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43화 (12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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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3. 빅클럽 (31)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43화 빅클럽 (31)

37경기까지 치러진 현재 순위는 이랬다.

1위 <리버풀> 37경기 28승 5무 4패 (승점 89점)

2위 <맨체스터 시티> 37경기 27승 7무 3패 (승점 88점)

3위 <첼시> 37경기 26승 6무 5패 (승점 85점)

4위 <뉴캐슬 유나이티드> 37경기 25승 6무 6패 (승점 81점)

5위 <아스널> 37경기 25승 4무 8패 (승점 79점)

6위 <토트넘 홋스퍼> 37경기 23승 7무 7패 (승점 76점)

7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7경기 22승 7무 8패 (승점 7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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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리그 36라운드를 치르는 중 리버풀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위 변동은 없었다.

단지 양 팀 간의 승점 차가 한점 차로 좁혀졌을 뿐.

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다.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첼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확보...!]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리그 폐막전까지 우승 경쟁 다투게 돼...!]

맨체스터 시티로서는 뉴캐슬의 선전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뉴캐슬이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하면서 기존 리버풀과 맨시티의 승점 차가 4점 차에서 1점 차로 줄어들었으니까.

거기다 득실차에서도 맨체스터 시티는 1점 차로 앞서 있었다.

즉,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만약 리버풀이 패하게 된다면 맨시티는 무승부만 거둬도 역전 우승할 확률이 높다는 소리였다.

양 팀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팬들은 이를 두고 유추했다.

- 내가 볼 땐 맨체스터 시티가 뒷심 발휘할 거 같은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ㄴ 개인적으론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 리버풀 봐. 뉴캐슬한테 의적 모드로 졌잖아. 마지막 경기도 그렇게 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

ㄴ 난 오히려 호샙 과르디올라가 마지막 경기에서 명장병 오지게 와서 개같은 전술로 패할 거 같은데...?

- 리버풀이 우승할 것 같다! 살라, 마네, 피르마누 조합이 너무 사기적이니까아! 거기에 버질 판 다이크는 뒤를 너무 잘 받쳐줘!

ㄴ 응, 그들만의 월드클래스라는 버질 판 다이크, 지난 뉴캐슬전에서 인쿠한테만 6차례 뒷공간 허용함;;; 그냥 탈탈 털리다 못해 증발해버렸지.

여론만이 아닌 각종 스포츠 방송 매체에서도 두 팀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리고 그 두 팀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게서 언급되는 두 팀이 있었다.

바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아스널.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목전에 둔 만큼 양 팀 서포터즈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며칠 연속으로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다.

- 줫같은 아스널은 유로파 리그로도 감사해라!

- 뉴캐슬 이놈들은 챔스 경험도 별로 없으면서 욕심이 많네;;

- 혹 설령 뉴캐슬이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확보해도 문제야. 스쿼드 댑스가 얇아서 다음 시즌 챔스랑 병행하면 선수들 죄다 혹사당할 거라고. 그럼 뭐다? 챔스 광탈에 강등이다!

- 무패우승하던 아스널은 한참 전에 죽었어. 이제는 토트넘한테도 안되는 팀이 아스널 아니냐? 며칠 있다가 뉴캐슬한테도 챔스 티켓 내주겠지만. :)

- 뱅거를 멍청하게 떠나보낸 아스널은 이제 상위권 팀 아니지 않아? 중상위권이 딱 어울리는 거 같은데, 쩝.

ㄴ 응, 너네 마지막 경기 맨체스터 시티. 우리 마지막 경기 강등 확정 번리~

- 뉴캐슬 이 썩을 놈들. 직전 시즌 챔쉽에서 이제 막 승격해놓고선 좀 잘한다고 자들이 강팀인 줄 아네;;;

공영 방송 매체에서도 우승 경쟁팀 및 챔스 경쟁 팀이 메인 주제였다.

단골로 출연 중인 앨런 시어러는 푹신한 소파에 다리를 교차하고 앉아 말했다.

“뉴캐슬은 승점 81점, 아스널은 승점 79점으로 양 팀 간의 승점 차는 고작 2점입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충분히 판이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앨런. 최종전에서 뉴캐슬이 패하리라 보십니까? 물론 당신은 뉴캐슬 레전드니..., 그 팀이 승리했으면 하겠지만요.”

