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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 빅클럽 (28)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40화 빅클럽 (28)
버질 판 다이크의 타고난 능력 중 하나는 바로 공의 낙하지점을 예측하는 능력이었다.
지금 또한, 그는 아미르 라흐마뉘가 기습적으로 띄운 공의 궤적을 예측하고 인구의 왼 어깨를 비집고 파고들었다.
물론 판 다이크는 확신했다.
‘쉽게 밀리지 않겠지!’
예상대로였다.
퍼억-!
찰나의 타이밍에 밀려났던 인구가 밀물마냥 어깨 푸싱을 역으로 가했으니까.
휘청-!
190cm가 넘는 장신에 압도적인 몸싸움 능력을 갖춘 버질이었으나 인구의 어깨 푸싱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한 걸음, 역으로 밀려날 만큼!
허나 버질은 당황하지 않고 디딘 왼발을 비틀어 겨우 버텨냈다.
직후 다시 한번 인구의 어깨를 가격했다.
퍼억-!
때마침 낙하한 공은 두 사람의 머리 지근까지 도달했다.
‘됐다!’
이번만큼은 버질은 확신하였다.
방금 푸싱으로 서로 간의 간격이 일시에 벌어지며 공은 인구과 자신 사이 빈공간으로 떨어졌으니.
그것만으로 시간 지연을 벌일 수 있었다.
예측대로 인구는 헤더를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데,
투욱-!
인구가 공간 사이로 떨어지던 공을 왼 어깨를 불쑥 집어넣어 트래핑으로 뒤로 튕겨버렸다.
“뭣?!”
그만 버질의 입 밖으로 얼빠진 소리가 터져 나왔다.
스윽-!
인구는 공을 뒤로 흘려보냄과 동시에 빠르게 돌아섰다.
흠칫한 버질은 급히 그 앞길을 막아서려 했으나 늦었다.
투웅-!
[오옷! 인쿠우우! 또 다시 버질 판 다이크의 배후를 뚫어내는 데 성공합니다아아아아!]
[순간 스퍼트는 epl 내에서도 최고군요! epl 최고 수비수라 불리는 버질 판 다이크를 경기 내내 당황케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아?!]
그 말처럼 인구는 매섭게 달렸다.
버질 판 다이크의 배후를 순식간에 파고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깨 트래핑으로 흘린 공을 금세 꿰차며 길게 차 내기까지.
오오오옷! 오오오옷-!
해설진의 외침에 이어 자리한 원정 팬들의 기대 어린 고조가 점점 더 높아졌다.
투웅-! 투우웅- 투우우웅-!
인구의 전진 드리블에 콥들은 세상 조마조마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굴렀다.
펜스 가까이 있던 한 팬은 간절히 외쳤다.
“그냥 저 새끼! 다리를 부러뜨려어어!”
긴박한 콥들에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인구의 순간 스퍼트는 빨랐으나 지속성은 떨어졌다.
그렇듯,
[오옷! 알랙산더 아놀드으!]
리버풀의 발 빠른 사이드백, 알랙산더 아놀드가 인구가 막 페널티 아크 아래 지점에 도달하자 측방에서부터 달려들었다.
콥들에겐 유일한 희망이 아닐 수 없었다.
“이익!”
그런 아놀드는 인구를 거친 파울로라도 마크할 필요가 있었다.
‘똑똑히 봤어...!’
노 마크 찬스에서 인구는 어려움 없이 득점을 기록해내는 스트라이커였다.
그러니 아놀드는 부지불식간에 인구의 좌측면까지 한 걸음 차까지 좁히며 왼발을 뻗었다.
오랜 경험상 빼앗을 수 있으리라고도 확신했다.
‘빨라.’
인구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저 상태에서 방향 전환이나 공의 위치를 전환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또 기습적으로 접근한 만큼 서로 간의 간격이 좁아도 너무 좁았다.
고속도로에서 100km로 주행하던 차량이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갑자기 끼어든 차량에 부딪히듯이 말이다.
그러나 인구는 아놀드의 날카로운 프런트 태클에 도리어 입꼬리를 슬그머니 끌어올렸다.
‘옳지.’
투웃-!
갑자기, 슈팅을 취할 듯 내지른 오른발의 스터드는 공의 윗면을 쓸어내며 안으로 끌었다.
휘익-!
그 탓에 아놀드의 프런트 태클은 방금 전 공이 있던 필드만 쓸었다.
“fuck...!”
