉴캐슬과의 경기가 이렇게 종료됩니다아아!]
[아아...! 레스터 시티로선 참담한 순간이 아닐 수 없겠는데요!]
중계 카메라에 비치는 레스터 시티 관중석은 일찍이 텅텅 비다시피 했다.
경기 도중 많은 팬들이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떠나버린 것이다.
반면 원정석에 자리한 툰들은 마치 클럽에 오기라도 한 것처럼 방방 날뛰며 응원가를 열창했다.
‘우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라네!’
뉴캐슬의 유일한 구단!
산티아구 무네즈! 가빈 해리스가 활약한 유일한 구단!
이제는 인쿠도 있지! 우리들만의 올리비애 지루 살로몬 런던도 있어~!
알폰스 데이비스는 육상선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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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캐슬은 강하다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최강이라네!’
열띤 응원가 속, 해설진은 반쯤 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양 팀의 최종 스코어 1 : 7!]
[야구 스코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엄청난 격차를 보인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인쿠는 또다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39골로 득점 랭킹 2위 해리 캐인을 16골 차나 앞서나갑니다!]
[괴물! 그저 이 단어밖에는 표현할 말이 없네요!]
< 132. 빅클럽 (2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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