맞은편 패널로 출연한 이는 아스널의 레전드, 티애리 앙리였다.

그의 웃음 섞인 질문에 앨런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당연하죠. 저는 뉴캐슬에 몸담았던 선수이기 이전에 한 명의 툰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상당수 언론이며 전문가들은 뉴캐슬의 패배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앙리의 팩트에도 앨런은 굴하지 않았다.

“그건 리버풀전에서도 그랬죠. 허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떻던가요? 간단히 말해 리버풀은 뉴캐슬에 공략당했습니다. 버질 판 다이크 뿐만 아니라 리버풀 수비진은 인쿠 한 명조차 제대로 마크하지 못했지요.”

“인정합니다. 인쿠는 뉴캐슬 내 유일한 월드클래스니까요.”

한때 아스널의 레전드이자 epl의 전설로 불리는 앙리 역시 인구만큼은 인정하고 있었다.

그는 감탄에 겨운 얼굴로 덧붙였다.

“인쿠는 피지컬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발밑 능력이 굉장히 출중합니다. 때때로 그의 플레이를 보면..., 배르캄프가 떠오를 때가 있죠. 그만큼 발밑이 유들유들하다고 해야 할까요?”

앙리는 말을 이었다.

“그러다 한순간 역동적으로 변하지만요. 이에 버질 판 다이크 같은 수준급 수비수들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거고 말입니다.”

앙리로서도 놀랄 노자였다.

‘어찌 보면 배르캄프보다도 더 뛰어난 스트라이커가 인쿠다!’

특히나 인구는 속도의 완급 조절이 비정상적으로 자유로웠다.

‘마치 매시처럼...!’

한때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매시와 한솥밥을 먹은 바 있기에 앙리는 매시의 플레이를 수없이 가까이서 보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매시는 다른 세계의 인간이었어.’

연습 경기 간 카를래스 푸욜, 다니엘 알배스, 재라르 피케 같은 세계적인 수비수를 혼자서 제치던 선수가 바로 매시였다.

웃긴 건, 인구의 플레이를 볼 때면 매시가 쉼 없이 연상됐다는 거다.

‘방향 전환을 비롯해 순간적인 폭발성..., 그리고 타고난 듯한 발 밑 드리블까지....!’

결정력은 말하면 입 아픈 수준이었다.

이 모든 게 매시를 떠올리게 했다.

그렇듯 앙리는 확신하였다.

뉴캐슬은 진정 복 받았다고.

매시, 로날두 이후 세대라 불리는 킬리안 음바패, 홀란드에 버금가는 자가 바로 인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종 순위와 관련해선 단호하게 말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올 시즌 리버풀과 같은 최고의 팀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호샙은 직전 뉴캐슬과 리버풀전을 보고서 해답을 찾았겠죠.”

“해답이요?”

앨런의 물음에 앙리는 씨익 웃어 보였다.

“뉴캐슬을 상대로 승리하는 법 말입니다.”

*       *       *

브라이튼전에서 대역전승을 거둔 다음 날.

뉴캐슬의 감독, 라파엘 배니테즈는 선수단에 하루 휴식을 부여했다.

반면 인구는 자신의 커다란 유니폼을 입은 세나와 함께 세인트 제임스 파크 구장을 방문했다.

하루 휴식이 부여된 만큼 구장 안은 텅텅 비었다.

“와, 잔디 봐아!”

쏴아아아 아아-

세나는 천연 잔디에 발을 들이자마자 우다다~! 달려가 온몸으로 슬라이딩했다.

“우와! 안 아파! 스케이팅 타는 거 가타!”

인구는 그런 세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

“우리 딸. 여기서 데뷔하고 시퍼?”

문득, 궁금한 부분이었다.

세나의 축구 실력은 말 그대로 천부적이었으니까.

‘동 나잇대를 떠나서 2살, 3살 윗레벨 포함시켜도 우리 세나보다 축구 잘하는 애를 본 적이 없다고.’

이대로만 커 준다면 어려움 없이 여자 축구선수로서 데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뭐, 아직 머나먼 이야기이긴 하다만...’

뉴캐슬에도 여자 프로 축구부가 있었고 말이다.

‘또 축구를 무지 좋아하잖아.’

생각과 달리 세나는 두 무릎을 꿇고 웅크리고 앉아 잔디를 한 움큼 잡고선 해맑게 말했다.

