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89화 (189/200)

< 189. 우승? (2)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89화 우승? (2)

5월 15일.

- 맨체스터 시티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승자는 누구?

ㄴ 이건 닥 맨체스터 시티지!

ㄴ 난 뉴캐슬 유나이티드!

-음. 일단 공격은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우위인데. 나머지 포지션은 맨시티가 비등하거나 좀 더 나은 것 같은데?

- 빌 포든, 이 녀석 정말 뛰어난 재능이야. 전성기 댈레 알리 못지않은 잠재력을 지닌 선수라고. 분명 뉴캐슬전에서 한 건 한다!

- 인쿠, 네이마르가 절정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저는 뉴캐슬이 무조건 이긴다고 봅니다. 뮌헨, 바셀, 아틀레티 수비라인도 무참히 뚫어버린 듀오가 저 두 선수라고요!

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팬들은 며칠째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은 상대가 맨시티라도 뉴캐슬이 쉬이 질 것이라는 반응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거다.

언론 역시 다른 어떤 경기보다 두 팀 간의 경기를 주목하고 있었다.

[호샙 과르디올라 vs 라파엘 배니테즈! 승자는 누구?]

[1926-1927시즌 이후 프리미어 리그 우승 노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에 인쿠, 네이마르 듀오를 막을 만한 수비수들이 있나?]

앨런 시어러가 출연하는 공영 방송 및 기타 축구 관련 방송에선 매일같이 두 팀의 전력을 분석하며 승패를 예측했다.

영국 거리 곳곳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실외 테이블에서 노인들은 맥주 한 잔과 간단한 음식을 안주 삼아 논쟁을 벌였다.

“뉴캐슬이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응? 뉴캐슬은 근본도 없는 구단이야.”

“솔직한 말로 근본 없는 구단은 맨체스터 시티지!”

“뭐, 뭐라고?”

“돈으로 치장한 구단이 아닌가?”

“그럼 뉴캐슬은? 뉴캐슬도 이제 돈으로 치장한...,”

“하지만 뉴캐슬은 근본이 있어. 역사적으로도 더 위대한 팀이고 말이지.”

그들만이 아닌 테이블에 자리한 상당수 사람들이 두 팀의 역사부터 들먹여가며 설전을 벌였을 정도다.

영국, 그 자체가 현재 뉴캐슬과 맨시티로 떠들썩해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       *       *

대형마트 매장 직원인 미카일 헨리는 진열대에서 과자 상품을 정리 중이었다.

“흐흥~ 흐흐흥~”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노랫소리에 그는 콧노래를 흥얼대며 따라불렀다.

그는 요 몇 달째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이 최애하는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연전연승을 거두지 않았던가?

‘그것도 압도적인 성적으루!’

어찌 보면 자신은 집안에서 병종이긴 했다.

그레이터맨체스터 주에 거주하면서 가족 내 유일한 툰(뉴캐슬 서포터즈)이었으니까.

아버지는 누누이 경고했다.

[툰은 너 하나로도 버거우니까, 혹 여자친구를 사귀거든 절대 툰이어선 안 된다!]

영국은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나라였다.

흔치는 않으나 헨리의 가족은 대대로 시티즌(맨체스터 시티 서포터즈)에다가 극렬할 정도였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가족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설득했다.

[뉴캐슬 따위가 뭐가 좋니? 응?]

[뉴캐슬은 근본도 없는 구단이야. 그 팀은 가난해서 시설도 엉망이라구.]

[2부나 전전하는 구단을 응원한다고?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구나.]

[오빠, 그 팀에 유명한 선수가 누가 있는데? 어? 새르히오 아구에로같은 선수 있어?]

이 모든 건 불과 2시즌 전의 이야기였다.

정확히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2부에 머물던 시절.

“흐흐흥~ 흐흐흐흥~!”

헨리의 콧노래가 커졌다.

이제 와 가족들은 그런 소리를 절대 꺼내지 못했으니까.

왜냐?

“그야~ 우리 뉴캐슬은 이제 부자니까~!”

작은 목소리로 외친 헨리는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한 바퀴 돌며 엉덩이를 씰룩 씰룩거렸다.

네이마르라는 월드클래스마저 영입한 뉴캐슬 유나이티드였다.

‘진짜로 영입할 줄 몰랐는데.’

