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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6. 새로운 뉴캐슬 (11)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66화 새로운 뉴캐슬 (11)
짹짹! 짹짹!
화창한 오전.
반쯤 열린 베란다 창문 너머로 투명한 햇살과 함께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다.
거실 tv 화면 속엔 익숙한 월드클래스가 경기 전 인터뷰에 임하고 있었다.
그는 감독과 함께 자리했으며 인터뷰 내내 특유의 오만한 분위기를 발산해냈다.
“와아...”
소파 등받이에 편히 기대어 앉아있던 세나가 작게 입을 벌리며 감탄할 정도로 말이다.
그 모습에 그 옆자리를 꿰차고 있던 인구의 눈 밑이 찰나지만 약하게 꿈틀거렸다.
“왜, 세나야?”
굳이 물어도 보았다.
그러자 세나는 자그마한 손끝을 들어 tv 속, 월드클래스를 가리켰다.
“사자가태!”
“푸흣, 사자?”
인구는 왜인지 모르게 질투가 났지만 웃음으로 모면했다.
일전에 딸과의 대화도 떠올랐다.
[아빠는 사자가태!]
[사자?]
[웅, 강하고 늠름해! 특히 경기장에선 더더욱!]
[푸흣. 뭐 사자까지야. 난 그냥 우리 딸 아빠로 족한데? 세나 아빠야 말로 강하고 늠름한 거지!]
[크흡, 아빠아..., 감동이야!]
[흐헣.]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우리 딸 아빠로 족하다는 말에서, 설마 세나 안의 사자가 쥐도 새도 모르게 교체된 건지.
‘아, 아니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세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 끄덕거렸다.
“웅, 사자가태. 멋있어. 그냥 인터뷰 하는데도 막 포스가 이쒀.”
“내가 보기엔 그냥 겉멋만 잔뜩 든 것 같은데? 서른 넘어서야 사춘기 온 거 같기도 하고.”
“아니야. 저 사람은 그냥 멋진 사람인 거 가태.”
“...우리 세나. 저런 스타일이 멋져? 남자가 되가지고 말이야. 머리도 뒤로 꽁지처럼 묶고 댕기는데?”
“머리는 중요하지가 않아.”
“...”
“사실 머리도 멋진대? 어울리자나.”
“...”
차분하기 그지없는 세나의 어조에 인구는 입을 벙긋대며 tv 화면과 딸을 번갈아 봤다.
화면 속엔 다른 누구도 아닌 와인 같은 남자, 즐라탄 이브라히무비치가 인터뷰에 임하는 중이었다.
지금에선 뉴캐슬을 아주 오만한 표정으로 까고 있었다.
[뉴캐슬은 이 즐라탄을 영입해야 했습니다. 날 영입하지 않은 건 그들의 엄청난 실수에요.]
인구는 황당한 웃음을 머금었다.
지금 1인칭으로 답변을 하고 있잖나.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초창기 자본을 등에 업은 파리 생제르맹이 이 즐라탄을 영입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럼 분명히 뉴캐슬은 지금보다 더 높은 성적을 거뒀을 겁니다.]
피식하니 웃는 즐라탄을 보며 옆에 앉아있던 세나는 짝짝! 소리나게 박수를 치며 감탄을 이었다.
“멋져, 멋져!”
“...저게 뭐 멋있다고. 그냥 자뻑인 것 같은데.”
인구는 작게 투정을 부렸다.
세나가 다른 이를 칭찬할 때면 요상하게 질투가 났다.
특히 상대가 같은 직장인(축구선수)이라면 더욱 더.
더욱이 놈은 이제 자신마저 양파껍질 벗기듯 까내리고 있었다.
[어떤 언론에선 나와 인쿠를 비교하곤 하는데..., 이건 이 즐라탄에겐 실례입니다. 녀석은 이제 막 시작 단계고, 나는 정점을 수도 없이 찍어왔으니까. 그러니 녀석과 날 비교하려면 최소 10년은 더 지나야 봐야지. 안 그래요?]
[인쿠와 네이마르를, AC 밀란 선수들이 적절히 봉쇄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어떤 언론에선 밀란이 옛날 말디니, 티아구 실바가 있던 시절보단 수준이 떨어졌다고도...,]
[내가 있는 이상 AC 밀란은 강팀입니다. 그건 불변의 법칙 같은 거지. 아마, 모든 이탈리아인이 그렇게 여길 거야.]
즐라탄은 본인의 답변이 만족스러웠는지 슬그머니 하얀 이를 드러내며 거만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빠를 까는 즐라탄에 은근 세나가 화를 내기를 바랐지만, 사랑스럽고 귀여운 천사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다시금 감탄을 터뜨렸다.
