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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6. 새로운 뉴캐슬 (21)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76화 새로운 뉴캐슬 (21)
“이야~”
매시의 득점이 터진 직후 인구는 진심 어린 탄성을 터뜨렸다.
간결한 드리블로 스밴 보트만을 제친 직후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질주한 매시는 왼발 슈팅을 때렸다.
“궤적이 무슨...,”
크게 감긴 공은 골대 바깥으로 벗어날 듯하다가 순식간에 안으로 휘어져 모서리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득점 후 매시는 코너 플래그로 달려가 무릎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뒤이어 동료들은 그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으며 축하를 건넸다.
“내가 말했지? 매시는 매시라고.”
근처에 있던 네이마르 또한 이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인구는 피식하니 웃었다.
“네가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생제르맹으로 도망칠 만했네.”
“마, 말은 바로 해! 도망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야.”
살짝 발끈하는 네이마르에 인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확실히 레벨이 다르긴 해.”
이제 겨우 20분 정도를 소화했을 뿐이었다.
허나 직접 부딪쳐보지 않음에도 매시라는 선수가 얼마나 다른 차원의 세계 속 선수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인구는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마치, 한 치 앞을 내다보는 것처럼 플레이한다고나 할까?”
스밴 보트만을 비롯한 다른 수비수들이 프런트 태클을 먼저 가할 타이밍에만 항상 매시는 움직였다.
마치 기계처럼.
“무엇보다..., 상대 처지에선 먼저 달려들 수밖에 없지.”
먼저 발을 뻗어오지 않으면 매시는 아예 적진 깊숙이 파고들었으니까.
반걸음, 그보다 더 좁은 폭까지 좁혀올 만큼!
발만 뻗으면 충분히 공을 강탈할 수 있을 거리로 말이다.
실제로 다른 선수들이 상대였다면 충분히 인터셉트를 성공할 수 있을 터였다.
인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매시는 다르다라.”
짧은 순간 공의 위치를 바꾸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190cm가 넘는 수비수들을 상대로 먼저 어깨를 집어넣어 유리한 위치선정을 점하기까지.
부르르르-
일순 인구는 자기도 모르게 발밑에서 묘한 전율이 다닥다닥 돋아남을 느꼈다.
‘매시랑은 진짜 한 번쯤은 같은 필드 안에서 뛰고 싶었어.’
인구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선수를 굳이 꼽자면 그 선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리오넬 매시였다.
tv를 통해서 그의 플레이를 봤을 뿐인데도 매번 놀라곤 했으니까.
‘저 인간은 그냥 천재야.’
그것도 천재 중의 천재.
허나, 확실히 2021년에 접어든 리오넬 매시는 늙었다.
‘순간 스퍼트는 여전히 무시무시한 수준이다만.’
서른 중반을 넘어선 매시의 평균 속도는 크게 떨어졌다.
활동량 부분에서도 다른 선수가 더 많이 뛰는 팀 전략으로 보충할 만큼 줄었고 말이다.
‘원래도 활동량이 많지는 않았다만. 그런데도 박스 안팎에서 이처럼 위험한 선수도 없지.’
은근한 경쟁심도 샘솟았다.
혼자서 매시의 아성을 넘어보고 싶다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도전해봐?’
곧 인구는 옆에서 퉤! 하고 침을 뱉는 네이마르를 향해 말했다.
“처음 그대로, 개인플레이로 가자.”
“그러다 또 역습 골 허용하면?”
네이마르는 다소 놀란 얼굴로 인구를 보았다.
사실 경기 전부터 두 선수는 라파엘 배니테즈의 지침을 받은 상태였다.
평소보다 더 1대1 드리블 돌파를 많이 시도하고 직접 슈팅을 노리라고 말이다.
인구는 그 이유를 잘 알았다.
‘처음부터 바르셀로나는 지역 방어 형태로 임할 테니까.’
적어도 올 시즌 바르셀로나는 수비 안정성에 있어서만큼은 5대 리그 내에서도 최고라 할 수 있었다.
‘챔스에선 특히나.’
루카스 오캄푸스와 살로몬 런던이 경기 초반부터 두 발이 묶여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센터백 아라우오와 피캐가 적절히 배턴을 넘겨 가며 그들을 피지컬로, 또는 위치선점으로 모든 코스를 차단해낸 거다.
‘거기다 조르뒤 알바가 꽤 거칠게 루카스를 압박하고 있어.’
이에 루카스는 경기 중에도 몇 차례 분통을 터뜨렸다.
뒤쪽에서 패스를 전개해도 조르뒤가 한발 앞서 뛰어나가 강탈하기 일쑤.
