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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3. 새로운 뉴캐슬 (28)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83화 새로운 뉴캐슬 (28)
경기 당일.
뉴캐스을! 뉴캐스을! 뉴캐스을-!
라커룸 너머에서부터 툰들의 열렬한 환호가 들려왔다.
드르르, 드르르!
5만 관중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라커 문이 잘게 몸을 떨 정도였다.
“긴말은 하지 않겠다.”
라파엘 배니테즈는 약 2분간의 짧은 라커룸 대화만을 진행했을 뿐이다.
지난 2005년, 리버풀을 이끌고 이스탄불의 기적이라는 역사를 써 내린 바는 있으나..., 그때와 지금은 또 달랐다.
‘확실히 지금 상황이 더 어렵다.’
당시엔 AC 밀란을 상대로 전반전 3 : 0으로 뒤처져 있다가 후반전에만 3골을 몰아쳐 연장 접전으로 끌고 갔다.
연장전에서도 승패를 가르지 못해 승부차기 끝에 기어이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말이다.
허나,
‘연장전에 가기 위해선 4골이 필요로 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현 시점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최강이라 평가받는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자칫 원정팀인 뮌헨에게 한 골이라도 실점하게 된다면 원정다득점 원칙에 따라 6골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라파엘 배니테즈는 라커 의자에 앉아 경청하는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이 말만은 하고 싶었다.
“고개 숙이지 마라. 그라운드로 향하는 내내 너희는 모두 고개를 빳빳이 세워야 해. 오직 뉴캐슬을 위해 뛰는 거야. 서포터들을 위해서라도 격차를 최대로 좁혀보는 거다.”
오래전, AC 밀란을 상대로 3 : 0으로 지고 있을 때 하프타임 간에 했던 말과 엇비슷했다.
감히 승리를 원한다고는 말하지 못하였다.
격차가 격차이니 만큼 자칫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으니까.
다행히 선수들은 자신의 짧은 연설만으로 두 눈에 나름의 열망을 불태웠다.
몇몇은 여전히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단 한 명은 아예 달랐고 말이다.
벌떡-
올 시즌 후반기부터 팀의 주장이 된 인구가 자리에서 대뜸 일어났다.
라파엘은 익숙하다는 듯이 그런 그를 빤히 주시했다.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군.”
라파엘은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를 띠며 옆으로 비켜섰다.
경기 전,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향한 발언은 당연한 것이니까.
저벅, 저벅, 저벅-
인구는 이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라커룸 중앙으로 걸어가 선수들 앞에 섰다.
‘흠.’
라파엘 배니테즈가 느낀 것과 달리 인구가 본 선수들의 눈빛엔..., 다소 열망이 느껴지긴 하나 부족해 보였다.
‘최대한 격차를 좁혀보겠다는 생각들 뿐이잖아.’
승리하겠다는 열망을 드러내는 눈빛은 없었다.
알폰스 대이비스와 같은 어린 자원들은 1차전에서 대패한 원인인지 평소보다 긴장한 것 같았고 말이다.
적어도 인구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렇듯, 그는 콧잔등을 찡긋하며 서두를 열었다.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에서 다시 한번 바이에른 뮌헨을 만나게 됐다. 말 그대로..., 우린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야.
까놓고 얘기해서 1차전에서 우리 전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당장 은퇴를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개판이었잖아. 아주 겔겔거렸지.”
자리한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특히나 래반도프스키, 밀러에게 배후공간을 탈탈 털린 포백들은 그때의 저주스러운 기억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푹 떨궜다.
인구의 한쪽 눈썹이 꿈틀하니 치솟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기회다!”
인구의 정수리를 때리는 것 같은 발언에 고개를 숙였던 이들이 금세 고개를 들었다.
흔들리는 몇몇 동료들의 동공에 인구는 일갈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기죽지 말란 말이야. 쪽팔리지도 않나? 응? 5만에 달하는 관중이 오직 우리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어. 그런데 경기 시작부터 반쯤 포기한 상태로 그라운드에 발을 들인다? 지랄 똥 싸네!”
인구는 짧게 혀를 찼다.
“그건 맛난 먹잇감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거나 다를 바 없어. 실제로 경기력에도 그런 아둔한 심리상태가 영향을 끼친다면..., 기자들은 득달같이 물고 늘어지겠지. 최하평점 스밴 보트만! 이기려는 의지조차 없던 알폰스 대이비스! 라는 타이틀을 기재하며! 뉴캐슬의 한계 어쩌구 저쩌구 온갖 염병을 떨어되겠지!”
