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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9. 빅클럽 (37)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49화 빅클럽 (37)
스코어 4 : 5가 되자 실시간 채팅창은 난리였다.
- <토트넘보단레스터> :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 <손흥빈> : 인구 효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 <블루드래곤이창용> : 스코어 4 : 5 이건 뭐 야구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한국토종스트라이커> : 해트트릭! 씨발 지렸다 진짜 ㅋㅋㅋㅋㅋ
- <인생은구만리다> : 인구는 뭐 양발잡이에다가 헤더까지 잘 때리냐? 리플레이 장면봐도 거의 슈팅 수준으로 쎄게 땅으로 꽂히는데...?
ㄴ <카시아스> : 레알. 저거는 속도 측정 한 번 해봐야 함. 왠만한 슈팅보다 강력할 듯?
* * *
맨체스터 시티는 강하다.
리버풀전과 마찬가지로 극단적 수비 후 역습 전술 카드를 꺼내 들었음에도 연달아 실점을 허용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인구는 경기 내내 피부로 다닥다닥 느꼈고 두 눈으로 보았다.
뉴캐슬이 골을 넣고, 맨시티가 다시 동점 골을, 이어 뉴캐슬이 달아나는 골을, 기어이 맨시티가 재차 동점 골을 만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동료들을 말이다-
오히려 실점이 벌어진 상황에서 동료들은 두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다그쳤다.
“fuck! 내가 한 걸음만 더 움직였어도 저 슈팅 막는 건데...!”
“방금 건 압박했어야 했어! 바짝 붙었으면 저 새끼 분명 슈팅이 아닌 패스를...!”
“제기랄! 카드 감수하고 파울로 막아 세울 걸!”
직후 동료들은 더욱 활활 타는 기세를 보이며 맨시티의 공세를 적극적으로 막아 세웠다.
그렇게 후반전 40분 들어 인구의 또 한 차례 달아나는 득점이 터졌다.
우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원정길에 오른 뉴캐슬 서포터즈는 목이 갈라지든 말든 힘찬 환호성을 내질렀다.
강력한 땅볼 헤더 슈팅을 구사한 인구는 사방에서 좀비 떼처럼 달려든 동료들에 안긴 채 이리저리 들썩였다.
“인쿠우우우! 이 새뀌이이!”
“인쿠효오오오옹!”
“이리와! 뽀뽀 한 번 하즈아아!”
남은 정규시간이라곤 이제 5분인 만큼 방금 골은 결승 골에 가까웠다.
지고 있더라도 열성적인 응원가를 토해내던 홈팬들이 급격히 침울해진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중계 카메라에 비치는 한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백발의 노인은 눈물마저 보였다.
인구의 해트트릭은 맨시티 선수들에게도 크나큰 데미지로 작용했다.
경기 내내 의지를 다졌던 일부 선수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두 다리가 땅에 붙은 거다.
끊임없이 득점을 노려왔던 세르이오 아구에로의 두 발도 붙었다.
“하...!”
입 밖으로는 허탈하고도 어처구니없는 한숨이 토해졌다.
리버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겨두고 뉴캐슬이 다시금 리드를 점했다.
이 사실만으로 참으로 맥이 빠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리버풀이 이대로 승리를 거머쥔다면 맨시티로선 혹 기적적인 동점 골을 만든다 해도 순위 판도는 뒤바뀌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구에로를 비롯한 나머지 선수들도 이러한 이유로 급격히 진이 빠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 골이야! 딱 한 고올!”
“...응?”
아구에로의 고개가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갔다.
맨체스터 시티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여러 코치가 다급히 외치고 있는 게 보였다.
한 손에는 휴대폰을 쥐고서 다른 한 손으로는 검지만을 바짝 치켜든 채로-!
“한 골만 넣으면 돼! 딱 한 골!”
“리버풀이 방금 역전당했어! 2분 사이에 연달아 두 골을 허용했다고! 그러니 이대로 우리가 한 골 넣고 무승부로 끝나면 득실차로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
아구에로의 꺼져가던 승리욕이 한순간 활활 타올랐다.
마치 기름을 들이붓듯이.
* * *
뻐어어엉-!
[캐빈 더 브라이너의 강력한 중거리 슈우웃-!]
퍼억-!
[오옷! 몸통으로 받아내는 아미르 라흐마뉘이!]
아파할 시간 따위 없었다.
굴절된 공을 또다시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 라임 스털링이 바짝 달려가 받아냈으니까.
뉴캐슬의 디안드루 예들린이 달려와 전방에서 프런트 태클을 가한 시점엔,
툭, 탓-!
팬텀 드리블로 눈 깜짝할 사이 제치며 배후 공간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직후 스털링은 왼발 크로스를 구사하려는 스탠스를 취했다.
