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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58화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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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8. 새로운 뉴캐슬 (3)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58화 새로운 뉴캐슬 (3)

완패에도 불구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들은 홀가분하다는 반응이었다.

- 잘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으!

- 그래, 차라리 1라운드 완패로 솔사르 경질된 게 낫지! 자 이제 애릭 텐 하흐 데리고 오자고오오~!

- 마이클 케릭이 임시 감독이라..., 난 개똥 같았던 솔사르보단 잘 해낼 거라고 확신해!

물론 일부는 불만을 토로했다.

- 암만 그래도 7 : 1 스코어는 오버 아니냐?

- FUCK! 이게 뭐야!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냐고!

- 솔사르는 맨체스터주 접근 금지 시켜야 해!

- 도대체 매과이어는 왜 영입한 거냐? 저 새끼 경기 내내 아군 골대 위협하는 거 봤냐? 미친 거 아니야?

- 레알 마드리드 상대도 아니고 뉴캐슬 상대로 7 : 1...? 맨유도 다 죽었네...!

반면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완승에 툰들은 기쁨을 표출했다.

- 인쿠우우우우우우~

- 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렇게 쉽게 잡는 날이 올 줄이야....!

-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이라곤 없었어. 그냥 이건 양학 수준이었잖아!

- 레알 마드리드랑 강등권 팀이랑 붙었을 때의 기분이 이러 할까...? 우리 이제 진짜 강팀 된 거야? 응?

- 잘가 솔사르 ㅠㅠ! 그동안 승점 선물해줘서 고마웠어!

전문가들은 대패 원인을 솔사르로 꼽았다.

그리고 일부 매체는 뉴캐슬의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그들이 연속해서 승전고를 울리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뉴캐슬이 잘한 것을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못해도 너무 못했으니까.

하지만 예상과 달리 툰들의 기쁨은 단판이 끝이 아니었다.

이후 치러진 리그 2라운드 애스턴 빌라, 3라운드를 상대로도 3득점 이상의 승리를 차지한 것이다.

*       *       *

며칠 뒤 열린 리그 4라운드, 에버턴을 상대로 인구의 뉴캐슬은 엄청난 퍼포먼스를 뽐냈다.

경기 시작을 앞둔 시점에서부터 해설진은 놀라 외쳤다.

[아아, 이게 뭔가요! 뉴캐슬 유나이티드...?!]

킥오프를 앞두고 수비수 두 명을 제외한 8명이 하프라인에 나란히 일렬로 늘어서 있었던 거다.

[네이마르, 인쿠! 런던뿐만 아니라 미드필더, 아니 사이드백까지 하프라인에서 경주를 앞둔 경주마마냥 달려들 태세를 취하고 있습니다아!]

지난 시즌, 수비적인 플랜이 주였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삐이이이이-!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자, 하프라인에 자리한 선수 모두가 앞으로 뛰쳐나가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인구는 중앙으로.

네이마르와 런던은 좌우 하프로.

풀백은 사이드로 전력질주했으며 미드필더는 혼란해 하는 상대 선수들 틈 사이로 파고들어 압박했다.

뻐엉-!

그러던 와중, 뒤쪽에서 버티던 센터백 아미르 라흐마뉘의 롱볼이 구사되었다.

“우어어엇!”

투읏-!

이를 우측 하프에서 말처럼 뛰던 런던이 머리를 휘둘러 페널티 아크로 굴절시켰다.

때맞춰 인구가 그 지점에 도달했다.

이어 어깨 푸싱을 가하던 상대 센터백이 발을 채 뻗기 직전,

투읏-!

옆으로 굴러온 공을 백힐로 그대로 흘려 보내버렸다.

네이마르가 페널티 좌측 에어리어로 접근해 오른발을 활시위처럼 당긴 것도 바로 그때였다.

타앙-!

촤락~!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네이마르 주니호르으으~!]

[강력한 전방 압박에 이어 간결한 패스 플레이이이! 전반전 시작 12초 만에 선제 골을 기록하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입니다아아아~!]

이후로는 골 폭격의 연속이었다.

전반전 7분 만에 인구의 헤더 골.

12분엔 살로몬 런던의 어깨 골.

27분엔 수비수의 정강이를 맞고 자책골.

