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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5. 새로운 뉴캐슬 (10)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65화 새로운 뉴캐슬 (10)
며칠 뒤.
애스턴 빌라의 홈구장 빌라 파크.
전반전 1분.
파이티잉! 애즈리이이이~!
꽁꽁 틀어막아 버려어어어!
펜스 가까이 있던 한 팬이 열렬하게 자신을 응원하고 있었다.
애스턴 빌라의 주장 애즈리 콘사의 발목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팬들의 응원은 없던 체력도 만들어내는 신기한 마법 같은 거였으니까.
두 동공은 홱홱 빠르게 나아가는 공을 바라보았다.
툭, 타앗-!
날카로운 시선 속엔 네이마르가 좌측면에서부터 공을 잡아 하프로 침투하는 게 보였다.
동시에 감독의 조언이 떠올랐다.
[패스보단 드리블로 쭉 치고 들어올 거다. 늘 그래왔듯이.]
그러니 아예 일부러 드리블 침투 공간을 비스듬히 내어주라고 하였다.
그럼 미끼를 문 물고기처럼 자신의 배후를 파고들 거라고.
순간 애즈리 콘사의 두 눈이 빛났다.
‘그 순간 어깨 푸싱으로 압박하라 하셨지...!’
드리블 능력이 출중한 반면 피지컬에서는 다소 밀리는 네이마르였기에 지속해서 거친 파울로 압박하라는 지침이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네이마르를 봉쇄할 수 있다고 말이다.
또 자신했다.
애즈리 콘사는 센터백 중에서도 반응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에 넓은 커버 범위를 자랑했으니까.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툭, 타앗-!
오오옷! 오오오옷!
네이마르가 좌측 하프를 넘어 중앙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애스턴 빌라의 미드필더, 더글라스 루이스를 깜작할 새 제쳤다.
발 빠른 팬텀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자마자 또 다른 미드필더가 뒤쪽에서 발을 뻗자 이번엔 엘라스티코로 속이기까지!
오오오옷-!
원정 서포터즈의 감탄이 터져나오는 순간이었다.
비틀-!
상대의 밸런스가 흐트러진 그 틈에 네이마르는 보다 깊숙이 중앙으로 파고들었으니까.
그리고 막 녀석이 페널티 에어리어로 쇄도하려는 참에 애즈리 콘사는 일부러 살짝 몸을 틀어 우측 공간을 내어주었다.
‘그래, 드루와!’
매번 그랬다.
네이마르는 이곳 뉴캐슬에서 팀플레이보단 개인 플레이를 일삼던 녀석.
특히 박스 부근까지 접근하면 열에 아홉은 자신이 득점을 해결하려 들었다.
‘웬만해선 슈팅이었지...!’
팀원들이 보다 좋은 위치에 있다 해도 말이다.
간혹 아예 자신이 내어준 공간 사이로 더 깊숙이 들어올 때도 있었지만 그거야말로 콘사가 바라던 바였다.
녀석이 바짝 붙어만줘도 충분히 밸런스를 깨뜨릴 자신이 있었으니까.
‘도중에 놈이 슈팅을 때려도 뭐...!’
동료들 또한 박스 안에서 이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
스윽-!
“...?!”
속도가 붙은 그대로, 네이마르는 애즈리 콘사가 열어준 배후로 침투하는 척, 쳐든 오른발을 왼발 뒤꿈치로 교차하듯 가져갔다.
“뭣...?”
언제든 튀어나가기 위해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콘사의 두 눈은 부릅떠졌다.
왼발 뒤꿈치를 교차하듯 지나간 오른발 콧발은 기어이 공의 정면부를 때렸다.
-라보나 패스였다.
투웅-!
콘사의 고개는 홱 돌아갔다.
두 눈은 당혹감에 크게 흔들렸다.
그도 그럴 게 슈팅이 아닌 땅볼로 빠르게 굴러가는 사이드 패스였으니까.
그리고 시선이 굴러가는 공의 끝에 도달했을 땐-,
타앙-!
촤라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 눈 깜짝할 사이 수비수 사이 공간으로 파고들어 왼발 다이렉트 슈팅을 구사합니다아아!]
[네이마르의 라보나 페이크에 지근에 있던 수비수들이 흠칫한 그 순간! 인쿠가 뒤쪽에서 어슬렁대다 공간 사이로 파고들었는데요!]
[네이마르의 패스를 원터치로 마무리 지은 인쿠 마아아아!]
[득점 후 곧장 네이마르를 향해 달려가 머리를 감싸...! 아니 때리네요!]
