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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44화 (12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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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4. 빅클럽 (32)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44화 빅클럽 (32)

EPL 리그 최종전은 5월 24일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시간은 오후 5시. 리그 마지막 경기는 EPL 20개 팀이 동시간대에 치러지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언론은 가장 주목해야 할 팀으로 네 개 팀을 꼽았다.

바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뉴캐슬, 아스널.

4개 팀 모두 리그 마지막까지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두고 다투게 되었으니까.

단연 여론은 경기 며칠 전부터 끝없는 설전을 벌이기 바빴다.

- 일정상으로만 본다면, 리버풀이 사실상 우승에 가장 가까운 건 맞아.

ㄴ 왜 리버풀이 우승에 가장 가까워?

ㄴ 승점도 맨시티보다 1점 차 앞서나가고 있고, 마지막 상대도 비교적 쉬운 하위권 팀이니까. 반면에 맨체스터 시티는 뉴캐슬이 상대잖아.

ㄴ : 그래도 지금 수준의 맨체스터 시티라면...., 지난 2011-2012시즌의 역전 우승 재림을 보게 될지도 모르지!

ㄴ 뉴캐슬 우습게 보다가 털릴걸? 또 딱 감이 오지 않아? 호샙 명장병 모드 시기라는 거.

- 행복회로 가동하는 거 봐라. 그냥 내가 볼 땐 리버풀도 이기고, 맨체스터 시티도 이겨. 그렇게 순위 변동없이 리버풀이 닥 우승할 거고!

ㄴ 리버풀은 우승 DNA 잃은 지 오래잖아? 훔바훔바도 그렇게 우승 한 번 못해보고 떠났는데...,

ㄴ 이 개새끼가 돌았나?

리버풀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빅6에게 있어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비교적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인구를 선봉장으로 내세운 뉴캐슬은 기어이 리버풀을 격파하며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젠 맨체스터 시티 서포터즈 상당수조차 쉬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평가하고 있었고 말이다.

어느 팬은 간절히 바랐다.

- 인쿠는 진짜 출전하지 못했으면 좋겠다.... 이런 말 미안하지만 경기 당일에 배탈이라도 나기를...!

ㄴ 내가 살라도 무서워하는 놈이 아닌데. 인쿠는 진심 무서워. 어느 위치에서건 슈팅을 때리잖아. 거기에 순간 스퍼트는 진짜 Fuck..! 상상만으로 욕 나오네.

- 버질 판 다이크 탈탈 털리는 모습 모고 우리 맨체스터 시티 수비수들도 탈탈 털리겠구나 싶더라;;;

- 뉴캐슬 전력의 9할이 인쿠라 해도 과언이 아님! 호샙은 뉴캐슬전에 인쿠 철저히 봉쇄할 전술을 들고나와야 할 거야. 아니면 리버풀처럼 배후 공간 탈탈 털릴지도?

*       *       *

올해 서른셋인 케빈 달라트는 며칠 전 뉴캐슬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그것도 뉴캐슬 외곽 지역인 우즈번으로.

“그래서 그런가...,”

화창한 오후.

달라트는 운전에 임하며 중얼거렸다.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는 게 흠이라면 흠이네.”

근처에 카페가 있긴 했으나 그 외 편의점만 해도 걸어서 10분이나 가야 했다.

지금도 케빈 달라트는 우즈번 지역을 벗어나 뉴캐슬 어폰타인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힐끗-

케빈 달라트는 조수석에 앉은 작은 천사를 보았다.

입꼬리는 금세 째질 것처럼 걸렸다.

“우리 제이슨~ 어때 경치 좋지?”

“웅, 공기가 상쾌해!”

“주변에 나무가 많아서 그래.”

반쯤 열린 차창 너머로 새어드는 바람에 올해 7살 된 아들 제이슨이 코로 공기를 크게 들이 마시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흐으으으읍!”

아빠인 케빈 달라트 또한 아들처럼 코로 숨을 크게 들이켜며 상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오늘은 다름 아닌 아들의 장난감을 사러 가는 날이었다.

‘우리 아들 생일이니까.’

그래서 장난감 가게가 없는 우즈번 지역을 벗어나 뉴캐슬 중심부인 어폰타인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조금 귀찮긴 하다만, 그래도 그럴싸한 장난감을 사주고 싶어.’

