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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7. 새로운 뉴캐슬 (22)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77화 새로운 뉴캐슬 (22)
이야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전반전 종료 직전 동점 골이 터지자 원정길에 오른 툰들에게서 어마어마한 함성이 쏟아졌다.
인구는 팬들에 반응하듯 데드라인을 따라 뛰며 한 손을 귓가에 가져가는 세레머니를 뽐냈다.
끄덕, 끄덕-
세상 오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그런 인구의 세레머니에 런던을 비롯한 나머지 동료들은 달려와 그 뒤를 줄지어 뛰었다.
해설진은 여전히 흥분에 휩싸인 채 헤어나오지 못했다.
[엄청난 득점이었습니다! 푸스카스를 노릴 만한 득점이었어요!]
[그것도 신성 아라우오와 피캐, 조르뒤 알바! 마지막엔 골키퍼 내투까지 속이고 넣은 원더 골이죠오오!]
[바르셀로나에 매시가 있다면 뉴캐슬엔 인쿠 마가 있습니다! 암, 그렇고말고요!]
물론 팀 동료 내 한 선수만큼은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네이마르는 라인을 따라 뛰다가 말고 끝에서 사자처럼 포효하는 인구의 뒤통수를 멀찍이서 보며 초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시발..., 줫댔네.”
* * *
하프타임 동안 한국 팬들은 열띤 반응을 보였다.
- <인생은구만리> : 예전에 첼시 상대로 손흥빈이 넣었던 골과 비교해봐도 인구 골 진짜 지림;;;
- <리강인> : 이건 역대 푸스카스에 선정된 골과 비교해서도 압도적인 수준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
- <리춘수의재림> :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 <블루드래곤> : 우리는 지금 인구 횽님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훗날 매시의 아들은 한국 와서 말하겠죠. 여기가 인쿠 마의 나라입니꽈?
- <게임에서밥줘용너무사기임> : 이젠 매시는 저물고 인쿠가 올라서겠군아아아아~! 가즈아아아아아!
한 팬의 말처럼 경기 전부터 상당수 언론은 매시 vs 인구의 구도로 포커스를 잡았다.
[인쿠! 매시의 아성을 뛰어넘을까?]
[호나우지뉴, 라훌 시대 이후 매시, 로날두 시대 도래했듯 이제는 인쿠 시대가 오나...?]
서른 중반을 넘긴 매시의 폼은 전성기에 비해 확실히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반면 인구는 갑자기 나타난 특급 혜성 그 자체.
그렇듯 전문가들을 비롯한 오랜 축구팬들은 오늘 두 팀 간의 경기를 반복된 역사라 부르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호나우지뉴가 매시에게.
레알 마드리드에서 라훌이 크리스티아누 로날두에게 바통을 넘겼듯이.
즉, 왕좌의 자리를 넘겨주는 역사 말이다.
물론 인구의 나이가 유럽 나이로 서른인 만큼 앨링 홀란드, 음바패가 앞선 두 사람의 길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허나 분명한 건, 당장 현재 폼만 놓고 본다면 인구가 더 매시의 아성에 근접해있다는 거였다.
* * *
축구 선수에게 있어 서른 중반의 나이는 은퇴의 기로에 선 나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른셋, 서른 두살에 접어들어 은퇴를 선언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가 아니던가.
간혹 즐라탄처럼 서른 후반대에도 여전히 유럽 5대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있긴 하나 그건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더불어 바르셀로나 같은 수준 높은 팀에선 암만 전성기 월드클래스였대도 에이징 커브가 뚜렷한 선수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매시는 여전히 바르셀로나 내에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에이징 커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월드클래스의 기량을 뽐내고 있었으니까.
그렇듯-
투웃-!
매시는 뉴캐슬의 센터백 아미르 라흐마뉘가 오른 발등으로 걷어낸 공을 활어처럼 튀어 올라 헤더로 잡아냈다.
“fuck!”
라흐마뉘는 페널티 아크 바깥에서 매시가 인터셉트에 성공하자 짧게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하지만 곧장 매시를 향해 달려들지 않았다.
옆에 있던 보트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신 두 사람은 급히 뒷걸음질 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툭, 타앗, 타앗-!
매시가 헤더에 이어 가슴 트래핑, 직후 무릎 트래핑을 가하며 전진 또 전진해왔으니까.
