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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90화 (190/200)

< 190. 우승? (3)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90화 우승? (3)

5월 17일.

리그 최종전까지 3일 남은 시점.

맨체스터 시티 집무실.

“으음.”

사무 의자에 앉은 호샙 과르디올라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테이블 위에 놓인 태블릿 pc 속엔 여론 반응이 끓고 있었다.

- 늘 그래왔듯 챔스도 또 떨어졌는데 리그 우승은 해야지? :)

- 내 생각인데..., 지금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너무 쎄다. 그래서 리그 우승도 놓칠 듯;;;

- 투자도 막대하게 해주는데 두 시즌 연속 놓치는 거면..., 감독 교체 강행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그냥 위르갠 클롭 데려오자.

ㄴ 클롭 우리보다 못하는데??

ㄴ 장기적으로는 더 좋아보이잖아. 깡다구도 있고.

- 까놓고 말하자. 리그 우승 못해도 돼. 확실히 올시즌 뉴캐슬이 지랄 맞을 정도로 잘했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FA컵 우승 정도는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 그냥 호샙 과르디올라도 한물간 것임.

“...”

호샙 과르디올라의 입매가 축 늘어졌다.

그는 지난 2016년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부임한 다음 시즌인 2017-2018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리그 우승을 이뤘다.

‘리그 우승만이 아니지.’

EFL컵부터, 이후 2018-2019시즌에 이르러선 미니 쿼트라블을 만들어냈다.

프리미어 리그 우승, FA컵 우승, EFL컵 우승, 그리고 커뮤니티 실드까지.

엄청난 찬사가 쏟아졌다.

[호샙 과르디올라! 알랙스 퍼거슨을 뒤잇는 EPL의 혁신적인 명장!]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사상 가장 뛰어난 감독...!]

[시티즌들 한 목소리로 ‘과르디올라와 20년 장기계약에 사인해야 해!’]

또한 팬들은 기대했다.

멀지 않은, 어쩌면 바로 다음 시즌부터 맨체스터 시티가 그리도 원하고 염원하던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할지도 모른다고.

그만큼 자신이 이 팀에 부임하고 팀은 상승 궤도에 올랐으니까.

“...”

지난날의 기억에 호샙의 입가에 자그마한 호선이 그려졌다.

하지만 그 호선은 금세 다시금 일자로 축 늘어졌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5년 동안, 호샙은 결국 팬들의 염원을 이루어주지 못했으니까.

“올 시즌도..., 결승전에 진출하지도 못하고 탈락해버렸지.”

호샙의 입 밖으로 허탈한 음성이 새어나왔다.

챔스 탈락만 하더라도 며칠동안 비난이 잇따랐었다.

일부 팬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

-호샙은 챔스 DNA가 없어. 우리가 우승하기 위해선 챔스에서 강한 감독을 데려와야 해. 조재 모리뉴 같은.

그도 그럴 게 호샙이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 당시에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바는 없었으니.

기간만 따지면 2013부터 2021년까지다.

최고의 팀을 이끌고 있으면서도 이 긴 시간 동안 챔스 우승 한번 없는 감독을 향해 이제 일부 팬들은 조롱하기 시작했다.

- 호샙은 한계가 명확한 감독이야. 중요 경기만 앞두면 항상 요상한 전술로 폭락하더라니까?

ㄴ 인정. 이래서 호샙이 챔스 우승이 없는 거.

- 그냥 과르디올라 수준인 겁니다. 저게 한계.

-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의 공통점이 뭔지 앎?

ㄴ 뭔데?

ㄴ 빅팀이라는 거지. 더불어 더블 스쿼드를 구성할 만큼 선수단 댑스도 좋고 훌륭한. 그런데도 호샙은 바르셀로나 이후 챔스 우승이 없는 감독이지. 이건 이것대로 븅신 같아.

일전에 팬들의 반응을 떠올린 호샙의 눈 밑이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그러나 이는 호샙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 역시 챔스 우승을 목전에 두고 무너진 게 반복되자 점차 조급함이 밀려들었다.

스스로를 향한 자책과 실망감은 쉼 없이 커진 상태고 말이다.

그런 와중에...,

스윽-

호샙 과르디올라는 태블릿 PC 속 새로운 기사 타이틀을 보았다.