장난감 선물을 받은 직후 아들의 행복에 겨운 표정을 상상하니 운전대를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이따가 아들이 좋아하는 초코 케이크도 사고~!’

바로 그때였다.

“아빠, 저기이!”

“응?”

갑작스러운 아들의 외침에 케빈은 천천히 주행하다가 말고 고개를 돌렸다.

콕! 콕!

아들은 조수석 너머의 어느 한 건물을 자그마한 손끝으로 연달아 가리켰다.

“왜? 뭔데 그래?”

케빈은 호기심에 슬쩍 조수석 차창 너머를 보다 말고 그만, 브레이크를 천천히 밟았다.

끼이이익-!

워낙 한가한 동네인지라 뒤에 따라오는 차량은 없었다.

두 눈은 동그랗게 떠졌다.

그도 그럴 게 집으로 추정되는 저택 밖, 어린이용 미끄럼틀부터 온갖 장난감 상자들이 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케빈은 얼떨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니, 여기에 장난감 판매장이 있었어...?”

*       *       *

몇 분 뒤.

“요고는 100파운드(한화 15만 원). 여기 있는 전동자동차는 최신식에 유명 브랜드라..., 어디 보자. 아아, 350만 파운드(한화 52만원)네요. 여기. 영수증에 써있죠?”

“아, 아하. 비, 비싸네요. 이건.”

“그래요? 그럼 100 파운드(한화 15만 원)로 특별 할인 해드리겠습니다. 어때요?”

“그, 그렇게 싸게요?”

“예. 보시다시피 집안에 이 장난감들 들일 자리도 더는 없어서요.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또 욕 먹을 테고. 가은이, 아니. 우리 딸 엄마한테.”

“...아, 하.”

케빈 달라트는 두 눈을 끔뻑거렸다.

현관문 앞, 자신보다 머리 한 뼘 더 큰 검은 머리 청년은 손에 쥔 영수증을 보며 두 눈을 가느스름하게 좁혔다.

“여기. 변신 로봇. 이거 자동 변신 로봇인데 이거 정가는 1000파운드(한화 150만원)입니다. 사실래요?”

“천, 천 파운드요...?”

케빈 달라트는 지금 상황이 어색하면서도 놀라 외쳤다.

힐끗  고개를 돌리니 자신의 아들은 변신 로봇을 두 손에 쥔 채 입으로 푸슝 푸슝~ 요상한 소리를 내며 가지고 놀고 있었다.

마주한 검은 머리 남자는 피식하니 웃으며 말했다.

“어린아이들에게 요즘 가장 인기있는 변신 로봇이긴 하죠. 거기다 자동 변신이잖아요?”

[im optimus prime~!]

때마침 아이의 손에 쥔 변신 로봇이 굵직한 기계음을 토해내며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변신했다.

“우아아~!”

케빈은 아들 제이슨이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자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허나 그 미소는 찰나일 뿐 금세 난처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너무 비싸서...,”

하지만 다음 말은 이어질 수 없었다.

마주한 남자가 도중에 가로챘으니.

“그럼 저건 서비스.”

“...예?”

“서비스요. 여기 있는 물품 몇 개 구매하시면 공짜로 드리겠습니다.”

케빈 달라트는 다시금 두 눈을 끔뻑였다.

‘이 남자는 대체 뭐지...?’

전날도 이 주택가를 지난 적이 있었다.

‘그땐 이렇게 장난감 상품들이 인도 한복판에 진열되어있지 않았었는데...,’

하루아침 사이에 이리도 많은 장난감이 그것도 주택가에 뚝 떨어지다니?

거기다...,

‘어디서 본 적 있는 얼굴인데....?’

보면 볼수록 익숙한 인상의 남자였다.

‘누구더라...’

한편으로는 사기인가도 싶었다.

‘이거 다 짝퉁 아니야?’

그러기엔 상자 곳곳에 정품 인증 마크가 눈에 띄었다.

‘어쩌면 인증 마크도 짝퉁일 수도...’

이런 의구심이 드는 이유야 간단했다.

싸도 너무나 쌌으니까.

어떤 장난감이든 눈길만 줘도 냅다 할인을 해주지 않나?

‘무엇보다 죄다 새거잖아.’

방금 전 아들이 손에 쥔 로봇만 하더라도 포장된 상자 속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신상 로봇이었다.

그것도 마주한 검은 머리 남자가 직접 꺼내준 것이다.

