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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52화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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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2. 빅클럽 (40)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52화 빅클럽 (40)

7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다가왔다.

시즌이 끝나면서 인구는 세나에게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늘 그래왔던 건 아니지만 유아 학교에 데려다주는 것도 거의 인구의 몫이었다.

물론 자처한 거지만.

프리시즌까지 일주일 앞둔 시점.

오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힐끗-

인구는 힐끗 옆을 보았다.

양갈 머리를 한 세나가 차창 너머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와. 하늘이 새파래. 오늘은 날이 무지 좋은 가바!”

세나는 자그마한 손끝으로 파란 하늘을 가리키더니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인구는 그런 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어쩜 이렇게 보면 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운 거지?’

세나를 감상하는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끼이이익-!

자동차가 유아 학교 앞에 곧 멈춰섰으니까.

딸칵!

세나는 직접 차 문을 열고 내려선 인구를 보며 말했다.

“안 내려두 돼!”

“응? 왜?”

막 뒷좌석 차문을 열려던 인구는 하던 동작 그대로 멈추고선 물었다.

그러자 세나는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아빠 힘들자나! 이렇게 매번 가치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걸!”

“...!”

일순 인구의 두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감동의 쓰나미가 몰아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세, 세나야?”

“나 혼자서도 갈 수 이쒀. 그러니 가따오께! 집에 조심히 들어가!”

자그마한 손을 흔들어 보인 세나는 곧 운전석에 있는 삼촌에게도 인사하며 차 문을 닫았다.

마지막, 닫히기 직전 자신을 향해 끝말도 잊지 않았다.

“사랑해요!”

쿵!

“...”

인구는 기습 공격을 강행한 세나에 심장 부근을 꽈악 움켜잡았다.

입꼬리는 째질 것처럼 끌어 올라갔다.

“이래서 아빠하는 거라니까, 흐헣.”

딱히 노고랄 것도 없었지만 이제 5살밖에 되지 않은 세나가 자신을 걱정하며 배려하는 게 무척이나 귀엽고 감동스러웠다.

그때였다.

“인구야.”

운전석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인구는 눈시울까지 붉어진 채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곧 룸미러 너머, 도끼 눈에 한 덩치 하는 절친한 친구, 석구가 운전대를 쥔 채 참고 있던 불만을 터뜨렸다.

“나 운전기사야? 그래서 오라고 한 거야? 그런 목적으로 놀러 오라고 한 거냐고? 이 시끼야? 일주일 전에 왔더니만 일주일 내내 운전수를 시켜? 이 시끼 이거 아직 사람 덜됐네?”

*       *       *

epl의 시즌은 끝났으나 한국은 그 반대였다.

대개 2월부터 시작해 11월에 시즌이 마무리되는 만큼 석구의 팀 역시 시즌이 한창이었던 거다.

그럼에도 석구가 영국행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시즌 중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왼 무릎뼈 주저앉아서 이렇게 시즌을 통으로 날릴 줄은 몰랐지 뭐야.”

어느덧 집으로 돌아온 석구는 식탁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그 손에는 무알콜 맥주가 들려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인구는 쓰게 웃으며 물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는 것도 좋다더라. 재활은 잘하고 있고?”

“응. 다행히 경골 상단 쪽 살짝 주저앉은 거라. 한 달째 되니까 통깁스도 풀고 어느 정도 걸을 수 있었어.”

석구는 덧붙였다.

이후 재활치료에 매진하다가 일주일 전 멘탈 회복 겸 영국행에 오른 것이라고 말이다.

꽈악-!

말을 하다 말고 석구의 손에 쥔 무알콜 맥주 캔이 살짝 찌그러졌다.

“근데 이 새끼가 거의 뭐 나를 비서로 쓰고 있네? 얀마. 나 아직 전력으로는 못 뛰어. 아직 부상자라고.”

석구의 투덜거림에 인구는 머쓱한 얼굴로 마주 잔을 부딪쳤다.

“짠.”

“이 시...!”

채 석구가 투덜거리기도 전에 인구는 말을 가로챘다.

“그보다, 어때? 우리 세나 많이 컸지?”

석구 또한 인구 못지않은 팔불출 삼촌이었다.

그렇듯,

“흐헛. 그렇더라? 잠깐 못 본 사이에 머리 한 뼘은 더 큰 거 같던데? 전보다 더 잘 걷는 거 같구.”