거론된 이들이 움찔 어깨를 떨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점차 달아오른 얼굴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4: 0 스코어? 그래. 충분히 멀고 먼 격차라 할 수 있어. 그래서 다수의 언론이나 여론 등은 일찍이 4강 진출은 물 건너간 거라 말하고 있고.”
인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니 오히려 잘 된 거 아닌가?”
“...잘 됐다고?”
경청하던 다니엘 알배스가 반문했다.
인구는 알배스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기대도 없다는 소리니까. 오늘 경기에서 패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소리라고. 반대로..., 만약 우리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바이에른 뮌헨을 눌러버린다면? 5 : 0으로 누른다면? 혹 그 새끼들이 한 골 넣어도 우리가 6 : 1로 결과를 뒤집는다면? 헤이, 살로몬. 어떨 거 같아?”
인구의 호명에 살로몬 런던은 피식하니 웃으며 답했다.
“아마..., 진짜 기적으로 불리겠지. 이스탄불의 기적, 캄 노우의 기적처럼 또 다른 기적!”
딱-!
인구는 손가락을 튕기며 슬그머니 하얀 이를 드러냈다.
“맞아. 바로 그거지! 딱 잘라 말해, 지더라도 리스크는 크게 없다! 이미 우린 뉴캐슬 나름대로의 역사를 써 내렸고, 이 경기에서 패한다고 할지라도 아쉬울지언정 박수를 받을 거야.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역전에 성공한다?”
인구는 선수 개개인을 손끝으로 콕 찍어내듯이 가리켜 입을 열었다.
“그럼 네놈들 하나하나가 영웅이 되는 거야. 뉴캐슬에 전례 없는 영웅이 되는 거라고.”
라파엘 배니테즈와는 달리, 인구는 이 경기를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보물, 세나도 그걸 원하고 있잖나!
그래서 선수들에게 승리에 대한 염원을 심어주고자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라파엘도 이를 뚜렷이 느꼈다.
‘이 녀석...’
다행히, 선수들에게 있어 이는 부담감으로는 작용하지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인구의 열띤 발언이 거듭될수록 움츠려있던 몇몇 선수의 어깨가 펴졌다.
다른 몇몇은 두 눈에 더욱이 뜨거운 열망을 피우기 시작했다.
인구 또한 피부로 다닥 다닥 느꼈다.
조금 전, 시들시들했던 선수들의 텐션이 현재에 이르러 화로처럼 제 피부를 뜨겁게 돋구고 있었으니까.
누구 하나 자신에게 시선을 두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인구는 불이 붙기 시작한 만큼 장작을 더 많이 집어넣었다.
온몸을 써가며 열띤 연설을 이어간 것이다.
“우리가 만약 뮌헨을 잡는다면..., 바이언 놈들은 거품을 물고 쓰러지겠지. 그런 걸 보고 싶지 않아? 경기 전만 해도 봐. 이 새끼들 벌써부터 승리를 자축하고 있잖아. 4강 상대도 아니고 벌써 결승 상대를 생각하고 있어! 언론이며 여론이며 모두 다!”
“홈에서 4점 차로 이기고 난 뒤엔 우린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단 말이다!”
“이건 우리를 짓밟은 거나 다를 바 없어. 툰을! 네 가족을 뭉갠거나 다를 바 없다고! 이 개새끼들!”
“저기, 저기!”
인구는 라커룸 출입문을 손끝으로 거칠게 가리켜 외쳤다.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 자리한 팬 중엔 네 아내, 네 아들, 딸! 혹은 친척들도 있겠지! 그들에게 보여주는 거야. 자랑스러운 남편, 자랑스러운 아빠, 자랑스러운 아들이 이곳 스타디움에서 극강의 적을 무참히 무찔러 쓰러뜨리는 것을! 진정 영웅이 되는 순간을 말이야!”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어느덧 라커룸 전체가 뜨거운 열기로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선수들의 두 눈은 화르륵 불타오르는 중.
인구는 피식하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래,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구만.’
충분히 예열이 된 것 같았다.
선수뿐만이 아닌, 이젠 주변에 자리한 코칭스태프까지 거대한 전쟁을 앞둔 전사처럼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은가!
