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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 새로운 뉴캐슬 (26)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81화 새로운 뉴캐슬 (26)
[더글라스 코스타아! 빠르게 공을 몰고 올라갑니다!]
[디안드루 예들린이 전방에서 프런트 태클을...!]
[툿, 타앗!]
[오오! 코스타아! 팬텀드리블로 예들린을 농락하는 군요!]
[투웃-!]
[페널티 아크로 사이드 패스를 찔러준 코스타아!]
[래반도프스키가 공을 받았는데요! 뉴캐슬의 스밴 보트만이 빠르게 전진해 압박을...!]
[투웅-!]
[아앗! 래반도프스키이! 보트만이 채 접근하기도 전에 우측 대각으로 스루 패스를 찔러줍니다!]
[토마스 밀러어어! 기막힌 타이밍에 래반도프스키의 패스를 원터치로 받아-!]
[타앙~!]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토마스 밀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후반전 24분, 밀러가 멀티골을 기록하는 데 성공합니다아! 스코어 3 : 0! 바이에른 뮌헨이 자신들의 홈에서 뉴캐슬을 상대로 압도하는 군요오오오오!]
“...”
“...”
평소와 달리 거실은 적막스러웠다.
소파에 앉아 있던 인구는 힐끗, 힐끗 옆에 앉은 딸을 바라보았다.
“...”
입을 일자로 꾸욱 다문 채, 세나는 이틀 전 있었던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을 말도 없이 시청하고 있었다.
인구로선 세나에게 딱히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화난 것 같잖아.’
미끈한 미간이 가운데로 모아져 있는 것만 봐도 그랬다.
‘팔짱도 끼고 있어.’
6살 꼬마 아이가 화를 참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볼을 살짝 꼬집어 주고 싶다는 충동이 일긴 했지만...,
‘괜히 위축되네.’
이틀 전 뮌헨을 상대로 대패를 해서일까.
선뜻 세나에게 먼저 말을 붙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쩐지 요 이틀 내내 어깨는 축 처졌다.
화면 속엔 득점에 성공한 밀러가 코너플래그로 달려가 무릎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뒤이어 중계 카메라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잡았다.
[아아, 인쿠! 오늘 경기에서 이렇다 할 실력발휘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이비드 알라바, 재롬 보아탱, 니클라스 쥘래, 뤼카 애르난데스로 이루어진 포백과 미드필더진에 경기 내내 봉쇄당하고 있는데요!]
[인쿠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네요.]
[뭐가 말입니까?]
[오늘 경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말입니다. 표정으로도 너무 힘들다! 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특히 래온 고레츠카의 맨 투 맨에 고전하는군요!]
“...”
“...아빠, 힘들어써?”
잠자코 있던 세나가 물었다.
인구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tv와 세나를 힐끗 번갈아 보며 입을 벙긋거렸다.
어느덧 세나는 이쪽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뭐, 그게...”
“왜 골을 못 넣었어?”
“...”
“아빠 골잡이잖아. 골게터.”
“그, 렇긴 한데.”
“근데 왜 골을 못 넣었어?”
평소와 달리 애교 섞인 목소리가 아니었다.
발음마저 정확했다.
목소리에 높낮이 없는 6살 딸에게서 느껴지는 강력한 전방압박에 인구는 크흠, 이라며 옅게 헛기침을 터뜨렸다.
이틀 전 경기는 인구로서도 충격적이긴 했다.
뉴캐슬 소속으로 그렇게 대패를 당한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있긴 한데.”
당황해서인지 6살에게 나름 복합적인 요소라는 어려운 단어를 썼다.
허나 세나는 개의치 않은 듯 재차 물었다.
“복합적인 요소 뭐?”
“...?”
순간 세나가 이 단어를 아는 건가? 싶어 슬쩍 쳐다봤으나 다시 고개는 tv로 홱 돌아갔다.
어째 눈매가 더 날카로워졌으니.
‘일단 전술적인 문제가 있었어.’
라고 속으로 인구는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확실히 이틀 전, 바이에른 뮌헨은 뉴캐슬을 상대로 맞춤전술로 공략해왔다.
특히 자신과 네이마르를 향해선 더욱이.
‘마치 옛날 박지송이 챔피언스 리그에서 파리마냥 안드레아 피롤로를 끈덕지게 마크한 것처럼.’
이를 뮌헨에선 제2의 미하앨 발락이라 불리는 래온 고레츠카가 수행했다.
