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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 빅클럽 (29)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41화 빅클럽 (29)
후반전 43분이라는 시간이 흐를 동안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었다.
접전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공격은 리버풀이 차지했다.
전반전과 달라진 점은, 경기 내내 수비만 하던 뉴캐슬 역시 후반전 들어 역습 카운터의 빈도를 점차 늘려갔다는 거다.
10번 공격하면 2번 역습 카운터를 날리는 식으로,
한편 위르갠 클롭은 디부크 오리기를 투입한 이후 별다른 전술 변화를 주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자리한 그는 그렇게 확신했다.
저 전술만으로도 충분히 상대 디펜시브에 빈틈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단지 부족한 건 시간일 뿐.
웃기게도 이 순간엔 나약한 생각도 들었다.
‘동점이니만큼 이대로 경기가 끝나도 뭐...,’
이대로 끝나더라도 순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당장은 맨체스터 시티와의 승점 차는 4점 차가 아니던가?
리버풀의 남은 경기는 솔직한 말로 지금의 뉴캐슬보다는 비교적 상대하기 쉬웠다.
흠칫!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다 말고 위르갠은 어깨를 잘게 떨었다.
‘내가 무슨...!’
어처구니없는 웃음마저 샜다.
날카롭게 뜬 두 눈은 오직 한 선수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이유야 뻔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리버풀을 상대로 두 골을 기록한 마인구 때문이었으니까.
“...”
정규시간 2분 남짓한 시간 속, 인구는 전반전과 다른 몸놀림을 뽐내고 있었다.
위르갠은 두 눈을 좁혔다.
‘도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 녀석이군.’
양발잡이에다가, 순간 스퍼트는 적어도 양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에 이르렀다.
‘순간 스퍼트만큼은 살라보다도 빠르다...!’
분명 전반기만 하더라도 살라와 엇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이젠 일말의 차이로 앞서나간다.
위르갠은 속으로 감탄했다.
‘놀랄 노자라군...!’
20대 후반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또 언제 대포알 같은 슈팅으로 득점을 기록해도 이상치 않을 스트라이커였다.
‘그래서인가?’
인구라는 폭탄 같은 존재 탓에 당장 동점 스코어로 끝나도 ‘다행’이라는 감정을 느낄 것만 같았다.
지금도 그는 동료의 패스를 받자마자 백 팬텀 드리블로 한 걸음 뒤쪽에 있던 버질의 밸런스를 깨뜨렸다.
‘어지간해선 흔들리지 않는 버질이건만...’
같은 백 팬텀 드리블일지라도 인구의 스킬은 그 수준부터가 달랐다.
‘순간적인 상체 페인트를 잘 쓸 뿐만 아니라 페인트 시의 동작이 크다...!’
동작이 너무 커 페인트가 페인트 같지가 않았다.
저 상황에서 터닝하거나 반대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기에.
허나 인구는 이를 해내는 남자였다.
버질이 인구를 상대로 경기 내내 갈대처럼 흔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위르갠은 생각했다.
‘드리블 시 동작 하나하나에 분명한 빈틈이 있으니까...!’
투, 투웃-!
지금도 인구는 백 팬텀드리블에 이어 버질의 하체가 살짝 좌측으로 기운 틈을 타 재차 백 팬텀 드리블을 구사하더니-
트윽-!
돌연 굴러온 공을 오른발 백힐로 다시금 왼발 쪽으로 흘려보냈다.
때맞춰 인구는 왼발 인스텝으로 공을 좌측 바깥으로 차내기까지.
타앗-!
한 걸음, 두 걸음 뒷걸음질 치던 버질이 이를 악물며 공이 굴러가는 반대 방향으로 상체를 기운 것도 그때였다.
공을 빼앗을 수 있는 타이밍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아니었다.
트윽-!
인구는 바깥 방향으로 굴린 공을 즉시 공의 윗면을 내지른 왼발 스터드로 눌러 안으로 끌었다.
투웃-!
발아래 두자마자 1초도 안 되는 타이밍에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공을 우측 바깥으로 차 냈고 말이다.