애먼 바닥을 쓸어낸 태클에 아놀드의 입 밖으로 짧은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한편으론 놀랐다.
‘이게 말이 돼?’
빠른 속도로 쇄도하던 인구가 자신이 프런트 태클을 가하기 직전, 마치 그 자리 그대로 정지한 것마냥 멈춰 서지 않았나?
체감상 0.2초도 안 되는 타이밍엔 드래그백으로 공을 뒤로 빼기까지!
공포가 엄습할 정도였다.
‘속도의 완급이 이리 자유롭다고...?’
생각은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눈동자는 홱-! 오른쪽으로 빠르게 돌아갔다.
인구가 드래그백으로 공을 뒤로 빼낸 뒤 그만 유려한 팬텀 드리블로 자신의 배후마저 뚫어내 버렸으니까.
채 1초도 안 되어, 등 뒤로는 골키퍼, 알리손의 배커의 긴박한 욕지거리가 들렸다.
“fuckaaaaa!”
타아앙-!
촤라아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
[멀티골! 리버풀을 상대로 멀티콜에 성공하며 리그 41골의 고지를 밟습니다아아!]
[매 골이 새로운 역사지요오오오오!]
[원더 골! 원더 골이에요오오~!]
[뉴캐슬의 두 차례 롱 카운터 어택에 무너지고 마는 리버푸우우우우울~!]
역전 골인 만큼 득점에 성공한 인구는 곧장 코너플래그로 달려가 무릎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단연 그가 향한 지점은 원정팬이 아닌 리버풀 서포터즈가 들끓고 있는 지점이었다.
인구는 아까부터 자신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던 홈팬들을 향해 두 손가락으로 귀를 막는 제스처를 취했다.
직후 씨익 웃으며 세상 장난스러운 얼굴로 도발했고 말이다.
“아무것도 안 들려, 뭐라는 거야? 응? 욕하는 거야? 지금 나한테?”
도발성 질문처럼 자리한 콥들은 아낌없는 욕을 퍼부었다.
“이 개쉐키가!”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fuck!”
“톱으로 네 차고에 있는 자동차를 12등분으로 쪼개주마아! 이 개!#[email protected]@$!”
* * *
실시간으로 경기를 시청 중에 있던 한국 팬들은 흥분에 겨워했다.
화면 속엔 인구의 환상적인 득점이 리플레이로 재생되고 있었다.
실시간 채팅창 속 댓글은 비 오듯이 쏟아졌다.
- <인구추종자> :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골레렐레레레레레레레레레레레렐레~!
- <앙까라메시> : 앙까라 인쿠! 앙까라 인쿠우우! 앙까라 인쿠우우우~!
- <블루드래곤> : 씨발. 인구 이 새끼 진짜 뭐냐? 2연속 원더 골 실화? 그것도 세계 최고 수비수 버질을 상대로?!
- <칼국수맛나> : 우리 인구 횽님은 버질 판 다이크 뿐만 아니라 알랙산더 아놀드도 손쉽게 녹이는 월드클래스입니드아아!
- <축구전문가2년차> : 인구, 월드클래스 아니라고 했던 축알못들 죄다 어디 갔냐? 심해로 숨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뽀글이헤어> : 솔직히 인구 보고 아직도 검증 안 됐다 하는 애 새끼들은..., 축알못을 넘어 그냥 병신인 거지 ㅋㅋㅋ 여태 한국 공격수 중에 저런 기민하고도 동물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있긴 했냐?
- <카를로스테베즈> : 와, 진짜 인구는 몸놀림이며 득점력이며..., 남미랑 유럽의 장점만을 섞어놓은 것 같음.
반면 자칭 콥들은 언제 채팅을 했냐는 듯 단체로 침묵에 빠졌다.
* * *
1 : 1에서 기적적으로 1 : 2를 만든 뉴캐슬이었다.
하지만 위르갠 클롭의 리버풀은 결단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실점 후 리버풀은 곧장 선수 변화만이 아닌 전술에도 변화를 주었다.
[아! 사이드백 알랙산더 아놀드를 교체아웃시키고 공격수 디부크 오리기를 투입시키는 위르갠 클롭입니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용병술인데요!?]
[1점 차 뒤처지게 된 만큼 빠른 동점 골을 위해 공격 숫자를 늘리는 전략인 것 같습니다만. 수비 포메이션은 앤드류 로버트슨, 버질 판 다이크, 조 고매스...! 이렇게 쓰리백으로 전환이군요!]
