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78화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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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8. 새로운 뉴캐슬 (23)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78화 새로운 뉴캐슬 (23)

후반전 40분.

현재 스코어 6 : 5.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남은 두 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꺼내 듭니다!]

[소피안 부팔 IN, 살로몬 런던 OUT]

[티아구 실바 IN, 스밴 보트만 OUT]

[아아! 뉴캐슬 유나이티드! 발 빠른 소피안 부팔을 통해 보다 공격적인 작업에 돌입할 모양인데요?]

[포백 라인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티아구 실바가 투입되고 보트만을 교체시키는 결정을 내렸네요!]

축구에 있어 센터백 교체는 흔치 않은 편이었다.

그렇듯 경기장 밖으로 나서는 보트만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오늘 경기는 엉망 그 자체였으니까.

특히 매시를 상대로 제대로 된 압박조차 펼치지 못했잖은가.

[이에 맞서 바르셀로나에서도 남은 두 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합니다!]

남은 정규시간 겨우 5분.

1점 차로 앞서나가고 있는 만큼 해설진은 공격자원을 빼고 수비자원을 투입하리라 유추했다.

말 그대로 이대로 버티기에 돌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오옷? 앙투안 그리즈만을 빼고 마틴 브레이웨스트를 투입시키는 쿠만입니다!]

[지친 부스캐츠도 교체아웃 시키고 유벤투스에서 영입한 미랄렘 피아니치를 투입시키는 군요!]

보트만이 자기 자신에게 실망했다면 앙투안 그리즈만은 교체 자체에 불만을 품은 것 같은 얼굴로 그라운드를 가로질렀다.

이에 중계 카메라 속 쿠만이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치는 그리즈만을 향해 무어라 외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땀에 눌어붙은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잘 들어! 이 경기 최소 무승부는 가져가야 해! 안 그러면 2차전에서 힘들어진다고오!”

덤으로, 세나를 볼 면목이 없었다.

*       *       *

TV 속에서나 보던 매시는 실전에서 마주하니 생각 이상으로 위대한 선수였다.

교체 투입된 센터백, 티아구 실바마저 매시의 드리블 앞에선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같았으니.

투웃-!

실바가 회심의 프런트 태클을 가할 순간엔 어김없이 배후공간을 파고들었다.

투웅-!

[오옷!]

해설진은 감탄했다.

실바의 옆을 스친 직후 매시의 순간 스퍼트가 발동되었으니까.

반사적으로 상체를 튼 실바가 옷깃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이마저 실패했다.

타앙-!

우측 페널티 에어리어 직전까지 무시무시한 스퍼트로 올라간 매시는 이내 왼발 인프런트 패스를 차올렸다.

스트라이커, 브레이웨스트가 아미르 라흐마뉘와 예들린 사이 공간으로 파고들어 사커킥 날리듯 오른발을 뻗은 것도 그때였다.

투읏-!

발 끝에 맞은 공은 골망을 향해 굴절되었다.

다행이라면 이번만큼은 조던 빅포드가 힘껏 펀칭을 통해 모서리로 쏙 빠진 공을 튕겨냈다는 것이다.

정규시간 45분이 금세 흘렀다.

대기심은 추가시간 판을 들어 올렸다.

[3분]

경기가 빠르게 진행되었던 만큼 많은 시간은 부여되지 않았다.

이때쯤 쿠만은 전체 라인을 더욱 내려 앉히는 전술 변경을 꾀했다.

남은 시간 3분이라면 충분히 내려앉아서 버틸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사실상 캄 노우에 자리한 꾸레들은 벌써부터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펜스 가까이 있던 상당수 팬은 인구를 향해 비아냥거렸다.

“헤이! 이 개@$ 놈아! 꼴 좋다! 응? 꼴 좋아!”

“주둥이 신랄하게 털어대더니만 어? 결국은 이렇게 패배하는 구만!”

“근본도 없는 뉴캐슬 공격수 따위가 감히 바르셀로나를 들먹여? 응?”

“집으로 돌아갈 때 아쉬우면 추로스라도 사서 먹던가! 여기 캄 노우 근처에 추로스 맛집 있거든. 크하핫!”

하지만 그들은 고작 2분 뒤 바짝 긴장할 상황에 놓여버렸다.

툭, 타앗, 타앗-!

[오옷! 네이마르으! 네이마르으!]

추가시간 1분 남짓한 시간. 네이마르가 좌측 하프라인에서 공을 잡자마자 언더래핑을 시도했다.

