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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6. 새로운 뉴캐슬 (1)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56화 새로운 뉴캐슬 (1)
영입이 있다면 떠나는 선수도 있는 법이었다.
일부는 구단이 필요로 하지 않아 방출로.
또 일부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그리고 크리스티안 아추는 후자였다.
“그러니까, 그게 정말인가요?”
레게머리 스타일의 아추는 두 눈을 끔뻑거렸다.
뉴캐슬 어폰타인 인근 한식 레스토랑에서 그는 에이전트와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던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 에이전트, 나나 세채레는 말했다.
몇몇 구단에서 제안이 왔다고.
지금도 세채레는 맛있게 구워진 삼겹살을 쌈장에 찍어 입으로 가져가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말이라니까 그러네. 분데스리가의 도르트문트, 세리에의 피오렌티나, 토리노, 그리고 아탈란타. 마지막으론 스페인 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꿀꺽!
크리스티안 아추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라는 팀명에서 마른 침을 삼켰다.
선수 시절 내내 언제고 한 번은 뛰고팠던 클럽 중 하나였으니까.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 빅클럽 중의 빅클럽이 아니던가?
더욱이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내가..., 이렇게 수준급 팀들의 관심을 받게 될 줄이야...!’
한때 2부 리거로 추락할 당시만 하더라도 아추는 단념했었다.
더는 가나의 유명한 축구선수 살리 문타리, 아사무아 기안, 마이클 애시앙 같은 선수가 될 수는 없다고.
‘딱 거기까지인 줄만 알았는데...,’
첼시로 이적했을 때만 하더라도 정말 애시앙을 뒤잇는 선수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겼던 적도 있다.
피식.
범 무서운 줄 모르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 아추의 입가에 절로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첼시로 이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첼시 유니폼을 입고 뛴 건 단 한 경기도 없었으니까.
‘임대만 전전했었지.’
네덜란드의 피테서, epl의 에버턴, 본머스...,
그렇게 임대를 전전했음에도 자리를 잡지 못해 2부로 강등 당한 뉴캐슬로까지.
‘생각해보면 내 축구 커리어는 높은 곳에서부터 끝없이 추락한 격이었네.’
재능이라는 벽은 높고도 높았다.
이 바닥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 가는 천재들이 많았다.
‘그 천재들 위에 천재들까지...’
결국 아추는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했었다.
열망도, 목표의식도 없이 고작 생계 수단 목적으로만 축구를 하기 시작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말이다.
허나 한 선수가 영입되고부터 아추는 다시금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인쿠...!’
뉴캐슬이라는 팀에서 가나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하고자 하는...!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그 꿈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뉴캐슬은 챔피언스 리그행에 올랐고 자신은 한 시즌 동안 13골 6도움이라는 호성적을 기록해냈으니까.
그 결과 유명 구단의 제안이 이처럼 온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떡할래?”
에이전트의 물음에 아추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이적, 하고 싶어요.”
* * *
아추는 알고 있었다.
1992년생인 자신에게 있어 축구 인생은 길어봤자 5년 남짓이라는 것을.
유럽 4대 리그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시간은 그보다 짧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뉴캐슬이라는 팀에서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치르고 싶었다.
인구, 예들린, 런던과 함께 주전으로 활약하며...!
허나 그럴 수 없다는 것마저 잘 알고 있었다.
“네이마르 주니호르가 영입됐잖아.”
인구는 카페 야외 테이블 정면에 자리한 아추를 보았다.
저녁이었기에 곳곳에 설치된 노란 조명이 실외 테이블을 아늑하게 비추고 있었다.
근처 테이블엔 이웃 주민들이 가볍게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중...,
인구는 두 눈을 가느스름하게 좁혔다.
‘느닷없이 커피 한 잔 사준다길래 나와봤더니만..., 이적 얘기였어?’
의외까지는 아니었다.
수준급 성적을 달성한 만큼 동료들에게 몇몇 구단의 유혹이 뻗치리란 것쯤을 알고 있었으니까.
