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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4. 새로운 뉴캐슬 (19)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74화 새로운 뉴캐슬 (19)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상대는 바르셀로나입니다.]
[하지만 전 바르셀로나가 상대라도 이젠 두렵지가 않아요.]
[그건 왜죠?]
[네이마르, 리오넬 매시, 루이스 수아래스가 뛰던 그때 그 바르셀로나가 아니니까요.]
tv 화면 속, 뉴캐슬 공영방송에 출연한 단골 패널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화면 속의 앨런 시어러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었다.
[로날두 쿠만이 감독 지휘봉을 잡으면서..., 바르셀로나는 더욱이 구렁으로 빠져버렸습니다. 우선 그는 팀의 핵심이던 루이스 수아래스를 과감히 내쳐버렸어요. 그것도 전화로 1분 만에 방출 통보를 해버렸죠. 구단의 레전드를..., 이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시어러의 말에 티애리 앙리가 거들었다.
[여기에 리오넬 매시는 분개했습니다. 구단에 환멸을 느꼈다는 공식 보도가 연일 이어진 데다..., 몇 차례 팀 훈련에도 참석하지 않았었죠.]
두 패널의 말처럼 바르셀로나는 시즌 초반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수아래스가 팀을 떠났을 뿐만 아니라 그 외 준척급 선수들 역시 구단이 매몰차게 내보내 버렸으니까.
[안수 파튀라는 신예가..., 루이스 수아래스를 완벽 대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긴 했습니다만..., 그건 시즌 초반에 불가했어요.]
[공감합니다. 현재 바르셀로나는 리그에서 26라운드가 치러지는 동안 16승 5무 5패로 리그 4위를 기록 중에 있으니까요. 바르셀로나 입장에선..., 처참한 성적이죠.]
[공교롭게도 루이스 수아래스를 영입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 뒤를 레알 마드리드가 바짝 추격하고 있지요.]
[바르셀로나의 명성에 비해 지금 성적은..., 확실히 엉망이군요.]
패널의 토론이 계속 이어지는 중에 인구는 힐끗 옆을 보았다.
세나는 인구가 직접 재배한 오렌지로 만든 수제 오렌지 주스를 홀짝이며 나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귀, 귀여워.’
당장이라도 볼을 꼬집고 싶을 만큼 심각하고도 깜찍한 표정이었지만 인구는 꾹 참으며 물었다.
“우리 세나. 왜 그렇게 심각해?”
“우움. 아빠. 바르셀로나가 무너지는 거 가타서 슬퍼.”
“우리 세나. 바르셀로나 팬이었어?”
“아뉘. 꾸레는 아니지만..., 그래도 난 리오넬 매시를 좋아하니까.”
“...”
인구는 즐라탄에 이어 리오넬 매시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생긴 것 같아 잠깐 입을 벙긋거렸다.
하지만 그 입꼬리는 금세 히죽 하니 끌어 올라갔다.
세나가 여전히 심각하기 그지없는 눈망울을 하고서 나직이 중얼거렸으니까.
“아빠보단 아니지만.”
“흐헣.”
절로 빙구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래두 조심해야 해.”
“조심해?”
뜬금없는 경고에 인구는 두 눈을 끔뻑이며 반문했다.
세나는 스윽, 자그마한 손을 들어 tv 화면을 가리키곤 말했다.
“리그에선 못하지만..., 챔스에선 여전히 무시무시하자나.”
“그치, 맞아. 세나 말이 맞아.”
인구는 고개를 거듭 끄덕였다.
세나의 말처럼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 조별 경기에서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팀의 그간의 명성만 놓고 본다면 1위로 올라야 하는 게 맞긴 하다만...’
재수 없게도 바르셀로나는 죽음의 조에 걸렸었다.
유벤투스, 파리 생제르맹, 바이에른 뮌헨, 바르셀로나.
그들을 상대로 호성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득실차에 밀려 순위 2위를 기록한 거였고 말이다.
화면 속 패널들도 이 부분을 언급하고 있었다.