우선 넛 메그로 피아니치를 제친 데 이어 중앙으로 파고들어서는 팬텀 드리블로 더 용까지-!

빠르게 공을 인프런트로 툭 차 전진해서는 크루이프턴으로 전방에서부터 달려든 아라우오마저 뚫어냈다.

페널티 아크 안으로 도달한 순간엔,

투읏-!

철푸덕-!

삐이이이이이-!

[아! 주심! 위험 지역에서 파울을 선언합니다아아!]

[피캐의 발에 걸려 넘어진 네이마르으으! 공을 품속에 꼭 안아 들면서도 바닥을 뒹구는군요! 꽤 고통스럽나 본데요?]

[피캐와 그 외 선수들이 달려가 주심에게 항의하는데요!]

[하지만 주심! 눈 한 번 꿈쩍도 안 합니다!]

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우우-

한때 바르셀로나에 몸담았던 네이마르를 향해 꾸레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팀을 떠난 뒤에도 바르셀로나와 꽤 논란거리가 있었던 만큼 네이마르를 향한 팬심은 좋을 리 없었다.

그나마 선수들과는 친했던 네이마르였지만 오늘은 그런 관계마저 깨질 위기에 처했다.

습관성 할리우드 액션 때문에.

“나한테까지 이러기야? 응? 나한테까지 이러기냐고!”

심판에게 항의하던 피캐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네이마르를 향해 다가갔다.

허나 그런 피캐는 네이마르와 두 걸음 차 거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퍽-!

“주둥이 닥치고 저리 가라.”

특유의 사나운 눈매를 지닌 인구가 피캐를 어깨로 밀치며 중재한 것이다.

“아니 난...!”

“파울 맞잖아. 스터드로 발목 찼잖아. 내가 똑똑히 봤다고.”

“아니 그래도 이렇게까지 아파할 정도로...”

“닥쳐. 레프리한테나 따져.”

코앞에서 인구와 피캐가 설전을 벌이는 것을 본 네이마르는 새삼 놀랐다.

“인쿠...!”

사실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할리우드 액션이라 할 수 있었다.

액션을 취한 직후엔 스스로조차 놀라 흠칫거렸고 말이다.

피캐가 성난 얼굴로 다가올 때는 딱 잘라 말해 쫄았다.

194cm에 달하는 키에 평소 똘기 충만한 녀석으로도 유명했으니까.

한데 대뜸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인구라는 거대한 방벽이 피캐를 냅다 밀쳐냈다.

지금에선 다른 의미에서 놀랐다.

‘이 새끼...,눈깔이 살짝 돌았잖아?’

얼핏 본 인구의 두 동공은 살기라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피캐도 더는 따지지 못하고 혼자서 툴툴거리다 물러났다.

‘그 정도라고...?’

동료를 지키고자 하는 인구의 모습에 네이마르는 순간 가슴 한곳이 뜨끈해졌다.

‘진짜 이 정도로 날 아꼈단 말이야...?’

소설 속에서나 보던 살기를 내뿜을 만큼이라니?

괜스레 그간 인구의 뒤에서 뒷담을 깐 자신이 못나게 보일 정도였다.

‘그래. 가만 생각해보면..., 이 녀석 은근 동료들한테도 잘 대해줬어.’

일전엔 자신을 집으로도 초대해주었다.

‘선물도 줬잖아...’

훈련 중에도 일일이 자신의 동선을 살펴 가며 위치를 조정해주었고 말이다..

그건 다른 선수들을 향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꽤 입이 거칠긴 하지만...’

틀린 말 하나 없었다.

인구의 말을 들어서 나쁠 거 하나도 없었고 말이다.

이제 와 소위 내 사람이다 싶으면 아낌없이 퍼주는 나무가 인구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인구가 이쪽을 향해 돌아서 성큼성큼 걸어왔다.

적을 쫓아낸 뒤인지라 그 두 눈은 한결 풀어져 있었다.

그렇게 한 걸음 앞까지 도달했을 때,

처억-!

인구는 아무런 말 없이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투박하고도 거친 손을 네이마르는 빤히 쳐다봤다.

두 동공은 미약하게 흔들렸다.

가만 보니 인구의 유니폼은 넝마가 되다시피 했다.

‘얼마나 거칠게 뛰어다녔으면...,’

조금 전, 동료가 쓰러지자 가장 먼저 달려갔던 녀석도 바로 이 녀석이었다.

지금 자신에게 가장 먼저 달려와 준 녀석도 인구였고 말이다.