[리그 38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승자는 과연 누구?]

[호샙 과르디올라! 또 명장병 발동하나? 팬들은 전전긍긍.]

[과르디올라! 2시즌 연속 리그 우승 실패 시 경질 확률 64%!]

[고작 승점 3점차...! 마지막 경기에서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는다!]

문득 저런 통계를 어디서 내는지 다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기사 타이틀 중엔 틀린 말이 하나 없다.

실제로 자신은 중요 경기를 앞둘 때면 항상 패착을 택하곤 했으니까.

‘되돌아보면 나도 알 수 있는 부분이야.’

당장, 그 순간엔 묘책이라며 들떠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호샙은 다가올 38라운드를 위해 어느 때보다 단단히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요 며칠 전부터 새로운 전술을 꾸준히 선수단에 숙달시켜왔다.

일순 호샙의 두 눈이 날카로워졌다.

‘네이마르, 인쿠를 확실히 봉쇄해야만 한다.’

올 시즌, 두 콤비는 어떤 공격 듀오, 삼각편대와 비교해봐도 월등히 뛰어난 퍼포먼스를 뽐냈다.

지지난 바이에른 뮌헨조차 네이마르, 인구의 합공에 이렇다 할 반격조차 못해 보고 난파선마냥 무너지지 않았던가?

‘네이마르는 두말하면 입 아픈 수준이지만..., 인쿠는 보면 볼수록 놀라워.’

서른에 접어든 선수였다.

축구선수에게 있어 전성기에 접어드는 시기라면 평균적으로 27살.

하지만 호샙이 알기로 인구는 그 시기 축구를 접은 지 오래였다.

‘28살부터 축구를 다시 시작했던가.’

상식적으로 본다면, 말도 안 되는 과거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의 폼은 절대로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더군다나 날이 가면 갈수록 실력이 늘고 있다.’

일전에 즐라탄 이브라히무비치는 자신을 와인같은 남자라 칭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기량적으로 숙성이 된다고.

호샙은 그 말에 가장 와닿는 사람이 인구라고 느꼈다.

지금에 이르러 인구는 실로 넘볼 수 없는 수준까지 올랐으니까.

‘적어도 올 시즌은..., 전성기 매시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고 있어.’

감히, 38라운드를 앞두고서도 탐이 날 지경이었다.

담담한 척 하나 인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무서웠고 말이다.

상상이 갔다.

맨체스터 시티의 디펜스 배후가 탈탈 털리는 게!

반면 자신을 향한 언론, 여론의 반응은 최악이었다.

비록 순위 2위를 기록 중일지라도 시즌이 끝나가는 마당에 단 하나의 우승컵조차 차지하지 못했으니까.

일부 매체는 맨체스터 시티의 역전승은 없다고 못 박기까지.

‘어쩌면 말이지... 내가 정말 리그 최종전에서 뉴캐슬을 상대로 패한다면...,’

꽈악-

허벅지 께에 가 있던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정말 그런 상황이 온다면 구단주가 자신의 경질을 고사하더라도 그 스스로가 자존심이 상해 자진해서 사퇴할지 몰랐다.

물론 그 전에-

끼이익-

호샙은 사무 의자 등받이에서 등을 땠다.

그의 손끝은 태블릿 PC를 건드렸다.

몇 번 터치하니 기사 대신 새롭게 계획한 전술이 화면에 떠올랐다.

조금 전과 달리 두 눈은 한층 냉정하게 가라앉았다.

“오직, 승리만을 생각하는 거다.”

*       *       *

5월 20일.

경기 당일.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 애티하드 스타디움.

약 5만 3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홈구장은 만석으로 가득 찼다.

만석뿐만이 아니었다.

표를 구매하지 못한 홈, 원정 팬들이 그라운드 바깥을 둘러싸듯이 모여들었으니까.

광장에서조차 만석을 이루다 못해 넘쳐날 정도였다.

해설진은 흥분에 겨워 외쳤다.

[경기 시작 전부터 시티즌, 툰들에게서 어마어마한 환호와 응원가가 쏟아져나오는 군요오!]

중계 카메라에 잡힌 상당수 팬들은 어떤 때보다 결연하고도 흥분에 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쪽에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바로 툰(뉴캐슬 서포터즈)과 시티즌(맨체스터 시티 서포터즈)의 경계선.

