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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71화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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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1. 새로운 뉴캐슬 (16)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71화 새로운 뉴캐슬 (16)

잠시 후.

“흐억, 흐엑, 흐어억...!”

자말 라셀스는 거친 숨을 연달아 토해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대신,

스윽, 스윽-

마치 포복 자세를 취하는 군인처럼 그는 지친 기색으로 엉금엉금 필드를 벗어나고자 사력을 다했다.

‘미친놈...! 이 미친놈!’

속으론 연신 누군가를 향해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힐끗, 뒤를 보니 그 미친놈은 웃통을 홀라당 깐 채 자신을 향해 터벅 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녀석의 흉기 같은 온몸은 땀으로 번들거렸다.

라셀스의 두 눈에 분노와 두려움이 자리하는 순간이었다.

‘이 미친놈이...!’

그 미친놈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인구였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라셀스는 고민에 가득 차 있었다.

선발로 뛰고 싶은 바람은 굴뚝 같았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랐으니까.

인구가 갑자기 이곳에 발을 들인 시점엔 나름 기뻤다.

그나마 고민을 털어놓을 말동무라도 생겼구나 싶어서.

하지만 착각이었다.

[인쿠, 요즘 머리가 너무 복잡해.]

[그래?]

머리가 복잡하다는 서두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녀석은 살짝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제안 아닌 지시를 내렸다.

[그럴 땐 정신없이 몸을 괴롭히면 돼.]

[몸을 괴롭혀...?]

[응. 이리 와. 같이 훈련하자. 마침 파트너도 필요했으니까.]

직후부터 라셀스는 진정한 지옥을 경험했다.

정규 훈련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스파르타식 고강도 훈련이 진행된 것이다.

[자자, 뛰어어어! 같이 뛰는 거야아아! 지구 끝까지이이!]

[멈추지 마! 멈추는 순간 지는 거야!]

달리기부터가 그냥 전력이었다.

전력 질주 후엔 언제 설치해둔 건지 모를 콘을 활용한 스텝 훈련.

이어선 다시 전력 질주.

다음 코스에선 점프 스쿼트,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까지...!

쉬는 시간은 단 10초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짧은 시간 만에 라셀스는 퍼지고 만 것이다.

‘온 몸이 저려진 기분이야...!’

지금에선 이 필드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 엉금엉금 터치라인 바깥으로 최선을 다해 기어나가는 중.

물론 지옥의 트레이닝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꽈악-!

“허엇?!”

라셀스는 기겁하며 고개를 홱! 뒤로 돌렸다.

두 동공은 크게 흔들렸다.

“이, 인쿠...!”

어느덧 코앞까지 당도한 인구가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왼 발목을 꽉 쥐고 있었다.

자신과 달리 놈은 별다른 지친 기색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왠지 실망한 기색까지 어려 있었다.

“으음, 아직 아니야. 지금 표정을 보니까 아직 고뇌에 가득 차있잖아. 이마에 주름 잡힌 것 좀 보라고.”

“이, 이 미친놈아. 이건 힘들어서...!”

“표정은 별로 안 힘들어 보이는데?”

“아니, 아니야! 힘들어! 죽을 것 같아!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마 주름 뭐야. 나 고민 있어요, 라고 말하잖아.”

“이, 이건 실은 나이 먹어서...!”“나보다 어린 놈이 무슨.”

라셀스는 급히 변명거리를 늘어놓았으나 인구는 들은 채도 하지 않고 발목을 쥔 손에 힘을 주어 질질 끌었다.

“자, 잠깐만...!”

“적어도 영혼이 반쯤 나간 표정은 지어야 고민도 싹 달아나는 법이야. 어?”

“이 미친놈이 진짜...! 그만, 그만 해 이 씨@[email protected]!”

그만 욕설까지 쏟아냈으나 인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것 같은 라셀스를 원래 스타트 지점으로 데려다 놨을 뿐.

“자, 뛰자.”

*       *       *

2시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뉴캐슬 트레이닝 센터엔 운동 시설 뿐만 아니라 샤워 시설, 사우나 시설까지 갖춰져 있었다.

이는 빈 살반이 구단주가 되고 선수들을 위한 새롭게 지어진 신식 시설 중 하나였다.