언제 불만을 터뜨렸냐며 석구는 인구와 엇비슷한 빙구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난 뭐 아역 배우가 걸어오는 줄 알았다니까? 삼춘~ 하고 내 품에 폭 안기는 데..., 캬..., 아기 천사로 오해할 정도였어.”

“흐헣헣. 아기 천사까지야~”

“아니, 진짜라니까? 너도 잘 알지? 나 아기 좋아하는 거? 근데 아기 중에서도 세나는 정말 남달라! 아니, 내가 뭐 또 편애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암튼! 세나가 이거야, 이거!”

석구가 엄지를 쳐들며 두 눈에 힘을 주었다.

딸 칭찬이 연달아 이어지자 인구의 입꼬리는 귓불까지 끌어 올라갔다.

그렇게 한동안 더 두 사람은 세나 자랑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약 30분이라는 시간이 더 지나서였을까?

“뉴캐슬에 남을 거야?”

석구가 현재 영국 내에서 가장 화젯거리인 질문을 건넸다.

인구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는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글쎄다. 세나 교육 차원에서라면 남는 게 최선이긴 하지.”

사실 교육은 유아 학교나 가은이가 잘 해내고 있었다.

딱 잘라 말해 인구는 세나와 떨어지기가 싫었다.

세나와 지금처럼 함께 지내는 게 최우선 목표였고 말이다.

하지만 만약 이적을 하게 된다면...?

이는 석구가 진중한 얼굴로 대신 답해주었다.

“하긴. 지금 오퍼 온 곳이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맹, 바이에른 뮌헨이니까.”

바르셀로나도 있었으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도 제안이 왔다.

말 그대로 빅클럽이란 빅클럽에선 몽땅 제안이 온 것이다.

이는 사전 설정 해둔 바이아웃이 큰 역할을 했다.

이적료 7000만 파운드(한화 1102억)는 그들에게 있어 딱히 큰 금액도 아니었으니까.

석구는 손끝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혹 파리나 뮌헨 같이 다른 나라로 가면..., 세나랑은 거의 작별 수준까지 치닫는 거고. 연에 2번, 3번 볼까 말까 할 테니까.”

“윽...”

상상만으로 인구는 짧게 신음을 토해냈다.

“그나마 맨유나 첼시 같은 팀으로 이적하면..., 주에 한번 꼴로는 볼 수 있겠지. 맨유랑 첼시에서 온 제안도 꽤 좋다며?”

석구의 물음대로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는 인구의 에이전트를 통해 제안서를 건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주급으로만 약 40만 파운드(한화 6억 2천 만원).

첼시는 38만 파운드(한화 5억 9천 만원)에 추가 옵션까지 한다면 41만 파운드(한화 6억 4천만 원)에 달하는 주급을 제안한 것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현실적으론..., 뉴캐슬은 그만한 금액을 지불하기 힘든 팀이고.”

석구의 중얼거림에 인구는 사과를 아삭아삭 씹으며 거들었다.

“그 절반도 불가능할 걸?”

챔피언십에서부터 뉴캐슬에 몸담은바, 인구는 이제 잘 알았다.

현 마이크 애슬리 구단주가 있는 한은 최대라고 해봤자 선수 주급으로 10만 파운드(한화 1억 5천 만원)가 한계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되면 또 문제인게...”

이번엔 인구의 중얼거림에 석구가 이어서 답했다.

“한 선수 주급을 그리 크게 올리면..., 다른 선수들도 적정선까지는 올릴 수밖에 없잖아. 안 그러면 불만 터져 나올 테고.”

“그렇겠지. 염병, 솔직히 지금 선수단 주급도 다른 클럽들에 비해선 낮은 게 사실이니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인구는 살포시 미간을 좁히며 생각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만 12골 넣은 살로몬 런던의 연봉만 해도 겨우 170만 파운드(한화 27억)니까.’

이 주의 베스트 일레븐에만 5번 뽑힌 디안드루 예들린의 연봉은 80만 파운드(한화 12억)였다.

그 외에도 자신을 제외한 상당수 뉴캐슬 선수들의 연봉은 평균 130만 파운드(한화 20억) 수준.

일전에 에이전트 미노 라이홀라는 말해줬다.

epl 하위권 팀의 평균 선수단 연봉만 하더라도 200만 파운드(한화 31억) 라고.

