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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8. 새로운 뉴캐슬 (13)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68화 새로운 뉴캐슬 (13)
양 팀 스코어 2 : 2
후반전을 앞두고 양팀 선수들이 라커룸을 빠져나와 그라운드로 발을 들였다.
‘씨발.’
그 중 네이마르는 힐끗 힐끗 한 선수의 눈치를 살폈다.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마인구는 하프라인 뒤에 위치하자마자 제자리에서 가볍게 다리를 풀어주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전반전 종료 직전때와 같이 마냥 밝지가 않았다.
‘턴 오버를 많이 했나...?’
제 발 저린 네이마르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확실히 전반전만 하더라도 자신은 7번이 넘는 턴 오버를 허용해버렸다.
‘원래 그렇게 끌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인구의 참교육 이후부터는 개인 플레이보단 팀플레이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팀보다 위대한 건 없으니까.’
스스로는 인구의 참교육보단 깨달음에 의한 변화라고 주장해왔지만 말이다.
‘그게 더 효과적이기도 하고.’
오늘 경기에서도 네이마르는 간결한 드리블 후 열린 공간으로 팀 동료에게 패스를 주고자 노력하는 중이었다.
단지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
‘압박이 너무 거세다.’
스윽.
곧 그는 고개를 돌려 전방에 자리한 밀란 선수들을 보았다.
시몬 키에르부터 디에고 달룻, 더 나아가 미드필더인 프랑크 캐시에, 하칸 찰하노글루까지 기막힌 타이밍에 자신을 봉쇄해왔다.
그 탓에 패스할 순간마다 공을 강탈당하며 도리어 역습을 허용했다.
밀란에게 실점한 두 골 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거고 말이다.
외적으로 본다면 딱...,
‘또 나 혼자 욕심내다 빼앗긴 거 같잖아.’
어째선지 지난 날, 화장실 사건이 다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날 인구의 섬뜩한 웃음과 나직을 가장한 공포스러운 목소리마저 고막을 울렸다.
[우리 네이마르. 패스 좀 하게 발목 좀 비틀어서 교정 좀 해줘야겠네? 그치? 맞지? 네가 문제가 아니라 네 발목이 문제인 거 맞잖아. 그럼 네 발목만 조지면 되는 거잖아. 그치? 맞지?]
네이마르의 생각과 달리 인구는 전반전 경기를 통해 한 눈에 파악한 상태였다.
‘이 새끼들, 철저하게 대비했어.’
똑똑히 봤다.
전반전 내내 네이마르가 공을 잡는 시점부터 밀란 선수들은 드리블 침투로를 차단하고 나섰다.
그 탓에 네이마르는 얼마 못 가 공을 빼앗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암만 월클이라고 해도 작정하고 여럿이 막아서면 답이 없는 법이니까.’
거기에 더해 다른 일부 선수들마저 봉쇄당했다.
‘맨 마킹이 아닌 사전 위치선정으로.’
뉴캐슬의 공격 시 밀란은 포백부터 미드필더, 더 나아가 윙 포워드까지 내려앉아 수비 시 좋은 위치 선정을 점하고 나섰다.
때로는 오! 싶은 지능적인 플레이도 구사했다.
‘아예 특정 공간을 일부러 내주어서 그 길로만 파고들게 만들었어.’
말 그대로 그곳은 함정이었다.
상대를 보다 구렁으로 몰아낼 수 있는 공간.
또는 여러 코스가 아닌 오직 한 가지 코스만 있는 미약한 찬스 루트.
이에 대비한 밀란은 손쉽게 차단해냈고 말이다.
‘앞선 뉴캐슬의 두 골은···. 결국 역습으로 만들어진 거고 말이야.’
결코 네이마르나 다른 선수들이 못하는 건 아니었다.
밀란의 수준이 높은 거고 또 뉴캐슬을 상대로 맞춤 전술을 준비해온 것뿐.
그리고 느꼈다.
‘이대로 가다간 둘 중 하나겠네.’
양 팀 모두 아예 라인을 내려 앉혀 역습에만 치중하게 되면 다득점, 또는 이대로 무승부로 끝날 확률이 높았다.
토너먼트 라운드, 그것도 홈에서 이미 2실점을 허용했다는 것부터가 인구로선 기분이 나빴다.
