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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 새로운 뉴캐슬 (15)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70화 새로운 뉴캐슬 (15)
뉴캐슬의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애초 챔피언스 리그 조별 경기에서 초반 3연승을 챙긴 뉴캐슬은 이후로도 남은 3경기에서 전승을 취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6전 전승을 기록하자 언론과 여론은 난리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리그에서도 17라운드 동안 14승 2무 1패만을 기록하며 압도적 전반기 성적을 기록해낸 것이다.
뉴캐슬로선 EPL 전 시즌을 통틀어 최고의 성적이라 자랑할 만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리그 1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모두의 예상처럼 맨체스터 시티가 15승 1무 1패만을 기록하며 리그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툰들은 최근 몇 주간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 맨체스터 시티 그다음이 우리 뉴캐슬 유나이티드라니...! 크으!
-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아스널, 토트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거기에 첼시, 리버풀까지 우리 밑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
- 솔직히 지금 성적이면 우승도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데?
ㄴ 맞아. 맨시티랑 승점 차라고 해봐야 겨우 2점 차잖아!
ㄴ 3위 아스널, 4위 리버풀은 각각 우리랑 4점 차, 5점 차지! 토트넘이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저 멀리 있고. 첼시는..., 으흠!
ㄴ 첼시 서포터즈인데 아자르 가고 첼시 망한 듯. 웃긴 건 아자르도 첼시 떠나고 망한 듯...
- 가즈아 툰! 더 높이! 더 높이 올라가는 거야아아아!
- 순위는 2위지만 객관적으로 판단하건대 팀 퍼포먼스는 우리가 좀 더 좋은 듯?
ㄴ ‘우리’ 라고 한 것부터가 전혀 객관적이진 않아. 그래도 툰 파이팅~!
인구와 네이마르를 향한 찬사는 몇 달째 끊이지 않았다.
비록 시즌 초반 손발이 맞지 않은 호흡에 우려를 가지기도 했으나 그때 그 ‘사건’ 이후 두 선수는 누구보다 좋은 콤비 플레이를 뽐낸 거다.
리그 18라운드, 레스터시티를 상대로도 두 선수의 퍼포먼스는 엄청났다.
* * *
12월 20일.
리그 18라운드 레스터시티의 홈.
뉴캐슬과의 경기를 앞두고 순위 9위를 기록 중인 만큼 레스터시티 서포터즈는 더 큰 열망을 드러냈다.
보다 더 승점을 차곡차곡 쌓아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더 나아가 유로파 리그 티켓을 따내는 것.
그렇기에 오늘 뉴캐슬과의 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선수들 역시 어느 때보다 의지를 다졌고 말이다.
하지만 후반전 17분.
네이마르가 왼쪽 하프에서 공을 잡자마자 상대가 전방에서 태클을 뻗어왔다.
그 순간 네이마르는 오른발 슈팅을 때리는 척, 돌연 공을 쓸듯이 지나쳐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바깥으로 차 냈다.
툭, 타앗-!
[오옷 네이마르으!]
어김없이 해설진이 감탄을 터뜨렸다.
간단한 동작에 스탠딩 태클을 가했던 상대가 움찔하는 사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네이마르가 빈공간으로 파고들었으니까.
투욱-!
이어 네이마르는 반대편 하프에서부터 올라가던 인구를 향해 사이드 패스를 찔렀다.
“막아아아!”
레스터시티 센터백, 찰라르 솬지가 버럭 외쳤다.
공을 잡은 인구가 그대로 인스텝으로 툭 차 전진 드리블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다다다!
동료의 외침에 따라 우측면에서 풀백 재임스 저스틴이 몸통박치기를 가하듯 달려들었다.
툭-!
반걸음 차까지 좁혀진 순간엔 다시 인구가 좌측 하프로 사이드 패스를 찔렀다.
[오옷! 인쿠에서 네이마르으!]
해설진은 엉덩이를 들썩였다.
투욱-!
채 1초도 안 돼 네이마르가 에어리어를 넘어서기 직전 또다시 인구에게 사이드 패스를 흘렸으니까.
투웅-!
페널티 박스까지 뒷걸음질 치며 내려앉은 찰라르 솬지가 뛰쳐나간 것도 그때였다.