그렇듯 현재, 녹초가 된 라셀스는 바지 차림새로 따뜻한 탕에 퐁당 몸을 담갔다.

속으론 나름 감탄했다.

‘진짜, 잡생각이 안 들어.’

적어도 지옥의 트레이닝을 경험하는 중에는 그저 살고 싶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나마 온전히 휴식을 취하는 지금에서야 다시금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된 것일 뿐.

힐끗-

은근히 시선은 옆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인구를 향했다.

‘이 새끼...’

솔직히 놀라웠다. 불과 챔피언십에서 뛸 때만 하더라도 녀석의 체력은 이렇게 월등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현재, 인구의 체력은 비정상적이다 싶을 만큼 높아졌다.

‘적어도 우리 팀 내에서 최고야.’

약점으로 치부되던 스피드도 이제는 팀 내에서 중상위권 수준까지 올랐고 말이다.

‘순간 스퍼트는 거의 최고 수준이고.’

3살 많은 인구가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발전을 거듭한 것을 보면, 가끔 자신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샘솟곤 했다.

물론 그 희망은 희뿌연 연기처럼 올라왔다가 금세 사라졌다.

지금도 그는 피식하니 바람 빠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내가 무슨..., 인쿠 이 놈은 진짜 타고난 거잖아.’

어린 시절. 자말 라셀스는 자신이 진정 축구 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적어도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또래나 두, 세 살 위의 형 중 자신을 뛰어넘는 재능은 없었으니까.

‘진짜, 그땐 내가 천재인 줄 알았지.’

주변 사람들도, 부모도, 자신의 경기를 처음 본 사람들도 하나같이 이런 감탄 섞인 말을 해주었다.

[와. 좀 크면 무조건 프로 데뷔하겠네~]

[천재네, 천재야.]

[저 꼬맹이, 누구야? 진짜 축구 잘하는데?]

[포레스트를 대표하는 축구선수가 탄생하는 건가? 응?]

[이봐, 친구. 저 꼬맹이 이름을 똑똑히 기억해. 녀석의 이름은 자말 라셀스야. 밥 매캔레이를 뒤이어 노팅엄 최고의 선수가 될 인재지!]

문득 오래전, 노팅엄 포레스트 유스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풋볼 리그 챔피언십에 머물러 있던 노팅엄은 팀 내에서 가장 어린 자신을 돌연 콜업해 선발로 내세웠다.

그뿐만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최연소 주장직까지 달며 한때 뛰어난 원더보이로 주목 받았었다.

‘그땐 그냥 날아다녔지.’

잉글랜드 내 복수 언론에선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로 쉼없이 언급해왔다.

[제2의 리오 퍼디난드 탄생하나? 노팅엄 포레스트의 유망주, 자말 라셀스!]

[자말 라셀스! 노팅엄에서 최연소 주장직 달아...!]

[잉글랜드 감독 ‘잉글랜드엔 뛰어난 미래 자원이 많아. 그중 한 명은 자말 라셀스야. 그를 오래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어.’]

이후 2014년엔 노팅엄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덕에 당시 epl에 속한 뉴캐슬로 이적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첫 시즌엔 꽤 어렵긴 했다만...’

이후엔 금방 주전 자리를 꿰찼을 뿐만 아니라 노팅엄에 이어 주장 자리까지 올랐다.

“...”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뉴캐슬이라는 팀이 강등과 승격을 반복할 때마다 라셀스는 느꼈다.

그 두 눈에 우울감이 밀려 들었다.

‘내 한계를 말이야.’

한계 없이 쭉쭉 치고 나갈 것 같던 어린 시절에 비해, 지금은 온몸으로 체감했고 뼈저리게 느껴버렸다.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고, 재능에 노력마저 겸비한 선수는 아예 넘볼 수도 없는 것이라는 것을.

스윽-

라셀스는 다시금 인구를 바라보았다.

“으헛, 좋다아~”

탕 턱을 베개 삼아 누운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라셀스는 그런 인구를 보며 생각했다.

‘특히 이녀석...,’

가까이서 본 인구는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 났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노력파였다.

