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 우승? (1)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88화 우승? (1)
4강 2차전 이후 37라운드마저 치른 끝에 뉴캐슬엔 꽤 긴 휴식기가 부여되었다.
리그 마지막 경기인 38라운드가 5월 20일에 치러지는 만큼 자그마치 10일이라는 여유 시간이 생긴 거다.
뉴캐슬 감독, 라파엘 배니테즈는 특별히, 선수단에 이틀이라는 휴식을 부여했다.
그 기간 일부 선수들은 짧게나마 멀지 않은 거리로 휴가를 떠났다.
단 라파엘은 경고했다.
[술은 절대 금한다! 만약 적발될 시 실력 여하를 막론하고 남은 잔여 경기를 뛸 수 없을 줄 알아!]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 이 특별한 보상에 툰 중 누구 하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없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역사상 처음으로 더블을 목전에 두고 있었으니까.
더블은 말 그대로 한 시즌에 2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림을 말함이었다.
더욱이 뉴캐슬의 더블은 단순한 더블이 아니었다.
그 어렵디어려운 EPL 리그 우승컵과 빅이어가 대상이었으니까.
현재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37라운드에서 26승 6무 5패만을 기록 중이었다.
승점은 84점.
2위는 맨체스터 시티는 25승 6무 6패로 승점 81점.
3위 리버풀은 23승 7무 6패로 승점 76점.
사실상 뉴캐슬은 최종전에서 승리할 시 우승을 확정 짓는다.
단 맨체스터 시티가 승리하고 뉴캐슬이 패배하면 순위는 뒤집히는 것이었다.
득실차에 있어 맨체스터 시티가 2점이나 앞서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툰들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선수들이 똑똑히 보여주지 않았던가?
기적은 존재함을···!
언론에선 여전히 뉴캐슬의 기적적인 승리를 비롯해 압승을 보도하고 나섰다.
그래서일까?
팬들은 관대하기 그지없었다.
- 이틀이 뭐냐. 최소 3박 4일은 쉬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 라파엘이 좀 짜게 줬네. 이틀이면 그냥 집에서 쉬라는 거잖아.
- 차라리 시즌 끝나고 8월까지 쭉 쉬게 해주는 건 어떨까요? 선수들 무지 분전했잖아요.
ㄴ 그럼 프리시즌은?
ㄴ 우리 뉴캐슬은 프리시즌 따위 안 치러도 리그에서 우승할 자력을 갖춘 팀임.
ㄴ 그건 또 인정!
- 프리시즌이 뭐냐. 그냥 시즌 개막 전날에 와서 뛰어도 웬만한 클럽보다는 조직력 좋고 잘할걸?
ㄴ 그건 좀 오바;;;
물론 컵대회에선 일찍이 탈락한 뉴캐슬이었다.
이마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리그 최종전까지 1위를 사수하고 있는 만큼 설계였다는 게 언론, 여론의 유추였다.
- 스쿼드 댑스가 다른 빅클럽에 비해 약한 만큼 그냥 리그랑 챔피언스 리그에 집중하기로 한 거지.
- 작정하고 컵대회 우승 노렸으면 아마 이 시기 트레블까지 목전에 두고 있었을 듯?
ㄴ 당연한 소리를 ㅋㅋㅋㅋㅋㅋㅋ
- 우리에겐 네이마르와 인쿠가 있다! 이 두 선수면 최소 트로피 한 개쯤은 차지하는 게 당연한 고야!
- 라파앨이 체력 안배를 잘했다고 봅니다.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하는 전략도 좋았다고 봐요!
이러한 팬들의 긍정, 또 긍정 어린 반응에 레전드, 앨런 시어러는 한 매체에 출연해 이처럼 발언했다.
[뭐든지 성적 만능주의인 겁니다. 성적이 좋으면 무얼 하든 예뻐 보이고 계획적이게 보이거든요!]
앨런은 세상 행복감에 빠진 얼굴로 덧붙였다.
그 또한 올 시즌 뉴캐슬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으니까.
[제가 만약 여자였다면 라파엘 배니테즈에게 청혼했을 겁니다. 그는 뉴캐슬의 레전드에요! 리버풀이 아니라!]
