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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48화 (13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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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8. 빅클럽 (36)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48화 빅클럽 (36)

후반전 시작과 함께 세르이오 아구에로의 동점 골이 터졌다.

이후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소피안 부팔의 달아나는 골.

후반전 14분이 되어선 맨체스터 시티의 캐빈 더 브라이너의 기가 막힌 중거리포가 터지며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려놨다.

하지만 후반전 20분.

맨시티의 리아드 마레즈의 슈팅이 뉴캐슬의 골키퍼, 두브라파카의 손에 걸렸다.

그 순간 두브라파카는 망설임 없이 달려나가며 초장거리 롱볼을 구사.

뻐어어엉-!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눈 깜짝할 새 하프라인을 넘어 로드리와 얽히고설켜 있던 살로몬 런던에게 뚝 떨어졌다.

“우오오옷!”

투읏-!

이를 런던은 어깨를 끊임없이 부딪쳐오는 로드리를 등진 채 머리를 홱 뒤로 젖혀 넘겨버렸고 말이다.

수비라인 중앙 지점에서 불시에 좌측 사이드 끝자락으로 이동한 인구가 순간 스퍼트로 배후 공간을 파고든 것도 바로 그때였다.

맨시티의 최후방 센터백 스툰스가 급히 돌아서 뒷걸음질 쳤으나 그걸로 끝이었다.

스윽-!

인구가 우측으로 언더래핑하는 척 반대 방향으로 급전환을 하는 것만으로 스툰스의 밸런스는 처참히 깨졌으니까.

투웅-!

인구는 스툰스가 휘청이는 타이밍에 맞춰 다시 한번 엄청난 스퍼트로 녀석의 배후 공간마저 뚫어냈다.

타아앙-!

직후 좌측 페널티 에어리어 선상에 도달한 순간 오른발 땅볼로 깔아 찬 슈팅을 구사.

골키퍼, 애데르송은 급히 뛰쳐나왔다가 말고 반대편 포스트로 향하는 공에 좌측으로 힘껏 손을 뻗었다, 허나, 닿지 않았다.

촤라아악-!

득점에 성공한 인구는 제자리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멈춰서 두 손을 귓가에 가져가 펼쳤다.

세상 표정은 오만하고도 근엄하게.

물론 속으론 흐헣, 거리며 웃고 있었다.

‘우리 세나가 이 경기 보고 무지 좋아하겠는데? 흐허헣!’

친구들한테 자랑도 하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았다.

아빠가 맨체스터 시티 상대로 멀티 골 작렬했다고.

*       *       *

실시간 경기를 시청 중에 있던 한국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인생은구만리> : 막 경기가 보통 다득점 경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긴 한데..., 그래도 맨시티 상대로 이런 스코어 경기를 만들어낸다고...?

- <킹살라> : 고작 한 시즌만에 뉴캐슬도 오지게 성장한 건지 ㅋㅋㅋㅋㅋㅋ

- <인쿠마> : 인쿠 멀티골 작려어어어어어어어얼! 역사에 역사를 써 내려가는 인쿠우우우!

- <무관왕토트넘> : 와. 스코어 3 : 4라니;;; 이거 진짜 잘하면 뉴캐슬이 대어 잡겠는데?

- <종신해리캐인> : 방금 득점은 팀플레이가 주효했다. 골키퍼 두브라파카의 빌드업부터 살로몬 런던의 포스트 플레이! 그리고 인쿠의 라인 브레이킹 후 수비수 한 명 속이고 땅볼로 깔아 찬 슈팅까지!

실시간 언론도 난리였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상대로 3 : 4 스코어...! 다시금 재역전!]

[인쿠! 이번 멀티골로 리그에서만 38경기 46골!]

[맨체스터 시티! 뉴캐슬에 패하면 우승은 물 건너 가...! 같은 시각 리버풀은  0 : 0 상황...!]

[뉴캐슬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상대로 승리하면 자력으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티켓 거머쥘 수 있어...!]

*       *       *

“후윽. 후윽!”

맨체스터 시티에서 10년 가까이 활약한 세르이오 아구에로는 짧게 짧게 숨을 토해냈다.

걸음은 쉬지 않았다.

다다다 다다-!