[아! 네이마르가 하지 말라고 두 손으로 밀어내는...! 그러거나 말거나 인쿠! 기쁨에 겨워하는 표정으로 네이마르의 머리를 마구 쥐어 잡고 장난스레 때립니다!]
[두 선수! 그새 친해진 건가요?!]
* * *
이른 시간 선제 골을 먹은 애스턴 빌라였지만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단지 의문인 것은 뉴캐슬이 이전과는 다른 팀플레이로 골을 넣었다는 것이었다.
처음 선수들은 그 부분에서 조금은 당혹스러워했다.
“직전 경기에서도 저 위치에선 무조건 슈팅을 때리기만 했잖아?”
“인쿠한테 패스를...?”
“fuck! 낚였어!”
리그를 비롯해 챔피언스 리그가 진행되는 동안 네이마르는 지독히도 패스하지 않는 선수였다.
어느 매체는 이색적인 기록을 공개한 바 있었다.
EPL 20개 팀에 속한 선수 중, 네이마르만큼 페널티 에어리어 안팎에서 패스를 구사하지 않는 선수도 없다고.
말 그대로 패스하지 않는 선수로 1등을 차지한 거다.
그렇듯 애초에 애스턴 빌라는 네이마르 맞춤 전술을 준비해왔다.
그가 드리블 침투로 깊숙이 들어오면서 슈팅이나 그 외 동료들에게도 찬스가 만들어지는 식이었다.
그러니 녀석만 마크하면 됐다.
하지만 예상은 철저히 빗나가버렸다.
애즈리 콘사로서도 당혹스러웠다.
‘거기서 그냥 패스도 아니고 라보나로 페이크를 주다니...!’
그 탓에 자신 뿐만 아니라 뒤쪽에 있던 수비수들마저 아예 밸런스가 깨져버렸다.
중간에 어떡해서든 발을 뻗어 공을 가로챌 마음마저 싹 식어버릴 만큼!
그러나 아직 시간은 많았다.
나아가 조금 전 네이마르의 팀플레이는 단순한 우연에 지나지 않았다고 스스로 판단내렸다.
열에 아홉 중, 단 하나 말이다.
그간 갖은 똥볼 슈팅 및 개인 플레이로 온갖 비난을 받지 않았던가?
사람이 하루 아침 사이에 바뀔 리가 없었다.
* * *
후반전 31분.
타아앙-!
[오를레앙 추아매니의 로빙 패스으으!]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페널티 아크 아래로 뚝 떨어졌다.
투욱-!
이를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있던 살로몬 런던이 헤더를 틀어 왼쪽으로 흘렸다.
툭, 탓-!
좌측 에어리어로 불시에 침투한 네이마르는 가슴 트래핑으로 한 번, 이어 발등 트래핑으로 두 번 공을 깔끔히 잡아냈다.
“어딜...!”
센터백 애즈리 콘사가 전방에서 달라붙는 그 순간엔,
스윽, 툭-!
오른발 스터드로 공을 긁어내듯 안으로 끌어당기더니 이내 아웃사이드로 우측 사이드 패스를 구사했다.
콘사가 중간 길목을 차단코자 힘겹게 발을 뻗었음에도 불구하고 닿지는 않았다.
“fuc...!”
콘사의 비틀린 입 밖으론 욕지거리가 슬며시 터져 나왔다.
툭-!
하필 또 우측 박스 안으로는 인구가 발을 들인 뒤였으니까.
다행이라면 파트너 센터백 타이롱 밍스가 뒷짐을 진 채 한 걸음 간격까지 좁혀 섰다는 거다.
스윽-!
인구가 오른발을 활시위처럼 뒤로 당긴 찰나엔 살짝 몸을 틀어 육탄방어 자세를 취했다.
툭-!
탄환처럼 쏘아진 오른발이 공의 우측면을 때리기 직전 급정거하듯 멈춘 것도 바로 그때였다.
몸을 비스듬히 틀었던 밍스의 눈 밑은 불편하게 꿈틀거렸다.
‘슈팅 페이크...!?’
그 생각대로였다.
스윽-!
밍스의 중심이 좌측으로 치우친 것을 본 인구가 1초도 안 돼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공을 툭 쳐 위치를 옮겼으니까.
채 0.2초도 안 되는 그 타이밍엔,
뻐엉-!
활짝 열린 공간을 향해 강력한 토킥을 때렸다.
촤라아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 밑에서부터 위로! 강력하게 솟구친 공이 우측 골망 상단을 시원하게 물결칩니다아아아!]