이를 예측하고서 라파엘은 사전 지침했다.
[인쿠와 네이마르에게 보다 더 많은 패스를 제공하도록! 인쿠, 네이마르 너흰 공을 잡으면 최대한 많은 슈팅을 때려라! 근거리든 원거리든 상관없이!]
볼 간수 능력이 좋고 양발 슈팅 능력까지 장착한 두 선수에게 공을 몰아주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했지만 서도 이처럼 역습 골 한 방에 실점을 허용했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추가 지침이 부여되었다.
인구는 슬쩍 테크니컬 에어리어 쪽을 보았다.
스윽, 투욱-!
라파엘은 왼쪽 가슴께에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더니 주먹을 꽈악 쥐었다.
인구의 두 눈에 묘한 이채가 어렸다.
딱, 자신의 의견과 일치한 순간이었으니까.
[라인을 내려 앉힌다. 인쿠, 네이마르만 제외하고서.]
열망이 화르륵 치솟았다.
오늘, 경기가 종료된 이후, 인구는 적어도 매시라는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뒤덮고 싶었으니까.
환경은 충분히 조성됐다.
* * *
바르셀로나 감독, 로날두 쿠만은 매시의 득점이 있은 지 고작 3분 뒤 아쉬운 탄식을 터뜨렸다.
“쯧! 그새 전술을 바꿔버렸구먼.”
매시와 앙투안 그리즈만 그 외 공격수들에게 역습을 계속 허용하자 결국 뉴캐슬이 수비 라인을 내려 앉혔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가 리드를 점하고 있잖습니까?”
옆에서 수석코치가 꽤 상기된 얼굴로 중얼거렸다.
“특히 오늘따라 매시의 폼은 절정이네요!”
쿠만의 입꼬리도 슬며시 끌어 올라갔다.
그가 보기에도 오늘 경기에서 유독 매시의 플레이가 빛나 보였으니까.
오른쪽으로 갈 듯하다가 순식간에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만으로 뉴캐슬의 디펜시브는 혼전 상황을 연출했다.
그 틈에 좌측에서 필리패 쿠티뉴, 우측에선 패드리가 빠르게 전방으로 뛰어들었다.
타앙-!
매시는 마치 얼굴 옆에도 눈이 달린 것처럼 두 선수가 좌우 박스 에어리어에 발을 들이자 로빙 패스를 차올렸다.
옴자 모양을 그린 공이 박스 안에 쏙 떨어지자 꾸레들의 탄성이 커졌다.
오오오오옷-!
타앙-!
채 공이 필드에 바운드되기 직전, 좌측 박스 안에 도달한 쿠티뉴가 강력한 오른발 발리킥을 구사한 거다.
쐐에엑-!
아쉽게 공은 크로스바 위로 멀찍이 벗어났다.
하지만 언제 쿠만을 욕했냐는 듯 다수의 꾸레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푸흣-
쿠만의 입 밖으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비록 상대가 내려앉으면서 역습 빈도가 줄어들긴 했으나 바르셀로나는 바르셀로나였다.
무엇보다 인구와 네이마르는 여전히 혼자서만 플레이하는 것 같은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고 말이다.
적어도, 쿠만의 눈에는 그래 보였다.
* * *
올 시즌 바르셀로나 B에서 1군으로 콜업된 도널드 아라우오는 191cm, 91kg이 넘는 피지컬을 갖춘 인재였다.
그런 그는 스페인 리그에서도 이와 같은 피지컬로 상대 공격수들을 쉼 없이 찍어누르곤 했다.
그뿐만 아니라 스피드까지 갖춰 단박에 주전 자리를 꿰찼을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아라우오는 은근히 자만심에 차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거칠디거친 라리가, 챔스에서도 자신을 상대하는 공격수들은 죄다 겁을 먹곤 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낯선 경험의 연속이었다.
전반전 41분.
타아아앙-!
뉴캐슬의 골키퍼가 롱볼을 때렸다.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공은 순식간에 하프라인을 지났다.
다다다-!
아라우오는 페널티 아크 넘어서까지 빠르게 올라갔다.
사전 볼 리커버리로 상대 찬스를 끊어낼 생각이었다.
퍼억-!
“크읏!”
동시에 짧은 신음을 터뜨렸다.
그새 제 앞에 자신보다 더 큰 인구가 등짝을 부딪히며 막아선 거다.
퍼억-!
피지컬에 장점을 지닌 만큼 아라우오는 그런 인구의 등짝을 어깨 푸싱으로 밀어내며 우위를 점하려 했다.
허나 아라우오의 이맛살만 구겨졌다.
