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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55화 (13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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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5. 빅클럽 (43)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55화 빅클럽 (43)

며칠 전.

한때 축구선수로서도 명성을 구가한 레오나르두 아라호주 단장은 미간 부근을 손끝으로 긁적거렸다.

어두운 표정은 좀처럼 펴질 새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한 선수가 프리시즌 훈련 소집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그러더니 또 그러네요.”

접객용 소파, 왼편에 앉아 있던 수석 스카우트, 올해 오십이 된 미하엘 클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였다.

그 말처럼 지금 언급한 선수는 지난 2019-2020시즌, 프리시즌 훈련을 앞두고서도 소집에 응하지 않은 전적이 있었다.

“아마 벌금 징계를 내려도 꿈쩍하지 않겠죠, 그때처럼.”

“그렇겠지요.”

클락의 중얼거림에 레오나르두 단장은 동조했다.

직전 시즌에도 하루 벌금 1만 파운드(한화 1500만 원)라는 징계를 내린 바 있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돈 아까운 줄 모르고 고국에서 신나게 놀기만 해댔으니까.

이런 이유를 클락이 대신 전했다.

“그정도 금액은 녀석에겐 돈도 아닐 테니까요.”

이번에도 레오나르두 아라호주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미간 부근을 긁적이던 손끝엔 꾸욱! 힘이 들어갔다.

녀석이 이와 같은 태업을 펼치는 이유야 간단했다.

“조금 잠잠하다 싶었는데 시즌이 끝나니 그새 또 팀을 떠날 거라 동네방네 광고 하고 다니다니...,”

지난 시즌과 달리 구단 측과는 이야기조차 오가지 않았다.

당시엔 레오나르두를 비롯한 대부분 구단 고위 관계자가 녀석을 어떡해서든 붙들려 했으니까.

정 떠나고 싶으면 상상 이상의 이적료를 받지 않는 한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내렸고 말이다.

‘그 탓에 놈이 애정하고 관심을 보였던 클럽에선 그만 한 발 물러섰었지.’

여기에 놈은 큰 실망을 했으나 계약으로 묶여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한 시즌 더 이 팀에서 뛴 것이다.

그러다 시즌이 끝나니 또 이처럼 언론에다가 먼저 이적을 원한다! 라고 확성기마냥 소리쳤다.

“회장님께선 무어라 하십니까? 감독님은..., 솔직히 지쳤더군요. 자기애가 너무 강한 데다가 시간이 갈수록 통제에도 어려움이 따른다고.”

수석코치는 쓴 것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레오나르두는 흐음, 이라며 짧게 숨을 토해내고는 입을 열었다.

“회장님께서도 크게 실망하셨는지..., 이젠 녀석이 원하는 대로 해주라더군요.”“정말입니까?”

왜인지 수석코치의 방금 방문엔 기쁨이 섞여 있어 보였다.

레오나르두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렇소. 이미 지난 시즌부터 태업을 일삼으며 팀 분위기를 망쳐온 녀석이니까.”

“그거, 옳으신 선택이라고 봅니다. 팀보단 위대한 선수는 없다잖아요?”

“가만 보니, 수석코치님께서도 그 녀석에게 꽤 애를 먹었나 봅니다?”

레오나르두가 실눈을 뜨고 넌지시 묻자 수석코치는 하하하, 라며 어색한 웃음으로 대신했다.

허나 레오나르두의 표정은 펴질 새가 없었다.

지난 2017년, 이 팀에 몸담은 녀석은 스타플레이어로서뿐만 아니라 경기력 그 자체로도 이바지해냈으니까.

‘그만한 선수를 찾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

데이비드 배컴, 즐라탄 이브리무비치, 애디손 카바니라는 월드클래스에 이어 팀의 상징으로 비상한 선수가 바로 그놈이었다.

실력과 명성만 놓고 본다면 앞서 언급한 이들 중에서도 즐라탄고 호각, 또는 그 이상의 수준!

‘스타성은 즐라탄보다도 낫고.’

이미 저물어가던 즐라탄과는 달리 부상만 아니라면 몇 시즌은 더 정상 레벨에서 노닐 자원이기까지...!

그래서 아쉬움이라는 게 있었다.

더군다나..., 레오나르두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적을 승인한다 치더라도..., 글쎄요. 상당수 구단은 넘볼 수조차 없을 겁니다.”

