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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9. 새로운 뉴캐슬 (24)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79화 새로운 뉴캐슬 (24)
스코어 6 : 6.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으나 실질적으로 이점을 얻은 팀은 뉴캐슬이라 할 수 있었다.
대형 TV 화면 속, 공영방송에 패널로 출연한 앨런 시어러는 우쭐하니 말했다.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리그에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이지만 그들의 홈인 캄 노우에서는 패배한 적이 없습니다. 무승부조차도요!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도 홈에서만큼은 승리를 꿰찼죠! 그건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 공식이 어제 깨져버렸네요!]
앨런 시어러는 덧붙였다.
지옥의 원정길이라는 캄 노우에서 뉴캐슬이 슈팅을 연발한 끝에 무승부라는 값진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말이다.
티애리 앙리도 거들었다.
[1차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만큼, 뉴캐슬엔 다소 호재라 할 수 있겠네요. 2차전은 뉴캐슬의 홈구장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치러지니 말입니다.]
홈 원정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특히 나라 대 나라를 비행하는 거리라면 더욱이.
이를 잠자코 듣고 있던 개리 리네커가 알려주었다.
[일단 원정팀 입장에선 거리가 거리인 만큼 피로도부터가 엄청나죠. 포근한 집도 아닌 낯선 나라의 호텔에서 숙식을 취하는 만큼..., 심리적으로도 불리함을 안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홈팀은 평소처럼 집에서부터 출근하며 경기에 임하고요.]
리네커는 덧붙였다.
[구장도 확연히 다릅니다.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잔디는..., 생각보다 짧다고 하더군요. 반면 바르셀로나의 캄 노우는 적당한 길이를 유지하고 있지요.]
[이 차이가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끼치리라 보시나요? 개리?]
앙리의 물음에 개리 리네커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선수 생활을 해왔다면 누구보다 잘 아실 거 아닙니까? 더욱이 뉴캐슬 선수들에게 있어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안방입니다. 매일같이 동일한 필드 위에서 뛰어왔기에 바르셀로나 선수들보단 확실히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느끼겠죠.]
외에도 관중 수가 극명히 갈린다.
조금 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인트 제임스 파크 내, 바르셀로나 서포터즈에게 할당된 원정 석은 고작 1500석에 불과했으니까.
반면 홈석(5만)은 일찍이 만석을 달성했다.
더욱이 앙리를 비롯한 패널들은 1차전 경기력을 짚고 넘어갔다.
[생각 이상으로 뉴캐슬은 바르셀로나와 비등한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환상적이었죠. 캄 노우에서 그런 공격적인 면을 뽐내는 팀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일걸요?]
[뭐 그리들 놀라나요. 개리, 뉴캐슬은 이제 당신이 말한 것처럼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낸 겁니다. 빅 7중 하나인 거죠!]
[하핫. 앨런. 아까부터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네요.]
[당연하죠. 뉴캐슬이 연일 승전고를 울리는데요. 사실 아까부터 입꼬리가 째질 것 같아 큰일입니다.]
[바르셀로나와는 무승부를 거둔 것 아닙니까?]
[캄 노우에서의 무승부면 충분히 승리했다! 라고 쳐도 됩니다.]
앨런의 뻔뻔스럽고도 자랑스러워 보이는 표정에 패널들은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실제로 스페인 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다.
[바르셀로나. 매시의 다섯 골에도 불구하고 뉴캐슬 상대로 무승부 거둬...]
[2차전,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어려운 승부 앞두게 된 바르셀로나.]
[뉴캐슬과 무승부 거둔 바르셀로나. 일부 꾸레들 ‘매시 빼고 다 바꿔!’]
반면 뉴캐슬 관련 지역지는 앨런의 말처럼 값진 승리를 얻은 것처럼 들떠 있었다.
인구를 향한 찬사도 이어졌다.
앨런 시어러는 감탄에 겨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적어도 1차전에서 보여준 인쿠의 폼은..., 리오넬 매시와 비교해도 전혀 꿀릴 게 없었죠.]