“애새끼들, 좋단다. 어? 많이들 좋아해라! 너희들 최전성기는 오늘로써 끝일 테니!”

“지랄 마! 돈만 무식하게 펑펑 써대는 병신들아. 그러니 너희들이 지금까지 챔스 우승도 한번 못 해보는 거야. 엉?”

“뭐? 이 미친@#[email protected]! 아! 넌 우승했냐? 넌 우승했어?”

“우승할 거야, 이 멸치 대가리같은 새끼야!”

“멸치 대!#$!# 이 @$%@[email protected]! 아아!”

안전요원이 그들 사이 경계를 벽처럼 서서 가로막고 있었음에도 수많은 설전이 오갔다.

그러다 분노한 팬들은 서로를 향해 손에 든 음식물 쓰레기를 마구 날렸고 말이다.

물론 중계 카메라는 빠르게 화면을 전환했다.

때맞춰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입장하고 있었다.

[양 팀 선수들이 들어오는군요!]

해설진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중계를 이어나갔다.

[먼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선발 라인업입니다아~!]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최고의 포메이션이라 할 수 있는 4-2-3-1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마인구.

2선 네이마르, 살로몬 런던, 루카스 오캄푸스.

투 볼란테에 오를레앙 추아매니, 소피안 암라바트.

포백은 알폰스 대이비스, 스밴 보트만, 아미르 라흐마뉘, 다니엘 알배스.

골키퍼 장갑은 조던 빅포드.

[최정예 멤버가 모두 출격한 뉴캐슬 유나이티드군요!]

중계 카메라는 유독 한 선수를 클로즈업하며 잡았다.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마인구를-!

그는 리그가 채 종료되기도 전, 리그 득점왕을 확정 지었다.

뿐만 아니라 유럽 내,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자에게 수여한다는 유러피언 골든슈에도 가장 가까운 사내였다.

해설진은 인구를 보며 내심 존경심을 비쳤다.

[오옷...! 긴장감이라고는 없어보이는 얼굴입니다.]

[오히려 자신감으로 가득 차 보이는데요?]

해설진의 말처럼 인구는 리그 최종전, 우승의 향방이 걸린 경기임에도 딱히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퍼억-!

“잘하자, 새꺄.”

오히려 장난기 묻은 얼굴로 앞서가던 네이마르의 뒤통수를 가볍게 후려갔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한 걸음 앞으로 휘청인 네이마르는 한 손으로 뒤통수를 감싸며 불만을 터뜨렸다.

“인쿠, 이 새끼...!”

“뭐? 뭐라고? 안 들려.”

곧 인구는 더욱이 장난기 묻은 얼굴로 분한 표정의 네이마르를 향해 양손을 풍차처럼 방방 휘둘렀다.

“아악! 아니, 하지 마! 하지말라고! 하지 말라니까아?”

멀리서 보면 중요 경기를 앞두고서도 두 선수는 장난을 치는 것 같은 장면이었다.

단연 중계 카메라는 빠르게 화면을 전환했다.

해설진은 멋쩍은 미소로 중계를 이었다.

[정정하겠습니다. 인쿠는, 평소와 같은 모습입니다!]

이에 맞선 맨체스터 시티는 3-1-4-2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투톱으론 라임 스털링, 가브리에우 재주스.

2선은 필 보든, 배르나르두 실바, 주앙 칸샐루, 리아드 마레즈.

수비형 미드필더엔 로드뤼.

[쓰리백은 내이선 아케, 후뱅 디아스. 카힐 워커. 골키퍼 장갑은 애대르송 모라에스가 착용했습니다!]

해설진은 조금은 당황했다.

[그간 호샙에게선 볼 수 없는 낯선 전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우선 풀백인 주앙 칸샐루를 중앙 미드필더에 배치한 것부터가 독특하군요!]

[카힐 워커 또한 쓰리백의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해설진도 호샙의 고질적인 명장병을 잘 알았기에 서로 눈치를 한 번 보고는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간은 좀 더 흘러-,

어느덧 양 팀 선수들은 각자의 위치에 자리했다.

그리고,

삐이이이이이이이이-!

주심은 리그 38라운드. 우승의 향방을 건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 190. 우승? (3)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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