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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2. 새로운 뉴캐슬 (27)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82화 새로운 뉴캐슬 (27)
- 얘들아. 그냥 재밌게 보다가 자자.
- 난 이 경기 안 볼 거야. 어차피 졌는데 뭐 더 볼 필요가 있어?
- 또 모르지. 캄 노우의 기적처럼 우리 뉴캐슬이 5 : 0으로 뮌헨을 떡 바를지?
ㄴ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바이에른 뮌헨 하는 거 못 봤냐? 그냥 선수 전체가 날아다니더만.
ㄴ 그건 인정.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경기 전날.
일부 툰들은 반쯤 포기했으며 여전히 실망어린 반응을 보였다.
물론 시간이 조금 흐른 만큼 상당수 팬들은 지금 성적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 언제 우리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바르셀로나나 바이에른 뮌헨이랑 붙어보겠어? 우린 충분히 잘 싸웠다구.
- 뮌헨전이 아쉽긴 하지만 그전 전개는 확실히 여포 그 자체였어. 어떤 팀을 상대로도 쉽게 질 것 같지 않을 만큼! 그 정도로 충분한 거 아닌가?
- 난 이해 안 가더라. 암만 우리가 대패했다고 해도 이렇게 비난을 퍼부어댄다는 게;;; 그간 우리 선수들이 해준 걸 생각해!
그럼에도 다수의 팬은 일말의 기적 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만에 하나,’ 라는 기적을 말이다.
* * *
“그런 기적은 없을 겁니다.”
뉴캐슬 진영 기자회견장에서 바이에른 뮌헨 감독, 한지 플릭은 단호히 못 박았다.
“그런 기적은 없을 거라고요?”
한 툰(뉴캐슬 서포터즈) 성향의 기자가 조금은 불편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전성기, 우프 하인케스에 필적한다는 전술적 평가를 받는 플릭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요. 뉴캐슬의 그간 선전은 실로 놀라운 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차전에서 보셨다시피..., 뉴캐슬과 우리 바이언 간에는 격차란 게 존재했습니다.”
한지 플릭은 거리낌없이 내뱉었다.
“라파엘 배니테즈는 과거의 사람입니다. 알랙스 퍼거슨, 아르센 뱅거가 활약하던 시절에 그들의 경쟁자였죠.”
플릭은 말했다.
라파엘은 현재 마지막 투혼을 발휘하는 중이라고.
그 투혼의 불꽃은 얼마 지나지 않아 꺼지리라고 말이다.
반면에 자신은 현재도 대기만성형에 있는 감독이라며 자신했다.
“호펜하임, 잘츠부르크, 독일 대표팀을 거쳐 이 자리에 오른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부분일 테죠. 저는 확실히 오름세에 있는 감독입니다. 전술적으로도 라파엘과 비교해 전혀 부족함이 없죠.”
구태여 한지 플릭은 말했다.
라파엘 배니테즈는 현역 시절에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기복이 심한 감독이었다고 말이다.
“리버풀에서 만들어낸 이스탄불의 기적이..., 그의 가치를 과하게 높인 경향이 없지 않나 싶네요.”
말 그대로 비아냥이라 할 수 있었다.
일부 툰 성향의 기자들은 그런 한지를 향해 함정 섞인 질문들을 쉼없이 건넸다.
허나 경험많은 한지 플릭은 아주 유려하게 이를 비켜나갔다.
그러면서도 뉴캐슬의 감독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네이마르, 인구를 향한 발언도 이어졌다.
“두 선수 모두 월드클래스입니다. 허나..., 지난 1차전에서 보여준 두 선수는..., 제가 그 팀의 감독이었다면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아웃시켰을 만큼 부진했죠.”
다른 감독은 이를 선수의 심리를 자극해 다음 날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게 할 도발성 멘트로 활용하곤 했다.
그러나 한지 플릭은 달랐다.
그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있었으며 진정,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렇듯 한지 플릭은 다시 한 번 단호하게 못 박았다.
“유럽 언론들은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인쿠를 거론하곤 합니다만..., 제가 판단하기에 최고의 스트라이커는 오직 래반도프스키뿐입니다.”
나아가 확신했다.
현역, 최고의 감독은 자신이라고.
* * *
끼이이익-
믹스트존 출구문이 열렸다.