“전사가태! 밀라노의 전사! 듬직해!”
“그냥 재수 없는데...,”
작게 속닥거린 인구는 이내 턱을 긁적대며 반박했다.
“쟤 은근 부상병동이야. 몇 달전에도 무릎 부상으로 아웃됐다가 최근에 복귀했는걸.”
“하지만 즐라탄은 말해쒀. 사자는 인간처럼 회복하지 않는다구.”
“...우리 세나. 즐라탄 팬이야?”
실제로 즐라탄이 한 말이기도 했다.
맨유 시절 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했을 때 저 녀석은 고작 7개월만에 복귀했으니까.
그리고 세나가 한 말과 똑같이 인터뷰에 임했었다.
그런 세나는 자신의 설마 싶은 질문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웅! 웅! 나 밀란 경기 이번 시즌부터 보기 시작해써! 즐라탄 너무 잘해! 상대를 그냥 찍어눌러!”
“그건 아빠도...”
“존재 자체가 맹수가태. 주변에 있는 선수들은 다 초식동물인 것 같구.”
“그건 아빠도 그럴...,”
“즐라탄은 최고의 선수 중 하나야. 매시, 로날두 없었으면 즐라탄도 발롱도르 탔을 텐데. 히잉. 아빠두 그러케 생각하지? 웅?”
꿀 떨어지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답을 구하는 세나에 인구는 마지못해 어색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허헣..., 그, 그렇지?”
한편 끝에서 즐라탄은 으르렁대듯 코잔등을 다 찡그려가며 말했다.
[밀라노가 곧 AC 밀란이지. 아니, 이탈리아가 AC 밀란이야. 그런 팀을 상대로 고작 뉴캐슬 따위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 미리 패배를 확정 짓고 경기에 임하는 게 좋을 거야. 그게 마음 편할 테니.]
“...”
카메라를 똑바로 보고 말해서인지, 인구 자신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는 것도 같은 느낌이었다.
나아가 저 오만방자하고도 재수 없는 모습에 인구는 다짐했다.
우리 딸의 마음을 훔친 저놈을 상대로 확실히 승리를 점해야겠다고 말이다.
‘그 뒤에 신랄하게 입을 터는 거지.’
그러다 문득, 인구는 살짝 기대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아빠가 멋져, 아니면 저 삼촌이 멋져?‘
그래도 결국은 아빠가 1순위이지 않을까 싶었다.
‘무조건이지. 무조건이야.’
항상 세나는 자신을 향해 엄지를 쳐들며 멋진 아빠! 사랑스러운 아빠! 라며 칭찬을 해주곤 했으니까.
불과 며칠 전 있었던 경기를 TV를 통해 재방송을 보고도 그랬다.
[아빠는 최고야, 네이마르가 이제 아빠를 따르고 있자나! 마찌?]
[웅, 마찌!]
[역시..., 아빠가 짱이야! 아빠는 멋져! 세상에서 제에에에에~ 일!]
[흐허헣!]
또 내일이 경기인 만큼 세나의 응원을 받고 싶었다.
‘우리 딸 말해주렴. 내가 더 멋지다구! 아니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구.’
그 말 한마디면 과할 정도로 족했다.
스윽.
곧 세나는 이쪽을 돌아보고는 특유의 반달 눈웃음을 지으며 답해주었다.
“이기는 쪽이 더 멋있는 고지. 헤헷. 지면 그냥 목덜미 콱 물리는 고야. 초식동물처럼! 그게 자연의 법칙인 거구!”
“...?”
우리 세나..., 그새 맹수의 왕국이라도 시청한 걸까?
* * *
챔피언스 리그 조별 3라운드를 앞두고 양 팀 팬들은 고대하고 또 고대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자가 C조에서 확실한 조1위로 올라서기 때문이었다.
- <말디니뒤통수> : AC 밀란도 그렇고 뉴캐슬도 그렇고 확실히 신구 조화가 좋더라.
ㄴ <난인테르팬> : 밀란엔 즐라탄도 즐라탄이지만 하파앨 레앙이라는 신성이 꽤 플레이가 살벌하던데? 빠르고, 강력함!
ㄴ <밀라팬입니다> : 오! 이 친구 축구 좀 볼 줄 아네. ㅋㅋㅋㅋㅋ 하파앨 레앙이 진짜 물건이야. 아마 얘 조만간 성인 국대도 승선해서 날아다닐걸?
- <인쿠횽> : 뉴캐슬엔 네이마르, 인구! 밀란은 즐라탄, 레앙만 조심하면 되는 건가?
ㄴ <인생은구만리> : 크으..., 어느새 뉴캐슬이 밀란이랑 비교되고 있네.