투웅-!
직후 인구는 역동작에 빠져버린 버질의 배후 공간을 어려움 없이 순간 스퍼트로 빠져나갔다.
그러한 연결 동작이 구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초였다.
멀찍이서 이를 보던 위르갠의 미간은 심각하게 좁혀졌다.
“이런...!”
절로 벌어진 입 밖으론 곤란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투우웅-!
투우우웅-!
조금 전과는 달리, 인구가 버질을 제치자마자 좌우측 하프에서부터 뉴캐슬의 발 빠른 공격수들이 빠르게 침투했으니까.
“막아아아-!”
“조오오오!”
소피안 부팔과 크리스티안 아추가 매섭게 침투하자 리버풀 선수들은 버럭 소리쳤다.
측면에 있던 살라와 로버트슨은 그들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 뛰었고 말이다.
리버풀의 센터백 조 고매스 또한 버질을 제친 인구를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막아야 해!’
정석으로는 그를 막아 세울 수 없을 것 같아 두 걸음 간격까지 겨우 좁혔을 땐,
쏴아아아아 아아아아-!
카드를 감수하고서 백 슬라이딩 태클을 가했다.
허나, 필드에 몸의 옆면 전체를 쓸어내듯 슬라이딩 태클을 가한 고매스의 입 밖으론 이내 짧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하...!?”
뻐어엉-!
인구가 채 페널티 아크 아래에 도달하기도 전, 달리는 그대로 오른발 강력한 슈팅을 구사한 거다.
“...!”
일순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손 배커의 두 눈은 부릅떠졌다.
이미 인구에게 두 차례 일격을 허용하며 멘탈이 흔들릴 대로 흔들린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악물며 어떡해서든 놈의 공격을 막아내려 골라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중이었건만...!
‘무회전이다...!’
알리손 배커가 본 인구의 발을 맞고 솟구친 공은 무회전을 띠고 있었다.
그것도 아래위, 좌우로 크게 들썩이는...!
그 탓에 방향이 쉬이 예측되지가 않았다.
우측 방향으로 최종 궤적을 띌 것 같으면서도 갑자기 좌측으로 꺽일 것 같은...!
생각은 채 이어지지 않았다.
‘왼쪽인가...!’
강력한 세기마저 띤 공이 삽시간에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을 넘어섰다.
그제야 알리손은 공의 최종 방향이 좌측 포스트라 판단하고서 디딘 발을 틀어 다이빙하려 했다.
그리고 다이빙하려는 자세 그대로 쩌저적, 얼어버렸다.
큰 폭의 들썩임을 띤 공이 예상과는 달리 아래로 푹 꺼져버렸으니까.
티잇-
한 번 골라인에 바운드 된 공은 그대로 굴절되어 뒤쪽 골망을 물결쳐버렸다.
촤라악-!
이야야야야야야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
리버풀의 골망이 물결치는 순간 자리한 원정팬(툰)들은 이제 콥들의 눈치 볼 것도 없다는 양 어마어마한 함성을 쏟아냈다.
득점에 성공한 인구는 열성적인 환호를 토해내는 툰들을 향해 뛰어가 무릎 슬라이딩을 뽐냈고 말이다.
“예에에에~!”
불끈 쥔 주먹으로 어퍼컷 세레머니까지 펼치자 감동에 겹다 못 한 일부 팬들은 아예 펜스를 넘어 난입해버렸다.
“인쿠우우우우우~!”
“이리와! 내 싸라아아아앙~!”
“넌 영웅이야아! 우리 툰들의 영웅이라고오오오~!”
* * *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라파엘 배니테즈는 기자들을 마주했다.
아까부터 발밑에서부터 차오르는 전율은 쉬이 가시 지가 않았다.
이유야 간단했다.
그 강하디강한 리버풀을 상대로 결국 뉴캐슬은 2 : 3이라는 역전 스코어를 만들어냈으니까.
기자들 역시 두 뺨을 붉게 물들인 채 질문을 쏟아냈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며 5위, 6위와의 승점 차를 2점 차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최종전까지 지금의 4위 자리를 지킬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라파엘은 질문에 친절히 하나하나 응답했다.