고로 인구는 꽉 말아쥔 주먹으로 제 가슴을 탕탕! 치며 끝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니까, 오늘, 이곳에서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무엇보다, 이 축구판에 기적이 없은 지도 꽤 됐잖아?”
* * *
양 팀이 입장하자 툰들이 우레에 찬 함성을 터뜨렸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원정 팬, 선수로선 기세가 죽을 법한 어마어마한 환호성이라 할 수 있었다.
그라운드 곳곳엔 거대한 뉴캐슬의 깃발이 펄럭였다.
팬스 가까이 있는 팬들은 선수 개개인의 이름을 우렁차게 연호했다.
“인쿠우우우우우우우!”
“네이마르으으으으으!”
“가즈아아아아아~! 알폰스으! 오버래핑으로 바이언의 측면을 부숴버리는 거야아아아!”
“헤이이이~! 빅포드으으으! 뉴캐슬이기 이전에 잉글랜드 자존심을 보여주어어어! 잉글랜드의 방패가 얼마나 단단한지 말이야!”
해설진은 그라운드에 발을 들이는 선수들을 보며 중계를 이어갔다.
[먼저 홈 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4-2-3-1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마인구.
2선 네이마르, 살로몬 런던, 루카스 오캄푸스.
중앙 미드필더엔 오를레앙 추아매니, 소피안 암라바트.
포백은 알폰스 대이비스, 스밴 보트만, 티아구 실바, 다니엘 알배스.
골키퍼 장갑은 조던 빅포드.
[1차전과 비교하자면..., 라이트백에 디안드루 예들린이 아닌 베테랑 다니엘 알배스가 선발로 나서는군요!]
[센터백에도 아미르 라흐마뉘 대신 티아구 실바가 선발로 출전합니다!]
[두 노장 모두 챔피언스 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죠!]
[라파엘 배니테즈로선 이 점을 높이 산 게 아닐까 싶은데요!]
[두 선수 모두 전 소속팀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몇 차례 상대한 바도 있지요!]
이어서 원정팀 바이에른 뮌헨의 라인업이 소개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4-3-3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쓰리톱에 킹슬리 코망, 로베르트 래반도프스키, 토마스 밀러.
중앙 미드필더엔 코랑팅 톨리수, 래온 고레츠카, 조수아 키미히.
포백은 대이비드 알라바, 니콜라스 쥘래, 재롬 보아텡, 뤼카 애르난데스.
골키퍼 장갑은 마누앨 노이어.
[바이에른 뮌헨에도 변화가 있군요! 더글라스 코스타가 빠지고 그 자리에 킹슬리 코망이 투입되었어요!]
그 외에도 하비 마르티내스 대신 조수아 키미히가 선발로 나섰다.
뉴캐슬과 달리 벤치 명단도 확인한 해설진은 절로 감탄을 터뜨렸다.
[실로 어마어마한 라인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게 벤치 멤버에만 월드클래스 및 유망한 자원이 넘쳐났다.
더글라스 코스타
세리지 그나브리
알랙산더 뉘밸
자말 무시말라
하비 마르티내스
르로히 자네 등...
개개인이 어떤 팀을 가더라도 주전을 꿰찰 실력자들이었다.
* * *
바이에른 뮌헨 감독, 한지 플릭은 자신하고 또 자신했다.
비행기를 타기 이전부터, 아니 1차전에서 4 : 0 스코어로 뉴캐슬을 잡은 직후부터 뉴캐슬은 자신들의 상대가 절대 아니라고.
더 나아가 원정, 2차전에서마저 바이에른 뮌헨은 래반도프스키를 필두로 뉴캐슬을 압살하리라고 말이다!
그러나 전반전 7분.
촤라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 강력한 왼발 인사이드 중거리 슈팅으로 뮌헨의 골망을 물결칩니다아아!]
[우측 에어리어 바깥, 하프에서 기습적으로 때린 슈팅!]
[노이어가 채 반응조차 하지 못할 만큼 수비수 머리 위를 넘어 니어 포스트로 크게 감긴 슈팅이었는데요오오!]
[스코어 2 : 0! 인쿠가 경기 초반부터 뮌헨을 상대로 멀티 골을 성공하네요오오!]
< 183. 새로운 뉴캐슬 (28)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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