그리고 예상치 못한 전술 변화에 후반전 33분.
리버풀 수비 진영에서 어슬렁대던 인구는 돌연 버럭 소리쳤다.
“염병, 디부크를 막아아아!”
양 팀의 전세를 살피는 중에 포착했다.
리버풀의 미드필더 아담 랄라나가 공을 잡은 순간, 뉴캐슬 디펜시브 진영엔 네 명의 공격수가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모하매드 살라, 호배르투 피르마누, 사다오 마네.
그리고 디부크 오리기가!
문제는 디부크 오리기가 자리한 좌측 에어리어 지점에 포진한 뉴캐슬 수비수들의 간격이 다소 멀었다는 거다.
더욱이 나머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뭔가, 미끼 같았다.
우려는 현실로 도래했다.
뻐엉-!
[오옷! 랄라나아! 뉴캐슬 수비 뒷공간으로 기습적인 롱볼을 때립니다아아!]
그 직전, 모하매드 살라, 사다오 마네, 호배르투 피르마누가 오프 더 볼 무브먼트로 혼란을 주며 뉴캐슬의 수비를 흔들었다.
뒤이어 빈틈을 놓치지 않은 디부크 오리기는 찰나 동료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만들어진 열린 공간으로 잽싸게 뛰어들었다.
“헉!?”
눈 한 번 끔뻑인 사이 라인을 깨고 박스 안으로 침투한 오리기에 골키퍼, 두브라파카는 발을 동동 구르다 말고 뛰쳐나왔다.
그러나 늦었다.
타앙-!
때마침 랄라나의 로빙 패스가 달려드는 그대로 오리기가 휘두른 오른발 다이렉트 슈팅에 걸렸으니까.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올~! 디부크 오리기이이이이! 뉴캐슬의 역전 골이 터진 지 고작 3분 만에 팀에 귀중한 동점 골을 선사합니다아아아아!]
[아아! 위르갠 클롭의 전술 변화에 허를 찔린 뉴캐슬이에요오!]
“예에에에에!”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팔짱을 낀 채 경기를 관전하고 있던 위르갠 클롭은 불끈 쥔 주먹을 휘두르며 기뻐했다.
예에에에 에에에에 에에에에에에-!
열성적인 콥 또한 언제 인구를 욕했냐는 듯 클럽에 오기라도 한 것마냥 방방 날뛰며 환호를 내질렀다.
한편 인구는 예상치 못한 일격에 짜증스러워하기보단 감탄했다.
“클롭은 클롭이네.”
디부크 오리기를 투입함으로서 단순히 공격 숫자를 늘린 게 아니었다.
‘빠른 동점 골을 넣으려 단순히 박스 안에 공격수 다수를 집어넣은 거라 생각했다만.’
살라같은 공격수를 전방 끝자락에 배치하며 우선적으로 동료 미드필더에게 다소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해냈다.
‘우리 수비수며 미드필더며 상대 공격진이 한껏 올라가 있으니 평소보다 깊이 내려앉았잖아.’
그 덕에 랄라나는 고른 숨을 내쉴 만큼 여유롭고도 정교하게 문전으로 롱볼을 구사할 수 있었다.
이후 디부크 오리기의 라인 브레이킹이 어려움 없이 성공한 데는 직전 다른 공격진의 움직임 덕분이 컸다.
‘아예 미끼마냥 한 사람 당 두 명씩 붙들고 박스 바깥으로 끌어냈어.’
이는 라파엘 배니테즈의 전술을 역으로 이용한 격이었다.
박스 안에서 살라, 마네와 같은 공격수는 엄청난 위험, 그 자체였다.
그렇듯 뉴캐슬의 수비수들이며 내려앉은 미드필더들은 그들의 움직임 일거수일투족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조금 전, 랄라나의 로빙 패스가 구사되자 세 공격수는 박스 중앙이 아닌 박스 바깥을 교묘히 이동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자연스레 우리 애들은 끌려나갔고.’
그 틈에 비교적 명성이 떨어지는 디부크 오리기가 공간 사이를 파고들어 득점을 기록한 것이었고 말이다.
스윽-
인구는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보았다.
후반전 33분이 지나 34분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 남은 정규시간이라곤 11분.
‘경기 템포가 빠른 만큼 추가시간이라고 길어봤자 겨우 3분 정도 주겠네.’
인구의 두 눈이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가라앉았다.
< 140. 빅클럽 (28)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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