한지 플릭은 인터뷰 후 수석코치 빌헴, 래반도프스키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를 거닐었다.
“어디로 가실 예정이십니까?”
“당장은 숙소로 가지 뭐. 자넨?”
한지는 수석코치, 토마스 빌헴의 질문에 답하곤 래반도프스키를 돌아보았다.
적어도 몇 시즌, 이 선수는 자신에게 있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선수였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 중인 스트라이커가 아니던가?
더불어 챔스에서도 그는 발군의 기량을 뽐내며 뮌헨을 8강으로 이끌었다.
래반도프스키는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를 띠며 답했다.
“저도 숙소로 갈 예정입니다. 실내 트레이닝 센터에서 가볍게 유산소 운동 좀 하려구요.”
“오늘은 훈련도 없는 날인데 좀 쉬지 그러나.”
“하하. 몸이 근질거려서요.”
“몸 좀 사려. 경기 중에도 스코어 차가 2골, 3골 차 이상 벌어졌다 싶으면 좀 걷고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래반도프스키의 답변에 한지 플릭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대개 세계적인 선수들은 거만하기 마련이건만, 이 선수는 누구보다 성실하며 축구에 진심인 남자였다.
‘아직도 발전을 도모하고 있을 만큼.’
그리고 확신했다.
래반도프스키가 이번에도 선봉으로 나선다면 필히 2차전에서 뉴캐슬을 완전히 찍어누르리라고.
문득 한지 플릭은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도 어느새 이 친구의 열렬한 팬이 된 모양이야.’
감독이기 이전에 래반도프스키의 헌신과 희생정신, 워크에씩에 홀딱 반했다는 게 맞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 선수가 더욱 잘되기를 바랐다.
축구선수라면 꿈에 그리는 발롱도르를 탈 존재마저 현시점 오직 래반도프스키 뿐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8강전에서의 승리는 절실했다.
하필 발롱도르 경쟁자가 뉴캐슬이란 팀에 두 명이나 있었으니.
‘인쿠, 네이마르...!’
플릭으로선 그들의 경주를 내일 경기에서 완전히 끊어낼 필요가 있었다.
곧 플릭은 자랑스러운 아들을 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래반도프스키를 향해 말했다.
“자네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뭐든지.”
래반도프스키는 전보다 나긋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래반도프스키는 한지 플릭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감독임을 떠나 자신을 인간적으로 열렬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뚜벅, 뚜벅, 뚜벅-
한지 플릭은 비스듬히 기울였던 상체를 바로 하며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맞은편에서 라파엘 배니테즈와 수석코치, 검은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성난 인상의 남자가 다가온 것이다.
‘인쿠로군.’
그들은 자신들 다음으로 인터뷰에 임하고자 기자회견장으로 향해 나아가는 길이었다.
누구 하나 이쪽을 향해 시선을 맞추진 않았다.
그런데도 순간 복도엔 차가운 적막이 일었다.
뚜벅, 뚜벅, 뚜벅-
모두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복독엔 발자국 소리가 뚜렷이 울렸다.
한지 플릭과 수석코치, 래반도프스키는 세 사람이 근처까지 오자 옆으로 비스듬히 비켜섰다.
‘라파엘.’
한지 플릭의 눈밑은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분명, 자신의 실시간 인터뷰 내용을 봤을 텐데 저자는 제게 눈길조차 맞추지 않았으니.
이대로 통과시켜버릴까 싶으면서도 괜스레 입이 근질거렸다.
옆에 있던 수석코치는 냅다 물어버리려는 한지 플릭을 눈치채고는 말리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힘차게 저었다.
‘안됩니다! 안 돼요!’
허나 늦었다.
“로테이션을 가동할 겁니까?”
우뚝-
라파엘 일행은 한지 플릭 일행에게서 세 걸음이나 지나쳐서야 멈췄다.
“로테이션?”
라파엘은 돌아보지도 않고 나직이 물었다.
이에 한지 플릭은 장난기 묻은 미소를 띠며 거들었다.
“어차피 2차전은 무의미한 경기 아닙니까. 반면에 리그는 여전히 살아있죠. 저였다면 우승을 위해 내일 경기에선 주전 자원들의 체력을 아꼈을 텐데요.”
진정한 도발이라 할 수 있었다.
어차피 뉴캐슬이 역전할 가능성은 없으니 로테이션을 가동해 주전 자원의 체력을 아끼란 소리가 아닌가?