그것도 우측으로 파고들 것 같은 드리블을 펼치다가 돌연 유려한 왼발 아웃프런트로 공의 방향을 전환해 안쪽으로 침투했다.
스윽-!
아크에 도달해선 슈팅을 때릴 것처럼 왼발이 크게 들렸다.
츠읏-!
반사적으로 뒤쪽으로 물러선 보트만은 발을 들었다.
매시의 슈팅을 굴절로 막고자.
그보다 뒤에서 최종 수비에 임하던 라흐마뉘는 핸들을 우려해 뒷짐을 쥐며 움찔-
그 틈을 매시는 놓치지 않았다.
투웅-!
강하게 공의 측면을 때릴 것 같던 왼발이 이내 다시금 공의 옆면을 아웃프런트로 쓸어내 사이드로 굴렸으니까.
뻐어엉-!
미처 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엔 왼발 인사이드 슈팅이 구사되었고 말이다.
뉴캐슬의 골키퍼 조던 빅포드가 포스트를 향해 옆으로 드러눕듯 몸을 날렸으나 늦었다.
촤라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리오넬 매시이이이이이이~!]
[뉴캐슬의 수준급 센터백 두 명을 가볍게 농락한 끝에 구석으로 찬 슈팅이 골망을 물결칩니다아아아아아아!]
[역시 매시군요오오! 후반전 시작 3분 만에 다시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합니다!]
[아아~ 스밴 보트만과 아미르 라흐마뉘가 매시의 변칙적인 움직임에 거듭 애를 먹고 있는데요!]
[하핫! 두 사람뿐이겠습니까?]
멀티 골에 성공한 매시는 들어 올린 한쪽 팔을 거듭 흔들어 보이며 열광하는 꾸레들을 향해 뛰어갔다.
꾸레들은 매시! 매시! 매시! 매시이!
라며 그 이름을 연호했다.
꾸레들의 외침이 어찌나 컸던지 캄 노우 전체가 스피커처럼 울릴 지경이었다.
“예에에에에에에!”
종료 직전 터진 동점 골에 기분이 좋지 않던 쿠만도 팔짝 뛰어오르며 기뻐했다.
확실히 오늘 매시의 폼은 절정 그 자체였다.
가히 전성기 시절 매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 * *
후반전 14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현재 스코어는 2 : 1 바르셀로나가 1점 차 앞서고 있는 중.
공격의 기회는 뉴캐슬이 잡았다.
타앙-!
네이마르가 좌측 하프에서 공을 잡고 질주하다 말고 간만에 중앙으로 뛰는 인구에게 사이드 패스를 찔렀다.
투웅-!
도널드 아라우오, 피캐와 함께 나란히 뛰던 인구가 한 걸음 앞서 나온 것도 바로 그때였다.
“미친...!”
인구의 우측에서 뛰던 아라우오는 기겁했다.
동일 선상에서 뛰던 녀석이 갑자기 부스터의 불이라도 뿜은 양 빠르게 튀어 나가다니?
꽈악-!
경악을 뒤로하고 아라우오는 두 발목, 허벅지에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필드를 디딘 스터드는 더욱 거칠게 잔디를 비틀듯 쓸었다.
전력으로 달려가 인구의 침투를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나밖에 없잖아!’
피캐의 주력은 큰 키에 비해 꽤 빠른 편이긴 하나 이미 그도 서른을 훌쩍 넘긴 센터백이었다.
좌우 풀백들은 인구의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한 상태.
반면 자신은 배후가 뚫려도 금세 쫓아가 상대 찬스를 끊어낼 만한 빠른 발을 지닌 센터백이었다.
허나 1초도 되지 않아 아라우오는 절망했다.
투우웅-!
“아니, 씨발...!”
인구가 공을 한 번 더 길게 치고 나가는 순간에 한 걸음 차 격차가 삽시간에 세 걸음이나 벌어져 버렸으니까.
말도 안 돼! 라는 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타앙-!
촤라아악~!
불시에 박스 안으로 침투한 인구가 골키퍼와 2m 간격을 두고 다시 한번 왼발 칩샷으로 농락성 골을 넣어버렸으니.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 뛰쳐나온 골키퍼 머리 위를 넘기는 칩샷으로 멀티 골을 기록합니다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원정길에 오른 툰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는군요오오오!]