곧장 티애리 앙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동감합니다. 비록 매시보다 한 골 모자란 4골이라지만...,그 4골 모두 순도 높은 득점이었으니까요. 사실 챔피언스 리그에서 한 경기에 4골을 기록하는 스트라이커도 흔치 않고요.]
연달아 자리한 패널들이 칭찬을 이어갔다.
[상대는 피캐와 도널드 아라우오였습니다. 비록 바르셀로나가 이전만 못 한 전력이었다 해도..., 수비 안정성만큼은 라리가에서 최고로 꼽히는 수준이었는데 말이죠.]
[그 수비 라인을 인쿠는 아주 잔혹하게 꿰뚫어버렸습니다.]
“푸흣.”
거실 소파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잠자코 경청하던 인구의 입 밖으로 기분 좋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힐끗-
은근슬쩍 눈동자는 굴렸다.
옆에서 세나가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자신과 마찬가지로 패널의 해설을 경청하는 게 보였다.
속으론 바랐다.
‘어때? 세나야. 쟤들 아빠 칭찬하잖아. 그러니 우리 세나도 어서 아빠 칭찬해줘.’
허나 바람과 달리 세나는 계속 경청할 뿐이었다.
마치 아침 일찍 일어나 세상살이가 궁금해 신문을 읽는 어른처럼.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나서였을까?
자신의 칭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패널들은 죄다 매시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티아누 로날두와 다르게 매시는 나이를 먹어도 기량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아니죠. 그게 떨어진 거예요.]
[그게 떨어진 거라고요?]
[그럼요. 에이징 커브를 거하게 받은 겁니다. 그런데도 네이마르, 인쿠를 상대로도 결단코 밀리지 않았죠!]
[오히려 인쿠보다 한 골 더 넣으며 바르셀로나를 패배의 구렁텅이 속에서 구해냈습니다.]
[일전에 최고의 축구 선수가 누구냐 묻는다면...., 팰레, 마라두나. 단 두 명의 선수를 거론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니에요. 여기에 리오넬 매시도 추가하고 싶군요!]
인구의 눈 밑이 미약하게 꿈틀거린 것도 그때였다.
그도 그럴 게,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기 시작하던 세나가 새삼 해맑은 얼굴이 되어 온몸을 들썩인 거다.
“와~! 매시이! 매시는 진짜 미쳐쒀어! 나두 우리 축구부에서 매시로 불리는뎁, 헤헷!”
두 뺨에 얼굴까지 붉혀가며...!
“...”
인구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입은 벙긋거렸으나 무어라 말은 나오지 않았다.
다다다!
세나가 그새 자리에서 일어나 TV 가까이 가버렸으니.
때마침 화면은 전환되어 뉴캐슬 상대로 매시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재생되었다.
“오오오오오오옷-!”
세나는 입을 동그랗게 벌리며 감탄에 겨워했다.
화면 속 매시는 슈팅 페이크로 한 명을 제친 데 이어 팬텀 드리블로 두 명을, 나아가 넛 메그로 한 명을 더 제쳤다.
타앙-!
직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간결하게 물결치자,
촵-!
흥분에 겨운 세나는 두 자그마한 손바닥을 TV 화면에 바짝 붙이며 더 큰 감탄을 터뜨렸다.
“우오오오오오옷~!”
인구는 애써 웃음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세나야. 아빠도 저런 식으로 골 넣었...!”
그러나 채 말을 끝맺진 못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옷!”
연달아 이어진 매시의 하이라이트 장면에 세나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즐거워했으니까.
“...”
...역시, 이겼어야 했다.
그래도 이 말만은 꼭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리와. TV 가까이서 보면 눈 나빠져.”
삐진 건 아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상당수 언론은 뉴캐슬 VS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 2차전을 앞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1차전에서의 결과를 본 전문가들은 두 팀을 비등한 전력으로까지 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전문가들은 바르셀로나의 승리를 점쳤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 리그 단골손님이라는 것.
거기에 매시를 비롯한 챔피언스 리그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포진해있다는 것.
이 차이가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리라는 것이었다.
반면 뉴캐슬의 승리를 점치는 이들은 일전에 앨런 시어러가 말한 그대로였다.
