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3. 빅클럽 (21)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33화 빅클럽 (21)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남은 경기는 단 4경기였다.
리그 35라운드 첼시.
리그 36라운드 리버풀.
리그 37라운드 브라이튼.
그리고 마지막, 맨체스터 시티.
하지만 툰들은 우려보다는 기대에 들떴다.
직전 라운드, 레스터 시티를 일방적으로 양학한 거로도 모자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을 상대로도 우위를 점했으니까.
- 첼시, 리버풀 상대로도 승리하면 충분히 4위권 수성은 가능하다고 봐. 님들 생각은 어떰?
ㄴ 닥 4위 가능하지! 거기에 토트넘이랑 아스널이 패해주면 더없이 좋구!
- 조제 모리뉴, 콘태가 이끌던 첼시가 아님. 프랑크 램파트는 초짜 감독이고, 선수층도 이전만 못한 것도 사실! 고로..., 뉴캐슬이 이긴다아!
툰들은 승리를 열망한 반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렸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첼시와 접전 예상...!]
[첼시! 뉴캐슬에 근소 우위.]
[뉴캐슬! 첼시 상대로 토트넘전 못지않은 뛰어난 퍼포먼스 뽐낸 것!]
하지만 분명한 건, 앞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덕에 일방적으로 패하리라는 이견을 내놓는 이는 더는 없었다는 거다.
* * *
리그 35라운드.
뉴캐슬의 홈구장 세인트 제임스 파크.
뉴캐슬과 첼시는 경기 시작부터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건 첼시였다.
타아앙-!
첼시의 신성, 매이슨 마운트가 페널티 아크 바깥에서 로빙패스를 차올렸고 이를 에이브러햄이-
투웃-!
촤라악~!
박스 안으로 뛰어들어가 강력한 다이빙 헤더로 마무리 지은 것이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에이브러햄~! 자말 라셀스가 경합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버텨낸 그가 강력한 다이빙 헤더로 결승골을 기록합니다아아!]
에이브러햄의 득점이 터진 시간은 후반전 44분대였다.
양팀의 스코어는 0 : 1
말 그대로 결승 골 그 자체였던 지라 에이브러햄과 첼시 선수들은 득점 후 시간 지연을 위해 긴 셀러브레이션을 뽐냈다.
이후 추가시간은 3분이 부여됐으며 뉴캐슬은 동점 골을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타앙~!
[인쿠!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
치잇-!
[아! 첼시의 골키퍼, 캐파 아리사발라가가 펀칭으로 튕겨냅니다!]
타앙-!
전방으로 굴절된 공은 센터백, 크리스탠센이 길게 롱볼로 걷어내버렸다.
툭-!
후방 지역에 머물러 있던 뉴캐슬의 센터백 아미르 라흐마뉘는 곧장 롱볼을 받아내 다시 전방으로 찔렀다.
툭-!
이번엔 뉴캐슬의 미드필더 오를레앙 추아매니가 연결받아 터닝 동작과 함께 중장거리 슈팅을 구사-!
퍼억!
[아앗! 육탄 방어어어! 수비 지역까지 내려앉은 에이브러햄이 온몸으로 추아매니의 기습 슈팅을 막아내는군요!]
득점 후 텐백으로 내려앉은 첼시를 상대로 뉴캐슬은 조급한 플레이를 펼쳤다.
반면 첼시는 공을 소유하게 되면 때때로 뉴캐슬 진영 사이드까지 끝까지 몰고 가 시간 지연을 벌였다.
추가시간 1분 남짓한 시간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툭, 투웃, 투욱-!
[아아! 첼시의 윌리앙! 우측 사이드 끝까지 올라가 역습을...! 아니, 우측 코너플래그 깊숙이 들어가 등지고 서는군요!]
[이대로 시간을 보내겠다 이거죠오!]
동점 골이 절실한 만큼 뉴캐슬의 알폰스 데이비스와 지근에 있던 자말 라셀스는 그런 윌리앙의 뒤에 붙어 발길질을 가했다.
툭, 툭-!