후반전 들어선 인구의 두 차례 연속골이 터지며 최종 스코어 5 : 0, 뉴캐슬의 완승으로 마무리되었다.

*       *       *

시간은 흘러 9월 1일.

챔피언스 리그 조 추첨 결과가 발표되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C조에 배정됐다.

1. AC 밀란

2. 뉴캐슬 유나이티드

3. 바이어 레버쿠젠

4. 클럽 브뤼훼

해당 조 추첨이 끝나고 상당수 언론은 확정하기 어려운 조로 뉴캐슬이 속한 C조를 꼽았다.

이유야 단순했다.

구단 명성적으로 가장 높은 AC 밀란은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리그 성적은 훌륭하나 현재 선수단 중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경험해본 이가 네이마르가 유일.

바이어 레버쿠젠은 상승세에 있었으며 클럽 브뤼훼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도깨비팀으로도 유명했다.

때때로 이들은 자신보다 훨씬 더한 강팀에 일격을 선사하곤 했으니까.

간략히 말해, C조는 상당수 언론이 말하는 죽음의 조였다.

*       *       *

소파에 앉아있던 세나는 두 눈을 끔뻑거렸다.

동그란 두 눈 속엔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아빠가 담겼다.

“흐읍! 흐읍! 흐으읍!”

아빠는 주말 아침부터 열심히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상의를 탈의한 채 무선 청소기에 이어 걸레로 거실 곳곳을 닦아내는 그 모습은 참 성실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흐헣.”

그런 아빠는 자신을 힐끗 보고는 미소를 한 번 지으며 말했다.

“먼지는 폐, 심혈관뿐만 아니라 각종 신체 기관에 영향을 끼쳐. 천식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질병까지 유발시킨다구. 그런 만큼 청소는 아주아주 중요하단다? 우리 딸?”

“웅.”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또 아빠는 흐헣, 이라는 요상한 미소와 함께 거실 바닥을 쓱싹 쓱삭 문댔다.

청소가 끝난 뒤엔 샤워 후 앞치마와 위생 장갑, 위생 마스크를 착용한 뒤 아침상 차리기에 돌입했다.

세나는 식탁 의자에 앉아 조리에 열중하는 아빠의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탁,탁, 탁, 탁!

도마 위, 식칼로 오징어와 무를 먹기 좋게 썰어냈다.

이후 다진 마늘과 더불어 전날 10시간 넘게 우려냈다는 육수에 풍성한 재료들을 담고서 끓이기에 돌입.

아빠는 이 모든 걸 요리를 하면서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자자, 이제 센 불에 10분만 더 데우면 완성돼. 아빠표 오징어무국! 여기 밥은 이미 완성됐지! 우리 세나가 좋아하는 맛 좋은 꼬들밥으로!”

딸칵!

밥솥을 열자 희뿌연 김이 구름처럼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세나는 별로 놀랍지 않았지만 아빠가 좋아하니까 감탄사를 터뜨렸다.

“우아아아, 대바악!”

“흐허헣!”

그러자 아빠는 또 이상한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헤헷.”

이번엔 그런 아빠가 귀여워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미채, 하루 전 만든 겉절이, 오징어무국, 시금치, 새하얀 쌀밥이 식탁 위에 세팅되었다.

세나는 아빠에게 배운 방식대로 두 손을 단전 부근에 가지런히 가져가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전했다.

“오늘도 세나에게 맛있는 식사를 차려줘서 감사함니다아~!”

“아, 뭐 차린 건 별로 없는데.”

아빠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헤벌쭉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세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루룹-!

국물을 한 번 맛본 세나는 두 눈을 번뜩 뜨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와아아~ 마시쒀...!”

아빠가 해주는 요리는 진짜로 맛있었다.

자신의 감탄에 아빠는 감동 받은 얼굴이 되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역시, 딸이 최고야.”

여기에 세나는 필살기를 날렸다.

아침부터 아빠의 요상한 미소를 좀 더 보고 싶었으니까.

그렇듯 세나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두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는 넌지시 말했다.

“역쉬~, 아빠가 최고야.”

“흐허헣.”

*       *       *

식사가 끝났다.

인구는 설거지 후 소파에 천천히 다가가 앉았다.

한편으론 옆자리에 앉은 세나를 보며 생각했다.

‘오늘따라 유독 더 애교가 넘치네, 우리 딸?’