“인쿠우...”

곧 네이마르는 감격에 겨운 얼굴로 그 손을 맞잡았다.

짝-!

“아야!”

아니, 맞잡으려는 순간 인구가 손등으로 네이마르의 손을 쳐냈다.

“왜, 왜...?”

당황한 얼굴로 반문하자 인구는 다시금 헤까닥 한 눈이 되어 으르렁거렸다.

“빨리 공 내놔, 새끼야. 적어도 동점은 만들어야 집에 가서 체면 세울 수 있으니까.”

“....”

“이 새끼가 빨리 안 내놔?”

네이마르는 슬그머니 품속에서 공을 꺼내 인구에게 건네며 생각했다.

‘이 개, 쉣키가...’

*       *       *

경기 종료 시간까지 약 10초.

인구는 제자리에서 활시위처럼 뒤로 당긴 오른발을 휘둘렀다.

타아앙-!

촤라악-!

우측 수비벽, 두 선수의 머리 사이로 스친 공은 좌측 하단 포스트 아래로 휘어져 골망을 물결쳤다.

예에에에에 에에에에에에에에-!

조마조마한 표정을 짓던 원정 서포터즈들은 단체로 날뛰며 즐거워했다.

경기 종료 직전에 이르러 승리를 자축하던 꾸레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일부는 혼이 나간 얼굴로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볼 뿐.

해설진은 매시의 다섯 골에 이어 인구의 네 번째 골이 터지자 흥에 겨워 외쳤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 굉장한 프리킥 골이 터졌어요오오!]

[수비벽 사이 공간을 노리고 찬 공이 페널티 스퍼트를 넘어선 순간에 급락하며 하단 포스트 아래로 빨려들어갔죠오오!]

[바르셀로나의 골키퍼! 내투로선 멍하니 서서 바라만 보는 게 최선이었습니다아아!]

이어 확신에 차 말했다.

[이 경기는 6 : 6으로 이렇게 마무리되겠군요!]

그 말대로였다.

세레머니를 생략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시간은 2초 남짓.

다시 경기가 재개됐을 때 주심은 단 1초도 허용하지 않고 휘슬을 불며 16강 1차전 경기를 종결시켰다.

*       *       *

같은 시간에 열린 챔피언스 리그 경기 중에서도 바르셀로나 VS 뉴캐슬의 경기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경이적인 매시! 다크호스 뉴캐슬 상대로 혼자서만 다섯 골 만들어내...!]

[매시를 뒤이을 천재, 그 이름 인쿠 마?! 바르셀로나 상대로 혼자서 4골 뽑아내....!]

[뉴캐슬 유나이티드! 캄 노우 원정에서 바르셀로나 상대로 6 : 6! 무승부 만들어내다...!]

여론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 진짜 미쳤다. 매시도 미쳤고 인쿠도 미쳤고!

- 그냥 이건 매시랑 인쿠의 대결 아닌가?

- 무슨 엘 클라시코(레알 마드리드 VS 바르셀로나 더비) 보는 줄;;;;

- 전 후반전 내내 박진감이 있었어! 아니 경기 종료 직전까지도!

- 내가 볼 때 인쿠는 현역 선수 중에서 프리킥을 가장 잘 차는 것 같아.

- 정말 경기 종료까지 박진감 넘쳤습니다! 옛날 전성기 시절 로날두랑 매시가 뛰던 레알과 바르셀로나가 한 판 붙는 것 같았어요! 그것도 챔스 결승전...!

와중에 한 팬은 의문을 표했다.

한 기사에 따르면 경기 이후 뉴캐슬 라커룸에서 누군가 5번이나 비명을 질렀다는 내용이 있던 것이다.

직후 구단 캄 노우 시설 관계자 중 한 명은 라커룸을 빠져나온 네이마르의 이마를 보곤 놀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 기사 본문 중에 [이마에 혹이, 아니 뿔 같은 혹이 솟았던데요? 눈시울은 시뻘겋게 붉어져 있었고요.] 이거 대체 뭔 말이냐? 네이마르 이마에 뿔 같은 혹이 솟았다는 게? 나만 이거 신경 쓰여? 눈시울은 왜 붉어졌고?

ㄴ 간만에 매시랑 상봉해서 슬픔의 눈물이라도 흘렸나 보지 뭐.

ㄴ 아니, 이마에 뿔은?

ㄴ 어디 부딪쳤거나 했겠지. 설마 누가 때리기라도 했겠냐.

< 178. 새로운 뉴캐슬 (23)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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