윌리앙은 엉덩이를 최대한 쏙 뒤로 뺀 채 스터드로 공을 굴려가며 그들의 발길질을 피해내는 데 주력했고 말이다.
그러다 말고, 느닷없이 인구가 나타나 냅다 어깨로 그 등짝을 들이 박아버렸다.
“줫만아!”
퍼억-!
“크헛!”
철푸덕!
윌리앙은 그만 버티지 못하고 볼성사납게 앞으로 고꾸라졌다.
주심은 달려와 성난 표정의 인구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삐, 삐, 삐이이이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 * *
35라운드가 치러진 현재.
EPL 상위권 순위는 이랬다.
1위 <리버풀> 35경기 27승 5무 3패 (승점 86점)
2위 <맨체스터 시티> 35경기 25승 7무 3패 (승점 82점)
3위 <첼시> 35경기 24승 7무 4패 (승점 79점)
4위 <뉴캐슬 유나이티드> 35경기 23승 5무 7패 (승점 74점)
5위 <토트넘 홋스퍼> 35경기 22승 6무 7패 (승점 72점)
6위 <아스널> 35경기 22승 6무 7패 (승점 72점)
7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5경기 21승 6무 8패 (승점 69점)
뉴캐슬 어폰타인 축구 공영 방송 매체에선 현 순위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단골 출연자인 엘런 시어러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입을 열었다.
“현재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토트넘과 승점 2점차로 4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패널, 리오 퍼디난드가 다리를 교차하고 앉은 채 덧붙였다.
“3위 첼시와는 승점 5점 차죠. 남은 경기는 단 세 경기. 현실적으로..., 뉴캐슬이 남은 세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뉴캐슬 어폰타인 내 매체인 만큼 메인은 역시나 뉴캐슬이었다.
툰들은 뉴캐슬이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느냐, 못하느냐가 주 관심사였으니까.
그건 엘런 시어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조금은 고민에 찬 표정을 짓다 말고 피식하니 웃었다.
“솔직히, 힘든 게 사실이죠. 아마 챔피언스 리그 경쟁권에 있는 팀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난 코스를 남겨두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자리한 패널들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도 그럴 게 뉴캐슬에게 남은 경기가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였기 때문이었다.
과거 볼턴에서 활약한 패널, 파브리크 무암바는 차분히 말했다.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은 올 시즌 아예 다른 레벨에 있는 팀이죠.”
“순위 10위를 달리고 있는 브라이튼도 결코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닙니다.”
리오 퍼디난드의 곧바로 이어진 발언에 엘런 시어러는 긍정했다.
“맞습니다. 브라이튼에도 뛰어난 선수들이 넘쳐나죠. 앞서, 브라이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잡지 않았습니까?”
자신의 전 소속팀을 콕 찍어 말하는 엘런에 리오는 애써 웃음 지으며 답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관한 건 이야기하지 맙시다. 올 시즌은 유로파 리그 진출 티켓을 거머쥐는 데도 벅차 보이니까.”
농담 아닌 농담에 엘런 시어런는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두 손을 들어 보이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후로도 세 사람은 뉴캐슬과 그 경쟁 팀들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대체로 리오 퍼디난드와 무암바는 일정상의 이유로 뉴캐슬이 챔피언스 리그 티켓행을 얻지 못하리라 예측했다.
리오는 미간을 좁히며 설명을 덧댔다.
“뉴캐슬은 충분히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습니다. 당초 강등권을 벗어나고자 했던 그 팀이 지금에 이르러 챔스 경쟁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뉴캐슬이 승리하는 그림은 잘 그려지지가 않네요.”
무암바도 동조했다.
“저 역시 같은 의견입니다. 반면에 뉴캐슬에 승점 2점 차로 바짝 추격 중인 토트넘과 아스널은 비교적 쉬운 상대들을 남겨두었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엘런 시어러가 두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래도, 저는 뉴캐슬이 그러한 역경들을 이겨내고 챔피언스 리그 본선 티켓을 거머쥐리라 확신합니다.”
“어째서죠?”
리오 퍼디난드가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물었다.