“하긴, 녀석 몸값이 실로 어마어마하긴 하죠.”

“일단 놈이 가고자하는 클럽은 절대 갈 수 없을 거요.”

지난 시즌, 녀석은 오직 한 클럽으로 이적하기 위해 갖은 태업을 벌였었다.

하지만 해당 클럽은 자신이 구단이 요구한 이적료를 충족하지 못했다.

수석코치 또한 같은 생각을 했는지 투덜거렸다.

“다 노쇠해가는 선수 몇을 끼워서 역제안을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쯧!”

그건 올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레오나르두는 속으로나마 단호히 선을 그었다.

‘올해는 더하면 더하겠지.’

지난 시즌보다도 더 놈이 간절히 이적하고자 했던 팀은 재정적으로 불안전해졌다.

이내 레오나르두는 피식하니 웃으며 말했다.

“시민구단의 한계라면 한계겠지요.”

바로 그때였다.

부우우우우웅-!

갑자기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레오나르두는 탁상 위에 둔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어 발신인을 보았다.

‘이 자가 왜...?’

오래 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남자의 번호였다.

곧 그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에, 그만 레오나르두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오랜만이군요, 레오나르두. 뉴캐슬의 단장 댄 라셀스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네이마르 주니호르를 영입하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       *       *

뉴캐슬은 세 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데 합계 8600만 파운드(한화 1300억)를 지불했다.

영입에 사용 가능한 남은 금액은 1억 6천 400만 파운드(한화 2570억).

그리고 뉴캐슬은 이 남은 금액을 온전히 한 선수에 투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파리 생제르맹의 스타플레이어, 네이마르 주니호르에게.

올 시즌, 파리 생제르맹이 네이마르의 이적료로 책정한 금액도 1억 6천만 파운드(한화 2500억)였다.

과거 파리는 바르셀로나에서 네이마르를 데려올 때 1억 9천만 파운드(한화 2900억)를 지불한 바 있다.

그런 그들이 그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적으로 선수가 태업을 일삼는다는 것.

두 번째는 잦은 부상으로 당초 기대보단 성장(발롱도르/ 챔피언스 리그 우승)하지 못했다는 점.

네이마르를 뒤이어 이미 파리 생제르맹의 상징이 될 수 있는 킬리안 음바패가 영입되었다는 점.

녀석의 계약 기간이 채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

그런 복합적인 부분에서 파리 생제르맹 구단 고위 관계자 입장에선 재계약은 아예 물 건너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기에 뉴캐슬의 제안에 동의했고 말이다.

관련해 루머성 기사가 떴을 때만 하더라도 일부 팬들은 비웃음을 흘렸다.

- 네이마르가 근본 없는 뉴캐슬 따위 팀으로 이적하겠냐?

- 이건 말도 안 되는 기사다.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로 가고 싶어한다고. 지난 시즌에도 그래서 프리시즌 간 고국에서 파티를 벌여댔고!

- 풉. 자다 일어났더니 황당한 기사를 다 보겠네. 뉴캐슬이 암만 부자 구단 됐다고 해도 네이마르 같은 선수가 오겠냐? 차라리 뮌헨으로 가는 게 더 진정성 있겠다.

ㄴ 팩트. 뮌헨은 비싼 선수는 영입 안함.

- 한 명의 파리지앵으로서 말한다. 네이마르가 암만 태업을 일삼는다 해도 녀석은 남겨야 해! 출전할 때마다 잘해줬잖아! 또 어디서 그런 거물급 선수를 영입하냐구!

일부 반응은 달랐다.

-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생제르맹으로 간 것만 봐도..., 충분히 뉴캐슬로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 지금 뉴캐슬은 다르지. 파리 생제르맹보다 더한 잠재성을 지닌 클럽이 바로 뉴캐슬인데!

ㄴ 인정. 챔피언스 티켓도 확보한 데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수인 인쿠까지 보유하고 있잖아!

- 와. 인쿠랑 네이마르 조합을 보는거야...?

- 진짜 가능성 있는 게..., 바르셀로나는 당장 파리 생제르맹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 못해.

ㄴ 아니 왜...? 바르셀로나 빅클럽 아니야?