* * *
화창한 오전.
[6살의 하루 평균 활동량은 9km이다. 축구선수 못지않은 체력을 지닌...]
“....흐음.”
인구는 거실 소파에 앉아 성장기 아이와 관련한 책을 보다 말고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이틀이라는 휴식이 부여된 만큼 인구는 간만에 훈련 대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힐끗-
거실 한편을 보자 세나가 우다다다! 뛰어다니는 게 보였다.
“우오오옷!”
우렁찬 외침과 함께 세나는 슈퍼맨처럼 꽉 쥔 주먹을 뻗어 널따란 거실 곳곳을 뛰어다녔다.
그 모습마저 귀여워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지긴 했다만...,
“으음.”
이내 자기도 모르게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속으론 생각했다.
‘어째...,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더 오르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손에 든 이 책자의 말을 빌자면 이 나이 때 평균 활동량은 9km랬다.
하지만 인구가 체감하는 세나의 하루 평균 활동량은 15km.
‘다른 아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높아...!’
이는 축구선수들도 쉬이 해내지 못하는 미친 활동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요 몇 달 사이, 또 간만에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디안드루랑 살로몬 이놈들도 요즘은 우리 집에 방문하지를 않아.’
간단한 이유였다.
인구의 집을 방문하는 순간 세나의 장난감이 되었으니까.
장난감이 되어 1시간, 2시간도 아닌 최소 5시간 이상을 고통받았고 말이다.
‘네이마르 이 새끼도...,’
처음엔 자신이 차려준 한식이 맛있다며 몇 번 방문하더니, 세나와 놀고 나선 몇 차례 체력이 고갈된 모습을 보였다.
그 뒤로는 방문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말이다.
‘충분히 공감은 간다만...,’
물론 이를 극복할 방법은 있었다.
스윽-
눈동자가 데구르르 책으로 떨어졌다.
책자엔 아이들의 체력에 감당되지 않은 부모들을 위한 몇 가지 팁이 있었다.
[운동을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운동...!’
이미 세나는 축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수영, 탁구, 그 외 태권도 및 기타 실내 운동 등으로 아이들의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어요!]
인구의 두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하긴, 이젠 축구 말고도 다른 종목을 한 번 배워볼 때가 되긴 했지.’
발레를 접한 적은 있지만 세나는 썩 탐탁지 않아 했었다.
허나 여전히 인구로선 다양한 종목을 접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다.
‘왜, 축구에서도 여러 종목을 가르치곤 하잖아.’
수영만 해도 지구력, 근력, 심혈관 건강 및 달리기에 도움이 된다.
탁구는 순발력과 민첩성 효과에 아주 좋고 말이다.
‘나 때는 그런 거 없이 오직 축구만 가르치기만 했다만.’
지금 시대는 달랐다.
당장 뉴캐슬 유나이티드만 하더라도 아이들을 위해 수영 시설 외 기타 체육 시설을 새로이 짓고 있지 않던가?
단, 완공되려면 몇 개월은 더 걸린다.
그렇듯...,
“저기, 세나야?”
“웅?”
다다닷-!
막 전력 질주하던 세나가 급브레이크처럼 멈춰 서며 이쪽을 돌아봤다.
인구는 세상 다정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우리 세나. 축구 말고 또 하고픈 운동 없어?”
물론, 은근한 기대감도 피어올랐다.
축구에 천부적인 자질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발레에도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세나였다.
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감탄에 겨워했다.
[어머! 어머! 어쩜 저렇게 유연할까?]
[타고났네, 타고났어!]
[와~ 무슨 태어날 때부터 발레를 배웠나? 우리 애랑은 완전 차원이 다르네.]
‘흐헣.’
또 한 번 뿌듯함을 느끼고 싶었다.
‘저 아이의 아빠가 접니다.’
라고 자랑스레 말하고 싶었고 말이다.
“웅!”
인구의 바람이 통한 건지 세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구의 입꼬리가 슬며시 끌어 올라갔다.
“오호, 그럼 우리 세나. 뭐 배우고 싶어? 태권도? 아니면 수영? 혹은..., 탁구? 그것도 아니면 테니스?”