“네이마르 정도의 선수라면..., 어지간한 준척급 선수도 그 자리를 넘볼 수가 없어. 그건 나도 포함이고.”
아추의 말에 인구는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네이마르는 아추보다 한 수, 또는 두 수 위 이상의 월드클래스가 아니던가.
그렇듯 오히려 반박하는 게 아추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일 것이다.
녀석이 바라는 것도 뭔지 알고 있었다.
아추는 쓴 것을 먹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너희랑 함께 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 한데..., 그게 뭐 내 뜻대로 되나? 분명 팀에 남는다면 벤치를 데우는 시간이 길어질 게 뻔해. 내 커리어를 이렇게 저버리긴 싫어. 그러니 차라리 새로운 도전을 택하고 싶은 거고. 내가 가고 싶었던 구단에서의 경쟁을 택하고픈 거지.”
“일리가 있네.”
인구는 팔짱을 낀 채 작게 고개를 주억대며 물었다.
“그래서 제안 온 팀은 어딘데?”“도르트문트, 피오렌티나, 아탈란타..., 그중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갈 거야.”
“오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무지 좋은 구단이지.”
인구는 빅클럽이 제안해왔다는 것에 일절 놀라지 않았다.
아추는 계속해서 말했다.
“연봉은 지금의 두 배. 첫날엔 에이전트를 통해 알았고, 어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이 직접 내게 전화까지 해줬어.”
“뭐라고 하던데?”
“날 중용하고 싶대. 뉴캐슬에서처럼만 해준다면 말이야.”
“자신 있어?”
인구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물었다.
아추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신은, 글쎄. 알다시피 아틀레티코도 그렇게 만만한 구단은 아니잖아.”
“빅클럽이니까. 경쟁 선수만 해도..., 확실히 어마어마하지.”
네이마르에 비해 부족할지라도 하나같이 한화 천억대,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들이라 할 수 있었다.
아추는 해당 경쟁자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보였다.
“으으...! 괜히 갔다가 벤치만 데우는 거 아닌지 몰라.”
그러나 인구는 그 농담에 진심으로 받아쳤다.
“염병, 말도 안 되는 소리.”
“...응?”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받아친 인구에 아추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단호히 입을 열었다.
“네가 이겨.”
“...내가 이긴다고?”
“그럼. 넌 스피드도 좋고, 크로스 능력도 훌륭해. 거기다 체력마저 갖췄지. 키는 작아도 밸런스가 좋아서 곧잘 버텨내기까지...!”
인구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덧붙였다.
“내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경기를 몇 번 보긴 했는데. 네 진짜 경쟁자는 야닉 카라스쿠 정도일 거야. 왼쪽 미드필더로 뛰는 롱다리 녀석.”
인구는 그 외 선수들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비틀로는 확실히 너보다 아래야. 주앙 팰릭스는 최전방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으니 제외!”
“앙헬 코레아도 루이스 수아래스와 함께 거진 최전방에서만 뛰어. 마르쿠스 요렌테, 토마 로마는 우측 미드필더나 중앙, 또는 처진 스트라이커가 주고 말이지.”
“어, 어, 그래...?”
“그렇고말고! 그러니까 네가 치열하게 경쟁할 선수는 야닉 카라스쿠야. 시메우네 감독 아래서 에이스급으로 활약 중이니까.”
아추는 놀랐다.
‘이 녀석,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관해 언제 이렇게 관심을 가진 거래...?’
실상은 인구도 일전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관심을 가진 바 있었다.
그렇듯 관련한 선수들을 모두 조사한 바 있었고 말이다.
“어쨌거나, 네이마르 주니호르랑 경쟁할 바에는 네 판단처럼 야닉 카라스쿠랑 붙는 게 훨 낫긴 해. 동료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충분히 비빌만 하다고 보거든.”
“저, 정말?”
새로운 경쟁에 나름 고민에 빠져 있던 아추의 얼굴이 대번에 화색이 되었다.
탕-!
움찔!
반면 인구는 답 대신 테이블을 가볍게 주먹으로 때렸다.
살짝 몸을 떤 아추는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인구를 두 눈을 끔뻑이며 마주했다.