[인쿠! 이에 화답하듯 두 손을 귓가에 가져가 원정 팬들을 향해 뛰어갑니다아아!]
쏴아아아-
직후 인구는 무릎 슬라이딩을 뽐냈다.
물론 고작 4분 뒤....,
철렁~!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매시이이이이이이! 매시이이! 해트트릭! 아아! 해트트릭에 성공하는 매시이이이이!]
[방금 전 득점은 인쿠의 두 번째 득점과 쏙 닮았는데요!]
[상대 수비수들과 동일 선상에서 순간 스퍼트로 빠르게 튀어 나가 칩샷으로 마무리했지요오!]
[뉴캐슬의 골키퍼 조던 빅포드! 분한지 애꿎은 바닥을 주먹으로 때립니다아아아!]
자신의 득점이 터지고 몇 분 뒤 터진 달아나는 골인 만큼 인구로선 기분이 나쁠 법도 했다.
스포트라이트가 단숨에 자신에게서 매시에게 넘어간 격이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 인구는 그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씰룩-
입꼬리는 기분 좋게 끌어 올라갔다.
멀리서 득점에 성공한 매시는 세상 근엄한 얼굴로 라인을 따라 뛰며 팬들에게 더 큰 함성을 요구하고 있었다.
쿵쿵!
인구의 심장은 아까부터 크게 날뛰었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본 매시는 진정 사내다웠다.
‘아니, 전사 같아.’
땀에 젖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그.
얼굴의 반을 뒤덮은 멋들어진 수염.
매섭고도 차분한 눈매...!
매시의 모든 부분이 아름답고도 경건하게 보였다.
어떤 수비수를 앞에 둬도 매시는 아주 간결하게, 때론 매섭게 파고들었으며 무너뜨렸다.
이제 발밑에서 차오른 전율은 온몸의 살갗을 다닥다닥 돋게 만들기까지-!
딱 잘라 말해-, 한 필드 안에서 마주한 매시는 실로 축구의 신 그 자체처럼 보였다.
그래서일까?
신이 났다.
어떤 경기와 비교해봐도 이처럼 뜨거운 열망이 끌어 올랐던 적은 없었다.
‘챔피언십 우승했을 때보다도, 아니 챔피언스 리그 진출 티켓 땄을 때보다도 더!’
곧 인구는 슬그머니 하얀 이를 드러내며 희열에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이거 졸라 설레잖아!”
설렘의 이유야 간단했다.
저런 괴물을 상대로 만약 승리했을 때, 따라오는 쾌감은..., 여태 경험한 바가 없었으니까.
* * *
후반전 37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늦은 시간, 새벽 대까지 이 경기를 시청하고 있던 한국 팬들은 잠이 확 달아난 상태였다.
- <인생은구만리> : 이 경기 본 사람이 승자다! 결과가 어찌 됐든 간에!
- <왼손수면마취> : 와 미쳤네. 진짜 미쳤어.
- <내이름은쪼> : 월드컵 경기 보는 것 같음. 경기 내내 심장이 쫄깃쫄깃해!
- <신작써야지> :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서 이 경기 보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자버릴까 했는데..., 지금 보니 잤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네요!
- <와인같은남자> : 역대 내가 본 축구 경기 중 탑 쓰리 안에 드는 경기가 아닌가 싶다! 진짜 이 경기는 길이길이 화자 될 듯! 그리고 매시는 뭐 늙어도 이리 잘하냐;;;;
그도 그럴 게 양 팀의 스코어는 현재 5 : 5였다.
바르셀로나에선 매시의 4골, 앙투안 그리즈만의 1골이 터졌다.
그리고 뉴캐슬에선 인구의 해트트릭과 네이마르의 1골, 살로몬 런던의 코너킥 상황에서의 헤더 골이 이어지며 동점 상황.
경기 내내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을 뿐만 아니라 매시, 인구, 네이마르의 현란한 드리블 장면도 쉼 없이 나오기까지.
말 그대로 양 팀은 보는 눈이 즐거운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채 1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기도 전, 매시의 추가 골이 터지며 스코어는 6 : 5로 다시 벌어졌다.
< 177. 새로운 뉴캐슬 (2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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