시즌 초엔 살짝 불안정한 출발을 보였지만 지금에 이르러 그는 인구와 함께 뉴캐슬에 없어선 안 되는 선수가 되었다.

‘그 외에도 다니엘 알배스, 티아구 실바같은 베테랑들이 합류했고...!’

다니엘 알배스는 틈틈이 교체로 출전하여 쏠쏠한 활약을 해주었다.

‘특히 티아구 실바는 대박이야...!’

서른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티아구 실바는 기존 주전인 아미르 라흐마뉘를 위협할 만큼 뛰어난 경기력을 뽐냈다.

무엇보다...,

“인쿠우우-”

빙그르르~!

헨리는 또 한 번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한 선수의 이름을 불렀다.

마인구는 헨리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선수였다.

네이마르조차 대체할 수 없는!

“거의 매 경기 골을 넣다시피 하잖아.”

인구에게 있어선 매일이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가족들은 뉴캐슬에 관해 일절 언급조차 않고 있었다.

대신, 헨리가 이제 가족들을 향해 틈틈이 설파하고 나섰다.

[동생아. 맨시티엔 인쿠같은 스트라이커 있어?]

[아빠. 가브리엘 재주스랑 라임 스털링은 결정력 하자가 있던데. 그럼에도 번갈아 가며 꾸준히 기용하는 게 신기하지 않아? 나였으면 벌써 팔고 새로운 스트라이커 영입했지.]

[솔직한 말로, 명성만 놓고 봐도 지금 맨시티엔 네이마르 이상가는 네임벨류는 없는 거 같은데? 맞지?]

이 말 몇 마디에 가족들은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극렬한 서포터즈이면서도 한편으론 누구보다 냉정한 가족 집안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어?”

상품을 진열하던 중에 헨리는 아이들이 최애하는 과자가 딱 하나 남았음을 발견했다.

“초코초코볼...!”

이건 헨리, 그도 좋아하는 과자였다.

독일 유기농 초콜릿 전문 제조사가 만들었다는 바로 그 초콜릿 과자...!

“그거, 그거야!”

동시에 진열대 사이 복도 끝자락에서부터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헨리는 갑작스러운 외침에 흠칫거렸다가 말고 소리가 난 방향을 보았다.

“오?”

곧 입 밖으론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매끈하고도 굴곡진 근육을 자랑하는 남자가 이쪽을 향해 손끝으로 힘차게 가리키고 있었다.

헨리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다, 달리기 잘할 것 같은데?’

그도 그럴 게 복장부터가 육상선수들이나 입는 복장 차림새였다.

멀리서도 남자의 두 허벅지는 단단하고도 크게 갈라져 있었다.

“그거요!”

그러다 곧, 남자는 스타트 발판을 밟은 것처럼 헨리가 있는 쪽을 향해 빠르게 튕기듯 달려왔다.

“오오옷...!”

헨리는 남자가 전력으로 달려오자 순간 주춤거리며 기겁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실제 단거리 육상선수 출신의 남자, 아담 브루니는 특유의 호흡법을 입 밖으로 토해내며 생각했다.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간식이야! 다른 매장에선 전부 품절이 됐지!’

아담 브루니는 잉글랜드 브라이튼 앤 호브에서 이곳 맨체스터주까지 건너왔다.

오직 저 과자를 공수하기 위해!

그러나 얼마 못 가, 아담 브루니의 두 눈은 부릅떠졌다.

‘저, 저건?!’

반대편 진열대와 진열대 사이 복도 끝자락,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남자가 대뜸 우렁차게 소리친 것이다.

“바로 그거야아아!”

직후, 남자는 브루니가 그랬던 것처럼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오오오옷?!”

헨리는 다른 의미에서 놀랐다.

꽤 멀리 있었지만 딱 봐도 저 남자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나이였으니까!

투웅-!

‘빠, 빠르다!’

반면 브루니의 눈 밑은 꿈틀거렸다.

첫 스프린트 과정에서의 움직임부터가 나 절대 일반인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같은 육상선수인가?!’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그렇게밖에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엇보다 스타트는 자신이 먼저 밟았건만 금세 반대편의 남자가 간격을 좁히고 들었으니까.

‘실로 무시무시한 스타트야...!’

이처럼 빠른 선수는 흔치 않았다.

‘그것도 나와의 대결에서 이렇게 간격을 빠르게 좁힌 선수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인데...!’