‘밀리지가 않아...!’
전반전 초반부터 느꼈던 부분이었다.
‘마치 벽을 때리는 것 같잖아...!’
스페인에서도 이처럼 단단한 선수를 마주한 바는 없었다.
생각은 길지 않았다.
툿-!
인구가 가슴 트래핑으로 공을 받자마자 우측으로 빠르게 돌아서 오른발 인스텝으로 공을 차 질주하기 시작했으니까.
“어딜!”
아라우오는 즉시 돌아서 인구를 쫓았다.
쫓으면서도 경악했다.
‘엄청 빠르잖아...!’
순간 스퍼트 하나 만큼은 킬리안 음바패를 능가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빨랐다.
그리고 녀석은 지난 몇 차례처럼 끝까지 단독 드리블 돌파를 강행할 게 뻔했다.
‘분명 박스 안까지 접근해서 슈팅을 때리...!’
뻐어어엉-!
“아악?!”
아라우오는 자기도 모르게 뛴 걸음을 멈추며 입을 쩍 벌렸다.
채 페널티 아크에 도달하기도 전 인구가 왼발 인스텝 킥을 때렸으니까.
태에애애애애애앵-!
다행히 공은 좌측 골포스트를 크게 울리고 튕겨 나갔다.
타아앙-!
이를 피캐가 급히 우측 터치라인 바깥으로 걷어냈고 말이다.
아라우오로선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아놔, 크리크 수정이 덜 됐나.”
인구는 득점에 실패하자 손바닥을 부딪치며 아쉬운 탄식을 터뜨렸다.
좌측 박스 안으로 빠르게 쇄도하며 수비수를 끌었던 네이마르는 놀림조로 말했다.
“오늘은 유독 개발이네? 응?”
“쳐 돌았나? 나 유효슈팅 4개고 너 2개야.”
인구 또한 웃음 띤 얼굴로 돌아서며 받아 챘다.
아라우오의 동공은 잠시나마 흔들렸다.
‘분명..., 우리가 이기고 있는데?’
네이마르, 인구 모두 위협적인 퍼포먼스를 몇 차례 보여주긴 했으나 결국 실속은 없었다.
오히려 짜증이 나야 정상이지 싶었다.
경기 내내 바르셀로나의 대부분 선수들이 지역 방어에 임하며 두 사람의 공간을 좁혀놓지 않았던가?
‘개인플레이까지 일삼았잖아.’
그건 현재도 진행형이었다.
그마저 아라우오는 바르셀로나의 수비가 탄탄해서 상대 공격수들이 무리한 슈팅을 때리는 거로 생각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시간이 갈수록 흐릿해지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두 선수의 개인 플레이가 분 단위가 가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었으니까.
특히 인구는 자신을 상대로 모든 수치 부분에서 점점 더 우위를 점하기까지.
‘이게 말이 돼...?’
거기다 현재, 두 선수는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아니, 이를 넘어서..., 인구는 뒤로 물러서며 네이마르를 향해 장난스레 물었다.
“내기할까?”
“내기?”
“응. 누가 먼저 골 넣나.”
“좋지!”
“꿀밤 가자.”
“아니, 꿀밤은 좀...”
“왜, 쫄려?”
“쪼, 쫄리기는! 하자! 그래! 꿀빰 5대로 가자고!”
* * *
쿠만은 전반전은 1 : 0으로 바르셀로나의 우위로 끝나리라 예상했다.
제발 그랬으면 했고 말이다.
하지만 예상은 그만 빗나가버렸다.
타앙-!
촤라아아악-!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경기 종료 20초를 앞두고 원정길에서 기막힌 동점 골을 만들어냅니다 아아!]
[미쳤, 미쳤습니다아!]
해설진은 엉덩이를 들썩이다 못해 번쩍 들어 올리며 흥분에 겨워 외쳤다.
[날아오는 공을 가슴 트래핑으로 한 번! 이어 떨어지는 공을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공을 뒤쪽으로 흘린 인쿠!]
[아라우오의 좌측 배후를 공과 함께 뚫어낸 직후 왼발 슈팅 페이크로 앞에 있던 수비수를 넘어뜨렸죠오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오른발 슈팅 페이크로 한 번 더 재차 달려든 수비수를 속이기까지!]
[이어서 왼발 슈팅 페이크로 골키퍼의 밸런스까지 깨뜨린 뒤 칩샷으로 바르셀로나를 완벽히 녹여버린 인쿠우우!]
[와아! 혼자서 수비수 몇을 농락한 겁니까 대체에에!?]
< 176. 새로운 뉴캐슬 (2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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