“이것도 볼래?”

“우아!”

“이건 어때? 이건 레이저 검이긴 한데. 봐봐. 여기 버튼 누르면 소리 나면서 파란 불이 들어온다?”

딸칵-

부우우우웅-!

“오오옷! 멋져요!”

“가질래?”

“넵!”

“좋아. 그럼 이것도 서비스. 방금 건 감탄이 너무 좋아서 주는 거야.”

“감사합니다!”

잠깐 상념에 빠진 사이 검은 머리 남자는 자신의 아들 앞에 쭈그리고 앉아 또 다시 여러 장난감을 선보였다.

‘분명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만...,’

이제 와선 혹 짝퉁이라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이거 인형도 가질래?”

“정말효?”

“인형 좋아하는구나. 그럼 이건 첫 방문 기념으로 주는 서비스.”

“와...!”

“너 조립 좋아하니?”

“네!”

“그래? 그럼 너랑 나랑 취미가 맞아서 서비스. 자, 조립 비행기야.”

“와아! 감사합니다아!”

“....”

어째선지 검은 머리 남자는 몽땅 퍼주려는 기세였다.

이 정도면 설령 짝퉁이라도 몇 가지 장난감을 구매할 만했다.

‘할인을 가장한 사기라도···. 충분히 당할 만해.’

구매할 물건보다 서비스로 받은 장난감이 더 많은 격이 아닌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딸칵-!

돌연 쭈그리고 앉아 있던 검은 머리 남자의 뒤쪽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아빠아~ 모해에?”

“허억...!”

그 속에선 웬 자그마한 꼬마 숙녀가 양갈머리에 피카추 복장을 한 채로 나타났다.

아들인 제이슨은 그만 손에 쥔 광선 검을 놓쳐버렸다.

양갈 머리를 흩날리며 천진하게 뛰어나온 소녀를 본 제이슨의 벌어진 입은 쉬이 다물어 지지가 않았다.

속으론 생각했다.

‘예, 예뻐...!’

순간 소년의 귓가론 처음 들어보는 낯선 노랫소리마저 들렸다.

샤랄랄라 라랄라~

저 자그마한 소녀 주위로 새하얀 꽃잎이 떨어지는 착시현상까지-!

난생처음 겪는 낯선 상황에 제이슨의 얼굴은 몽롱해졌다.

반면 케빈의 입은 다른 의미에서 크게 벌어졌다.

“이, 이게 무슨...,”

열린 문 너머로, 그는 그만 보고야 말았으니까.

현관문 너머에 자리한 무수히 많은 장난감을.

어린이용 놀이기구부터 장난감 상자들은 입구부터 거실까지 빽빽이 채우고 있었다.

‘들어갈 틈조차 없어 보여...!’

가히 장난감 창고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때, 검은 머리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케빈을 다시금 똑바로 마주했다.

그는 세상 진지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덧붙였다.

“보시다시피 충동구매로 이렇게까지 됐습니다. 여기 밖에 나와 있는 것들은 우리 딸 취향에 맞지 않는 물품들이고요. 혹은 중복이라던가. 원하신다면 저 안에 있는 물품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구매해가셔도 됩니다.”

검은 머리 남자, 인구는 그새 오른 다리에 찰싹 붙은 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덧붙였다.

“아아, 혹 너무 싸게 팔아서 가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까 봐 말씀드리는 건데. 이거 다 정품입니다. 이 영수증 들고 뉴캐슬 어폰타인에 위치한 ‘장난감 세상’ 이란 가게에 찾아가세요. 거기서 확인 가능하니까.”

말 몇 마디, 당당하기 그지없는 남자의 표정을 본 케빈은 그제야 확신했다.

‘이것들 다 진짜 진품이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그새 자신의 아들 앞에 허리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꼬마야. 이것도 가질래?”“저, 정말요?”

“응. 네가 첫 손님이거든. 첫 손님은 특별하잖아.”

“와...! 감사합니다!”

“너 젤리 좋아하니?”

“넵 좋아해요!”

“그럼 이것도 가져.”

“와아...!”

“...”

케빈은 끊임없이 아들을 보며 속삭이는 검은 머리 남자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어디서 봤나 싶었더니만...!’

이제 그는 감탄한 얼굴이 되어 중얼거렸다.

“당신은..., 천사입니까?”

< 144. 빅클럽 (3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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