ㄴ 놉. 까보면 시민구단인 것도 그렇고 FFP(재정적페어플레이) 때문에 선수 영입이 제한적이야. 거기다..., 부채까지 안고 있는 구단이 지금의 바르셀로나지. 말 그대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임. 그래서 구단 미래인 아르투르 맬루도 헐값에 팔려고 하잖아.

허나 반응은 다르더라도 공통적으로 답은 오직 하나였다.

네이마르가 뉴캐슬로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맨체스터 시티, 유벤투스와 같은, 당장은 명망 있는 구단이 아니었니까.

그러나 네이마르와 관련한 기사가 보도되고 단 하루가 지났을 시점.

[네이마르! 뉴캐슬 이적에 동의! 이적료 1억 6천만 파운드(한화 2500억)]

[주급 50만 파운드(한화 7억 7000만 원) 상당...! 5년 계약!]

[네이마르 ‘뉴캐슬에서 새로운 도전을 원해. 그들의 비전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어...!’]

네이마르가 이적에 동의했다.

*       *       *

다음 날.

뉴캐슬의 2020-2021 프리시즌은 자국에서 치러졌다.

독일의 명문 팀과 스페인의 명문 팀이 원정길에 오른 덕이었다.

그렇듯 인구는 늘 그래왔듯 세나를 유아 학교에 데려다주고 뉴캐슬 1군 훈련장으로 출근 중이에 있었다.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끼이이이익-!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탄 자전거는 멈춰섰다.

1군 훈련 센터 게이트를 지나 주차장 구석에 자전거를 세워둔 직후엔 적잖게 감탄했다.

“이야아~!”

파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아래, 원래는 아무것도 없던 평지에 커다란 건물 한 채가 인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인구는 그 건물이 최신식 유소년 아카데미임을 잘 알았다.

‘머지않아 우리 귀엽고 어여쁜 세나가 저곳에서 뛰겠지.’

힐끗.

인구는 해당 건물에서 왼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도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저기는 성인팀 훈련 센터였던가. 크으...!”

절로 감탄이 새어 나오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확실히 그간 뉴캐슬은 1부 리그에 맞지 않은 노후화된 구단 시설을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마이크 애슬리 그 인간은 보수는커녕 보전만 하려고 했었잖아.”

반면 새롭게 구단주가 된 빈 살반은 선수 영입뿐만 아니라 시설 투자에도 거금을 아끼지 않았다.

“이래서 돈이 최고라는 건가.”

곧 인구는 뒷문을 통해 훈련장 센터 내부로 진입했다.

“흐헣.”

한 걸음, 두 걸음 내딛는 내내 입 밖으론 빙구웃음이 자꾸만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게 빈 살반이 구단주가 되면서 제게도 큰 변화가 생겼으니까.

자그마치 옵션을 포함해 주급으로만 50만 파운드(한화 7억 7천 만원)에 달하는 메가 계약을 맺지 않았던가.

‘50만 파운드라니...!’

아직도 체감이 안 되는 수준의 금액이었다.

‘EPL에서도 최고 수준이고 말이야.’

세나도 기뻐했다.

[아빠 이제 우리 부자야아?]

[웅, 우리 부자야. 흐헣!]

[와, 아빠 나 부자야아!]

[그래, 우리 부자야아!]

[그럼 나 초코볼 사줘어! 초코사탕이랑 초코과자두!]

“...쩝.”

언제 빙구미소를 지었냐는 듯 인구는 입맛을 다셨다.

세나의 그 소원만은 이루어주지 못했으니까.

허구한 날, 하도 많이 사준 탓에 가은이가 통제를 한 것이다.

인구는 전날 그 사건 이후로 자신을 쳐다도 보지 않던 세나를 떠올리며 그새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아빠는 원없이 사주고 싶었어...’

그래도 세나의 치아 건강을 생각해 꾸욱 참았다.

그렇게 얼마나 더 걸어갔을까?

우뚝-!

인구는 실외 훈련장에 발을 딛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이야~”

서러움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입 밖으론 재차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펜스 너머 훈련장 내부.

TV 속에서나 보던 익숙한 얼굴이 유려한 볼 리프팅을 구사하고 있었으니까.

인구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중얼거렸다.

“네이마르 주니호르...!”

녀석이 합류한 것만으로 진정, 뉴캐슬은 빅클럽으로 비상한 것 같았다.

< 155. 빅클럽 (43)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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