그러자 엘런은 그런 그를 한 번 힐끗거리더니 슬며시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뉴캐슬엔 인쿠가 있으니까요. 인쿠는 저와 같은 계열의 스트라이커입니다. 팀에 항상 이로움만을 가져다주는...! 또, 그는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뉴캐슬이 챔피언스 무대를 밟는 것을요. 2002-2003년 이후로, 자그마치 17년 만에 말입니다!”
* * *
리버풀 감독, 위르갠 클롭은 집무실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쿠헛!”
너무 뜨거워 움찔 몸을 떤 클롭은 찡그린 얼굴로 조심스레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왼편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인쿠가 단단히 벼르고 있네.”
“인쿠?”
클롭은 찡그린 얼굴 그대로 남자를 바라봤다.
리버풀 트레이닝 복을 입은 채 태블릿 PC를 만지작대는 그는 다름 아닌 현 리버풀의 수석코치, 잴리코 부바치였다.
클롭과는 과거 마인츠 시절부터 함께 해오며 지금의 위치까지 이르렀다.
“그래. 우리를 상대로 반드시 승리를 차지할 거라는군.”
스윽-!
그렇게 답한 부바치는 슬쩍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그 말처럼 화면 속, 첼시와의 경기가 종료된 이후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가진 인구는 말하고 있었다.
[첼시전에 비록 패했지만 남은 3경기에서 반드시 전승을 달성할 겁니다. 우리는 자력으로 챔피언스 리그 본선행에 오를 실력을 갖추었으니까요.]
특유의 성나게 치솟은 눈썹에, 꽤 강한 어투를 사용하는 인구를 본 클롭은 피식하니 웃음 지었다.
“마음에 드는 친구라니까.”
리그에서만 39골을 기록한 괴물 골잡이였다.
단연 클롭으로서도 화면 속 인구가 매력적인 선수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맨체스터 시티가 영입을 주도했듯, 그 또한 일전에 수차례 영입을 요구했었고 말이다.
하지만 찔러볼 때마다 인구측은 단칼에 거절했었다.
그리고 그는 언론에다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올시즌 뉴캐슬을 챔피언스 본선행에 올릴 뿐만 아니라 언제가 되었든, 뉴캐슬이라는 팀에 우승컵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클롭이 본 인구의 두 눈은 열망으로 화르륵 타들어가고 있었다.
속으론 감탄했다.
‘부럽군, 부러워.’
팀에 이처럼 충성하는 선수가 어디 흔하던가.
부바치도 거들었다.
“충분히 떠날 수 있음에도 끝까지 남았지.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 오갔을 진데도···. 오직 뉴캐슬을 위해 말일세.”
클롭은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암암, 그렇고말고.”
일전에 인구가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이 떠올랐다.
뉴캐슬에 남는 이유 중 하나는 뉴캐슬이 자신을 가장 먼저 알아봐 주었기 때문이라고.
‘재야에서 끄집어낸 게 뉴캐슬이라 이건가.’
확실히 20대 후반 선수를, 그것도 K리그 1부도 아닌 하부 리그에 있는 선수와 계약을 맺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암만 당시 팀이 챔피언십에 머물러 있었다고 해도..., 리스크를 안고 가는 계약이었다.’
도박이라면 도박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재정적으로 썩 좋지 않은 뉴캐슬에게 있어선.
‘지금에서야 괴물 골잡이라 불리긴 한다만. 막 이적했을 당시엔 의구심 가득한 선수였지.’
클롭 또한 올 시즌에서야 인구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정도가 아니던가.
그리고 라운드를 치르면 치를수록 더욱 탐이 났던 것도 사실이었다.
‘순간 스퍼트를 비롯해 박스 안팎에서의 결정력은 가히 비정상적일 정도로 뛰어나다.’
평속은 평범하나 한순간 수비수를 제칠 만한 스퍼트와 움직임은 동물적 움직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말이다.
물론 그렇다 한들,
“쉽진 않을 거다.”
그새 클롭은 두 눈을 가늘게 좁히며 살얼음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맨시티와 승점 4점 차라곤 하나, 나는 봐주는 법을 모르거든.”
< 133. 빅클럽 (21) > 끝
ⓒ 강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