‘조 1위로 올라가야 그래도 맘 편하잖아.’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만큼 조 1위로 올라가 비교적 약한 상대와 16강전을 치르고 싶었다.
일종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와도 엇비슷했다.
또 1위로 올라가야 세나가 크게 기뻐할 터.
‘다 늙은 즐라탄이 있는 팀한테 무승부나 지는 건 말도 안 되지!’
꽈악-!
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생각은 길지 않았다.
“얀마.”
“...나?”
후반전 킥오프를 앞두고 네이마르가 흠칫하더니 이쪽을 돌아봤다.
인구는 양손을 허리에 얹은 채로 고개를 짧게 주억대곤 말했다.
“드리블 치지마.”
“...뭐?”
“드리블 치지 말고 그냥 공 잡으면 무조건 슈팅 때리거나 패스해. 살짝 내려 앉아있으면 그냥 롱볼 띄워.”
“아니, 그...!”
“그냥 띄워.”
“으, 응.”
언제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지고 들던 네이마르가 이제는 아무런 반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은 살짝 불만이었지만···. 어쨌거나 매가 약이었다.
물론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캐빈 더 브라이너보다 네가 더 플레이메이킹 잘해. 너 월클이잖아. 그러니 드리블러 말고 오늘은 패스를 중심으로 한 플레이메이커처럼 뛰어 봐.”
“아 뭐. 걔보단 확실히 내가 낫긴 하지.”
씰룩, 씰룩.
새끼. 아닌 척하지만 금세 입꼬리가 우쭐하니 씰룩거린다.
* * *
네이마르의 능력은 단순 드리블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좌우 전환 패스, 크로스 및 컷백 나아가 정확성 높은 원터치 패스도 곧잘 구사했으니까.
그렇듯 인구는 네이마르를 살짝, 낮은 위치로 내려 앉혔다.
그리고 보았다.
저벅, 저벅.
그 근처에서 네이마르를 적절히 마크하던 디오구 달룻과 하칸 찰하노글루가 간격을 조정하는 것을.
그 덕에 밀란의 뒷공간이 살짝이지만 열렸다.
씨익.
인구의 입꼬리가 살며시 끌어 올라갔다.
‘존재 자체만으로 어그로네.’
팀에 월클이 있다는 건 확실히 이점이었다.
놈이 부진해도 상대는 90분 내내 신경 쓸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네이마르가 내려앉은 대신, 그는 아예 최전방 밀란의 수비 라인 선상에 걸터 위치했다.
이유야 간단했다.
후반전 12분.
뻐어어엉-!
[오옷! 네이마르으으으!]
급작스러운 전개에 해설진은 외쳤다.
좌측 사이드라인과 하프라인이 맞닿는 지점까지 내려갔기에 밀란 선수들은 네이마르가 공을 잡아도 곧바로 압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또다시 패착으로 이어졌다.
툿, 툿!
제자리에서 공을 몇 번 건드린 네이마르가 밀란 선수들 너머 공간을 보더니 냅다 오른발을 휘둘렀으니까.
“미친...!”
네이마르를 불과 세 걸음 거리에서 견제하던 미드필더 하칸 찰하노글루의 고개가 홱 뒤로 돌아갔다.
처음엔 단순 롱볼이라 여겼지만 두 눈은 이내 부릅떠졌다.
투웅-!
[오오오옷! 인쿠우우!]
해설진은 다시 한번 감탄에 겨워 외쳤다.
네이마르의 로빙 패스와 동시에 수비라인에 걸쳐 있던 인구가 튕겨 나간 고무줄처럼 박스 안으로 튀어 나간 거다.
실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쏴아아아 아아아-!
한 템포 늦게 이를 인지한 시몬 키에르는 이를 악물며 측방에서 온 몸을 던지듯 슬라이딩 태클을 가했다.
삽시간에 공이 인구의 머리를 넘어 그 한 걸음 앞에 떨어졌으니까.
‘이판사판이야...!’
이대로 녀석이 공을 꿰차게 허용한다면 100% 실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아예 슬라이딩 태클로 차단하고자 한 것이다.
최대한 공만 건들어 상대의 찬스를 무산시키기를 희망하며...!
허나 바람은 바람에 지나지 않았다.
툭!
폴짝!
인구가 태클이 들어갈 타이밍에 낙하한 공을 살짝 건드려 앞으로 전진. 이어 속도가 붙은 그대로 점프해 피해냈다.