“어딜!”
찰나 센터백 자말 라셀스가 즉시 사이드로 빠져 커버플레이에 임했지만 이는 실책이었다.
스윽-!
[오옷! 라임 스털링! 크로스를 올리는 척, 공을 인사이드로 크게 가져가 자말 라셀스의 뒷공간마저 뚫어냅니다아!]
홈팬들은 기대에 엉덩이를 들썩였고 원정 팬들은 초조한 얼굴로 두 손을 감싸 쥐었다.
투욱-!
그리고 페널티 외곽 에어리어를 넘어선 순간에 스털링은 문전으로 땅볼 패스를 찔렀다.
트읏-!
내려앉은 뉴캐슬 미드필더, 추아메니의 어깨를 비집고 세르이오 아구에로가 슬라이딩하듯 오른발을 내지른 것도 그때였다.
투욱-!
골망을 향해 슬라이딩하는 과정에서 아구에로의 잇새는 살짝 비틀어졌다.
사이드로 굴러온 공을 맞추긴 했으나 살짝 비켜 맞은 것이다.
예상대로 발끝을 비켜 맞고 굴절된 공은 포스트 바깥으로 빠졌다.
[아! 회심의 기회를 놓치고 마는 세르이오 아구에로오!]
[천금 같은 순간이었는데요오!]
해설진이 아쉬워한 반면 세르이오 아구에로를 비롯한 맨시티 동료들은 누구 하나 아쉬워할 새가 없었다.
“빽! 빼엑!”
아구에로는 벌떡 일어나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그 또한 빠르게 하프라인으로 뛰어갔다.
‘아쉬워할 시간 따위 없다고...!’
어느덧 후반전 43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하프라인에 도달해선 힐끗, 뉴캐슬 진영을 살폈다.
이 시간대 보통 리드를 점하는 팀들은 시간 지연을 벌이기 마련이었다.
상대가 격차가 큰 팀이라면 더욱이 그러했다.
하지만, 뉴캐슬은 달랐다.
‘다행이야...!’
아구에로가 본 뉴캐슬 선수 중 누구 하나 시간 지연의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기존처럼 나인백 전략으로 막아내다 경기를 이대로 끝내려는 목표 같았다.
후반전 44분.
뻐엉-!
[세르이오 아구에로의 슈티이잉!]
치익-!
[골키퍼, 두브라파카의 선바아아앙!]
[아앗 앞으로 튕겨 나온 보오올-!]
[리아드 마레즈가 빠르게 달려가...!]
타앙-!
[오옷! 그보다 먼저 뉴캐슬의 센터백! 라흐마뉘가 데드라인 바깥으로 걷어냅니다아!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데요! 걷어내는 데 집중했군요! 아슬아슬했어요!]
[맹공! 맹공을 퍼붓는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같은 시각 리버풀이 동점 상황에 놓인 만큼 맨시티로서도 동점 스코어가 간절해졌는데요!]
맨체스터 시티는 공격에 공격을 이어갔다.
그렇게 후반전 45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다행이라면 추가시간이 약 5분여가 더 부여됐다는 점.
우우우 우우우우~!
빠른 템포의 경기였던 만큼 원정 팬, 뉴캐슬 서포터즈는 야유로 추가시간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맨시티 선수들에게 있어선 더 이상 실속 없이 흘려보내선 안 되는 시간이었다.
세르이오 아구에로는 손뼉을 쳐가며 외쳤다.
“한 고올! 단 한 골만! 한 골만 넣으면 돼!”
하지만 불과 5분 뒤, 세르이오 아구에로의 희망은 산산이 조각났다.
* * *
“후으읏-!”
인구는 벌어진 잇새로 옅은 숨을 토해냈다.
경기가 막바지에 치달았으나 시간 지연 따위는 벌이지 않았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됐으니까.
‘충분히 잘 막아내고 있잖아.’
골키퍼 두브라파카는 10분 사이 두 차례 선방을 해냈다.
수비수들은 육탄방어를 비롯해 한 걸음, 두 걸음 앞서 뛰어나가 맨시티의 공격을 차단.
“후으읏!”
인구는 재차 짧게 숨을 토해냈다.
툭, 투웃-!
한 걸음, 두 걸음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뒤쪽에 있던 맨시티 수비수와 몸통이 살짝씩 부딪쳤다.
쉬이 밀리지 않겠다는 듯 때때로 맨시티의 센터백 스툰스는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강하게 자신을 앞으로 밀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동료들의 분전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새끼들.’
발밑에선 조금 전 느꼈던 전율이 올라와 피부를 다닥다닥 돋게 만들었다.
며칠 전, 선수들을 불러모아 했던 말도 떠올랐다.