평소엔 공수 가리지 않는 박스 투 박스 플레이를 보이나 직전 경기에선 자신을 아예 전담한 것이다.
‘새끼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더니만.’
정말 골, 어시스트는 바라지도 않는 양 자신만 졸래졸래 따라다녔다.
태클 타이밍도 좋았던 데다가, 위치선정도 훌륭한 놈이었다.
인구는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붙어보니 앞으로 크게 될 것 같더라.’
물론 몇 차례 녀석을 벗겨내고 상대 디펜시브 라인을 향해 침투했으나 또 다른 벽을 마주했을 뿐이다.
‘대이비드 알라바를 위시한 뮌헨의 포백 라인에 막혔지.’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리거나, 슈팅이 포백 육탄방어에 굴절되는 형식으로.
다른 쪽에선 네이마르가 사이드백, 윙어들에게 철저히 괴롭힘 당했고 말이다.
‘겁나게 차이며 넘어졌어.’
주심은 어지간한 파울엔 휘슬조차 불지 않았다.
오히려 한 차례 할리우드 액션으로 네이마르가 옐로카드를 받았을 뿐.
인구는 두 눈을 좁히며 곰곰이 따져보았다.
‘그날 내 컨디션이 이전보다 못했던 것도 있고.’
평소보다 슈팅이 위로 붕 뜨는 날이긴 했다.
반대로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마치 결승전에 임하는 것마냥 단체로 버닝 상태.
‘으음, 그 외에도...,’
전체적으로 뉴캐슬 선수들이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에 비해 한 끗, 두 끗씩 밀렸다.
그 결과가 4 : 0, 대참사로 번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멘탈이 깨진 건 또 아니었다.
‘질 수야 있지.’
극강의 시즌을 보낸 다수의 빅클럽도 때때론 예상치 못한 참패를 당하곤 하니까.
그때, 세나가 나직이 불렀다.
“아빠.”
“으응?”
인구는 다시금 슬쩍 세나를 돌아보았다.
조금 전보다는 압박의 강도가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 생각처럼 지금은 세나의 미끈한 미간이 펴졌다.
대신 어째서인지는 모르나 딸은 입가에 나긋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흐, 흐헣.”
인구도 마주 엉성한 빙구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그리고 아빠의 미소를 빤히 본 세나는 웃음 띤 표정 그대로 말했다.
“진 건 진 거야. 변명의 여지없이.”
“...?!”
“실망이야.”
쿠쿵-!
머리 위로 벼락이 꽂힌 것 같은 충격을 받은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 * *
[바이에른 뮌헨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8강 2차전은 4월 20일...!]
[승자는 누구?]
[바이에른 뮌헨! 사실상 4강 진출 확정과 다를 바 없어...!]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을 앞두고 기사들이 쉴새 없이 쏟아졌다.
탓, 탓-
화창한 오전, 살로몬 런던은 훈련장 벤치에 앉아 휴대폰 화면을 넘기며 미간을 찡그렸다.
“이것 봐라?”
그도 그럴 게 여론 반응이 심상치 않았던 거다.
“한 번 졌다고 이렇게까지 돌변해?”
언제는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도 비등한 시합을 할 만큼 성장한 뉴캐슬이 자랑스럽다더니, 지금은 무지성 비난글이 늘었다.
- 뉴캐슬은 한계가 명확한 팀이다 fuck!
- 기대했던 내가 병신이지. 다 죽어라!
- 래반도프스키는 진짜 월클 중의 월클이야. 인쿠는..., 아직 래반에 비해선 하아아아아안참! 부족한 듯.
- 얘들아. 그거 아냐? 사실 인쿠랑 래반도프스키랑 나이 차이도 크게 안나. 래반도프스키가 저무는 시점에 아마 인쿠도 저물지 않을까 싶은데.
ㄴ 빼박이지.
- 솔직히 어제 경기는 인쿠가 최저평점 받았어야 했다. 아니, 그냥 전반전에 빼야 했어!
- 그냥 뉴캐슬 다 못했어. 왜 누가 더 못했는지를 따지고 그래? 그냥 명백히 수준 차이로 진거임.
런던은 황당하니 중얼거렸다.
“우리 인쿠가 뉴캐슬에 해준 게 얼만데.”
더욱이 당장 득점수만 놓고 본다면 현재 인구는 유럽 내 최고의 골게터였다.
그런데도 일부 팬들은 비난의 연속이었다.
나아가 몇몇 팬들은 말했다.