“몰라?”“몰라?”

의외의 대답에 인구는 작은 공주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재차 물었다.

“축구선수 안 할 거야?”

“지금은 하구 시퍼.”

“그런데 왜 몰라야?”

인구의 질문에 세나는 고개만 돌려 커다란 눈망울을 끔뻑였다.

“그야..., 내가 나이를 먹으면 또 꿈이 바뀔지 모르니까?”

“나이를 한 살, 두 살 더 먹으면 꿈이 바뀔 거 같아?”

“몰라. 하지만 지금은 축구선수가 되고 시퍼. 그런데 또 모르는 거야. 나중엔 미술가가 되고 싶을지도 모르자나? 그래서 몰라야.”

“우리 세나. 미술가 되기 참 어려울 텐데? 그건 진짜 극소수의 천재들만 하는 거 아니야?”

“괜차나. 나두 천재야.”“세나도 천재야아?”

인구가 장난스레 묻자 세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웅! 난 아빠 딸이니까. 난 천재가 마자. 헤헷.”

“흐헣.”

절로 빙구웃음이 흘러나오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속으론 생각했다.

‘어쩜 이렇게 날 잘 다루는지...’

저 순수하고도 때 묻지 않은 동그란 눈을 보라!

‘천사보다 더한 저 해맑은 웃음은 또 어떻고···!’

마주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화되는 요상한 기분이었다.

당장이라도 장난감 매장으로 달려가 1000만 원 치 장난감을 사주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였고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저기..., 이제 위치 좀 잡고 사진 촬영에 임해도 될까요?”

함께 따라온 사진 기자가 뒤쪽에서부터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사진 기자의 존재를 깜빡 잊고 있었던 인구는 벌떡 일어나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아아, 미안합니다. 네, 그러도록 하죠.”

인구와 세나가 오늘 뉴캐슬의 홈구장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부녀 사진 촬영을 위해서.

‘가만 생각해보니 둘이서 찍은 사진이 거의 없었어. 휴대폰으로 촬영한 거 밖에는.’

구장을 배경 삼은 것도 세나가 원해서였다.

구단 측은 아주 간단히 승인해줬고 말이다.

사진 촬영을 위해 인구는 몸에 적당히 달라붙는 하얀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었다.

머리는 올백으로 넘긴 채.

그렇게 힐끗, 인구는 구장 너머의 하늘을 보았다.

‘오케이, 날은 좋고.’

새파란 하늘 아래 뭉게구름이 떠다니는 화창한 날씨였다.

이미 인구와 세나는 사진 기자의 지시에 따라 그라운드 가운데서 포즈까지 취하고 있었다.

그때, 세나는 말했다.

“아빠아.”

“웅?”

인구는 양반다리 자세를 취하고 앉아 딸을 보았다.

자신의 바로 앞, 세나는 공 위에 발하나를 올리고 브이 자세를 취한 채 나직이 중얼거렸다.

시선은 카메라 렌즈를 유지하고서.

“챔스 진출해 꼬옥.”

“...”

뜻밖의 말에 인구는 곧바로 화답하지 못했다.

그 틈에 세나는 살짝 코맹맹이처럼 애교 섞인 말을 이었다.

“뮌헨, 파리 생제르맹, 바르셀로나 가튼 팀이랑 붙는 거 보고시프니까~ 아라찌?”

이어 힐끗, 세나는 이쪽을 돌아보며 덧붙였다.

“아빠는 할 수 이써. 아빠는 축구를 제일 잘하니까아. 또 세나 아빠니까! 헤헷.”

끝에서 세나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럼, 당연하지!”

감동이었다.

인구로선 이보다 더한 지지와 응원도 없었다.

씨익-

절로 입가엔 자그마한 호선이 그려졌다.

때마침 사진 기자는 말했다.

“자, 찍습니다아~ 여기 보세요오~!”

세나는 그새 카메라에 시선을 주며 특유의 반달 눈웃음과 함께 방긋 웃었다.

인구는 앉은 그대로 슬쩍 옆으로 상체를 기울이곤 보다 더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마음 한편은 뜨뜻하게 데워졌다.

속으론 다짐했다.

‘반드시 이겨볼게.’

사진 촬영 끝나고 장난감 판매장 내 장난감을 싹쓸이할 계획도 세웠다.

찰칵-!

< 143. 빅클럽 (31)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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