잠깐 멈췄다가도 맨시티의 공격이 이어지자 그는 페널티 아크 바깥에 있다가 말고 빠르게 전방으로 쇄도해 들었다.

타앙-!

우측 사이드에서 하프로 순식간에 파고든 리아드 마레즈는 패스 대신 슈팅을 때렸다.

티잇-!

크로스바 위를 살짝 벗어나는 공에 팬들이며 선수들이며 아쉬운 탄식을 터뜨렸다.

반면 아구에로는 손뼉을 치며 마레즈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만 해!”

직후 그는 하프라인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스코어 3 : 4.

리드는 뉴캐슬이 점하고 있었다.

그로선 찰나의 시간일지라도 딜레이 되는 게 싫었다.

아구에로에게 있어 어쩌면 이 시즌은 맨체스터 시티에서 머무는 마지막일지도 몰랐으니까.

뻐어어엉-!

하프라인에 도착하자마자 뉴캐슬의 골키퍼 두브라카파가 롱볼을 때리자 아구에로는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알아, 알고 말고...!’

올해로 아구에로의 나이는 서른 두살이었다.

공격수로선 점차 내리막으로 향하는 나잇대.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긴 하나 아구에로, 그 스스로는 잘 알았다.

‘난 분명 저물고 있어.’

20대 초, 중반 시절의 스피드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폼은 들쭉날쭉.

호샙 과르디올라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론 이전보단 출전 횟수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었다.

‘가브리에우 제주스라는 한창 성장 중인 경쟁자도 생겼고...!’

그러니만큼 아구에로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전에, 기회가 온 만큼 재현하고 싶었다.

2011-2012시즌, 리그 최종전에서 퀸즈 파크 레인저스를 상대로 끝내 승리하며 역전 우승을 취했던 그때 그 영광을-!

이는 자그마치 44년 만의 1부 리그 우승이었다.

그 중심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있었다.

후반전 추가시간 4분 동안 애딘 제코의 득점과 자신의 역전 골이 터지면서 드라마틱한 역사를 완성시켰으니까.

그때 기억은 참으로 뚜렷했다.

그리고, 아구에로는 끊임없이 뉴캐슬을 압박하고 부딪치는 와중에 똑똑히 보았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자리한 맨체스터 시티 서포터즈들이 하나같이 휴대폰과 그라운드를 끊임없이 번갈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초조함, 설렘이 공존한 표정과 눈을 하고서 상대 팀의 상황과 현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마치, 데자뷔 같았다.

‘그때도 그랬어...!’

팬들은 모두가 일어서 초조함, 긴장, 설렘을 머금은 표정과 눈을 하고 있었다.

44년 만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왔으니까.

그 기대에 힘입어 아구에로는 동료들과 함께 기어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오늘에 이르러 맨체스터 시티 서포터즈는 그날의 기억을 상기하듯 다시 한번 역전 우승을 열렬히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꽈악-!

아구에로의 꽉 쥔 주먹에 더욱더 힘이 들어갔다.

투웃-!

일순 전진하던 그 발밑으로 캐빈 더 브라이너의 짧은 패스가 들어온 것도 그때였다.

다다다 다-!

멀찍이 뒤로 물러나 있던 뉴캐슬의 미드필더, 소피안 암라바트가 우측면에서 힘껏 발을 뻗어온 것도 바로 그때였다.

툭, 탓-!

이를 아구에로는 팬텀 드리블로 가볍게 제쳤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구에로는 공을 전진시키는 중에 빠르게 주변 상황을 훑었다.

툭, 투웃-!

‘좌측에 아미르 라흐마뉘가!’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엔 센터백 자말 라셀스가 버티고 서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 공간이 꽤 떨어져 있었다.

그렇듯,

투욱-!

아구에로는 그 틈을 노리고자 오른발 아웃스탭 드리블로 공을 건드려 보다 중앙으로 이동했다.

스윽-!

중앙에 머물러 있던 자말 라셀스가 자신의 움직임 변화에 따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미르 라흐마뉘는 보다 더 자말과 가까이 붙으려 했으나, 늦었다.

일순 아구에로의 두 눈은 매섭게 번뜩였다.

‘지금이야!’

뻐엉-!