더불어,
“그래야 쪽팔림도 덜 할 텐데요.”
어차피 주전 자원을 내놓아도 1차전처럼 쪽팔리게 대패할 거라는 소리였다.
척!
수석코치 빌헴은 그만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속으론 불만을 터뜨렸다.
‘싸움닭이네, 싸움닭이야! 틈만 나면 시비를 건다니까 어휴!’
옆에 있던 래반도프스키도 조금은 난처한 표정이었다.
허나 라파엘 배니테즈는 분노 대신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그것도 나쁘지 않구만. 허허.”
뚜벅, 뚜벅, 뚜벅.
그러곤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덜컥-
그렇게 믹스트존의 출입문이 닫혔다.
한지 플릭은 짧게 혀를 차며 아쉬운 소리를 냈다.
“시시하구만.”
도발에 응했다면 더욱 즐거웠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 이내 그는 몸을 돌렸다.
바로 그때였다.
벌컥-
갑자기 닫혔던 출입문이 다시 열렸다.
막 두 걸음을 내디뎠던 한지 플릭과 일행들은 걸음을 멈추며 소리가 난 방향을 보았다.
“어?”
수석코치 빌헴이 제일 먼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래반도프스키의 두 눈은 점점 더 커졌다.
한지 플릭의 머리 위로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자네?”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마인구가 자신을 향해 대뜸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한 거다.
“뭔...!”
가? 라고 반문하기도 전, 세 걸음 거리에서 갑자기 돌진하듯 뛰어온 인구는 플릭의 양 어깨를 커다란 손으로 꽈악 쥐었다.
퍼억-!
“커헛!”
갑자기 밀어닥친 손길에 플릭은 그만 중심을 잃고 벽에 등을 부딪쳤다.
“무, 무슨 짓인가 이게!”
옆에서 빌헴은 버럭 소리쳤다.
곧 플릭 또한 정신을 차리곤 금세 달아오른 얼굴로 외쳤다.
“자네 지금 뭐하자는 겐가?!”
인구는 빌헴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오직 플릭의 두 눈만을 빤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니,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후회할 것 같아서 와버렸지 뭐야.”
“뭐, 뭐?”
플릭은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다.
더욱이 당황스러웠다.
‘이놈 눈빛이...!’
뭔가 사달을 낼 것 같은 헤까닥한 눈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한 번 양어깨를 두 손에 붙들리니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자식 힘이 뭐이리 쎈 거야...!’
그러다 곧, 플릭의 동공은 크게 흔들렸다.
스윽-
인구의 얼굴이 서서히 다가오더니 이윽고 왼쪽 귓가에 입술을 가져가 속삭인 거다.
“야이 줫만한 새끼야. 아까 인터뷰 때부터 똥 싸고 처먹는 소리를 잘도 지껄이더니만. 앞에서도 면전에 대고 감히 우리 보스를 농락해? 이 새끼가 뇌 속에 네 코 연골이 박혀봐야 죄송합니다, 하고 넙죽 허리 숙일랑가? 응? 네가 감독이면 다야? 이 탈모 온 새끼가. 윈드밀로 나머지 머리도 다 날려볼래? 이@[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아. 하, 새끼 이거 [email protected]$ 싶게 생겼네. 이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아.”
스윽-
속사포처럼 쏟아진 발언을 끝으로 인구는 한결 상쾌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들었다.
끝으로 인구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암튼, 잘해봅시다.”
탁탁!
한지 플릭의 어깨마저 가볍게 두드려준 그는 이내 걸음을 옮겼다.
쾅-!
기자회견장 출입문이 닫히고 나서야 수석코치 빌헴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가, 감독님, 괜찮으십니까?”
“...”
“감독님?”
하지만 한지 플릭은 벽에 등을 기댄 채 어떠한 답변도 할 수가 없었다.
코치 경력 20년.
난생 처음 선수에게 그냥 욕도 아닌 온갖 쌍욕을 몰아쳐 들었으니까.
그렇듯 플릭은 예상치 못하게 불어닥친 폭풍에 충격에서 쉬이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한지 플릭을 걱정스레 보던 래반도프스키는 그만 놀라 소리쳤다.
주르륵-
“가, 감독님 귀에서 피가 나는데요?!”
< 182. 새로운 뉴캐슬 (2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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