[팬들이 의구심을 품던 스트라이커, 마틴 브레이스웨스트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뿐인가요? 부상에서 복귀한 우스망 뎀벨레는 매 경기마다 상대의 우측 측면을 무참히 파괴해버렸죠.]
[앙투앙 그리즈만 역시 그들과 함께 꽤 괜찮은 폼을 보여주었고 말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확실히 전 앨런 시어러의 발언에 동의는 하지 못하겠네요. 적어도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바르셀로나는 완벽하니 말입니다.]
허나 앨런 시어러는 다른 패널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끝에서 그는 피식하니 웃으며 말했다.
[적어도 올시즌..., 인쿠와 네이마르는 전 세계 어떤 공격수와 비교해봐도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게 설령 리오넬 매시라고 하더라도요.]
여기에 세나는 갑자기 불끈 쥔 솜방망이 주먹을 들어 보이며 화답해주었다.
“우오옷! 마자!”
“흐헣.”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바르셀로나를 주제로 한 축구 공영방송은 끝이 났다.
대신 세나는 그 나이 때답게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방송을.
인구 또한 딸 옆에 앉아 집중하는 세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세나.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도 어쩜 이리 귀여울까?’
그때였다.
화면 속 아기자기한 어른 남자 캐릭터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툭! 하니 도넛 하나를 던졌다.
[뭐, 뭐야?]
갑자기 날아온 도넛에 소파에 앉아있던 여자 캐릭터가 움찔하며 노려봤다.
그러자 남자 캐릭터는 여자 쪽은 쳐다도 보지 않은 채 방으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오다 주웠다.]
인구는 저게 뭐야, 언제 적 츤데레야,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한데 세나에게선 뜻밖의 답이 들려왔다.
세나의 찹쌀떡 같은 두 뺨은 붉게 달아올랐다.
“머시쏘...”
“...?!”
인구는 놀랐다.
또 갑자기 부러움이 밀려들었다.
멋있다는 소리를..., 세나에게서 들어 본 게 벌써 몇 개월 전이니까!
‘그런데 고작 도넛 하나에 멋있다는 소리를 들어...?’
* * *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을 며칠 앞두고 양 팀 서포터즈들은 설전을 벌였다.
- 뉴캐슬은 16강이 한계지. 걔들은 근본도 없는 구단이잖아.
ㄴ 너희도 근본을 잃어가고 있던데? 네이마르 팔더니 이젠 매시까지 잃을 판.
ㄴ 지랄하고 있네. 매시는 우리의 상징이야. 그는 바르셀로나 그 자체라고.
ㄴ 매시는 그렇게 생각 안 하던데...? 파리 생제르맹이랑 이적설도 뜨더만.
- 네이마르, 인쿠 조합이 좀 매섭긴 해. 하지만 그래도 매시 한 명한테는 안 되지.
- 매시는 이제 끝물이야. 정신들 차려.
- 알아보니까 뉴캐슬은 2003-2004시즌 이후로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 적이 없던데? 맞아? 풉!
ㄴ 와..., 그럼 대체 얼마 만에 다시 챔스로 복귀한 거야?
- 그거 아냐? 꾸레들아. 1997-1998시즌 당시에 챔스 리그에서 우리 뉴캐슬이 너네 바르셀로나 3 : 2로 찍어누른 거?
한 팬의 말처럼 뉴캐슬은 바르셀로나를 처음 상대하는 건 아니었다.
20년도 더 된 과거.
1997-1998시즌 당시 16강 2차 조별 리그 시스템 내에서 바르셀로나에 3 : 2로 승리한 전적이 있던 거다.
그렇듯 공식적으로 두 팀의 전적은 현재 홈, 어웨이 기준 1승 1패였다.
* * *
경기 전날.
스페인 바르셀로나.
로날두 쿠만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발을 들였다.
동석한 코치는 수석코치 알프러트 스뢰트.
선수는 팀의 부주장인 세리지 부스케츠였다.
쿠만이 착석하자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로날두 쿠만은 평소 강골에다가 인터뷰함에서도 거침이 없는 편이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습니다. 빅팀에 다가서고 있죠. 인쿠, 네이마르 듀오의 공격력은..., 전 세계를 기준으로 봐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고 말입니다. 하지만, 매시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쿠만은 매시를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선수라 칭찬했다.