그들이 공간을 좁히기도 전, 아구에로는 속도가 붙은 그대로 오른발 강력한 인스텝 슈팅을 구사했다.

직선상으로 뻗어 나간 공은 급히 다이빙한 두브라파카가 내지른 손끝보다 먼저-,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골입니디아아아아아아아아~!]

[세르이오 아구에로오오~! 포스와 크로스바 상단 사이 모서리로 쏙 들어갔어요오!]

[마누앨 노이어가 와도 막지 못할 엄청난 슈티이이이잉!]

[맨체스터 시티의 살아있는 전설! 세르이오 아구에로가 또 다시 뉴캐슬에 일격을 선사합니다아아아!]

[스코어는 4 : 4! 동점이군요오오오!]

이야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자리한 홈팬들에게서 어마어마한 함성이 쏟아졌다.

이어 팬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킹 아구에로오! 킹 아구에로오오! 킹 아구에로오오~!

허나 아구에로는 세레머니를 펼치지 않았다.

대신 그물망에 걸린 공을 가슴에 안아 들고 빠르게 하프라인으로 뛰어갔다.

‘아직 아니야!’

방금 골로 이제야 동점에 다가섰을 뿐이 아닌가?

‘이 경기, 반드시 잡고 봐야 해!’

1위 리버풀과의 승점 차는 2점 차이였다.

그러니 뉴캐슬을 일단 잡고 난 뒤 이후 리버풀의 경기 결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리버풀이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고 맨시티가 뉴캐슬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다면?

찌릿, 찌릿-!

상상만으로 발밑에서 전신까지 전율이 차올랐다.

그렇게 된다면 승점은 동률이나 득실차에 따라 맨체스터 시티가 2011-2012시즌에 이어 또 한 차례 역전 우승을 차지하게 될 테니.

“...응?”

그러다 문득, 하프라인 중앙에 공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섰을 때, 아구에로는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이 녀석들...?’

얼핏 본 뉴캐슬 선수들이 동점 골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동요하는 기색이 없어 보인 거다.

더욱이 한 녀석은 맨시티 수비라인 선상에 걸친 채 귀를 후벼 파며 로드리에게 상황에 맞지 않은 조언을 건네고 있었다.

“딸이 최고야.”

“..뭐?”

“딸이 최고라고.”

“... 뭐라는 거야?”

“나 오늘 경기 끝나고 집에 가잖아? 그럼 뭐가 기다리고 있을 거 같아?”

“...뭐가 기다리는데?”

“사랑스러운 딸이 기다리고 있지. 아마, 아빠아~ 하고 와락 날 안아줄걸? 세상 천사같은 미소를 짓고서 말이야. 아아, 그냥 존재 자체가 천사지만.”

“...”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거리. 잠자코 지켜보던 아구에로는 이를 아득, 악물었다.

‘이 상황에서 저런 농담이 나온다고...?’

자신은 경기 내내 최선을 다해 뛰고 있었다.

분전에 분전을 다하는 반면에 저 녀석은 후반전 25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도 태평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승부욕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저런 놈에게 지는 건...,’

상상만으로 이가 갈리다 못해 부숴버릴 것 같았다.

*       *       *

후반전 40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애초 4 : 4 스코어까지 이어지자 해설진은 유추했다.

남은 시간 동안 보다 더 많은 득점이 터지리라고.

이 예측은 딱 맞아떨어졌다.

인구가 코너킥 상황에서 맨시티 수비수 뒤에 머물러 있다가 말고 빠르게 쇄도한 것이다.

직후 땅으로 내리찧어버리듯, 알폰스의 크로스를 헤더로 정확히 맞췄다.

타아앙-!

맨시티의 골키퍼, 애데르송으로선 제자리에서 휘청거리는 게 최선이었다.

훅 꺼진 공은 반대편 포스트 하단을 때리고 골망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으니까.

트읏, 태앵!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 해트트리이이익!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작렬합니다아아아아아아!]

[믿을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군요오오오오!]

[맨체스터 시티로선 남은 5분, 아니 추가시간까지 고려해 최소 7분 안에 두 골 이상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같은 시각, 리버풀은 모하매드 살라의 득점이 터지며 경기를 리드하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아!]

< 148. 빅클럽 (36)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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