그나마 다행히도, 10m를 남겨두고 남자의 속도는 급감했다.

‘됐다!’

당혹도 잠시, 브루니의 입가엔 회심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제보니 딱 봐도 순간 스퍼트만 빠른 녀석인 것 같았으니까.

‘그런 녀석은 많아.’

스프린트엔 지속성, 단기성 등 종류가 많은 법이었다.

마주 오는 남자는 단기성 중에서도 극한의 단기성인 것 같았고 말이다.

속도가 팍 크게 올랐다가 확 식어버리는.

그렇게 8m

7m

5m...,

거리가 더 좁혀지는 찰나였다.

돌연, 속도가 급감했던 남자가 다시 한번 디딘 앞발로 복도 바닥을 찍어누르듯이 비틀어 튀어나왔다.

투우웅-!

“?!”

브루니의 두 눈이 빠질 것처럼 커졌다.

이제 손만 뻗으면 초코초코볼을 제 손아귀에 가져올 수 있었다.

실제로도 손을 뻗었다.

단 손가락 두 마디 거리만 더 뻗으면 아들에게 이 귀중한 과자를 선물로 줄 수 있었다!

‘장장 몇 시간을 걸려 찾은 거라구!’

기차만 4시간 3분을 타고 이곳으로 왔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탓-!

“...!”

자신보다 두 걸음 이상 떨어져 있던 남자가 기어이 불시에 거리를 좁혀 중앙에 있던 금발 머리 남자에게서 과자를 강탈했다.

“어, 어억?!”

브루니의 벌어진 입 밖으로 당황스러운 음성이 새어나왔다.

얼굴엔 그새 패잔병의 기색이 어렸다.

“크하핫!”

반면 순간 스프린트에 이어 또 한 차례 스프린트를 가한 검은 머리 남자, 인구는 급브레이크 밟듯 멈춰 서며 환호했다.

“이거야! 이거라고! 내가 이걸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뉴캐슬 어폰타인의 매장이란 매장은 다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없었다.

그렇게 맨체스터주까지 건너왔고 말이다!

‘우리 세나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초코과자아...!’

곧 인구는 한 손에 들린 과자를 우승컵 들어 올리듯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크으으...!”

과자 포장지에서부터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비록 암만 유기농이라도 과자는 과자지만...,

‘세나가 그리도 좋아하는 간식이니까...!’

이로써 인구는 오늘 또 세나에게 이쁨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옆, 덩치 큰 한 사내가 허리를 숙이고 절망에 빠져 있는 채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불과 조금 전 인구는 저 남자와 마주 뛰며 시선을 교차했다.

눈으로는 짧고도 긴밀한 대화를 나눴다.

[이기는 자가 갖는다!]

[그래!]

[사나이 vs 사나이의 승부인 거야!]

[옳소!]

[누구든 차지하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말고 헤어집시다!]

라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미안한 감정은 없었다.

오히려 인구는 두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단지, 사나이들의 승부였을 뿐이다.’

딱 봐도 저 남자 또한 운동선수 출신이었다.

‘달리면서 똑똑히 봤어.’

두 눈에 담긴 강한 집념과 근성을.

‘어쩌면, 육상선수일 지도.’

인구는 예리한 시선으로 생각했다.

‘스퍼트부터가 남달랐으니까. 거기다 지속성이 좋았다. 달리는 폼도 일반인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났었어.’

애초에 육상선수 복장을 착용한 상태였지만 인구의 예리한 눈엔 그게 보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좋은 승부였습니다.”

목적을 이룬 만큼 인구는 이내 손에 든 과자를 흔들어 보이며 미련 없이 허리를 숙인 남자를 지나쳤다.

그때, 그들 가운데서 잠자코 있던 헨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그거. 창고에 더 있는데요. 가져다드릴까요?”

우뚝-

인구는 채 두 걸음을 걷다 말고 멈춰섰다.

헨리를 바라본 인구의 두 눈은 어째선지 분노로 치밀었다.

헨리가 얼떨떨한 얼굴로 보자 인구는 말했다.

“네가 우리의 승부를, 감히 퇴색시켜...?”

반면 허리를 숙였던 브루니는 그새 고개를 들어 언제 패잔병 같은 얼굴이었냐는 듯 기쁨에 겨워 말했다.

“나도..., 이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는 거야?”

< 189. 우승? (2) > 끝

ⓒ 강로이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