‘매번 정규 훈련 후에도 남아서 추가 훈련을 하고 가잖아.’

그건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약점이라 치부되던 스피드도 어느덧 준수하게 발전시킨 놈이다.

그래서 한 때 라셀스도 노력만 한다면 인구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성장을 할 수 있으리라 여겼건만...,

‘난 그저 순수하게 노력하는 사람일 뿐 인 거고. 반면에 이 녀석은 재능에 노력까지 겸비한 녀석인 거지.’

수많은 선수들과 부딪치면서 깨달았다.

자신은 한낱 우물 안의 개구리였을 뿐이라는 걸.

‘이 세상엔 천재가 너무 많아.’

그 천재들은 epl과 같은 유럽 4대 리그에 몰려 든다.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그 차이가 지금의 선발과 벤치를 가려낸 게 아닌가 싶었다.

결국은 스밴 보트만과 아미르 라흐마뉘도 자신보다 뛰어난 장점을 지닌 선수들이 아니던가?

‘또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아.’

그렇게 해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고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매번 벤치에 앉아 있는 건, 썩 좋지 않은 게 아니라 아주 엿같지.”

“...”

인구가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입을 열었다.

라셀스는 인구가 자신을 놀리고자 하는 소리가 아니란 걸 잘 알았다.

그렇듯 그는 피식하니 웃으며 받아쳤다.

“아주 엿같은 게 아니라 겁나 엿같아.”

“하긴, 넌 충분히 선발로 뛸 수 있는 자원인데. 벤치에 앉아 있으니 더 엿 같겠지.”

“..., 충분히 선발로 뛸 수 있다고?”

이 부분에선 조금 놀란 얼굴이 되어 인구를 돌아봤다.

녀석은 여전히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나긋이 말을 이었다.

“어. 스밴 보트만, 아미르 라흐마뉘랑 비교해서 딱히 네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거든.”

“정말?”

여태 자신이 두 사람과 비교해 부족하다고 느꼈던 만큼, 의외의 발언에 은근 기분이 좋았다.

인구는 전술적인 문제점도 언급했다.

“알다시피 센터백은 두 자리 뿐이잖아. 라파엘 감독님은 쓰리백을 애용하는 편도 아닌지라..., 뛰어난 센터백 셋이 있으면 한 명은 벤치를 데울 수 밖에 없는 구조지.”

인구는 계속해서 덧붙였다.

“솔직히 수비라인 조율은 두 선수보다 네가 더 위라고 생각해. 제공권도 좋고 예측력도 나름 뛰어나잖아? 경기 마다 몇 차례 미리 뛰어나가서 클리어링도 잘 하더니만.”

“그, 그렇지. 내가 좀 상대 패스 길목을 잘 보는 편이거든.”

“리더십도 뛰어나.”

“맞아. 난 리더십이 뛰어나.”

“또 험악하게 생겨서 상대 쫄게 만드는 데도 유용하고.”

“...”

“아까 때도 잘 밀더니만. 전체적으로 육각형이야. 센터백이 육각형? 이거 무지 흔치 않아. 암~ 그렇고 말고.”

“..., 너 지금 아무 말이나 내뱉는 거지? 아니, 너 나 놀리는 거 맞지? 솔직히 말해봐. 이 시끼야.”

실눈을 뜨고 묻자 인구는 잠깐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말했다.

그런데도 벤치에 앉아 있는 건, 단지 감독의 선수 취향에 맞지 않을 뿐인 것이라고.

그러다 말고 인구는 탕 속에 있던 한 손을 물 밖으로 빼내어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결국..., 방법은 두 개지.”

이때쯤 인구는 한쪽 눈 만을 슬쩍 떠 이쪽을 바라보았다.

“뭐, 뭔데?”

확신에 찬 시선에 라셀스는 꽤 기대 어린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인구는 라셀스의 표정을 빤히 보더니 이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감독이 개인 선수 취향을 한 수 접어두고 널 선택할 만큼의 압도적인 기량을 증명 하거나. 또는...,”

“또는?”

일순 인구의 두 눈이 날카로워졌다.

“이 팀을 떠나는 거야.”

< 171. 새로운 뉴캐슬 (16)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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