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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63화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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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3. 새로운 뉴캐슬 (8)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63화 새로운 뉴캐슬 (8)

9월 17일.

챔피언스 리그 조별 두 번째 경기.

클럽 브뤼헤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벨기에 명문 구단, 브뤼헤의 홈구장 얀 브레이덜 스타디온은 만석으로 가득 찼다.

원정석이라곤 고작 천 석이 부여된 만큼 브뤼헤 서포터즈의 외침은 구장 전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직전 경기 AC 밀란을 상대로 패한 만큼 브뤼헤 감독, 스쿳 파커는 승리를 절실히 바라고 있었고 말이다.

경기 시작 10여 분이 흐른 지금 이 순간 그는 경기 흐름을 보며 생각했다.

‘충분히..., 비빌만 하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본다면 자신의 팀이 뉴캐슬에 비해 부족한 게 맞다.

하지만 브뤼헤는 자신의 체제에서 지난 시즌부터 팀플레이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벨기에 리그에선 승승장구 중.

반면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조직력이 그리 썩 좋지만은 않아!’

스쿳 파커는 뉴캐슬의 몇몇 경기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확실히 조직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스밴 보트만과 아미르 라흐마뉘 간에도 간간이 소통이 되지 않아 미스가 날 때가 있다...!’

지금도 그랬다.

“스배에엔!”

우측 센터백으로 출전했던 라흐마뉘가 버럭 소리쳤다.

타앙-!

동시에 클럽 브뤼헤의 플레이메이커 오내디카가 우측 하프로 향해 로빙 패스를 찔렀다.

슈욱-!

“헉!”

스밴 보트만이 다소 앞선 위치에 있다가 말고 기겁했다.

한 걸음 뒤쪽에서 어슬렁대던 브뤼헤의 윙포워드, 후트클라가 빠르게 자신의 우측 배후 공간을 파고들었으니까.

그 직전, 라흐마뉘의 위치선정을 통한 오프사이드 트랩 주문이 있었으나 이를 보트만은 인지하지 못했다.

“옳지이!”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이를 본 감독, 스쿳 파커는 팔짝 뛰며 기뻐했다.

윙포워드 후트클라가 아슬아슬하게 오프사이드를 피해 라인 브레이킹에 성공한 것이다.

투웃-!

뒤늦게 돌아선 보트만을 두 걸음 거리까지 따돌린 후트클라는 오른발을 힘껏 뻗어 로빙 패스를 발등으로 깔끔히 받아냈다.

타앗-!

직후 즉시 오른발 인사이드로 공을 하프에서 페널티 아크 중앙으로 이동시키기까지...!

오오옷, 오오오오옷-!

브뤼헤 서포터즈의 고조어린 탄성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타앙-!

기대에 부응하듯 후트클라는 페널티 아크에 발을 들이자 오른발 강력한 인스텝 슈팅을 때렸다.

감독, 스쿳 파커는 이른 시간 팀에 귀중한 선제골이 터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두 손을 꼭 잡았다.

치잇-!

[아아앗! 조던 빅포드! 좌측 포스트 상단 구석으로 꽂히는 공을 손끝으로 쳐내는 데 성공합니다아아!]

[신들린 선방이군요오오!]

“아흣...!”

뉴캐슬에 새롭게 합류한, 잉글랜드 주전 골키퍼인 빅포드의 선방에 스쿳 파커는 머리를 감싸 쥐며 아쉬움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잠깐에 지나지 않았다.

분명, 먼저 실점을 내주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찬스가 90분 중 몇 차례는 올 게 뻔해보였으니까.

더욱이...,

‘공격수들이 따로 놀고 있다...!’

이름값 하나만큼은 현역 선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네이마르만 해도 팀플레이보단 단독 플레이를 즐겼다.

불과 2분 뒤에도 그랬다.

슥슥, 스윽! 툭, 타앗-!

[오옷 네이마르! 스텝오버에 이어 엘라스티코로 눈 깜짝할 사이 브뤼헤의 캡틴이자 센터백 매쉘레를 제칩니다!]

[오른쪽에 인쿠가 손을 들며 박스 안으로 뛰어드는...!]

타앙-!

[아! 네이마르! 박스 좌측 외곽에서 기습적인 라보나 키익~!]

툭~!

[아앗...! 골키퍼 미놀레의 품속에 곧장 안기는군요! 너무 정직하게 날아간 볼이었어요!]

[조금은 판단이 아쉽습니다! 마침 인쿠가 우측 라인을 순간 스퍼트로 꿰뚫어내며 침투했었는데 말이죠!]