‘지금이야!’
그 입장에선 인구가 슈팅을 때리리라 확신했다.
예상대로 우측 페널티 에어리어에 발을 디딘 인구가 왼발을 힘껏 활시위처럼 뒤로 당겼다가 말고 앞으로 쏘았다.
솬지의 두 눈이 번뜩였다.
‘슈팅이야!’
쏴아아 아아아-!
판단과 동시에 솬지는 그와 두 걸음 거리에서 옆으로 슬라이딩했다.
몸으로라도 인구의 강력한 슈팅을 튕겨내고자 한 것이다.
놈의 매서운 시선은 오직 골망을 향해 있었다.
그러나 인구의 쏘아지듯 휘두른 왼발이 공 끝에 닿았다 싶은 순간, 솬지의 미간은 꿈틀거렸다.
스윽-!
“뭔...?!”
자기도 모르게 벌어진 입에선 얼빠진 소리가 튀어나왔다.
강력하게 쏘아진 왼발이 기어이 공을 지나쳐 한 걸음 앞에 놓였으니까.
대신, 디딤발 역할을 하던 오른발이 앞으로 살짝 들렸다가 말고 뒤로 홱 당겨졌다.
투욱-!
[오오오오오오옷! 인쿠우우우! 노룩, 아니 슈팅 페이크으....! 오른발 뒤꿈치로 공을 좌측면 뒤쪽으로 흘립니...!]
흥분에 겨운 해설진은 채 말을 끝맺지 못했다.
인구가 뒤로 공을 흘린 그곳엔 어느덧 네이마르가 당도해있었으니까.
뻐엉-!
촤라아아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네이마르으으으으으으~!]
[환상적인 득점이 터졌습니다 아아!]
[두 선수가 만들어낸 합작 고오오오오올!]
[핀볼처럼 서로 공을 주고받으며 레스터시티 진영을 삽시간에 궤멸시켜버린 인쿠마! 그리고 네이마르으으으!]
득점에 성공한 네이마르는 기쁨에 겨워하며 제일 먼저 인구를 향해 달려갔다.
“인쿠우우우우!”
폴짝!
한 걸음 앞에선 아이처럼 천진한 미소와 함께 뛰어올라 인구에게 와락 안겼고 말이다.
이어서 동료들도 달려와 두 선수를 중심으로 서로를 끌어안으며 즐거워했다.
반면 찰라르 솬쥐를 비롯한 레스터시티 선수들은 후반전 18분대부터 맥이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은 시간이 30분 가까이 남았음에도 누구도 팀원에게 의욕을 불어넣지 않았다.
레스터시티 감독마저도 패잔병 같은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게 이번 골로 현재 스코어는 7 : 1이었으니까.
딱 잘라 말해 네이마르의 해트트릭, 그리고 인구의 포트트릭으로 일찍이 경기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 * *
리그 18라운드 동안 인구는 27골이라는 경이적인 득점을 뽐냈다.
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다.
[인쿠! 이번 시즌도 득점왕은 따놓은 단상?!]
[단독 질주 중인 인쿠 마! 2위 해리 캐인보다 7골이나 많아...!]
[전반기 만에 27골 기록 중인 인쿠 마! 리오넬 매시, 크리스티아누 로날두를 뒤잇는 득점머신!]
네이마르를 향한 찬사도 이어졌다.
[네이마르! 벌써 리그 12도움 기록!]
[캐빈 더 브라이너보다 도움 개수가 5개나 많아...!]
언론이 이처럼 두 선수를 더욱 주목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두 선수가 올 시즌 동안에만 합계 18개의 합작 골을 기록해낸 것이다.
인구가 네이마르에게 제공한 어시스트는 8개.
그리고 네이마르가 인구에게 제공한 어시스트는 10개.
이는 엄청난 성적이라 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이후 한 시즌 골 합작 1위는 기존 앨런 시어러와 크리스 서턴의 13골이었으니.
이를 네이마르와 인구는 서로 손발을 맞춘 지 한 시즌도 되지 않아 월등히 뛰어넘은 것이다.
두 선수만 주목받는 건 또 아니었다.