잠깐 사이에 자신의 기분을 좋게하는 멘트를 연달아 날리지 않았던가.

이런 날이면 필시 원하는 게 있었다.

‘신상 장난감이라던가. 공인구라던가?’

힐끗 본 세나는 아침부터 재방송 중인 축구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문득 인구는 생각했다.

‘분명 전날 밤에도 이 경기 재방송으로 봤던 거 같은데...’

왜인지 경기를 보는 내내 세나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건 지금도 그랬다.

[오오! 갑니다아! 갑니다아! 네이마르! 네이마르으!]

네이마르가 풀럼을 상대로 좌측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유려한 드리블로 파고들었다.

TV 화면 속 관중들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환호를 연발했다.

와중에 화면 속 자신은 우측 하프 공간으로 교묘히 파고들었다.

[여기이이!]

라는 전날 자신의 외침이 스피커 너머로 다 들려올 정도였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패스하지 않았다.

[뻐어엉-!]

대신 직접 슈팅을 때렸다. 골이 들어갔다면 아무 소리 하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애석하게도 슈팅은 크로스바 위를 크게 빗나갔다.

이후로도 몇 차례 더 네이마르는 단독 드리블 돌파를 즐겼다.

주변 동료들이 좋은 위치를 찾아갔음에도 패스보단 직접 돌파 또는 슈팅을 가져갔고 말이다.

“아빠, 저 삼춘은 왜 패스를 안 해?”

잠자코 지켜보던 세나가 살짝 불만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인구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쟤가 병..., 이 아니라 욕심이 많아서 그래.”

“욕심이 많으면 저렇게 축구해? 난 안 구런데...?”

“우리 세나도 욕심이 많아?”

“웅. 나두 많아. 그래서 1분 1초마다 내가 골 넣고 싶은데두 양보해.”

“와~ 우리 세나. 동료들을 위해 양보하는 거야?”

인구는 세나를 기특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하지만 다음으로 이어진 발언에 인구의 손동작은 멈칫했다.

“아뉘. 그냥 불쌍해서...,”

“부, 불쌍해?”

“웅, 골 못 넣으면 불쌍하잖아. 내가 그렇게 찬스를 많이 제공해주는 데도..., 난 존재 자체가 위협이거든? 그래서 상대 애들이 내 주변만 알짱거려. 그럼 자연스레 우리팀 애들한테는 공간이 생기자나? 그치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직이 말하는 세나에 인구는 조금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그렇긴 하지?”

요즘 따라 예상치 못한 답변을 자주 하는 딸이었다.

당혹스러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스윽-!

돌연 세나가 두 눈썹에 힘주어 손끝으로 TV 화면을 가리켰다.

마침 화면 속엔 상대 태클에 네이마르가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주심은 곧장 달려와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이이이!]

[오옷! 페널티킥! 페널티킥입니다아아! 네이마르가 기어이 페널티킥까지 만들어내는군요오오!]

“어제 봐써.”

세나의 다소 단호해진 중얼거림에 인구는 두 눈을 끔뻑이며 반문했다.

“어제?”

“웅.”

“아빠가 페널티킥 양보하는 거. 왜 그랬어?”

“...”

“왜 그랬냐고.”

왠지 딸의 발음이 조금 전보다 정확해졌다.

분명 그랬었다.

평소였다면 자신이 찼겠지만 전날 페널티킥 찬스를 얻어낸 건 네이마르였다.

‘거기다 4명 제치고 박스 안으로 들어가 걸려 넘어진거라서 말이지.’

일종의 분전한 네이마르를 향한 보상이라면 보상 차원이었다.

하지만 세나는 그마저 싫었던 모양이다.

“왜 그랬어?”

“그, 그야...,”

“아빠가 전담 키커 아니야?”

“그치.”

“근데 왜 그랬어?”

“...으음, 그게 저...,”

인구는 입을 달싹거렸다.

세나가 이제는 두 눈에마저 힘주어 자신을 빤히 쳐다보았으니까.

이어 아이는 가느다랗고 작은 손끝으로 세 차례 툭, 툭! 털어내듯 페널티킥을 준비하는 네이마르를 가리켜 말했다.

“저러면 버릇 나빠져.”

“...”

뭔가..., 엄마 같았다.

< 158. 새로운 뉴캐슬 (3)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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