“마음 같아선, 잡고 싶어. 그런데 안 잡을 거야. 네가 결정한 일이니까.”
“...”
또다시 뜻밖의 말을 하는 녀석이었다.
매번 훈련 중에 그리도 자신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녀석이..., 조금은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잖은가?
경기 중에도 인구는 아주 사납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었었다.
[아추우우~! 개처럼 뛰어어어어!]
[아추우우우우! 너 지금 멈춘 거야? 어어?! 왜? 다리 골절 났어? 응?]
[야! 아추우우우! 왜! 왜 거기서 뜸들이는데에! 그냥 돌진해! 공 몰고 가아! 볼 뺏겨도 되니까 드리블로 제쳐버려어어!]
당시엔 무리한 플레이라 생각했었다.
‘적어도 내겐...,’
하지만 아니었다.
인구의 말대로 플레이할 때마다 상대를 보다 더 구렁으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으니까.
제치지 못할 것 같던 이들을 제치고 공간으로 파고들어 동료들에게 쉼 없이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혹 드리블을 구사하다가 공을 뺏겨도 개의치 않았다.
도리어 상대를 앞에 두고 백패스나 볼을 물릴 때 인구는 매섭게 쏘아붙였다.
‘할 수 있는데 왜 도전을 안하냐면서 말이지.’
그런 인구의 모습은 마치 필드 안의 감독 같았다.
그것도 자신을 아주 진득하게 전담하는.
그 덕에 주전 자리를 완전히 꿰찬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감도 크게 올랐어.’
그리고 지금, 그는 말하고 있었다.
“너처럼 뛰어난 선수는 흔치 않아. 뉴캐슬이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온 데 네가 기여한 부분도 굉장히 크고. 툰들도 분명 아쉬워할 테지.”
“난 아직 네가 더 발전할 여지가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 시메우네 감독이 미치지 않는 이상은 너를 벤치에 처박아두진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그러다 말고, 스윽-! 인구가 테이블 위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뭐, 더 말이 필요한가? 잘가라, 친구.”
아추는 잠시 그 투박하고도 큰 손을 내려다보았다.
끝까지 팀에 남아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는 녀석이었다.
“...”
참으로 인구다운 작별 인사가 아닌가 싶었다.
그런 녀석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너라면 잘 해낼 수 있다고.
녀석은 직접 입으로도 전했다.
“넌 마이클 애시앙 이후 가나를 대표하는 레전드 선수잖아? 2부에 머물러 있던..., epl로 승격해서도 강등에 허우적댈 거라던 뉴캐슬을 챔피언스 행에 올린 구단의 대표 중 한 명이라고.”
“...!”
“그러니까, 당당하게 어깨 펴고 다녀. 쫄지 말고 새끼야.”
아추는 눈시울이 뜨겁게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그 손을 맞잡았다.
벌어진 잇새론 살짝 울음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고마워...! 정말, 고마웠어!”
* * *
며칠 뒤 크리스티안 아추의 이적 소식이 공시적으로 발표되었다.
[뉴캐슬 윙어, 크리스티안 아추! 이적료 4000만 파운드(한화 629억)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행 확정!]
[연봉 350만 파운드(한화 55억)로 추정! 계약 기간은 4년...!]
[디에구 시메우네 ‘아추는 뛰어난 드리블러. 팀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
툰들은 작별 인사를 건넸다.
- 아추! 잘 가! 네가 있어 행복했어!
- 크리스티안 아추는 적어도 뉴캐슬의 네이마르 주니호르였어! 그의 드리블은 환상적이었고 적절한 타이밍에 올라오는 크로스는 팀의 구원 같았지!
- 잘가 아추! 넌 나의 베스트 일레븐이야!
- 아쉽다! 아프리카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을 이렇게 떠나 보내는게...! 흐흡...!
- 아추우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도 승승장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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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은 흘러 8월.
인구의 뉴캐슬은 2020-2021시즌, 개막전 상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맞붙게 됐다.
< 156. 새로운 뉴캐슬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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