[자부심을 가져도 돼. 우린 맨체스터 시티와 비교해서도 이젠 부족함 없는 빅클럽이니까. 곧 있을 맨체스터 시티전이 끝나면..., 아마 세상 모두가 알게 되겠지.]
동료들을 보는 인구의 두 눈에 강한 자부심이 일었다.
그때의 말처럼, 지금 뉴캐슬 선수들은 누구 하나 부족함 없는 빅클럽의 일원처럼 보였으니까.
열망을 드러내고 사력을 다한 끝에, 기회가 찾아왔고 말이다.
타앙-!
맨체스터 시티 센터백, 스툰스를 등지던 중, 추아메니의 땅볼 패스가 이쪽으로 빠르게 굴러온 것이다.
스윽-!
순간 인구는 왼발을 좌측으로 한 걸음 더 디뎠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스툰스 또한 자신의 스탠스에 따라 왼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는 것을-
그리고 인구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투읏-!
“뭐엇?!”
스톤스는 인구의 등 뒤로 바짝 붙었다가 말고 화들짝 놀랐다.
인구가 흘러온 공을 잡을 새도 없이 그대로 오른발 바깥 발로 터닝으로 차 냈으니까.
인구가 맨시티 진영으로 몸을 돌려 저돌적으로 돌진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막아아아아-!”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선 호샙 과르디올라의 외침이 인구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그 외침에 따라 지근에 있던 발 빠른 사이드백, 카힐 워커가 측방에서 압박해왔다.
허나,
퍼억-!
“커헛!?”
인구는 워커가 한 걸음 차 간격까지 좁히자마자 도리어 어깨 푸싱으로 떨쳐냈다.
강력한 푸싱에 워커는 휘청거리며 속도가 급감했다.
투웅-!
그 틈에 인구는 한 번 더 공을 길게 차 스프린트를 끌어 올렸다.
멀지 않은 거리엔 보였다.
맨시티의 수문장, 애데르송이 발을 동동 굴리면서도 심각한 고민에 빠진 것을-!
‘앞으로 튀어나가서 슈팅 각 좁혀?’
‘아니면 버텨...?!’
그 긴박한 표정에 이어 인구는 눈동자를 좌우로 굴렸다.
“우어어어어엇!”
“으아아앗!”
“올라가아아아 아!”
내려앉아 육탄방어에 집중하던 뉴캐슬 동료들이 어느덧 육상 선수마냥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단순히 뛰어가는 수준이 아니었다.
퍼억-!
트읏-!
개개인이 진드기처럼 수비 진영으로 복귀 중인 맨시티 선수들의 두 다리를 묶고자 압박한 것이다.
퍼억-!
쿠당탕-!
“쿠어엇...?!”
좌측 뒤쪽에선 그만 살로몬 런던이 로드리와 엉키며 우당탕 굴러버렸다.
주심은 서로가 몸싸움을 벌이다 엉키며 넘어진 상황이라 판단하고 파울로 인정하지 않았다.
씨익-
인구의 입꼬리는 슬그머니 끌어 올라갔다.
투읏-!
막 내디딘 오른발은 페널티 에어리어 정중앙에 닿았다.
“에라이 씨...!”
애데르송은 압박감을 참지 못하고 그만 인구를 향해 뛰어나갔다.
솨아아악-!
4걸음 거리까지 좁혔을 땐 옆으로 드러누워 슬라이딩을 가했다.
슈팅 각도라도 좁히고자-
인구의 두 눈엔 그 장면이 마치 슬로모션처럼 느껴졌다.
애데르송이 좌측으로 두 팔을 공작새마냥 쫙 펼치는 것까지.
그래서일까?
“오케이.”
확신이 어렸다.
툭-!
가볍게 발등으로 공의 아랫부분을 올려 차는 것만으로 득점으로 연결되리라는.
예상은 단 1초 만에 적중했다.
옴자 모양을 그리며 솟구친 공은 크로스바 아래로 쏙 떨어져 골망을 물결쳤으니까.
철렁-!
[와아아! 인쿠우우우우우우우! 포트트리이이이이이이이이익-!]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포트트릭을 달성하는 인쿠 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야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환호가 쏟아졌다.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역사상 처음으로 포트트릭을 작성한 인구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두 팔을 좌우로 벌렸다.
세상 근엄한 얼굴로는 고개를 끄덕, 끄덕였고 말이다.
원정팬들은 단체로 기립하다 못해 일부는 펜스마저 뛰어넘어 호응해주었다.
그렇게 몇십 초라는 시간이 더 지나갔고,
삐, 삐, 삐이이이이이이이-!
주심은 경기 종료 휘슬을 울렸다.
최종 스코어는 4 : 6.
뉴캐슬의 승리였다.
< 149. 빅클럽 (3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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