- <점심은한식뷔페> : 님들은 누가 이길 것 같음???
ㄴ <웨힌루니> : 내 생각엔 뉴캐슬 홈이니 뉴캐슬이 근소 우위 점하지 않을까 싶은디.
ㄴ <해축인생20년> : 놉. 해축인생 20년 차가 보기에 이건 역배다! 즐라탄 한 골, 레앙 한 골, 인구 추격 골, 네이마르 동점 골까지 갔다가 후반전 80분 이후에 태오 에르난데스한테 한 골 더 먹히고 2 : 3! 뉴캐슬 패배임. 딱 봐라. 이 글은 성지글이 될 테니까.
ㄴ <토토충> : 역배라는 거 보니까 해축 인생이 아니라 도박인생 아님? ㅋㅋㅋㅋ
- <앨런시어러> : 중립 입장에서 보면 보면 네이마르, 인쿠 있는 팀이 우위 아닌가? 즐라탄은 이미 저무는 해고. 래앙이랑 디아즈는 너무 어려. 반면에 네이마르랑 인쿠는 지금 그냥 최전성기 나잇대잖아. ㅋㅋㅋㅋㅋ 내 말이 틀림?
언론에서도 의견은 크게 갈렸다.
[챔피언스 리그 C조 예측..., AC 밀란 접전 끝에 승리 예상!]
[뉴캐슬 유나이티드! 홈에서 밀란 상대로 확실한 우위 점할 것!]
[치열한 공방 주고받은 끝에 뉴캐슬 승리 예상!]
[정통 명가 밀란! 과거의 영광 재현 기대...! 그 세 번째 제물은 뉴캐슬 유나이티드!]
[네이마르, 인쿠 듀오! 애스턴 빌라전에서부터 최상의 조화 보여줘...! 팬들 ‘밀란전도 기대해!’]
절반에 달하는 언론은 뉴캐슬의 승리를 점친 반면, 또 절반에 달하는 언론은 밀란의 승리를 점쳤다.
이는 두 팀 다 올시즌 성적이 좋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밀란이야 이전만 못 한 명성을 지니고 있지만 올 시즌 10경기에서 7승을 기록하며 리그 2위에 올라선 것이다.
특히 밀란엔 하파앨 레앙, 태오 에르난데스, 프랑크 캐시에, 돈마룸마, 디오구 달룻 같은 젊고 강력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다.
* * *
10월 18일 경기 당일.
뉴캐슬의 홈구장에 발을 들이는 양 팀 선수들을 보며 해설진은 흥분된 얼굴로 중계를 이어갔다.
[먼저 홈팀 뉴캐슬 유나이티드입니다!]
뉴캐슬은 간만에 4-2-3-1 플랜을 꺼내 들었다.
[최전방 인쿠 마!]
2선은 네이마르, 살로몬 런던, 루카스 오캄푸스.
[중앙 미드필더엔 소피안 암라바트, 오를래앙 추아매니!]
포백은 알폰스 대이비스, 스밴 보트만, 아미르 라흐마뉘, 디안드루 예들린.
[골키퍼 장갑은 조던 빅포드가 착용했습니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7승 2무 1패를 기록하는 데 크게 일조한 선발 라인업이죠오!]
[맨체스터 시티 다음 가는 최고의 선발 라인업이기도 합니다!]
이에 맞서는 AC 밀란은 4-3-3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쓰리톱에 하파앨 레앙! 즐라탄 이브라히무비치! 브라힘 디아즈!]
미드필더 자리엔 산드루 토날리, 프랑크 캐시에, 하칸 찰하노글루가.
[포백은 태오 에르난데스! 마태오 가비아, 시몬 키에르, 디오구 달룻!]
[골키퍼 장갑은 잔루이지 돈마룸마가 착용했습니다!]
[베테랑 즐라탄 이브라히무비치를 필두로 좌우로 젊고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들이 선발로 출전하는군요!]
[이탈리아 리그에서 최근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신예들이죠!]
해설진의 말처럼 하파앨 레앙과 디아즈는 같은 99년생이었다.
그 외 토날리는 2000년생, 돈마룸마와 마태오 가비아는 99년생이었고 말이다.
이들 모두 올 시즌 선발로 꾸준히 투입되어 밀란의 순위 상승에 큰 기여를 하기까지-!
[선발 라인업만 보자면..., 늙은 구단이라는 말도 이제 옛말입니다!]
해설진이 중계를 이어가고 이어간 끝에, 삐이이이이이-! 주심은 휘슬을 불며 경기 시작을 알렸다.
< 166. 새로운 뉴캐슬 (1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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