“우움, 우움..”
머릿속에선 딸의 환상적인 미래가 상상되었다.
[아앗! 강세나 선수! 기막힌 뒤돌려차기로 세계 랭킹 1위 오재영 선수에게서 승리! 승리합니다아아!]
[여자 마이크 팰프스라 불리는 강세나아아~! 아아! 다른 선수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기량으로 앞서나가는 군요오오오~!]
[아! 강세나아~!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율닝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에서 앞서나갑니다!]
[여자 카를루스 알카리스로 불리는 강세나 선수! 여자 테니스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흐허헣.”
빙구 웃음이 흐르는 와중에 세나는 큼지막한 두 눈을 끔뻑이다 말고 방긋! 웃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 나!”
“웅웅, 말해봐. 세나야. 아빠가 뭐든 들어줄게!”
“나, 이종격투기 배울래!”
“응, 그래 이종격투기 그럼 배우..., 응? 뭐?”
인구는 세상 자비로운 아빠마냥 답하다 말고 흠칫 몸을 떨며 반문했다.
어느덧 세나는 인구의 무릎 앞에 다가와 콕! 제 몸을 붙였다.
이어선 필살기 반달 눈웃음을 한 채로 말을 이었다.
“이종격투기 배우고시퍼. 프란시수 은가누처럼 되고시퍼. 헤헷!”
“...?”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답에 순간 인구는 혼란스러워서 어떤 답도 하지 못했다.
* * *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마지막 리그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맨체스터 시티였다.
“리그 최종전에서 하필 뉴캐슬과 맨시티는 리그 우승을 건 마지막 일전을 치릅니다. 이런 우연이 또 어디 있나요?”
공영 매체의 단골 패널, 앨런 시어러는 콧잔등을 찡긋하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처음으로 패널로 출연한 뱅상 콤파뉘가 물었다.
[만약, 최종전에서 순위가 뒤바뀐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뱅상 콤파뉘는 한때 맨체스터 시티에서 센터백으로 활약한 바 있는 레전드였다.
현재는 벨기에 리그 소속 클럽의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었고 말이다.
앨런은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저는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지면요? 이미 뉴캐슬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들은 우승 분위기던데.”
“우승을 목전에 뒀으니 그런 분위기를 내는 건 당연한 거죠.”
곧장 두 사람 사이에 진행자 개리 리네커가 껴들었다.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팀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이긴 합니다.”
리네커는 놀랍다는 듯이 덧붙였다.
“불과 시즌 초만 하더라도 뉴캐슬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우위를 점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지만요.”
그 말대로였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고작 한 시즌 만에 말 그대로 모두가 인정하는 클럽으로 비상한 것이다.
앨런은 우쭐한 얼굴로 덧붙였다.
“오직 우리 선수들은 실력으로 세계에 증명해냈습니다. 자신들이, 뉴캐슬이 빅클럽에 도달할 수 있는 클럽이라는 것을요. 네이마르와 인쿠는..., 사실상 현존 최강의 공격 듀오고 말입니다. 뱅상. 인정합니까?”
각각 뉴캐슬과 맨시티의 레전드인 만큼 두 사람은 은근히 기 싸움을 이어갔다.
허나 뱅상은 이 부분에서만큼은 어깨를 으쓱이며 인정했다.
“현재는 두 사람을 뛰어넘는 공격 듀오는 없지요. 하하.”
그러나 다음으로 이어진 말에 앨런의 눈 밑은 살짝이긴 하나 꿈틀거렸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이미 한 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역전 우승을 거둔 바가 있는 팀입니다. 더불어..., 올 시즌 맨시티는 컵대회를 포함해 뉴캐슬을 상대로 단 한 번의 패배도 허용치 않았죠.”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맨시티를 상대로는 앞선 전적만 보더라도 뉴캐슬의 승률이 극악에 가까웠으니까.
허나 앨런은 언제 표정을 굳혔냐는 듯 이내 입가에 미끈한 미소를 띠며 이렇게 답했다.
“뉴캐슬의 기적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 188. 우승? (1) > 끝
ⓒ 강로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