[위치상으로도 인쿠에게 볼이 연결됐다면 득점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았고 말입니다!]

이후로도 몇 차례 더 네이마르는 현란한 개인기를 뽐내며 홈 서포터즈들의 입에서까지 오옷, 오옷! 이라는 감탄을 연발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득점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거다.

네이마르가 팀플레이를 아예 등한시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동료들도 네이마르를 향한 패스를 꺼렸다.

그중 인구는 어느 시점부터 아예 네이마르를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렇게 전반전 32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뉴캐슬의 슈팅 횟수는 17회에 달했다.

스쿳 파커는 지속해서 슈팅을 허용하자 밀려드는 긴장감에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면서도 은근한 기대를 비쳤다.

‘저들이 찬스를 저리 쉽게 무산시키고 있다...!’

반면 브뤼헤는 아군 수비 지역에서부터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상대의 뒷공간이 다소 헐겁다 싶으면 기습적인 롱 카운터로 공략하기까지.

무엇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뉴캐슬 최전방 공격수 둘 사이엔 문제의 골이 깊어져만 갔다.

파커의 시선 속, 유독 네이마르는 노골적으로 성을 냈다.

*       *       *

전반전 34분.

네이마르는 전방에서 쉬이 내려오지 않았다.

원래도 파리 생제르맹, 바르셀로나에서도 그는 되도록 공격적인 임무에 집중했다.

그게 더 본인의 장기를 발휘하는 데 있어 좋았고 말이다.

지금 역시 그는 상대 진영 왼쪽 사이드에서 하프로 슬금슬금 걸어가다 빠르게 뒤로 빠졌다.

동시에 버럭 소리쳤다.

“인쿠우우!”

인쿠가 등진 채 소피안 암라바트의 패스를 받자마자 터닝과 함께 전진 드리블을 구사한 거다.

그 과정에서 삽시간에 세 명에 달하는 상대 선수들이 좌우, 정면에서 붙었다.

좌측면으로 상대 선수가 바짝 붙어 프런트 태클을 가했을 땐,

타앗-!

마치 옆에도 눈이 달린 양 인구는 오른발 인사이드로 공을 바짝 붙여 순식간에 공과 함께 사이드로 방향 전환을 구사했다.

일명 스쿱 턴...!

“막아아!”

자연스레 뒤쪽에서 버티고 있던 최후방 센터백이 인구를 막기 위해 튀어나갔다.

“인쿠우우우우-!”

뒤로 물러섰던 네이마르는 이제 좌측 하프로 뛰어가며 목에 핏대를 세워 외쳤다.

인구가 어그로를 끌어준 덕에 슈팅 찬스를 맞이했으니까.

그러니 인구의 패스만 받으면...,

뻐어엉-!

티잇-!

태애애앵-!

[아아아! 인쿠! 강력한 왼발 인사이드 슈팅을 노렸습니다만!]

[이를 예측한 최후방 센터백 매쉴레가 다리를 들어 굴절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크로스바 상단을 맞고 튕겨져 나온 공...!]

타아앙-!

[브뤼헤의 또 다른 센터백 오토이가 멀찍이 걷어내 버리는군요!]

[간담을 서늘케 한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Fuckaaa!”

회심의 찬스를 놓치자 뒤쪽에 있던 네이마르는 분노에 찬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왜 패스를 안 하는데? 어?!”

네이마르는 연달아 외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조금 전 자신에게 전진 패스를 찔러준 암라바트를 향해 엄지를 쳐들며 자기 자리로 돌아갈 뿐이었다.

“이 새끼가...!”

마치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인구에 순간 욱한 네이마르는 성큼 한 걸음 내디뎠다가 말고 급정거하듯 멈췄다.

“씨발...”

불현듯 며칠 전 샤워장에서의 일이 떠오른 거다.

수증기 너머로 얼핏 보이던 거대한 드래곤에 요상하게도 치밀었던 화가 팍 식어버렸다.

*       *       *

스쿳 파커는 팀의 핵심인 네이마르와 인구가 마치 남남인 양 플레이하는 것을 보며 기대하고 또 기대했다.

적어도 이 팀을 상대로 지금처럼만 플레이한다면 무승부라도 가져갈 수 있겠구나! 하는.

이다음 경기는 앞선 두 팀보다는 나은 레버쿠젠이니 할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경기에서 비기고 레버쿠젠을 상대로 승리하는 시나리오라...!’

그렇게 되면 일단 꼴찌는 면할 수 있었다.