“환상적인 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론 우리 선수들의 간절한 열망이 뛰어난 경기력으로 발현되었다고 말하고 싶군요.”
“오늘처럼만 플레이해준다면, 아스널, 토트넘의 경기 성적과는 별개로 어려움 없이 우리가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거머쥘 겁니다!”
라파엘은 진심이었다.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 언론은 리버풀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예측이었다.
리버풀엔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할 뿐만 아니라 올 시즌 단독 질주를 달리고 있을 만큼 위협적이었으니까.
‘또 위르갠 클롭이라는 뛰어난 감독을 보유하고 있다.’
자신이 저무는 해라면 위르갠 클롭은 맨체스터 시티의 호샙 과르디올라와 함께 정상을 다투고 있는 현시대의 명장이었다.
그렇듯 전술적인 역량에서도 상당수 언론은 라파엘보단 위르갠의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건 라파엘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말 그대로 위르갠은 최고의 감독 중 하나니까.’
한때 이스탄불의 기적이라는 역사를 써온 만큼, 라파엘은 여전히 리버풀이라는 팀에 진한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훌륭한 감독이 그 팀을 지도하고 있다는 것에서 그는 나름 든든한 마음이기까지 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오늘 경기에서의 승리는 정말 간절한 것이었다.
‘이 경기에서 패하거나 무승부만을 거두는 순간, 토트넘과 아스널이 코가 닿을 거리까지 추격해올 테니까...!’
그러나 뉴캐슬 선수들은 기어이 다수의 예측을 깨버리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찌릿, 찌릿-
아까부터 발밑에서 차오르는 전율이 살갗을 다닥다닥 돋게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똑똑히 보았다!’
자신의 선수들은 경기가 종료되 기 직전까지도 사력을 다했다.
‘100%가 아니라 120%로...!’
체력이 빠질 대로 빠진 순간까지 이를 악물며 몸을 던져가며 상대의 매서운 공격을 막아냈다.
‘혹 한 명이 뚫리면 다른 선수가 두 걸음 더 달려와 육탄방어로 저지하기까지...!’
그러한 장면은 한 두 번이 아닌, 경기 내내 이어졌다.
조금 전 비디오 분석관을 통해 확인한바, 팀 전체 활동량만 하더라도 리버풀과 비교해 1.2km가 더 많았다.
활동량 한정, epl 랭킹 1위, 2위를 찍는 리버풀보다도 더한 활동량을 오늘 경기에서 과시했단 말이다!
‘거의 우리 진영 안에서만 방어했는데도 말이야...!’
뉴캐슬 진영 내, 나인백에 임하던 선수들이 제자리에서 플레이가 아닌 끊임없이 사람과 공을 쫓아 움직였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막고 또 막고 막아대다 한순간의 기회를 틈타 최전방, 인쿠를 활용한 역습 카운터로 리버풀을 격침시켰다...!’
경기가 종료된 시점엔 인구를 제외한 모두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털썩 주저앉았다.
디안드루 예들린은 헛구역질까지 했고 말이다.
그때였다. 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건넸다.
“라파엘 감독님. 리버풀 상대로 보여준 전술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이번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
라파엘은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됨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망설임 없이 느낀 그대로 답변했다.
“제 전술보다는 뉴캐슬 선수들의 투지가 승리를 끌어냈다고 봅니다. 더욱이 그들은 라운드를 치를 때마다 빅클럽에 어울리는 수준의 선수들로 발전하고 있지요.”
라파엘은 말했다.
이 팀을 맡게 된 건 참 행운이라고.
그들의 굵직한 역사는 이제부터라고 말이다.
추가로 라파엘은 한 선수를 언급하고자 하였다.
이는 의도적이 아닌, 순수하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덧붙여 오늘 해트트릭을 달성한 인쿠는, 존재 자체만으로 승리에 가까운 전술이자 상대에겐 재앙으로 작용했습니다. 아마 위르갠도 제 말에 동의할 테죠.”
< 141. 빅클럽 (29)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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