고작 몇 미터 거리. 발을 동동 구르던 골키퍼로선 몸을 던지는 시늉조차 하지 못하고 추가 골을 허용해버렸다.
그리고 이 득점은 인구의 해트트릭이었다.
더 나아가 해설진은 흥분에 겨워 외쳤다.
[미쳤어요! 뉴캐슬 유나이티드으! 최근 2연승 행진을 이어온 애스턴 빌라를 상대로! 그것도 원정 길에서 0 : 6 스코어를 만들어냅니다아아!]
[인쿠의 해트트릭! 그리고 네이마르의 멀티골! 살로몬 런던의 헤더 골로 애스턴 빌라를 완전히 침몰시킨 거나 다를 바 없죠오!]
[보십쇼! 아직 정규 시간이 꽤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애스턴 빌라 선수들..., 추가 실점에 두 발이 땅에 붙은 채 누구 하나 의지를 보이는 선수가 없잖습니까아!]
[특히 오늘 경기에서 인쿠는 네이마르에게서만 3개의 어시스트를 제공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네이마르 또한 인쿠에게 두 개의 어시스트를 선물 받았죠!]
[개인플레이를 일삼던 지난 라운드때랑은 확연히 달라진 두 콤비...!]
[일전에 네이마르가 인쿠에게 혼쭐이 났다던 소문이..., 사실이었던 걸까요?]
* * *
10월 14일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리그 10라운드 동안 7승 2무 1패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단 1패도 강팀 맨체스터 시티의 상대로 패배일 뿐.
그마저 원정길에서 3 : 2,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은 끝에 1점 차 패배에 지나지 않았다.
리그 순위 2위에 오른 만큼 팬들은 진정 뉴캐슬이 한층 더 빅클럽에 다가섰다고 믿었다.
- <인생은구만리> : 첼시- 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뉴캐슬로 이어진 부자 구단의 계보···!
- <통깁스품> : 와..., 불과 세 시즌 전에 챔피언십 리그에서 허덕거리던 그 팀이 맞아? 이렇게나 달라진다고...?
ㄴ <내이름은블루드래곤> : 인쿠, 네이마르만으로도 사실상 끝났지. 최전방 두 명만 해도 월클 그 잡체인데! >ㅡ
- <말디니뒤통수> : 솔직히 손흥빈, 해리 캐인 조합보다 네이마르, 인쿠 두 명 조합이 더 쎄보이고 있어 보여!
- <최신노트북조아> : 두 선수 말고도 팀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졌어. 아미르 라흐마뉘는 단단하고, 알폰스 대이비스는 뭐랄까? 전 시즌보다 더 사이드를 잘 뚫어버린다랄까? 힘이랑 속도도 더 붙은 것 같고!
ㄴ <달려라킴민재> : 이거 인정. 벤치 멤버도 전 시즌보다 수준 높아졌고, 일단 전 시즌 주전으로 뛰던 자말 라셀스가 벤치로 밀려남. 실력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경쟁력에서...!
ㄴ <밥디두> : 스밴 보트만 물건이더라. 아직 어려서 잔실수가 있긴 한데. 경험 쌓으면 진짜 괴물될 듯. 0.0!
시즌 초반과 달리 네이마르와 인구를 향한 팬들의 찬사는 끊이지 않았다.
- <밥줘용> : 손흥빈, 해리 캐인 뒤잇는 조합이 네이마르, 인쿠 마 아닌가?
- <올해56세> : 나 살다 살다 한국인이 네이마르랑 환상의 호흡을 보이는 날을 다 보게 될 줄이야;;;
- <해축인생12년차> : 내 장담한다. 향후 2년, 3년 안에 스티븐 재라드, 페르난도 토래스보다 위에 있는 듀오가 네인쿠일듯!
ㄴ <수아레스짱> : 네인쿠? 손케같은 거냐. ㅋㅋㅋㅋㅋㅋ
- <왼손수면마취> : 시즌 초반과는 진짜 확연히 달라졌네. 역시 사람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곤가...?
그도 그럴 게 두 선수는 고작 5라운드 동안 리그에서 10개의 합작 골을 만들어냈다.
이쯤 되자 팬들 사이에선 지난 날 런던의 폭로가 사실이었음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인구가 네이마르를 먼지 나듯 패서 팀플레이 능력을 극대화시켰다고 말이다.
시간은 좀 더 흘러 10월 17일.
챔피언스 리그 조별 3라운드, AC 밀란전이 도래했다.
< 165. 새로운 뉴캐슬 (10) > 끝
ⓒ 강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