이후론 경우의 수에 따라 챔스에서는 탈락하더라도 유로파 리그로의 강등 선에서 그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하기까지...!

물론 어떤 팀을 만나든 홈, 원정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지만 말이다.

그렇듯 파커는 테크니컬 에어리어 끝자락에 서서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의욕을 불어넣었다.

“선수 개개인 몸값은 뉴캐슬이 높을지라도 쟤들은 죄다 초짜야! 챔피언스 리그 경험이 올 시즌이 처음이라고오!”

“반면에 우린? 우린 챔피언스 리그 단골손님이다! 수많은 팀을 겪어왔다고!”

“아틀레티코!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상대해봤잖나! 어? 그들에 비해서 뉴캐슬은 아직 새끼 호랑이야! 우리가 충분히 잡을 수 있단 말이다아아!”

굳이 파커의 의욕 어린 외침이 아니더라도 브뤼헤 선수들 또한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차올랐다.

지속해서 슈팅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측에선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고로 주장인 매쉘레마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의지를 북돋웠다.

“이 신출내기 애송이들에게 보여주자고오! 챔피언스 리그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리그인지! 푸른 군대(브뤼헤 서포터즈)가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잖아!”

*       *       *

후반전 37분이 흐른 시점까지 양 팀의 스코어는 0 : 0이었다.

그러다 37분 47초라는 시간이 흘러갔을 때였다.

라이트백 올센은 골문 방향을 등진 채 엉덩이를 뒤로 쏙 빼 발을 동동 굴렀다.

어느덧 인구가 좌측으로 공을 몰고 슬금슬금 접근하고 있었으니까.

‘먼저 발을 뻗지 말자...!’

사전 인구의 플레이 정보를 제공받은 만큼 올센은 최대한 앞길을 막아서 버티고자 했다.

주변 동료들이 빠르게 협력이 오게끔...!

또 경기 내내 수차례 당하며 몸소 체감했다.

먼저 발을 뻗는 순간 덩치에 맞지 않은 스퍼트에 배후가 삽시간에 털린다는 것을...!

...생각은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투욱-!

갑자기 인구가 오른발을 들어 스터드로 공의 윗면을 긁어 좌측 안으로 굴린 거다.

반사적으로 올센은 녀석이 나아간 방향으로 잰걸음으로 이동했다.

인구의 왼발이 좌측으로 굴러가는 공의 윗면을 넘어 방벽마냥 올센의 앞길을 막아선 것도 그 순간...!

투웃-!

내디딘 왼발 뒤로 공이 굴러가자마자 인구가 돌연 오른발 발굽으로 투읏! 공을 우측 사이드로 빼냈다.

“뭣?”

올센은 기겁했다.

그만 또 한 차례 반사적으로 발이 앞으로 튀어갔으나 늦었다.

그보다 먼저 공이 방금 전 자신이 지키고 있던 자리로 빠르게 굴러가 버렸으니까.

인구 역시도 공과 함께 저돌적인 돌파를 보인 뒤였다.

“미친...!”

뒤늦게 호커스 포커스란 기술에 당했음을 인지한 올센은 고개를 홱 들어 골문 방향을 보았다.

그리고, 또 보았다.

타앙-!

인구가 페널티 좌측 에어리어를 무시무시한 스퍼트로 주파하며 냅다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전한 것을.

촤라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후반전 38분에 기어이 팀에 선제 골을 선사합니다아아아아!]

[결승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와~ 환상적인 득점이에요! 호커스 포커스로 올센을 완벽히 속인 뒤 순식간에 박스 안으로 뛰어들어가 감아 차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골키퍼가 뛰쳐나오는 것까지 예상하고서 크게 감아 찼죠오!]

첫 득점이 물꼬가 트이는 득점이었다.

이후 후반전 41분엔 코너킥 상황에서 교체투입 된 소피안 부팔의 논스톱 슈팅이 추가 골로 연결.

후반전 43분엔 브뤼헤 골키퍼, 미놀레가 인구의 무시무시한 슈팅을 펀칭으로 쳐내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타앙-!

티잇-!

촤라아악~!

굴절된 공을 박스 안에서 기회를 엿보던 런던이 폴짝 뛰어올라 내리찍는 스탠딩 헤더로 마무리 지었다.

그렇게 경기는 0 : 3.

뉴캐슬의 완승으로 끝났다.

네이마르는 자신이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짜증이 치민 얼굴로 라커룸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웃통을 홀라당 깐 인구가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조용히 뒤따랐다.

< 163. 새로운 뉴캐슬 (8)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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