이렇게 뉴캐슬의 챔피언스 리그 신화는 막을 내렸다고 말이다.
“...후우.”
런던의 입 밖으로 짧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 발언만큼은 딱히 반박할 수가 없었으니까.
“4 : 0 스코어니...”
축구에서 4 : 0 스코어를 뒤집기란 힘들다.
그것도 상대가 유럽 최강 중 한 팀이라는 바이에른 뮌헨이 상대라면 더욱이.
뉴캐슬 관련 언론은 1차전 이후부터 경우의 수를 따지기 바빴다.
간단히 말해 뉴캐슬이 4강에 진출하려면 1차전에서 5골을 넣어야 한다.
혹 뮌헨이 한 골이라도 넣는다면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총 6골이 필요했고 말이다.
“이게 말이 되나.”
관련 기사를 본 런던의 입에선 절로 황당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만큼 많은 골이 필요로 하니 일부 툰들은 일찍이 마음을 저버린 것 같았다.
어쩌면 그건 몇몇 선수들도 똑같지 않을까 싶었다.
런던은 불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당장 나만 해도..., 크흠.”
암만 홈에서 2차전이 치러 진다 할지라도 뮌헨을 상대로 단 한 골의 실점도 없이 5골 이상을 뽑아내리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스윽.
런던은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오늘은 훈련이 없는 날이었으나 필드엔 인구가 웃통을 홀라당 깐 채 뛰고 있었다.
그것도 두 발목, 손목에 중량밴드를 착용한 채로.
털썩-!
때마침 트레이닝복으로 환복 후 벤치 옆자리에 앉은 디안드루 예들린이 물었다.
“타이어는 어디서 구해온 거래...?”
그 말처럼 인구의 허리엔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타이어까지 메어져 있었다.
“우어어엇! 우어어엇! 우어어어어엇!”
그 상태로 인구는 괴성을 질러대며 달리고 또 달렸다.
* * *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인구의 질주는 멈췄다.
도중에 런던과 예들린도 가세하며 그들 역시 지금은 필드 여기저기에 시체처럼 늘어져 있었다.
“크허헛, 허허억...!”
“으어어어...!”
입밖으론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거친 숨이 토해졌다.
“이 미친놈...”
런던의 입밖으론 욕지거리가 터져나왔다.
인구가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타이어를 예들린과 자신에게도 메게 했으니!
반면 인구는 대자로 누워있다가 말고 허리를 반쯤 일으켜세웠다.
“후우-!”
입밖으론 뜨거운 숨결이 토해졌다.
흠칫!
흠칫!
시체처럼 누워있던 두 선수가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평소의 인구라면 금방 일어나 훈련을 재차 독촉했을 테니.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대신 인구는 전날 딸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실망했어.]
라고 세나가 발언했을 때, 인구는 진정 머리 위로 벼락이 꽂히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었다.
‘정말...,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았어.’
단 1초의 순간이었지만 평생 맞아본 것 중에 제일 아팠을 정도다.
그런데 세나의 발언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기대돼.]
그렇게 말한 세나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끌어올라갔다.
이어 딸은 반달 눈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이스탄불의 기적! 캄 노우의 기적처럼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기적을 보고 싶어.]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기적?]
[응.]
작게 고개를 끄덕거린 세나는 곧 소파에서 두 발로 일어나 자신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목소리엔 조금 전과 달리 애교가 가득 섞였다.
[아빠라면 할 수 있짜나. 그치? 아빠는 세나 아빠니까 헤헷~]
꼬옥-
세나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에 양팔을 두르며 안아주었다.
그리고 아빠의 등을 토닥토닥 이며 덧붙였다.
[실망해찌만..., 그래도 잘해써. 물론 아빠도 실망했겠지만..., 여전히 난 아빠가 최고야. 그래두 난 아빠가 이기는 걸 보고시포. 친구들한테도 자랑하구 싶은걸. 그러니까 꼭 이겨줘. 아라찌?]
씨익-
전날 일을 떠올린 인구의 입꼬리가 슬며시 끌어올라갔다.
스윽-
한 팔은 어깨 뒤로 넘겨 셀프로 등을 토닥거렸다.
정확히 세나가 토닥거려준 부위에.
“우리 세나, 다 컸네. 다 컸어. 흐헣.”
한편, 예들린과 런던은 고개만 돌려 인구를 보다 말고 생각했다.
‘미친 건가?’
‘봄 날씨에 더위라도 먹었나 봐!’
< 181. 새로운 뉴캐슬 (2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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