반면 뉴캐슬은 자신을 제외하고선 노리치 시티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선수단 연봉을 지급하고 있었다.

인구는 식탁 의자 등받이에 등을 느슨하게 기댄 채 중얼거렸다.

“우리가 epl로 승격해서 하위권을 전전하다 강등을 면했다면 뭐. 이 정도로도 만족할 테지. 근데 또 그게 아니거든.”

인구의 뉴캐슬은 최종 순위 4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에 따른 보상은 필수 요건이라 할 수 있었다.

석구는 긍정의 뜻에서 고개를 주억대며 말했다.

“암암, 그렇고말고. 선수에게 있어서 주급 인상은 곧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는 일임과 동시에 원동력이니까. 합당한 보상이고.”

인구 역시 다르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뉴캐슬에 남고 싶었고 말이다.

‘세나랑 지금처럼 하루하루 재밌게 보내려면 그게 최고긴 하니까.’

그렇듯 인구로선 뉴캐슬이 큰 변화기를 맞았으면 했다.

마이크 애슬리 구단주가 기존 방침을 포기하고 전폭적인 투자를 강행했으면 했고 말이다.

허나 별 기대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세나는 뭐래?”

“세나?”

석구의 물음에 인구는 피식하니 미소를 지었다.

“세나는 뭐. 아빠가 어딜 가든 응원한다고는 한다만.”

인구는 요 몇 주 동안 은근슬쩍 세나에게 넌지시 물은 바 있다.

[세나야, 아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제안이 왔어. 알지? 박지송이 뛰었던...!]

[우리 딸? 레알 마드리드에서 제안이 왔네에?]

[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 바르셀로나에서도 제안이 왔다?]

[이건 또 뭐야. 이번엔 첼시네? 아빠 제2의 디디애 드록바 될까?]

나름 우쭐함에 취하기도 했었다.

세나에게 칭찬도 듣고 싶었고 말이다.

허나 그런 질문을 건넬 때마다 세나의 답변은 간단했다.

[나는 아빠가 원하는 팀에서 뛰었으면 좋겠어!]

[뉴캐슬도 좋지만! 아빠가 애정하는 팀에서 뛰는 게 더 조아!]

[아빠가 가는 팀은 다 최고야! 왜냐면..., 아빠는 최고니까!]

기분도 좋았다.

지금도 일전에 딸과의 대화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입꼬리가 히죽 끌어 올라가지 않나.

‘우리 딸은 정말이지..., 말을 잘해. 그것도 아빠 기분 좋아지게 말이야. 흐헣...!’

“앨런 시어러인가? 한국에서도 기사 떴었어. 그 사람이 차라리 구단주가 바뀌면 너를 비롯한 대부분 주전 자원을 지킬 수 있다고는 하던데. 챔스 진출한 만큼 수준급 선수도 충분히 영입할 수 있을 테고.”

“아아, 맞아.”

인구도 6월경에 해당 기사를 접한 바 있었다.

[차라리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다 가기 전에 구단주가 바뀌는 기적을 바라는 게 나을 겁니다. 그것도 엄청난 부를 지닌 구단주로요.]

해당 발언이 있은 후 뉴캐슬 서포터즈도 첼시,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맹이 그래왔듯 중동 부호가 구단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구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이제 곧 있으면 프리시즌이야. 프리시즌 다 오도록 구단 인수에 관한 소리는 단 1도 없었는데 뭔 개뿔.”

구단 인수 과정을 알지는 못하나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사커매니지먼트에서나마 접한 바 있긴 했다.

구단을 인수할 시기가 오는 순간엔 대개 운영 자체에 제동부터 걸렸다.

‘기존 구단주가 00 컨소시엄에 매각 절차를 밟는다는 등. 그로 인해 마무리될 때까지 선수 영입 방출은 잠시 중단하겠다는 식으로 말이야.’

그게 게임에서만 그런 건지, 아니면 실제를 바탕으로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외에도 기사 한 줄 안 났잖아.’

바로 그때였다.

“응?”

함께 뉴캐슬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석구가 휴대폰을 만지작대다 말고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곧 입 밖으론 놀란 음성이 터져나왔다.

“이, 이게 뭐야?”

< 152. 빅클럽 (40)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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