시몬 키에르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씨...!”
욕도 채 끝맺지 못했다.
투웃-!
직후 인구가 달려 나오는 골키퍼와 채 4걸음 거리에서 오른발 콧발로 슈팅을 때려버렸으니까.
그걸로 끝이었다.
골키퍼가 손을 뻗었으나 공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그 손끝을 피해 아예 우측 포스트 상단으로 휘어져 들어갔으니까.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해트트릭! 해트트릭입니다아아아아!]
[AC 밀란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만들어내는 인쿠 마아아아!]
[직전 네이마르의 파이널 서드로 직결하는 어시스트도 굉장했는데요!]
[두 월드클래스의 환상적인 콤비플레이에 또다시 일격을 허용하고 마는 AC 밀라아아안!]
[스코어 3 : 2! 경기를 리드를 가져가는 홈 팀 뉴캐슬 유나이티드으으!]
* * *
실시간 경기를 시청 중인 팬들은 또다시 리드를 점하는 뉴캐슬에 즐거워했다.
특히 인구를 향한 칭찬은 끊이지가 않았다.
- <인생은구만리> : 인쿠 해트트릭 미춌네!!!! 와...!
- <자말은주장> : 월클이다. 진짜 월클이야! 혼자서 밀란 상대로 3골 몰아치는 거 실화야? 응?
- <알폰스는빨라> : 인구랑 네이마르 조합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 몇 년 후면 손케보다 더 많은 득점 기록하겠는데?
- <킴민재> : 지금 인구횽 3골, 네이마르 3어시스트. 어시스트 3개 다 인구가 득점으로 만듦. 이거 실화? ㅋㅋㅋㅋㅋ
- <왼손수면마취> : 이거 이대로 안 끝난다. 최소 4 : 2 또는 5 : 3으로 마무리될 듯. 인구랑 네이마르가 너무 잘해!
물론 원정길에 3 : 2 스코어를 기록 중인 만큼 로쏘네리로서도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
오히려 뉴캐슬을 까내렸다.
- <밀란은밀란이다> : 원정에서 두 골 실점하는 거면..., 역으로 우리 홈으로 하면 개발리겠네. ㅋㅋㅋㅋㅋ
- <내안의작은아이> : 오늘 경기를 통해 확신함. C조 1위는 AC 밀란이야. 오늘 경기 져도 다음 원정에서 한 4 : 1, 5 : 2로 우리가 이길 거거든!
- <한국인아닙니다> : 좃같은 인구만 없었어도 오늘 경기도 밀란이 이기는 거였는데..., 깝...!
* * *
후반전 37분.
뻐어어어엉~!
밀란의 신성 산드루 토날리가 좌측 하프에서부터 전진하다 말고 문전을 향해 얼리크로스를 올렸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힘껏 점프해 머리를 들이민 라흐마뉘를 그대로 지나쳐-!
타앙-!
박스 안으로 발을 들인 순간 몸을 급히 틀어 시저스킥을 구사한 즐라탄의 발끝에 정확히 걸렸다.
“헉...!”
골키퍼, 조던 빅포드는 즐라탄이 등진 채 때린 공이 크로스바 높이로 날아왔다 뚝 떨어지자 기겁하며 좌측으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그 손끝은 아슬아슬하게 공의 옆면을 건드리긴 했으나 걷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올! 즐라탄 이브라히무비치이이이이이! 원더 골! 원더 골입니다아아아!]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뉴캐슬의 골망을 물결쳤어요오오오!]
[후반전 37분에 터진 득점! 경기는 다시 원점입니다아아!]
[아! 알 수 없네요! 경기의 승패를 알 수 없을 만큼 양 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아아아!]
원정 서포터즈들은 마치 클럽에 오기라도 한 양 방방 날뛰며 즐거워했다.
이에 답하듯 즐라탄은 이동없이 제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는 활시위를 당기는 세레머니를 선보였다.
씨익-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자뻑 표정과 함께.
한편에서 인구는 와락 찡그린 얼굴로 투덜거렸다.
“아니, 염병하네. 진짜.”
이렇게 경기가 끝난다면 세나가..., 즐라탄을 더 좋아하게 될 게 뻔하잖아.
< 168. 새로운 뉴캐슬 (1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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