홈 이점을 비롯, 최전성기에 접어든 네이마르와 인구가 뉴캐슬의 선봉장으로서 있었으니까.
* * *
3월 16일.
뉴캐슬 VS 바르셀로나.
삐, 삐,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
주심은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 경기 종료 휘슬을 울렸다.
해설진은 외쳤다.
[이렇게 경기가 끝났습니다!]
[양 팀 모두 화끈한 공격력으로 경기 내내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는데요!]
[하지만 득점은 크게 터지지 않았죠!]
해설진의 말처럼 1차전에서와 달리 2차전 득점은 유달리 터지지 않았다.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울린 시점 스코어는 1 : 0.
뉴캐슬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양 팀 각각 24개 VS 17개의 슈팅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차전과 달리 수비를 더욱 튼튼히 다지며 버텨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1차전에서 양 팀 수비수들의 평점은 최악이라 할 만했는데요.]
[반면 2차전은..., 수비수들과 골키퍼가 빛나는 경기였죠!]
1차전 6 : 6 스코어가 충격적이었던지 두 감독은 2차전에선 똑같이 라인을 내려 앉히는 전략을 택했다.
나아가 라파엘 감독은 매시에게 맨 투 맨을.
쿠만 역시 네이마르에게 보다 거친 압박을 통한 턴 오버 유도를.
인구에겐 아예 지근에 있는 선수들을 불나방처럼 바짝 붙여 슈팅 자체를 시도하지 못하게 지침을 내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뉴캐슬을 8강으로 이끈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인구였다.
거친 압박에도 기어이 인구는 페널티 아크 바깥, 앞으로 우당탕 넘어지는 와중에 슈팅을 때리며 골망을 물결쳐버렸으니까.
* * *
경기 후, 현지 팬들은 광장으로 쏟아져나와 뉴캐슬 응원가를 부르짖으며 축배를 들었다.
뉴캐슬에게 있어 챔피언스 리그 8강행은 구단 창단 이래 처음이었던 거다.
경기 후 한국 서포터즈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축구의신입니다> : 진짜 미춌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 <풋살계매시> : 우리 인구 횽님은 뉴캐슬의 역사와 함께하는구나. 크으...!
- <블루드래곤이창용> : 솔직히 뉴캐슬 우승 가능할 것 같다? 인정?
ㄴ <인구횽> : 지금 인구 폼만 보면 확률 높긴 함. ㅋㅋㅋㅋㅋㅋㅋ
- <갓매시> : 와..., 진짜 바르셀로나 잡고 올라가네? 그것도 대한민국 국적인 우리 마인구가?! 이거야말로 진정한 국위 선양 아님?
ㄴ <마길석> : 역시 장흥 마씨다! 장흥 마씨들이 축구를 잘해! >
물론 일부 인구를 무지성으로 싫어하고 뉴캐슬을 까대기 바쁜 팬들은 8강 진출에도 조롱하기 바빴다.
- <손뽕들다주거> : 다 죽은 바르셀로나 상대로 이겼다고 이 지랄 ㅋㅋㅋㅋㅋㅋㅋㅋ
- <인쿠는조만간은퇴> : 후반전 87분에 들어간 인구 골은 뽀록인 것 같은데? 앞으로 우당탕탕 넘어지는 와중에 슛 때린 게 아니라 그냥 중심 잡으려고 발 뻗었다가 얻어걸린 거 구먼 무슨.
- <국뽕감시반장> : 네이마르가 어그로 오지게 끌고 인구는 주워 먹기만 함. 이게 월클? 진짜로?
* * *
국까들이 비난을 하든 말든, 며칠 뒤 예정대로 챔피언스 리그 8강 조 추첨이 발표되었다.
[4월 12일 04 : 00] 맨체스터 시티 VS 인테르 밀란
[4월 12일 04 : 00] 레알 마드리드 VS 첼시
[4월 13일 04 : 00] 리버풀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4월 13일 04 : 00] 뉴캐슬 유나이티드 VS 바이에른 뮌헨
< 179. 새로운 뉴캐슬 (24) > 끝
ⓒ 강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