성적이 좋은 만큼 언론이며 여론은 선발진뿐만 아니라 교체로 출전하는 몇몇도 아낌없이 호평을 해주었으니까.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스밴 보트만은 진짜 뉴캐슬을 10년간 책임질 수 있는 센터백이 될 수 있을 거 같아!
ㄴ 보트만..., 아직은 판단이 조금 부족할 때가 있긴 한데, 그건 시간이 차차 해결해줄 문제고. 그 외 능력은 인정!
- 아미르 라흐마뉘만큼 질 좋은 패스 제공해주는 센터백 봤어? 응?
- 조던 빅포드 오고 나서 골 먹히는 일이 흔치 않아졌어. 못 막을 것도 다 막더라.
ㄴ 컵대회에서 두브라파카도 꽤 잘해주던데. 솔직히 두 골키퍼 다 누구 나와도 자기 몫은 다 해내는 선수들이야. 단지 감독 취향 차이로 갈리는 정도?
- 살로몬 런던 이 새끼는 갈수록 헤더 머신이 돼가는 듯? 얼마 전 경기 보니까 헤더로 아웃프런트 때려 버리던데? 상대 골키퍼가 골 먹히고 황당하게 쳐다보더구먼.
* * *
팀 성적이 좋다고 해서 모두가 마냥 기쁜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선수가 영입되면 경쟁은 필수 불가결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경쟁에서 패하면 기존 주전이 벤치로 밀려나는 일도 허다했다.
일부는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또 일부는 그렇지 않았고 말이다.
특히 팀의 주장이자 매 시즌 거의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던 자말 라셀스라면 특히나 더.
“후우.”
1993년생인 그는 짧게 숨을 토해냈다.
오후가 다가고 노을 진 하늘이 내려앉은 저녁이 되어가는 중에도 그는 훈련장 한편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만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콘과 스텝레더를 활용한 개인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고 말이다.
“후우...”
주홍빛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 입 밖으론 또다시 맥빠진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유야 간단했다.
‘더는 선발로 뛰기는 어려운 건가.’
전 시즌만 하더라도 그는 리그에서 전 경기를 소화할 만큼 팀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거기다 팀의 주장.
하지만 올 시즌, 리그에서 18경기 동안 그가 출전한 횟수는 고작 4경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3경기 선발, 2경기 후반전 종료 직전 시간끌기용으로 교체.
“컵대회선 선발로 자주 나서긴 했다만...”
그건 그것대로 자존심이 상했다.
결국은 주전 자원들 체력 안배 차원에서 2군으로 분류돼버린 자신이 대신 출전한 격이었으니까.
“후우...”
이제 한숨은 습관이 되었다.
무엇보다 더는 의욕이 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현 뉴캐슬 내에서 경쟁은 더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명확히 말한다면...,
‘이길 수가 없어.’
라셀스의 표정에 우울감이 밀려들었다.
1994년생.
센터백으로서 그렇게 나이가 많다고는 불 수 없었다.
문제는 실력이었다.
경쟁 상대인 스밴 보트만, 아미르 라흐마뉘는 실로 엄청난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었으니까.
“나와는 비교도 안 되게 말이야.”
벤치에 앉아 그들의 경기를 볼 때면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하곤 했다.
아미르 라흐마뉘의 어마어마한 키패스.
그리고 강력한 제공권 경합.
아직 2000년생인 스밴 보트만 역시 잠재력이 무궁무진해 보였다.
일단 195㎝라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뉴캐슬 내 가장 빠른 스피드를 지닌 센터백이었다.
“배후 공간 털려도 금방 따라붙어서 걷어내 버리더만.”
레스터시티전에서도 그랬다.
외에도 녀석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피지컬을 활용한 제공권 장악력이 엄청났다.
“어쩔 땐 라흐마뉘보다 더 듬직할 때가 있을 정도로 말이야.”
반면 자신은...,
“...”
라셀스의 입매가 축 늘어졌다.
두 선수와 수어 번, 수십 번 비교해봐도 딱히 그들을 뛰어넘는 장기랄 게 없었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여기서 뭐해?”
순간 흠칫한 라셀스는 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았다.
이내 그 입가엔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오늘따라 웬일인지 집으로 일찍 귀가했던 인구가 그새 스포츠 백팩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타난 것이다.
< 170. 새로운 뉴캐슬 (15) > 끝
ⓒ 강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