“네이마르와 인쿠가 한창 전성기에 오른 선수들이긴 하나..., 그들은 매시의 아성을 넘을 수 없습니다. 아마 은퇴 후에도요.”
쿠만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덧붙였다.
“나아가 그들은 바르셀로나의 단단한 방패마저 뚫을 수도 없을 테죠.”
바르셀로나를 지지하는 일부 기자들은 쿠만의 발언에 그리 좋아라하지 않았다.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호성적과 별개로, 그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팀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리그 성적도 그 결과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고 말이다.
그렇듯 한 기자는 손을 들어 물었다.
“직전 네이마르는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말했는데요? 로날두 쿠만 감독님께서 바르셀로나의 기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개소리일 뿐입니다.”
쿠만은 화를 내는 대신 거침없는 언사로 부정했다.
오히려 비웃음마저 머금으며 덧붙였다.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에서 도망치듯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났죠. 그런 선수가 올 시즌엔 파리 생제르맹에서도 도망치며 뉴캐슬에서 뛰고 있습니다. 그는 경쟁에서 패할 것을 두려워해 떠난 겁니다. 그러니 그 친구의 말은 들을 가치조차도 없습니다.”
꽤 강한 발언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쿠만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감독 생활 내내 늘 이처럼 적을 향해 거침없이 쏘아붙였고, 그 적이 칼을 겨누면 더욱이 몰아붙이곤 했으니까.
무엇보다 쿠만도 알고 있었다.
‘챔스에서라도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난 잘릴 거다.’
지금도 상당수 팬들은 자신의 경질을 부르짖고 있었다.
여기 자리한 일부 기자들의 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나를 원망하고 있구만.’
리그에서 세비야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쿠만은 챔스에서, 만약 뉴캐슬을 상대로 16강에서 주저앉게 된다면 확신하고 있었다.
‘그땐 정말 경질이겠지.’
챔스는 쿠만에게 있어 마지막 남은 동아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듯 기자회견에 임하는 그는 어느 때보다 강경했으며 공격적이었다.
허나 그 스스로가 느끼기엔 자신이 하는 말엔 어떤 첨가물도 섞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네이마르 그놈은···.’
쿠만이 보기에 녀석은 패배자에 지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선 매시를 이길 수가 없어 떠났지 않나.
‘파리 생제르맹에선 음바패에 밀려 스스로 물러났지.’
정 그게 아니라면 결국은 돈만 쫓아다니는 놈이거나.
그리고 인구는...,
“인쿠에 관해서도 이야기하죠. 그는 이제 서른에 접어든 선수입니다. 스트라이커로서..., 전성기에 접어들었죠. 분명 짧은 시간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인 것도 맞습니다. 상당수 언론이며 여론은 말하더군요. 그는 월드클래스라고.”
곧장 쿠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허나 전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인쿠가 월드클래스가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예.”
다소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발언을 쿠만은 아무렇지 않게 했다.
기자들이 웅성거리는 와중에도 쿠만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이제 막 챔피언스 리그에 발을 들였습니다. 적어도 월드클래스라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은 경험해봐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쿠만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혀를 찼다.
“인쿠는 여기까지일 겁니다. 그의 커리어에서 8강 진출은 앞으로 없을 테니까요.”
쿠만에게 있어 이 도발은 일종의 선수 심리를 자극하는 일이기도 했다.
다음 날 치러질 경기에서 해당 발언 때문에 선수가 더 자기중심적인 플레이를 일삼기를 바라고자.
실제로 자부심 강하고 다혈질적인 선수들은 이러한 도발에 곧잘 걸려들곤 했다.
쿠만이 판단하기에 인구 또한 자부심, 다혈질에 해당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네이마르, 인구.
두 선수 모두 시즌 초반 그런 이기적인 플레이로 논란을 일으킨 바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듯 쿠만은 이후로도 네이마르, 인구를 향해 도발성 멘트를 아낌없이 가했다.
< 174. 새로운 뉴캐슬 (19)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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